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331 - 챕터 340

1347 챕터

제331화

띵동-강현석의 핸드폰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이메일이었다.그는 바로 컴퓨터를 열고 이메일의 동영상을 다운로드했다.5년 전 로얄 호텔 18층 복도에 설치된 CCTV 동영상은 많이 압축되어 겨우 십여분밖에 하지 않았다.복도의 불빛은 어두웠고 직원들이 자주 오고 갔다. 그러던 새벽 1시쯤, 두 여자의 모습이 동영상에 담겼다.흐릿한 화면이었지만 강현석은 그 두 사람이 바로 도예나와 도설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도예나는 술에 많이 취한 듯 보였고 도설혜의 부축받아 어느 방의 입구로 걸어갔다.이어 방문이 열리고 도설혜와 도예나는 그 방으로 들어갔다.그런데 동영상은 바로 여기에서 끝나버렸다. 강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전화를 들었다.손동원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다.“또 왜 그래?”“동영상이 새벽 2시에서 끝났어. 이후의 동영상은?”“아, 직원이 하드 용량 문제로 매일 영상은 새벽까지만 저장되고 그 시간 이후로는 포맷이 되었다고 하더라고.”강현석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다시 찾을 수 없는 거야?”“새롭게 녹화된 동영상이 저장되고 예전의 동영상은 자동 삭제가 되었을걸. 아무리 대단한 해커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어려울 거야.”손동원이 하품했다.“현석아, 5년 전 동영상으로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네가 누구와 뭘 했는지 기억을 못 하겠다면 다시 한번 해봐, 그러면 바로 생각이 날걸…….”강현석이 전화를 뚝 끊었다.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멈춘 화면을 골똘히 바라보았다.정지된 화면에서 도예나와 도설혜는 어느 방의 입구에 같이 서 있었다. 흐릿한 화면 탓에 방 번호도 알 수가 없었다.그는 5년 전 그날 밤이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직감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었다…….‘그날 밤 정말 도설혜였을까?’도설혜와 아이들의 친자 확인을 해본 적이 있었다. 결과는 확실히 아이 친모라고 나왔다.하늘에 맹세코 술에 취해 여자와 밤을 보낸 건 그날뿐이었다. 도설혜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그러니 이상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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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엉엉! 정말 그렇게 못생겼어?”강세윤은 인형을 잡고 요리조리 살폈다. 밤을 새워 10시간 넘게 만든 목각 인형이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왜 다들 싫어하는 거지?그때 통통한 손이 다시 다가와 인형을 가져갔다.수아가 눈을 깜빡거리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인형을 자기 가방에 넣었다.그 모습에 강세윤의 얼굴에도 드디어 미소가 걸렸다.“봐봐! 수아는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든대!”도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네 아이가 나란히 서 있는 화목한 모습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네 아이가 웃는 걸 보기만 해도 그녀는 행복했다.그리고 아이들을 보는 도예나를 향하는 시선 하나가 있었다.강현석의 차가운 눈꼬리에서 이렇게 따뜻한 눈빛이 나올 수 있었다는걸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시간이 지금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뜨거운 시선이 느껴지자 도예나는 고개를 들었고 강현석의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까만 눈동자는 마치 블랙홀같이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심연 어딘가로 빠져들어 갈 것 같았다…….그녀는 이런 눈빛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졌다…….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 한 채로 말없이 한동안 서 있었다.“쉿!”강세윤이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수아와 자기 형을 뒤로 끌었다.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바로 책에서 말하는 '한눈에 반했다'는 거 아니야? 우리 아빠랑 예나 이모가 사랑하는데 방해하면 안돼…….”“……”강세윤은 말없이 한걸음 물러섰다.‘아빠와 예나 이모가 주고받는 시선은 연인의 눈빛 같지 않은걸……'도제훈은 도예나의 옆에 서서 입술을 모으고 고민에 빠졌다…….‘엄마는 현석 삼촌이 우리 친부인 걸 알고 다른 관계로 발전하려는 건가?'‘정말 그렇다면 차라리 엄마한테 말하지 말걸…….'도제훈은 인상을 쓰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수아야, 네 엄마와 우리 아빠가 결혼했으면 좋겠어?”강세윤이 수아에게 귓속말했다.“만약, 네 엄마와 우리 아빠가 결혼하면 너는 우리 아빠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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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도예나가 고개를 휙 돌려왔다.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수아를 바라보았다.“수아야, 방금 뭐라고 한 거야?”