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도설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전에부터 그랬잖아, 성남시만 떠난다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이 말 아직도 유효하니까 기회 잘 잡는 게 좋을 거야.”“왜 내가 성남시에 남아있는 걸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도예나가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다.“내가 돌아오자마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내가 사라지길 바랐었지. 난 또 도씨 가문 후계자 문제 때문인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과는 아예 상관이 없는 일이었어…….”도설혜는 긴장되어 손끝이 떨려왔다.그녀는 눈앞의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돌아와서 도씨 가문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한 거 아니었어? 나는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허!”도예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도예나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상반신을 도설혜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내리 깐 시선에 위압감이 느껴졌다.“강씨 가문 사모 자리에 비하면 도씨 가문 후계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안 그래? 도설혜, 너는 내가 강씨 가문 사모가 되는 게 두려운 거잖아!”“꿈 깨!”도설혜가 이를 악물었다.“너, 얼굴 믿고 나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강현석은 너를 가지고 놀 뿐이라고. 그러다가 질리면 널 버리고 나한테로 돌아올 거야. 나는 두 아들의 친모니까, 반드시 나와 결혼을…….”“그래?”도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소리 내서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도설혜는 소름이 돋았다. 마치 온몸이 발가벗긴 것 같았다…….“강씨 그룹 두 도련님, 강세훈과 강세윤이 정말 네가 낳은 아들이 맞아?”도예나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뱉었다. 말은 가시가 되어 도설혜의 가슴에 찍혀갔다.도설혜는 숨이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당연히 내가 낳은 아들이지. 내가 열 달 임신해서 배 아파 낳은 아들…….”도예나는 가차 없이 도설혜의 말을 끊었다.“정말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강씨 가문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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