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이 인상을 썼다.“어머니,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땐 아이들의 큰 이모인 줄 몰랐어요.”“이제 알았으니 포기할 때가 된 거지.”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도씨 가문의 둘째 딸이 아이들을 낳아줬는데 첫째 딸과 결혼했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얼마나 손가락질할지 생각해 보았느냐!”두 아이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도예나는 무심결에 그 말을 엿듣게 되었다.그녀의 눈에는 충격, 놀라움, 의아함…… 등의 감정이 뒤섞여있었다…….현재 애인 사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이 남자는 강 부인의 앞에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녀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강 부인은 층계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하던 말을 멈췄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예나의 얼굴을 확인하고 점차 도예나의 옆에 서 있던 두 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방금 연회장에서 강 부인은 많은 사람이 성남시 최고 미녀의 두 아이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걸 들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서울 진씨 가문의 아이들이라는데 이건 거의 루머에 가까운 말이라고 했다…….강 부인의 차갑던 얼굴은 수아의 포동포동한 얼굴을 마주했을 때 순식간에 많이 유해졌다.도예나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강 부인에게로 다가갔다.“사모님, 시간이 많이 늦어 아이들과 함께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이 두 아이가 당신의 아이들인가요?”강 부인이 천천히 물었다.“올해 몇살이나 되는가요?”강 부인은 이 말을 끝으로 수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했다.그러나 수아는 겁먹은 표정으로 빠르게 도예나의 뒤로 몸을 숨겼다.“어머니, 수아가 낯을 많이 가려요.”강현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바래다주고 올게요.”그는 한손으로 수아를 품에 안고 다른 한손으로는 도예나의 허리를 감은 채로 나란히 별장을 벗어났다.강 부인이 소파에 앉아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그리고 옆에서 연회장을 정리하고 있던 양 집사를 불렀다.
“내가 데려다줄게요.”강현석이 차 문을 당기며 부드럽게 말했다.도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운전해서 왔으니 혼자 돌아가면 돼요.”강현석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말했다.“제가 도예나 씨 남자친구라는 걸 잊었어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바래다주는 건 당연한 일이죠.”도예나는 방금 강현석이 강 부인에게 하던 말을 떠올렸다.그래서 얼굴을 조금 붉힌 채로 물었다.“그럼 제 차는 어떻게 해요?”강현석이 바로 경호원 한 명을 불러왔다. 경호원이 도예나의 차를 운전해 그들의 뒤를 따르게 했고 강현석이 그녀와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했다.차는 천천히 달려 반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안아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바래다줘서 고마워요, 강현석 씨. 내일 봬요.”도제훈이 얌전히 손을 저었다.“안녕히 계세요, 현석 삼촌.”수아도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안녕.”아빠라는 말에 도예나는 자신이 애써 붙잡고 있던 평정심이 흐트러지는 걸 느꼈다.강현석이 강 부인 앞에서 했던 고백을 엿듣지 않았어도 그녀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런데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왔는데 집에서 물 한잔 얻어먹으면 안될까요?”강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운전을 오래 했더니 목이 좀 마르네요.”“……”‘야심한 밤에 여자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건 의도가 너무 티 나는 게 아닌가?'그녀는 바로 거절하려고 했으나 수아가 이미 강현석의 손을 잡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현재 시간은 밤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수아가 이미 잠이 들 시간이었다.도예나가 실내화로 갈아신으며 말했다.“강현석 씨, 먼저 앉아 계세요. 수아를 목욕시키고 먼저 재울게요. 이미 잠이 들 시간이 지나서요.”그녀는 강현석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딸의 손을 잡고 바로 욕실로 향했다.도제훈은 소파에 앉아 책 하나를 펼쳤다. 무표정인 그의 얼굴에
