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 씨는 얼굴도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피아노 실력도 남다르니 정말 대단해요…….”‘아악!'도설혜는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어떻게 된 거야!'‘왜 도예나가 오히려 사람들의 찬사를 받게 된 거지!'그녀의 의도는 이런 게 아니었다…….그러나 도설혜가 아무리 후회해도 연회장 사람들이 도예나를 향한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아름다운 미모만으로도 수많은 이목을 끌 수 있었는데 출중한 실력까지 더해지자 모든 사람이 도예나에게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도예나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또 다른 남자가 작업을 걸어왔다.그러나 이번에는 강현석이 한 발 더 빨랐다.그는 까만 눈동자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피아노를 연주할 줄 안다고 말한 적이 없었지 않아요?”도예나가 무덤덤하게 말했다.“물어본 적도 없었잖아요.”‘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자신이 강현석과 그 정도로 사이가 가까운 것도 아닌데.'강현석은 그녀의 옆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까 도설혜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어렸을 때 함께 배웠던 거였어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뭐 그런 셈이죠.”그녀는 과거에 대해 입을 열고 싶지 않아 했다. 18살 이전의 과거는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그러나 강현석은 자꾸 과거를 물어왔다.“성남시 1고등학교 다녔었어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왜 자꾸 이런걸 물어보는 거예요?”“그러면 성남시 1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적이 있어요?”강현석은 드디어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방금 도예나가 연주할 때 그는 그때 학교에서 보았던 작고 어렸던 뒷모습이 떠올랐었다.그는 그 사람이 도설혜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어쩌면 도예나일지도 몰랐다…….‘아니 그 사람이 도예나였으면 좋겠어…….'그는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몰랐다.도예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자의 강력한 시선에 입술을 매만지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때 학업 스트레스가
강현석은 자신이 다가가기만 하면 도예나가 자주 두려워했던 걸 생각해냈다.‘나를 무서워하는 걸까? 내가 다가가는 게 두려운 걸까?'강현석이 입을 열려는 찰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그는 도예나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연회장이 많이 시끄럽죠? 베란다에서 바람 좀 쐬어요.”그 말을 끝으로 그 역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핸드폰 너머로 어눌한 한국어가 들려왔다.“강현석 씨, 안녕하세요. 캐서린이에요. 혹시 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캐서린 씨, 안녕하세요.”강 부인이 호주에서 홀로 지낼 때 캐서린이라는 사람이 자주 강 부인의 곁을 지켰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처음에 강현석은 캐서린이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캐서린은 심리학을 연구하는 의사였고 강 부인을 자주 찾아뵈었던 건 연구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나쁜 의도는 아니었으므로 강현석은 그녀와 강 부인의 만남을 막지 않았었다.그리고 그녀와 강 부인은 몇 년 동안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다.강현석은 캐서린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지만 일이 바빴던 탓에 몇 년 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다.“제가 어머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강씨 별장 앞으로 배달이 갔다고 하는데 초대장이 없어서 입장이 안 된다고 하네요. 강현석 씨가 직접 가져다주시면 안 될까요?”한국어가 어눌한 탓에 그녀는 짧은 몇 마디를 1분이나 늘여놨다.강현석은 전화를 쥐고 밖으로 걸어갔다. 입구에 선물 상자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양 집사에게 선물을 가지고 들어와도 된다고 말을 전했다.“고마워요, 캐서린 씨. 선물은 이미 전해 받았어요.”그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잠시만요!”캐서린이 다급하게 말했다.“제 연락처 저장하세요. 제가 보내드릴 게 있어요.”강현석이 덤덤히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캐서린이 문서 하나를 보내왔다.“제가 어머님을 대상으로 쓴 심리 상담 보고예요. 어머님이 몇 년 동안 홀로 호주에 계시면서
“여긴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도설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전에부터 그랬잖아, 성남시만 떠난다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이 말 아직도 유효하니까 기회 잘 잡는 게 좋을 거야.”“왜 내가 성남시에 남아있는 걸 그렇게 두려워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도예나가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다.“내가 돌아오자마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내가 사라지길 바랐었지. 난 또 도씨 가문 후계자 문제 때문인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과는 아예 상관이 없는 일이었어…….”도설혜는 긴장되어 손끝이 떨려왔다.그녀는 눈앞의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돌아와서 도씨 가문의 모든 걸 빼앗으려 한 거 아니었어? 나는 절대 빼앗기지 않을 거야…….”“허!”도예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도예나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상반신을 도설혜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내리 깐 시선에 위압감이 느껴졌다.“강씨 가문 사모 자리에 비하면 도씨 가문 후계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안 그래? 