그녀는 수아가 강현석에게 아빠라고 두 번 불렀던 걸 제외하고 수아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심리 상담도 받아봤었는데 의사는 그녀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었다…….그래서 늘 대수롭지 않은 척 했었지만 사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수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그런데 방금, 아빠라는 말 외에 드디어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도예나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천천히 물었다.“방금 뭐라고 한 거야? 다시 한번만 말해줘.”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큰 눈을 깜빡일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예나 이모, 수아가 방금 아빠랑 뽀뽀하라고 한 거에요!”강세윤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했다.“수아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는데 빨리 우리 아빠랑 뽀뽀해요! 빨리!”“강세윤!”도제훈이 인상을 쓴 채로 걸어와 강세윤을 확 낚아챘다.강세윤은 도제훈의 차가운 눈빛에 깜짝 놀라 강세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도예나는 강세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모든 신경을 수아에게 쏟고 있었기에.수아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앵두 입술을 다시 열고 짧은 한마디를 했다.“엄마…….”선명한 두 글자가 들려오자 도예나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4년 만이야. 4년 동안 매일매일 기도해 드디어 오늘 엄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어…….’심리 상담 의사는 수아가 성인이 되어서야 엄마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10년 넘게 앞당겨졌으니 그녀는 너무 기뻤다…….“수아야, 정말 고마워…….”도예나는 작은 딸아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엄마…….”아이가 또 입을 열었다. 수아는 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엄마는 왜 아빠랑 뽀뽀 안 해?”“……”임신기간을 포함해 낳아 기른 세월이 5년이 되어가는 딸아이가 처음 입을 연 이유가 엄마가 다른 남자와 뽀뽀하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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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도예나에게도 들려왔지만 그녀는 개의치않고 묵묵히 안으로 걸어갔다.그러나 강현석은 남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그들의 좌석은 VIP석으로 가장 앞줄에 있었고 여섯 식구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강세윤은 강현석의 경고를 벌써 잊어버렸는지 다시 재잘대기 시작했다.“수아야, 우리 여기 같이 앉을래?”그러자 수아는 도예나의 품에서 내려와 강세윤의 옆자리인 끝자리에 앉았다.“형, 형이 내 왼쪽에 앉아. 도제훈, 너는 수아의 오른쪽에 앉아.”강세윤은 순식간에 자리를 다시 배정하여 끝의 두 자리를 도예나와 강현석을 위해 남겨놓았다.도예나는 강현성을 따라 옆에 앉으며 강세윤이 재잘대는 소리를 들었다.“수아야, 연주 금방 시작할 텐데, 신나?”“수아야, 나는 오늘 처음 연주회 보러 왔어. 내가 이해하지 못해도 비웃으면 안 돼!”“수아야, 손 좀 잡으면 안 될까? 네 손이 너무 말랑말랑해…….”“강세윤, 좀 조용히 할래?”강세훈이 짜증을 담아 말했다.그러나 강세윤은 말썽꾸러기 표정을 지었다.“수아는 내가 말하는 게 좋대! 형이 무슨 상관이야? 그렇지, 수아야?”“응!”수아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짧은 음절을 내뱉었다.그러자 강세윤은 더 득의양양해졌다.“들었지 형? 수아가 내가 말해도 된다고 했어!”아이들의 모습에 도예나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친오빠가 옆에 있으니 수아도 천천히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겠지.활발하고 구김살이 없는 강세윤은 수아의 침묵과 정반대되는 아이였다. 수아가 이런 강세윤과 나란히 앉으려는 건…… 그들 몸에 같은 피가 흐른다는 증거였다. 그들의 혈연은 말없이 강했다…….연주회가 시작되고 불빛이 어두워지자 강세윤도 입을 다물었다.첫 번째 곡은 기세가 웅장한 찬가였다. 두 명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합작하여 연주하는 이 곡은 매 음표마다 세상에 대한 열정과 찬송이 느껴졌다. 듣고 있자니 몸에 힘이 불끈 솟아나고 열정이 샘솟았다…….도예나는 연주회에 가는 걸 좋아했지만 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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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강현석은 도예나의 예쁜 미모를 감상하다가 침을 꿀꺽 넘겼다.“강현석 씨, 다리 좀 비켜봐요. 제 텀블러가 강현석 씨 왼쪽 다리로 굴러간 것 같아요…….”도예나는 허리를 숙이고 의자 아래를 더듬다가 강현석의 다리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그는 자신의 모든 신경이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다리로 집중되는 걸 느꼈다.