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1347 챕터

제171화

도설혜의 마음 속에 다시 한바탕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강현석과 알고 지낸 지 4년 동안, 이 남자는 자신에게 이렇게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이제서야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걸까?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그 때 성남시 1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어요…….”그때, 그녀와 도예나가 공동 1위를 차지했었다.답을 들은 강현석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피아노를 배운 적 있어?”“유치원 선생님이 제가 피아노를 잘 치는 건 발견하시고 부모님께 배워 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 지금까지는 계속 바빠서 몇 년 동안 피아노를 친 적이 없어요. 4년 동안이나 피아노를 친 적이 없는데, 앨리스 선생님이 이렇게 칭찬하실 줄은…….”도설혜의 얼버무리는 말투에는, 감출 수 없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강현석이 가볍게 손가락을 비비며 다시 물었다.“성남시 1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친 적은 있어?”도설혜는 이 남자가 왜 이런 걸 묻는지 몰랐지만, 그냥 사실대로 대답했다.“가끔 피아노 학원에 갈 시간도 없을 때는 학교 피아노실에서 연습했어요, 아주 가끔이요.”강현석은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그 후에 그가 다시 피아노 연주를 들으러 갔을 때 다시는 그 놀라운 연주를 듣지 못했다.그리고 8년이 지나고 그 연주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도설혜의 연주에 그는 비로소 그 곡이 뜻밖에도 자신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새겨져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는 걸 느꼈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눈을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아까 그 곡, 다시 한 번 연주할 수 있겠어?”“그럼요!”도설혜의 가슴이 설렜다.역시, 잘 알아맞혔어! 강현석이 정말 피아노에 관심이 있었다니!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이때까지 4년 넘게 헛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강세훈이 있어서, 강세훈이 자신을 도와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도설혜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하지만 그녀가 너무 흥분한 탓인지,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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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처음 도설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부터, 방해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 여자의 연주를 마음에 들어 하다니. 그리고 이런 눈빛으로 나쁜 여자를 바라보다니!만약 아버지가 나쁜 여자를 좋아해서 장가를 가 버리면, 자신은 이 여자에게 엄마라고 불러야 할 게 뻔하다.하지만 그는 예나 아줌마가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세윤은 더욱 화가 나서 큰소리로 외쳤다.“여기서 일부러 피아노를 치면서 우리 아빠를 꼬시지 마요! 나는 당신이 제일 싫어!”이 말이 나오자, 강현석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꼬신다’라는 표현이 네 살 난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에, 그는 차갑게 일어나 2층의 강세윤을 바라보았다.“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어머니께 사과해.”“됐어요, 현석 씨. 세윤이는 겨우 4살이예요.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버릇이 나빠서…….”도설혜가 강현석을 말리며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세윤이가 나를 이렇게 싫어하는 건 틀림없이 내가 엄마로서 잘 못했기 때문에…….”옆에 있던 강세훈이 그 말을 듣고 손가락을 쥐었다.어머니가 하는 이 말은 겉으로는 세윤이 편을 드는 척하면서, 실제로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일을 크게 만들고 있다.하지만 세윤이가 ‘꼬신다’라는 말을 어머니에게 쓴 건 잘못한 거니까, 아버지가 이렇게 화난 것도 당연하다.몇 초 동안 침묵하던 강세훈이 입을 열었다.“이 일은 제가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어요. 엄마가 여기서 피아노 연습을 하면 확실히 세윤이 공부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차라리 이렇게 하죠. 