도예나는 할 말을 잃었다.‘4년 동안 헛 키웠어! 아빠가 나타나니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야?'‘딸은 아빠 전생의 애인이라는 말이 있다더니…….'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아래층으로 내려가 도제훈을 찾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제훈아, 이렇게 어려운 책은 조금 더 크고 나서 읽는 게 어때? 지금은 동화책 같은 걸 많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도제훈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향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빨리 씻고 자야지. 엄마가 씻겨줄까?”도제훈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혼자 할 수 있어요.”아이는 빠르게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고 10분 뒤에 다시 나타났다.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더 얌전하고 착해 보였다.도예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갔다.“엄마가 책 읽어줄까?”“네.”도제훈은 머리맡에 놓인 이야기책을 꺼냈다.도제훈의 이야기책은 모두 성구 속담을 다룬 이야기로 다른 동화책에 비해 난이도가 컸다.도예나는 침대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책을 읽어갔다. 세 번째 이야기로 넘어갈 때쯤 도제훈의 새근새근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도예나는 전등을 끄고 살금살금 방에서 나왔다.방에서 나가자 강현석도 마침 수아의 방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수아는 잠이 들었어요.”강현석은 그녀와 나란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조용한 밤에 낮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전율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강현석 씨도 이만 돌아가셔야죠.”“저번에도 말했을 텐데요. 강현석 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 딱딱하다고.”강현석이 걸음을 멈췄다. 까만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향했다.“현석씨, 아니면 현석이라고 불러줘요.”도예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남자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은 그녀가 먼저 꺼낸 것이었고 그녀가 말을 주워 담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냥 현석 씨라고 부
도예나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18살 소녀가 아니라 23살이 넘었고 아이가 넷인 엄마였다……‘밖엔 정체불명의 사람이 잠복해있는데 강현석 이 사람은…….'도예나는 얼굴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강현석을 노려보았다.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거실의 샹들리에가 비쳤고 마치 수많은 별이 그녀의 눈에서 반짝이는 것 같았다.허리를 잡고 있던 강현석의 손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그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로 침을 꿀꺽 넘기며 자신을 억제했다…….“당신!”도예나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봤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강현석의 가슴을 세게 밀쳐내어 드디어 그 뜨거운 품에서 벗어났다.늘 침착하던 도예나였지만 이 순간에는 조금 이성을 잃을뻔했다.그녀는 몸을 돌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1분 시간 줄게요.”강현석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자신이 마치 뻔뻔스러운 변태가 된 기분이 들었다…….그는 식탁에 놓인 찬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뜨거운 기운을 잠재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진정된 그의 모습에 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가요.”그녀는 창가 옆의 문을 열고 베란다에서 벗어나 정원으로 나갔다.몇 걸음을 걸어 그들은 나무가 울창한 그곳에 도착했다……도예나는 나무에 몸을 숨긴 자가 한명이 아닌 두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모두 실력자라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녀가 낮은 소리로 강현석에게 물었다.“한 사람을 감당해줄 수 있어요?”강현석이 그녀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방으로 돌아가 있어요. 제가 다 처리할게요.”도예나는 당연히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의 실력으로 둘은 버거워도 한 사람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잠이 들었고 그녀는 모험하고 싶지 않아 강현석과 함께하는 걸 택했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강현석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순식간에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그리고 강현석은 별장 담벼락에 세워
