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요? 예나 이모를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강세윤이 재촉했다.강현석은 수아를 품에 안고 덤덤하게 말했다.“예나 이모가 괜찮다면 마음대로 해.”강세윤이 장화 신은 고양이 눈길로 도예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예나 이모, 그래도 돼요?”도예나는 코끝이 시큰거리는 걸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지.”“와아! 저도 엄마가 생겼어요! 너무 신나! 엄마! 엄마! 엄마……!”강세윤은 도예나의 주변을 빙빙 돌며 외쳤다.도예나는 부드러운 눈길로 강세윤을 바라보다가 옆으로 비켜선 강세훈과 도제훈이 눈에 보였다.‘속이 깊은 제훈이도 이 일을 쉽게 받아드릴 수 없는 모양이네. 집에 돌아가서 잘 설명해야겠어…….'‘그리고 세훈이는…….'“세훈아, 이리 와봐.”도예나가 손을 저었다.강세훈이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로 걸어갔다.도예나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빠의 여자친구라는 건 받아드릴 수 없었다…….‘여자친구가 되었다가 약혼녀가 될 테고, 그러다가 나와 세윤의 새어머니가 되겠지…….'‘강씨 가문에 들어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세윤이에게 지금처럼 잘 대해줄까?'‘진짜 엄마도 우리를 사랑해주지 않았는데 엄마와 원수 사이인 여자가 우리를 사랑해줄까?'“세훈아,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도예나가 손을 들어 강세훈의 눈썹 사이를 꾹꾹 눌렀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도설혜의 아들 말고, 강세훈으로서 나를 받아드릴 수 있을까?”“좋아요.”강세훈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아빠와 세윤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한번 다시 알아보는 것도 나쁠 게 없지.’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을 때 강현석은 수아를 안은채로 도제훈에게 걸어갔다.186cm의 강현석이 도제훈 앞으로 한쪽 무릎을 수그리고 앉았는데 그래도 앉은키가 아이보다 더 컸다.강현석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잘 알아.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엄마를 다치게 하지 않을게. 그건 안심해도 좋아.”도제훈이 까만 눈동자
도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토마토를 씻고 있었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조명 아래에서 완벽한 곡선을 그려냈다.그녀의 하얀색 셔츠 첫 번째 단추는 자연스레 풀어져 있었고 하얀색 피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쇄골이 언뜻언뜻 보였다.강현석은 어렵게 자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20여년 동안 세속에서 벗어난 것처럼 헐벗은 여자가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는 여색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현재 멀쩡히 차려입은 도예나를 보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성인군자인줄 알았던 자신이 사실 손동원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사실 그동안 관심이 있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앞치마 둘러줄게요.”강현석이 서랍에서 앞치마를 꺼내 도예나에게 걸어 주었다.그녀는 남자에게서 언뜻언뜻 풍겨오는 호르몬 향에 마치 커다란 그물이 그녀를 뒤엎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처음 이 향을 맡았을 땐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이제는 점점 아무렇지 않아졌다…….도예나는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강현석 씨, 만약 사모님 앞에서 함께 있을 여자가 필요하다면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세훈이와 세윤이 친모, 도설혜라든지…….”이 말을 하던 그녀는 손이 삐끗하여 하마터면 손가락이 베일뻔했다.강현석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그 여자는 자꾸 들러붙어 떼고 싶어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도예나 씨는 달라요.”도예나가 목소리를 다듬고 입을 열었다.“도설혜는 아이들의 친모인데, 이렇게 말하는 게 너무하지 않아요?”“아이들의 친모이기에 지금까지 참았던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강현석의 눈동자에서 차가운 한기가 드러났다.말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도예나는 그의 뒷말을 예상했다.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렇게 도설혜를 미워하나요? 당신의 허락 없이 두 아이를 낳아서 그래요?”“틀린 말은 아니에요.”강현석이 얇은 입술을 매만졌다.도설혜는 두