앞으로 어머니는 강씨 집안 별장으로 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는 걸로…….”이 말을 들은 도설혜는 당황했다.별장에 가면 강현석을 만나기가 어려울 텐데, 피아노 실력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지…….그녀가 입을 막 열려고 할 때, 2층의 강세윤이 다시 소리쳤다.“왜 이렇게 듣기 싫은 걸 계속 쳐!”말을 마친 그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고, 강현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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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금태양 유치원.늦가을의 햇살이 흩어지고 따뜻해지자 어린이들이 운동장을 마음껏 달리고 있고, 도제훈과 수아는 10여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제훈아, 내가 수아를 데리고 있게 해줘! 같이 놀고 싶어!”“오늘 수아 머리 너무 예쁘네, 나는 수아를 정말 좋아해! 제훈아, 수아를 우리랑 같이 놀게 해 줘.”“제발, 응? 우리 다 수아를 너무 좋아해, 잘 데리고 놀게!”어린 소년과 소녀들은 모두 수아의 인형 같은 외모에 매료되어 둘러싸고 떠나려 하지 않았다.여동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 보는 도제훈도 기뻐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수아야,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어린 수아는 큰 눈을 깜빡이며 주위의 앳된 얼굴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어린이들의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싫어하면 싫어하는 대로 마음 속에 있는 걸 조금도 숨김 없이 얼굴에 드러낸다.그들의 얼굴을 몇 분 동안이나 본 수아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자, 도제훈이 그녀의 손을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뒤 무리 밖에 서서 눈빛으로 수아를 바짝 쫓았다.수아는 말이 없었지만, 예쁜 눈동자에 점점 초점이 잡혔다. 누군가 수아에게 이야기할 때, 수아의 눈빛이 말하는 그 아이에게 떨어지곤 했다.다른 쪽에서 바라보는 우세정 선생님도 매우 뿌듯했다. 수아가 유치원에 온 지 보름 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빨리 발전하다니, 이대로라면 수아의 자폐증 회복도 머지않아…….“선생님, 수아 좀 봐주실래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요.”그때, 도제훈이 다가와 고개를 들어 말했고 우세정은 그의 머리를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안심하고 화장실에 가. 선생님이 수아 잘 보고 있을게.”만약 다시 수아를 잃어버린다면, 정말 살 수 없을 것이다.몸을 돌려 화장실 방향으로 걸어가던 도제훈은 모퉁이에서 유치원의 울타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누군가 풀숲에 숨어 있는 모습을 주시하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다 보여, 나와.”그러자 1미터 높이의 풀숲에서 아치형 모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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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엄마와 여동생을 그렇게 좋아해주는 사람한테, 왜 저렇게 적대적인 걸까?그런 생각을 하며 강세윤은 단숨에 큰길로 뛰어갔다.그리고 한눈에 익숙한 차를 알아보았다.“아이고, 도련님, 도망가지 마세요…….”차에서 내린 양집사의 늙은 얼굴에 주름살이 더욱 깊게 패어 있었다. 매주 도련님이 한 번씩 도망갈 때마다 고생을 많이 한 탓이었다.양집사는 오늘 강현석이 돌아오면, 경호원 몇 명을 더 붙여 달라고 해서 저택 문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도련님, 거기 서세요, 앞에 차가 있어요!”차 한 대가 강세윤을 향해 지나가는 걸 본 양집사는 곧 심장병에 걸릴 듯 놀랐다. 다행히도 그 차는 강세윤의 앞에서 잘 멈춰 참극이 일어나지 않았다.하지만 곧바로 그 차의 문을 열고 앉은 강세윤은 쏜살같이 도망가버렸다.“아이고, 잠깐! 세상에, 도망가지 마세요!”양집사가 힘들어서 숨을 헐떡이며 즉시 고개를 돌려 차에 앉아 분부했다.“빨리 앞차를 따라가요, 더 이상 도련님을 도망가게 할 수 없어요!”백미러를 통해 양집사가 탄 차가 따라오는 걸 본 강세윤은 바로 기사에게 말했다.“아저씨, 빨리 운전해서 뒤에 있는 차를 따돌려주세요.”운전대를 잡은 운전기사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꼬맹이 너 돈은 가지고 왔니?”택시 기사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수고비도 건지지 못할 게 걱정됐다.“당연하죠!”강세윤이 옷 주머니에서 닥치는 대로 돈을 몇 만원 꺼냈다. 처음 집에서 몰래 빠져나올 때는 돈을 안 가져와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지만, 이번에 나올 때는 몇 만원 찔러 넣고 나왔던 것이다.돈을 보고 안심한 기사는 순간 악셀을 밟았고 재빨리 앞에 있던 차 여러 대를 추월했다.그 뒤를 따르던 양집사는 정말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예전에는 도련님이 뛸 줄만 알았는데, 이제 차를 타는 것도 배우다니. 