강현석이 뚜벅뚜벅 걸어가 구두로 한 사람의 목덜미를 밟았다.그의 몸짓이 너무 빠르고 강력해 밟힌 그 사람은 목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았고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이렇게 하지 않으면 얌전히 말을 할리가 없지.”강현석이 차갑게 웃으며 발에 힘을 꾹 주었다.밟힌 자는 숨을 헐떡이고 목에 핏줄이 드러났으며 언제든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그들은 강현석의 몸에서 살기를 느꼈다.‘만약 밝히지 않는다면 오늘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말할게요, 제가 말할게요!”다른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진씨 성을 가진 남자가 별장에 숨어들어 아이들을 훔쳐 오라고 지시했어요!”도예나가 그를 노려봤다.“진씨 성의 그 남자 이름이 뭐죠?”검은색 옷차림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정말 모릅니다. 저희한테 2억을 줄 테니 3일 내로 해결하라고만 했어요. 성남시 사람 말투는 아니었어요…….”그 말에 도예나는 의심할 게 없이 진톈건이라고 생각했다.진씨 가문에서 두 아이를 훔쳐 오라고까지 지시했다. 이제 그 일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었다…….강현석도 누구의 지시인지 알아차리고 차갑게 발을 떼고 말했다.“당장 꺼져!”그 두사람은 빠르게 줄행랑을 쳤다.“진씨 가문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강현석의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요.”도예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내일 진톈건씨와 얘기를 잘 나누고…….”“그 어떤 사람도 자기 자식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진씨 가문도 마찬가지고요.”강현석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진씨 가문의 세력을 도예나 씨 혼자서 해결하기는 버거울 겁니다. 그러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도예나가 입을 매만졌다.그녀가 두 아이와 강현석의 친자 확인 보고서를 보여준다면 진씨 가문은 바로 그만둘 게 뻔했다.그러나 도예나는 이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어떤 사람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 강현석도 예외는 아니었으니.'‘제훈이와 수아의 신
도예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집어들고는 베란다로 향했다.도예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차갑게 내뱉었다.“진톈건, 오늘 네가 내 아이를 빼돌린거라면 너의 진씨 가문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는 있는거야?”“난 두 진씨 집안 아이를 빼돌린것이 아니라 서울로 데려가 우리 부모님들과 함께 지내게 하려는것 뿐이야.”진톈건이 노기등등해하며 말했다.“힘 빼지 말고 아이 내놔. 안 그럼 앞으로 하루하루가 아주 버겁게 느껴질거야.”도예나가 담담하게 물었다.“유전자검사는 해보고 말하는거야?”“유전검사 할 필요가 있어?”진톈건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5년전에 네가 내 침대에 기여오른거 사실이잖아.”“사람은 너무 자만하면 안되는거야.”도예나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오늘 밤 내 별장에 있었던 남자가 누군지 알아? 그 남잔 바로 강씨 그룹 대표 강현석이야.”“역시나 강현석을 꼬셨어.”진톈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너 설마 강현석이 너 같이 애 딸린 여자를 좋아할거라 믿는건 아니지? 그 남잔 너랑 놀아보려고 그러는거야. 내 말만 잘 들으면 너 진씨 집안 사모님 되는건 시간 문제야.”진톈건의 말을 들은 도예나는 어이가 없었다.“도제훈과 도수아는 강씨 집안 핏줄이지 진씨 집안 핏줄이 아니야. 너 장씨 집안 아이를 건드리는건 강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말인데 너 강씨 그룹과 싸울수 있겠어?”“뭐라고?”“당신 내 아들 본적 있잖아, 내 아들이 강현석과 닮았다는 생각 안해봤어?”도예나가 비꼬며 말했다.“감히 강현석과 아이를 빼앗으려 하다니, 대단한 용기야, 아주.”도예나는 전화를 끊었다.바보가 아닌 이상 진톈건은 강씨 집안 사람들은 함부로 건드릴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다.진톈건은 예전부터 제훈이와 강현석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예나의 말을 듣고 나니 아빠와 아들이 분명했다. 이로써 진씨 집안 사람들은 한동안 잠잠해질것 같았다.눈 뜬채로 아침을 맞이했다.아침을 먹고 나서 도예나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바래다 주었