도설혜, 너는 내가 강씨 가문 사모가 되는 게 두려운 거잖아!”“꿈 깨!”도설혜가 이를 악물었다.“너, 얼굴 믿고 나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강현석은 너를 가지고 놀 뿐이라고. 그러다가 질리면 널 버리고 나한테로 돌아올 거야. 나는 두 아들의 친모니까, 반드시 나와 결혼을…….”“그래?”도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소리 내서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도설혜는 소름이 돋았다. 마치 온몸이 발가벗긴 것 같았다…….“강씨 그룹 두 도련님, 강세훈과 강세윤이 정말 네가 낳은 아들이 맞아?”도예나가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뱉었다. 말은 가시가 되어 도설혜의 가슴에 찍혀갔다.도설혜는 숨이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당연히 내가 낳은 아들이지. 내가 열 달 임신해서 배 아파 낳은 아들…….”도예나는 가차 없이 도설혜의 말을 끊었다.“정말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강씨 가문 사람들을
도설혜의 입술에 거의 핏기가 없어졌다. 그녀는 도예나보다 강현석을 두려워했으니.강현석은 무자비하고 냉혹한 사람이라 적을 처리할 때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만약 도설혜가 자신을 4년 동안 속였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그녀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도예나, 나 좀 도와줘…….”도설혜가 도예나의 손을 덥석 잡고 애원했다.강씨 가문의 사모가 되려는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젠 자신의 목숨과 도씨 가문의 목숨만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강현석 씨는 아직 아이들 일을 몰라…….”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그러자 도설혜가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강현석이 모른다면 기회는 아직 있어.'“그렇다면 이 일에 대해 너 말고 누가 또 알고 있는데?”도설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예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왜,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을 모두 죽여버린다면 비밀이 영원히 지켜질 것 같아?”도설혜가 표정을 굳혔다.“이미 친자확인 보고서를 이메일로 작성해놓았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동으로 강씨 가문 모든 사람한테로 이메일이 전송될 거야.”도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만약 내 손가락 하나 건드린다면 네 비밀은 언제든지 공개될 거야.”도설혜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이렇게 화가 나고 불안했던 적은 없었다. 도설혜는 당장 눈앞의 사람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당분간 비밀은 지켜줄게.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어. 넌 그냥 얌전히 있어. 감히 내 아이들을 건들 생각하지 말고.”도예나가 차갑게 말했다.“아이들한테서 멀리 떨어진다면 당분간 강현석 씨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을게.”도설혜는 점차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녀는 도예나의 미소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왜 강현석 씨에게 아이들의 일을 밝히지 않는 거야? 네가 세훈이와 세윤이의 친모이고 제훈이와 수아도 자신의 아이들임을 안다면 넌 강씨 가문 사모가 될 수 있을 텐데…….”“모든 사람이 너처럼 허영심이 많은 건 아니야.”도예나는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난 강씨 가
강현석이 인상을 썼다.“어머니,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땐 아이들의 큰 이모인 줄 몰랐어요.”“이제 알았으니 포기할 때가 된 거지.”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도씨 가문의 둘째 딸이 아이들을 낳아줬는데 첫째 딸과 결혼했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얼마나 손가락질할지 생각해 보았느냐!”두 아이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도예나는 무심결에 그 말을 엿듣게 되었다.그녀의 눈에는 충격, 놀라움, 의아함…… 등의 감정이 뒤섞여있었다…….현재 애인 사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이 남자는 강 부인의 앞에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녀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강 부인은 층계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하던 말을 멈췄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예나의 얼굴을 확인하고 점차 도예나의 옆에 서 있던 두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방금 연회장에서 강 부인은 많은 사람이 성남시 최고 미녀의 두 아이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걸 들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서울 진씨 가문의 아이들이라는데 이건 거의 루머에 가까운 말이라고 했다…….강 부인의 차갑던 얼굴은 수아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마주했을 때 순식간에 많이 유해졌다.도예나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강 부인에게로 다가갔다.“사모님, 시간이 많이 늦어 아이들과 함께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이 두 아이가 당신의 아이들인가요?”강 부인이 천천히 물었다.“올해 몇살이나 되는가요?”강 부인은 이 말을 끝으로 수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했다.그러나 수아는 겁먹은 표정으로 빠르게 도예나의 뒤로 몸을 숨겼다.“어머니, 수아가 낯을 많이 가려요.”강현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바래다주고 올게요.”그는 한손으로 수아를 품에 안고 다른 한손으로는 도예나의 허리를 감은 채로 나란히 별장을 벗어났다.강 부인이 소파에 앉아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그리고 옆에서 연회장을 정리하고 있던 양 집사를 불렀다.