큰 도로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차들은 너무 위험했고, 도련님께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강현석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게 뻔했다.차의 속도를 늦춘 양집사는 경호원들에게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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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도예나는 도씨 그룹에서 태성 그룹과의 프로젝트 세부사항을 얘기하고 나서 차를 몰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이때 귀를 찌르는 브레이크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고개를 돌려 큰 길을 바라보니 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달리고 있었고, 네 살 난 아이가 스포츠카 앞에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그 아이가 경적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지만, 은색 스포츠카는 브레이크를 밟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들이받았다.“세윤아!”도예나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빠져나올 것 같은 기분으로 자신의 차문을 발로 걷어차서 열고 무의식적으로 큰길로 달려갔다. 그러나 길에 차가 너무 많았고, 그녀가 달려가고 있을 때 강세윤은 차에 부딪혀 아스팔트 도로에 심하게 부딪혔다.주변 차들의 경적 소리가 순식간에 허무한 배경음이 되어 귓가에서 윙윙거렸다.도예나는 마치 구름 위를 밟는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서 강세윤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세윤아, 너, 너 괜찮아?”그리고 강세윤의 머리 뒤쪽에서 큰 피가 퍼지는 것을 보았다.핏빛이 안개처럼 도예나의 눈을 자욱하게 하며, 눈앞에 갑자기 4년 전 도씨 가문 창고에서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그날 밤, 그녀가 힘들게 네 명의 아이를 낳을 때 창고의 땅에도 핏물이 번졌다…….그녀의 마음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총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다.“예나 아줌마, 저, 저는 아줌마를 만나러 왔는데… 보고 싶었어요…….바닥에 누워 입꼬리를 살짝 치켜 뜬 강세윤이 어렵게 말을 하자 도예나는 비 오듯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 있던 은색 스포츠카는 갑자기 엔진을 작동시켜 사람들이 멍하게 있는 틈을 타 순식간에 큰 길로 사라졌다. 급하게 운전하는 바람에 연속으로 차 두 대를 들이받았고, 도로의 사람들이 욕설을 퍼부었다.“도련님, 왜 그러세요, 도련님!”양집사가 느릿느릿 다가와서 강세윤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는 심장을 잡으며 두 눈을 뒤집고 갑자기 땅에 쓰러졌다.도예나는 정신없이 눈물을 닦고 양집사를 따라 함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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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교통사고는 반드시 제때 치료해야 하니,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일단 일차적인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부들부들 떨며 차문을 열고 두 발을 내디딘 양집사는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피투성이가 된 도련님을 생각하면 두 다리가 풀릴 것처럼 걸을 수가 없어 병원 입구에 선 채 휴대폰을 꺼냈다.“나는 일단 혈액은행에 연락할 테니 자네가 병원에 들어가서 병원비를 내게.”경호원은 양집사가 나이도 많고 심신이 미약하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으로 들어갔다.양집사는 성남시 제1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강세윤은 희귀한 마이너스 혈액이기에, 이런 작은 병원에서는 혈액 재고가 없을 게 분명하다. 일단 사람을 시켜 피를 보내와야 했다.“어젯밤 마이너스 혈액 산모가 와서 2천밀리미터를 다 써 버렸어요. 오늘 다른 곳에서 혈액을 가져오려고 했는데…….”성남시 제1병원 혈액은행 책임자의 목소리를 듣고, 양집사는 두 눈이 어두워져 하마터면 또 기절할 뻔했다.하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럼 마이너스 혈액은 언제 도착합니까?”“내일 오전 8시요.”양집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내일 오전 8시라니, 도련님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다.병원과의 전화를 끊은 그는 손가락을 떨며 강현석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때, 강씨 그룹.