두 아이를 유치원으로 들여보내고서야 도예나는 회사로 향했다.도예나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박정연이 걸어왔다.“대표님, 사무실에 이상한 사람이 와 있어요…….”도예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이상한 사람?”“해외 미디어 회사 사장님이시라고 하는데 대표님 직접 만나뵙고 싶대요. 제가 먼저 휴게실에서 기다리시라고 했어요.”박정연이 이어 말했다.“그 분 가면을 쓰고 계시는데 뭔가 찝찝해서요. 대표님 마음 준비 단단히 하시고 들어가시는게 좋을것 같아요.”도예나는 머리를 끄덕였다.도예나는 사무실로 들어가 서류를 가지고는 휴게실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차갑고 등이 오싹해지는 목소리였다.도예나는 머릿결을 정리하고 휴게실로 들어갔다.휴게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은색의 가면을 쓴 남자는 쏘파에 앉아있었고 그의 비서가 옆에 서있었다.가면이 남자의 얼굴 3분의 2 정도를 가리고 있어 검은 눈동자밖에 보이지 않았다.도예나는 얼굴에 흉터가 나지 않은 이상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을 감수하면서 가면을 쓰지 않을거라 판단했다.도예나는 웃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예성과학기술회사 도 대표에요. 혹시 성함을 여쭤바도 될까요?”남자의 시선이 서서히 도예나한테로 멈춰섰다.도예나는 마치 자신이 독사에게 찍힌듯 했다.도예나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발 물러섰다.“강 선생이라 부르면 되세요.”“강 선생님이요?”도예나가 멈칫했다.“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강 씨 랑은 다른 강 씨에요.”남자가 말했다.도예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안녕하세요, 강 선생님, 우리 회사의 어떤 업무를 요해하시려고 하시나요?”남자는 비서를 향해 손짓했다.“대표님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칩이 아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어서요, 저희 회사도 이번에 스마트칩을 설계하려고 하는데 귀 회사에서 우리와 합작할 의향이 있으신지요?”“당연하죠.”도예나가 웃으며 말했다.“구체적으로 어떤 방면을 말하시는거죠?”“인공지능칩 이요.”비서가
강씨 그룹에서.“강 대표님, 그 사람 확실히 성남에 도착해있는것 같습니다.”정 보좌관이 사진들을 건네며 말했다.강현석의 손끝이 사진들을 스쳤다.강현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예성과학기술회사 말고는 따로 간데 없어?”정 보좌관이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바에 들어간후로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강현석은 라이터를 꺼내 사진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불길이 삽시에 은색 가면을 삼켰다.머리를 들어 올려다보니 시계가 오후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저녁 미팅은 미루도록 해.”강현석은 외투를 들고 나왔다.“강 대표님, 저녁에 지난 시즌 업무에 대한 보고를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미팅 아주 중요합니다.”정 보좌관이 종종 걸음으로 따라붙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강현석은 이미 엘레베이터 안이었다.주차장에 도착한 강현석은 차 문을 열며 도예나에게 문자를 보냈다.“20분이면 도착해.”도예나는 멍해 있었다.‘이 남자 회사에 와서 뭘 하려는거지?’도예나는 물음표 하나를 찍어 보냈다.“오늘 내가 수아 데리러 간다고 했어. 이따 유치원 같이 가.”도예나는 “알겠어.” 라고 문자를 보냈다.회의를 끝마치고 도예나는 사무실에서 강현석을 기다렸다.이때 도예나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지우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나나, 어제 밤 그렇게 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말 한마디도 안 할수 있어?”도예나는 멈칫 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보안팀에서 전화가 왔었어.”서지우가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너 혼자 애 둘을 데리고 거기서 사는거 불안해서 안되겠어. 이렇게 하자. 너 우리 집으로 들어와. 나랑 할머니가 있는 한 누구든 너한테 함부로 못해.”도예나가 살고 있는 별장이 서씨 집안 별장인지라 어제 습격사건으로 보안팀에서 서지우한테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도예나는 사촌 오빠한테까지 이 일이 전해질줄 몰랐다.도예나가 물었다.“할머니는 아직 모르시지?”“내가 감히 어떻게 이 일을 할머니한테 알려?”서지우가 멈칫거리며 말했다.“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