단지 다리에 손길이 닿았을 뿐인데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런데 갑자기 크루즈에서 처음 본 그녀가 떠올랐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완벽한 몸매선, 은은한 향기까지…….그는 더는 못 참고 그녀의 목뒤로 얼굴을 숙이고 체향을 맡았다.‘이 익숙한 향기, 5년 전 그 사람이 틀림없어…….’그는 그날 밤 그 여자가 바로 도예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강현석 씨, 좀 비켜봐요…….”도예나가 또 입을 열었다.그 소리에 강현석은 깜짝 놀라 몸을 벌떡 세웠다.그제야 자신이 한 행동이 의식되었다…….‘이건 손동원 그 자식이 할법한 행동이 아닌가? 내가 손동원에게 빙의라도 된 건가?’옆에 앉은 아이들은 피아노 연주에 몰입하여 다행히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강현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주울게요.”그는 다시 허리를 숙이고 자신의 왼쪽 자리를 더듬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부드러운 손위로 손이 포개졌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 손은 재빠르게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두 사람 모두 허리를 숙이고 의자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 마주친 시선에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도예나는 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걸 느꼈다.그런데 크게 심호흡하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려던 그녀 역시 익숙한 향을 맡았다…….‘5년 전 그날 밤, 그 남자의 향기였다!’‘설마 그때 그 남자가 바로 강현석?'도예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두운 공간에서 그녀는 자신이 마치 5년 전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남자가 굶주린 사냥개처럼 당장 자기 몸을 타고 올라와 옷을 찢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부서진 인형이 되어 그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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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쪽이 제안했던 일, 결정했어요.”강현석은 그녀 옆으로 바짝 붙으며 말했다. 너무 가까워 숨소리까지 들려왔고 그녀는 바로 옆으로 몸을 비켰다.“결정이 뭔데요?”“남자 친구가 되어줄게요. 그런데…….”강현석이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제가 연기를 잘 못 하는 편이라…… 진짜 남자친구라면 할 의향이 있어요.”‘뭐라고?'‘진짜 남자친구?'도예나가 얼어붙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강현석 씨, 연기 할 필요 없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명의상 남자 친구로서 소송에서 유리한 방향을…….”“소송이 그렇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강현석이 입을 열었다.“제가 남자 친구 역할로 도예나 씨 소송을 돕는다면 도예나 씨도 제 어머니 앞에서 여자 친구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서로 수요가 있는데 그냥 이참에 정식으로 만나보는 게 어때요?”“……”‘강현석 주위에 널린 게 여자인데, 하필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건가?'‘가짜 여자 친구 신분으로 사모님을 만나 뵐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정식으로 만나야 하는 걸까?'“도예나 씨가 반대한다면 없던 일로 해요.”강현석이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도예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더 이상 연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강현석의 옆선을 몰래 살폈다. 어두운 빛이 그의 날카로운 옆선을 조금 부드럽게 보이게 했다.“강현석 씨.”그녀의 말에 강현석은 바로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도예나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좋아요, 그런데 세 가지 지킬 약속이 있어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석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세 가지 약속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 쪽한테 선 넘을 행동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요. 아, 제 어머니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요.”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도예나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이네요.”강 씨 별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이유가 생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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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강현석이 도예나의 손을 꼭 붙잡고 있어 그녀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도예나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강현석 씨, 아까 분명히 어머님 앞을 제외하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이건 약속을 어기는 거예요!”