“아빠, 엄마는 감자 좋아해요.”수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이는 두손으로 턱을 괴고 큰 눈으로 강현석과 도예나를 번갈아 쳐다봤다.딸아이의 노골적인 시선에 도예나는 어딘가 쑥스러워졌다.‘세훈이와 세윤이를 가까이에서 보살펴주려고 그런 결정을 한 거였는데 왜 지금 아이들 앞에서 사랑 연기를 해야 하는 거지……?’“내가 씻은 감자 맛이 어떤지 좀 봐봐.”강현석이 감자 하나를 집어 도예나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도예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감자를 입에 넣었다. 그녀는 5명의 시선이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개를 들고 그녀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내며 말했다.“정말 맛있네.”‘내가 한 요리니까 당연히 맛있지. 강현석 씨는 그냥 감자를 씻었을 뿐이잖아!'식사 자리는 소란 속에서 끝이 났다.도예나는 도제훈의 저기압을 알아차리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을 꺼냈다.강세윤이 강현석을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아빠, 엄마 바래다주고 와요. 굿바이 뽀뽀도 해야 해요, 알았죠?”아이의 목소리는 너무 큰 편이 아니었으나 도예나의 귀에는 잘 들려왔다.그녀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끼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빠르게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잠깐만요.”강현석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도예나는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차 키도 가져가지 않을 거예요?”강현석이 큰 보폭으로 걸어가 비웃는 태도로 말했다.“예나야, 왜 그렇게 급하게 가?”예나라는 말에 도예나는 심장이 떨려왔다.고개를 돌리고 그녀는 빠르게 차 키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배웅할 필요 없어요. 이만 가볼게요, 내일 봐요.”그때 강현석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고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진 나뭇잎을 떼어냈다.그의 손이 뻗어올 때 도예나는 본능적으로 목을 수그렸다. 눈동자에서도 두려움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빠르게 사라졌고 그녀는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고마워요.”그리고 운전석에 앉은 그녀는 바로 시동을 걸고 강씨 별장을 벗어
피아노 연주 소리가 정원에까지 들려왔다.도예나는 도제훈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모든 아이의 성장에 있어 아빠가 꼭 필요해. 수아를 봐봐, 아빠가 생기니까 오늘 많이 웃었잖아…….”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제훈이 물어왔다.“그래서 저와 수아 때문에 현석 삼촌이랑 연애하는 거예요?”도예나는 아이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이해했다.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 나도 강현석 이 사람이 꽤 마음에 들었어. 책임감도 있고 아이들도 예뻐해 주고…….”도제훈이 시선을 내리깔았다.‘동시에 두 여자를 임신시킨 남자가 무슨 책임감이 있다고?'‘이런 사람이 나와 수아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기나 해?'하지만 강현석 때문에 수아의 자폐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엄마, 저는 엄마의 결정을 따를게요.”도제훈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영원히 엄마의 뒤에 서 있을게요.”……저녁 9시.성남시 공항에는 오고가는 사람들로 붐볐다.도설혜는 트렁크를 끌고 밖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어머님, 벌써 2~3년 동안 성남시에 오지 않으셨죠?”그녀는 아주 다정하게 말했다.“3년 동안 성남시의 변화가 아주 커요. 이 공항도 새로 지은 거에요. 현대화 공항으로 세계 앞자리에 꼽힌다니깐요……. 그리고 또 기분 전환할만한 곳도 많이 생겼어요. 파티가 끝나고 저와 함께 가요…….”강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성남시에 머물 동안 신세 좀 지마.”“신세는 무슨, 제 영광이에요.”도설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눈빛에서도 자신감이 흘러넘쳤다.호주에 삼일동안 머물면서 강 부인과 그녀는 수많은 곳을 함께했었다. 강 부인도 더 이상 그녀에게 무뚝뚝하게 굴지 않았다.강 부인의 귀염을 받아야 강씨 가문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어요. 사장님과 두 도련님이 기다리고 계세요.”양 집사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러다가 옆에선 사람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도설혜는 차에 앉아 그동안 성남시의 변화를 설명했고 강 부인은 우아한 자태로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으며 가끔 몇 마디를 묻기도 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화기애애해 보였다.