“내가 데려다줄게요.”강현석이 차 문을 당기며 부드럽게 말했다.도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운전해서 왔으니 혼자 돌아가면 돼요.”강현석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말했다.“제가 도예나 씨 남자친구라는 걸 잊었어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바래다주는 건 당연한 일이죠.”도예나는 방금 강현석이 강 부인에게 하던 말을 떠올렸다.그래서 얼굴을 조금 붉힌 채로 물었다.“그럼 제 차는 어떻게 해요?”강현석이 바로 경호원 한 명을 불러왔다. 경호원이 도예나의 차를 운전해 그들의 뒤를 따르게 했고 강현석이 그녀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했다.차는 천천히 달려 반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안아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바래다줘서 고마워요, 강현석 씨. 내일 봬요.”도제훈이 얌전히 손을 저었다.“안녕히 계세요, 현석 삼촌.”수아도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안녕.”아빠라는 말에 도예나는 자신이 애써 붙잡고 있던 평정심이 흐트러지는 걸 느꼈다.강현석이 강 부인 앞에서 했던 고백을 엿듣지 않았어도 그녀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런데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왔는데 집에서 물 한잔 얻어먹으면 안될까요?”강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운전을 오래 했더니 목이 좀 마르네요.”“……”‘야심한 밤에 여자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건 의도가 너무 티 나는 게 아닌가?'그녀는 바로 거절하려고 했으나 수아가 이미 강현석의 손을 잡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현재 시간은 밤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수아가 이미 잠이 들 시간이었다.도예나가 실내화로 갈아신으며 말했다.“강현석 씨, 먼저 앉아 계세요. 수아를 목욕시키고 먼저 재울게요. 이미 잠이 들 시간이 지나서요.”그녀는 강현석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딸의 손을 잡고 바로 욕실로 향했다.도제훈은 소파에 앉아 책 하나를 펼쳤다. 무표정인 그의 얼굴에
도예나는 할 말을 잃었다.‘4년 동안 헛 키웠어! 아빠가 나타나니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야?'‘딸은 아빠 전생의 애인이라는 말이 있다더니…….'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아래층으로 내려가 도제훈을 찾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제훈아, 이렇게 어려운 책은 조금 더 크고 나서 읽는 게 어때? 지금은 동화책 같은 걸 많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도제훈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향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빨리 씻고 자야지. 엄마가 씻겨줄까?”도제훈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혼자 할 수 있어요.”아이는 빠르게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고 10분 뒤에 다시 나타났다.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더 얌전하고 착해 보였다.도예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갔다.“엄마가 책 읽어줄까?”“네.”도제훈은 머리맡에 놓인 이야기책을 꺼냈다.도제훈의 이야기책은 모두 성구 속담을 다룬 이야기로 다른 동화책에 비해 난이도가 컸다.도예나는 침대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책을 읽어갔다. 세 번째 이야기로 넘어갈 때쯤 도제훈의 새근새근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도예나는 전등을 끄고 살금살금 방에서 나왔다.방에서 나가자 강현석도 마침 수아의 방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수아는 잠이 들었어요.”강현석은 그녀와 나란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조용한 밤에 낮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전율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강현석 씨도 이만 돌아가셔야죠.”“저번에도 말했을 텐데요. 강현석 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 딱딱하다고.”강현석이 걸음을 멈췄다. 까만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현석씨, 아니면 현석이라고 불러줘요.”도예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남자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은 그녀가 먼저 꺼낸 것이었고 그녀가 말을 주워 담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냥 현석 씨라고 부
도예나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18살 소녀가 아니라 23살이 넘었고 아이가 넷인 엄마였다……‘밖엔 정체불명의 사람이 잠복해있는데 강현석 이 사람은…….'도예나는 얼굴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강현석을 노려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거실의 샹들리에가 비쳤고 마치 수많은 별이 그녀의 눈에서 반짝이는 것 같았다.허리를 잡고 있던 강현석의 손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그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로 침을 꿀꺽 넘기며 자신을 억제했다…….“당신!”도예나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봤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강현석의 가슴을 세게 밀쳐내어 드디어 그 뜨거운 품에서 벗어났다.늘 침착하던 도예나였지만 이 순간에는 조금 이성을 잃을뻔했다.그녀는 몸을 돌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1분 시간 줄게요.”강현석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자신이 마치 뻔뻔스러운 변태가 된 기분이 들었다…….그는 식탁에 놓인 찬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뜨거운 기운을 잠재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진정된 그의 모습에 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가요.”그녀는 창가 옆의 문을 열고 베란다에서 벗어나 정원으로 나갔다.몇 걸음을 걸어 그들은 나무가 울창한 그곳에 도착했다……도예나는 나무에 몸을 숨긴 자가 한명이 아닌 두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모두 실력자라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녀가 낮은 소리로 강현석에게 물었다.“한 사람을 감당해줄 수 있어요?”강현석이 그녀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방으로 돌아가 있어요. 제가 다 처리할게요.”도예나는 당연히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실력으로 둘은 버거워도 한 사람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잠이 들었고 그녀는 모험하고 싶지 않아 강현석과 함께하는 걸 택했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강현석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순식간에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그리고 강현석은 별장 담벼락에 세워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