그에 비해 강현석은 평온한 얼굴이었다.“세윤이와 수아가 우리가 함께하기를 바라잖아요. 아이들을 실망하게 할 거예요?”도예나가 고개를 돌리자 세윤이와 수아가 속닥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두 아이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그녀는 화가 수그러드는 걸 느꼈다.강현석에게 남자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을 꺼낸 것도 아이들에게 못 해준 사랑을 주기 위해서였다…….“현석 삼촌, 지금 뭘 하는 거예요?”도제훈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힘껏 강현석을 밀어냈다.“우리 엄마 손 놔요!”그러자 강현석은 마지못해 도예나의 손을 풀었다.“엄마, 삼촌이 괴롭혔어요?”도제훈이 콧등을 찡그리며 물었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듬직함이 보였다.“그런 거 아니야, 삼촌이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도예나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억지로 엄마 손을 잡는 걸 봤어요. 엄마가 두 번이나 손을 빼려고 했는데 놓아주지 않았잖아요.”도제훈은 답답해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자신이 아직 어려 다른 사람한테서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마음에 화가 났다…….“삼촌이 괴롭힌게 아니야…….”도예나가 난처한 듯 말끝을 흐렸다.“삼촌이랑 장난친 거야.”도제훈은 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 행동이 어딜 봐서 장난이라는 거지? 삼촌이 엄마가 싫어하는 행동을 한 게 분명한데…….'다시 물어보려던 찰나 강현석이 다가와 도예나의 어깨 위로 손을 턱 올렸다.도예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 사람에게 남자 친구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한 게 몹시 후회되는 순간이었다.분명히 선을 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연주회장을 벗어난 순간부터 그는 계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그녀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도제훈의 까만 눈동자가 눈에 밟혔다.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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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저는요? 저는요? 예나 이모를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강세윤이 재촉했다.강현석은 수아를 품에 안고 덤덤하게 말했다.“예나 이모가 괜찮다면 마음대로 해.”강세윤이 장화 신은 고양이 눈길로 도예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예나 이모, 그래도 돼요?”도예나는 코끝이 시큰거리는 걸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와아! 저도 엄마가 생겼어요! 너무 신나! 엄마! 엄마! 엄마……!”강세윤은 도예나의 주변을 빙빙 돌며 외쳤다.도예나는 부드러운 눈길로 강세윤을 바라보다가 옆으로 비켜선 강세훈과 도제훈이 눈에 보였다.‘속이 깊은 제훈이도 이 일을 쉽게 받아드릴 수 없는 모양이네. 집에 돌아가서 잘 설명해야겠어…….'‘그리고 세훈이는…….'“세훈아, 이리 와봐.”도예나가 손을 저었다.강세훈이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로 걸어갔다.도예나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빠의 여자친구라는 건 받아드릴 수 없었다…….‘여자친구가 되었다가 약혼녀가 될 테고, 그러다가 나와 세윤의 새어머니가 되겠지…….'‘강씨 가문에 들어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세윤이에게 지금처럼 잘 대해줄까?'‘진짜 엄마도 우리를 사랑해주지 않았는데 엄마와 원수 사이인 여자가 우리를 사랑해줄까?'“세훈아,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도예나가 손을 들어 강세훈의 눈썹 사이를 꾹꾹 눌렀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도설혜의 아들 말고, 강세훈으로서 나를 받아드릴 수 있을까?”“좋아요.”강세훈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아빠와 세윤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한번 다시 알아보는 것도 나쁠 게 없지.’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을 때 강현석은 수아를 안은채로 도제훈에게 걸어갔다.186cm의 강현석이 도제훈 앞으로 한쪽 무릎을 수그리고 앉았는데 그래도 앉은키가 아이보다 더 컸다.강현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잘 알아.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엄마를 다치게 하지 않을게. 그건 안심해도 좋아.”도제훈이 까만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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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도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토마토를 씻고 있었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조명 아래에서 완벽한 곡선을 그려냈다.