차는 빠르게 달려 강씨 가문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메이드가 달려와 공손히 차 문을 열었다.강 부인이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아이가 빠르게 달려와 안겼다.“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할머니!”강세윤은 강 부인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차갑던 강 부인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세윤이 키가 큰 것 같구나. 살도 좀 오르고, 드디어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하는 셰프를 찾은 거냐?”강세윤이 도예나가 한 요리가 맛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려던 찰나 뒷좌석에서 내리는 또 한 사람을 발견했다.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나쁜 사람, 우리 집엔 왜 또 왔어? 양 집사님, 빨리 내쫓으세요! 제가 말했잖아요,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아이가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도설혜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세윤아, 내가 10달 동안 너를 임신하고 너를 낳는 날엔 대출혈로 목숨도 잃을뻔했어.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 엄마인데 어떻게…….”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먹였다.“꺼져! 당장 꺼져!”강세윤이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내 앞에서 연기하지 마! 우는 것만 봐도 짜증 나!”“강세윤!”강 부인의 표정이 어두웠다. 강 부인이 엄숙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봤다.“강씨 가문의 도련님이 네가 어찌 이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거냐? 이 사람은 너를 낳은 사람이고, 네 어미를 부인하는 건 너 자신을 부인하는 것이다!”그러나 강세윤은 강 부인의 말에도 기가 죽지 않고 말했다.“저 사람은 내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저 사람이에요!”“입을 다물거라.”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네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한 시간 동안 반성하거라.”“어머님, 세윤이를 벌주지 마세요…….”도
도설혜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을 가리고 울먹였다.“두 아이는 강씨 가문에서 자랐고 제가 이곳을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어요. 저와 가깝게 지내지 않는 게 당연해요. 어머님, 세윤이를 벌하지 마세요. 벌을 준다면 저를 더 원망할지도 몰라요…… 저는 이만 도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내일 다시 생신을 축하드리러 올게요.”강 부인이 덤덤하게 말했다.“여기에 남거라.”그녀는 세윤이와 도설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 했다…….도설혜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4년 만에 강씨 별장에서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강 부인을 만난 게 신의 한 수였다…….바로 그때, 2층 서재의 문이 열렸다.강현석이 소란을 듣고 큰 보폭으로 내려왔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그는 옆에 선 도설혜를 차갑게 훑었다.강 부인이 강현석을 흘겨보며 말했다.“세윤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제 어미한테 이렇게 악랄한 태도로 말을 하는 것이냐!”강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어머니, 이 일은 상관하지 마세요.”강세윤이 도설혜를 대하는 태도에 강현석도 처음부터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강현석은 도설혜같은 사람은 이런 대접을 받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로는 관섭을 하지 않았었다.“그래요. 어머니, 전 괜찮아요.”도설혜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세윤이가 크면 다 알아서 철이 들겠죠.”두 사람이 의견을 모으자 강 부인은 한마음 한뜻을 가진 부부 같다고 생각했다.누가 뭐라 해도 강현석과 도설혜 사이에는 아이가 있었고, 결혼까지 한다면 더 완벽했다.“현석아, 이 환갑잔치가 끝나면 나도 이젠 60이 넘어간단다. 이젠 자신의 결혼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강 부인이 말했다. 그러자 강현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어머님, 그 말뜻은?”“설혜가 너를 4년이나 기다려왔지 않냐, 너희들 사이에는 아이들도 둘이나 있고…….”