그녀의 하얀색 셔츠 첫 번째 단추는 자연스레 풀어져 있었고 하얀색 피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쇄골이 언뜻언뜻 보였다.강현석은 어렵게 자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20여년 동안 세속에서 벗어난 것처럼 헐벗은 여자가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는 여색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현재 멀쩡히 차려입은 도예나를 보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성인군자인줄 알았던 자신이 사실 손동원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사실 그동안 관심이 있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앞치마 둘러줄게요.”강현석이 서랍에서 앞치마를 꺼내 도예나에게 걸어 주었다.그녀는 남자에게서 언뜻언뜻 풍겨오는 호르몬 향에 마치 커다란 그물이 그녀를 뒤엎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땐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이제는 점점 아무렇지 않아졌다…….도예나는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강현석 씨, 만약 사모님 앞에서 함께 있을 여자가 필요하다면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세훈이와 세윤이 친모, 도설혜라든지…….”이 말을 하던 그녀는 손이 삐끗하여 하마터면 손가락이 베일뻔했다.강현석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그 여자는 자꾸 들러붙어 떼고 싶어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도예나 씨는 달라요.”도예나가 목소리를 다듬고 입을 열었다.“도설혜는 아이들의 친모인데, 이렇게 말하는 게 너무하지 않아요?”“아이들의 친모이기에 지금까지 참았던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강현석의 눈동자에서 차가운 한기가 드러났다.말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도예나는 그의 뒷말을 예상했다.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렇게 도설혜를 미워하나요? 당신의 허락 없이 두 아이를 낳아서 그래요?”“틀린 말은 아니에요.”강현석이 얇은 입술을 매만졌다.도설혜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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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아빠, 엄마는 감자 좋아해요.”수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이는 두손으로 턱을 괴고 큰 눈으로 강현석과 도예나를 번갈아 쳐다봤다.딸아이의 노골적인 시선에 도예나는 어딘가 쑥스러워졌다.‘세훈이와 세윤이를 가까이에서 보살펴주려고 그런 결정을 한 거였는데 왜 지금 아이들 앞에서 사랑 연기를 해야 하는 거지……?’“내가 씻은 감자 맛이 어떤지 좀 봐봐.”강현석이 감자 하나를 집어 도예나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도예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감자를 입에 넣었다. 그녀는 5명의 시선이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개를 들고 그녀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내며 말했다.“정말 맛있네.”‘내가 한 요리니까 당연히 맛있지. 강현석 씨는 그냥 감자를 씻었을 뿐이잖아!'식사 자리는 소란 속에서 끝이 났다.도예나는 도제훈의 저기압을 알아차리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을 꺼냈다.강세윤이 강현석을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아빠, 엄마 바래다주고 와요. 굿바이 뽀뽀도 해야 해요, 알았죠?”아이의 목소리는 너무 큰 편이 아니었으나 도예나의 귀에는 잘 들려왔다.그녀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끼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빠르게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잠깐만요.”강현석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도예나는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차 키도 가져가지 않을 거예요?”강현석이 큰 보폭으로 걸어가 비웃는 태도로 말했다.“예나야, 왜 그렇게 급하게 가?”예나라는 말에 도예나는 심장이 떨려왔다.고개를 돌리고 그녀는 빠르게 차 키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배웅할 필요 없어요. 이만 가볼게요, 내일 봐요.”그때 강현석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고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진 나뭇잎을 떼어냈다.그의 손이 뻗어올 때 도예나는 본능적으로 목을 수그렸다. 눈동자에서도 두려움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빠르게 사라졌고 그녀는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고마워요.”그리고 운전석에 앉은 그녀는 바로 시동을 걸고 강씨 별장을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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