강 부인의 말에 도설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세날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뭘 알아낸 걸까?'‘나한테 속았다는 걸 이미 알아버린 게 아닐까?'‘강씨 그룹 대표를 속인 대가는 과연 뭘까……?'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현석아, 왜 갑자기 그런걸 물어보는 게냐?”보다 못한 강 부인이 그를 말렸다.“여자아이에게 이런 일을 물어보는 건 너무 매너가 없는 것 아니냐?”“어머님, 제가 조금 불편해서 그러는데 먼저 올라가서 쉬어도 될까요?”도설혜가 고개를 숙인 채로 물었다.“양 집사, 설혜를 데리고 객실로 가세요.”강 부인이 덤덤히 명령했다.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 집사는 도설혜가 강씨 별장에서 하룻밤을 머물 것을 예상하고 메이드에게 방을 정리하라고 연락했었다. 양 집사는 도설혜의 짐을 들고 그녀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설혜가 방으로 돌아가자 강 부인이 입을 열었다.“우리도 근 1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조금 앉아서 얘기라도 하자구나.”강현석이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이 세날동안 도설혜를 많이 살펴보니 4년 전에 비해 성격이 많이 좋아졌더구나.”강 부인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여전히 너에게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강씨 가문에 아이를 둘이나 낳아준 사람이니 이만 받아주는 게 어떻겠느냐?”강현석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다.“어머님, 계속 이 이야기를 하실 거면 전 할 말 없습니다.”“그럼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인 게냐!”강 부인이 인상을 찌푸렸다.“강씨 가문에는 이런 전례가 없었다. 반드시 여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를 함께 키우고 가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강현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둔 여자가 있으니 이 일은 그만 걱정하셔도 됩니다.”강 부인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겼다고?”‘마음에 드는 여자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도예나가 여자로 보였으니.'강현석이 탁자를 두드리며 대답했다.“네.”강 부인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제 아들이 여자를 돌보듯이 대해서 평생 여자는 만나지 못할 줄만 알았다.예전에 강현석을 좋아
강 부인은 짙은 보라색 드레스 차림이었고 그 자태가 우아하고 고귀해 보였다.“어머님, 오늘 10살은 어려 보여요.”도설혜가 강 부인의 옆에 서서 아부했다.어려 보인다는 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강 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리고 말했다.“너도 오늘 아주 아름답구나, 명문 가택 규수 모색이 보여.”두 사람이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데 드레스 룸으로 강씨 여러 친척이 들어왔다.“사모님, 오랜만이에요. 점점 더 젊어지시네요. 3살 어린 제가 오히려 사모님보다 10살은 족히 많아 보여요.”강 부인이 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입바른 소리는 그만하시게. 연회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다들 휴게실에서 먼저 쉬세요.”강 부인은 아직 헤어가 완성되지 않았고, 강씨 가만 친척들은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잡담을 시작했다. 얘기를 주고받으면서도 여러 사모님은 수시로 도설혜를 살피며 그녀의 신분을 궁금해했다.도설혜는 이 친척분들이 강세훈과 강세윤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인지 알지 못해 감히 말을 걸지도 못하고 차를 따라주며 인사말만 건넸다.“사모님, 이 몇 년 동안 현석이 성장이 대단해요. 강씨 그룹을 이끌고 승승장구를 했잖아요. 현석이가 이렇게 잘할수록 우리 집 녀석이 정말 못마땅해 보이지 뭐에요.”강씨 가문의 먼 친척인 한 여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혹시 현석이한테 우리 집 녀석에게 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봐 주시면 안될까요? 옛말에 형제가 힘을 모으면 못 할 일이 없다고 그러잖아요. 우리 집 녀석은 다른 재능은 없어도 의리 하나는 좋아요. 회사에 들어간다면 현석이를 도와 많은 일을 해줄 수 있을 거예요.”그 여자의 말이 끝나고 룸에는 비웃는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그 여자보다는 가까운 친척인 한 부인이 차를 우아하게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현석이와 그쪽 아들인 강휘가 촌수를 따져보면 형제는 아니죠. 중간에 몇 대를 걸쳤는지도 모르고…….”“현석이 친형이 있다면 몰라도 우리 강휘가 왜 형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