회의 중이던 강현석은 갑자기 테이블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걸 느꼈다.한 번 힐끗 휴대폰을 보니, 양집사였다. 강씨 집안에서 40여년간 일한 양집사는 낮에는 그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요즘 강세윤이 늘 집에서 몰래 빠져나가면서 전화를 좀 빈번하게 하던 참이었다. 보아하니, 오늘 강세윤이 또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강현석이 손짓하자 회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그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대표님, 제가 도련님을 잘 돌보지 못한 탓에 몰래 집을 나가셨어요, 그래서 사고가 났습니다!”양집사의 목소리가 울먹였다.“교통사고가 나서 도련님이 피를 많이 흘렸어요. 수혈이 필요한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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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 시각, 도씨 가문.도설혜는 소파에 누워 포도를 먹고 있었고, 서영옥이 옆에서 포도 껍질을 까주며 말했다.“강현석이 정말 다시 한 번 치라고 했어? 피아노를 좋아하나 보네! 그럼 그 비위를 맞춰서 앨리스 선생님한테 잘 배워 봐. 그럼 어느 날 현석이가 너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잖아?”도설혜도 입꼬리를 올리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제 생각도 그래요. 근데 강세윤 걔는 왜 그런대요? 제가 그 집에서 피아노 치는 걸 그렇게 반대하더라구요.”“그 잡종은 왜 맨날 너한테 그러니?”서영옥이 차갑게 말했다.“애초에 걔를 강씨 집안에 보내서 호사를 누리게 하면 안 됐어.”“지금 그런 말 하는 게 무슨 소용이예요.”도설혜의 얼굴이 가라앉았다.“일단 제가 현석 씨한테 시집가면, 그때 잘 처리해 보자구요.”두 모녀가 말을 하고 있을 때, 하인이 황급히 들어왔다.“사모님, 아가씨, 강 대표님이 오셨습니다…….”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강현석이 성큼성큼 들어왔고, 도설혜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며 머리카락을 걷어 올리고 흥분하여 맞이했다.“현석 씨, 어떻게 온 거예요? 왜 미리 말도 안 하고, 준비도 못했는데…….”강현석은 대답 없이 차갑게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왜 이렇게 세게 잡아요?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예요, 아직 신발도 안 갈아 신었는데…….”도설혜는 손목이 아프게 잡혔지만, 마음이 매우 흥분되었다. 강현석은 이때까지 냉정하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는 데다, 어떠한 스킨십도 한 적이 없었다. 오늘 그에게 피아노를 쳐 준지 이제 겨우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집에 와서 자신을 데리고 가다니.강현석은 두말없이 그녀를 데리고 차에 탔다.그녀는 그의 이런 말없는 포악한 모습을 좋아한다. 좀 더 야만스럽게, 거칠게, 자신을 차 뒷자석에 누른 뒤 옷을 찢는다면…….도설혜의 마음은 이미 먼 곳에 가 있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차는 도씨 가문 저택을 벗어나 있었다.그녀는 넋을 잃고 강현석의 옆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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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도설혜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절대 피를 뽑을 수 없어! 절대 안 돼!’당시 그녀와 아이의 DNA 친자 감정은 도예나가 도씨 집안에 남긴 머리카락을 몰래 가지고 가서 검사한 것이다.이제 혈액 검사를 하면, 자신의 모든 계략이 폭로될 게 뻔했다.“놔줘! 현석 씨, 손 놔요!”도설혜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자, 강현석이 고개를 돌려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거부하는 거야?”그윽하고 차가운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 마음속의 가장 사악한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듯하다. 그 눈빛을 본 도설혜는 몸서리를 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나는 정말 마이너스 혈액이 아니예요. 더 이상 나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지금 친구한테 전화해서 그쪽에 마이너스 혈액이 있는지 물어볼게…….”하지만 강현석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미 다른 사람에게 알아보라고 했으니, 일단 나와 같이 피를 뽑으러 가.”“안 갈래요!”도설혜가 크게 비명을 지르더니,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강현석에게서 멀어지며 숨을 헐떡였다.“세윤이는 내 친아들이예요!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예요! 내가 마이너스 혈액이 아니라는데, 왜 피를 뽑으라고 강요하는 거죠? 현석 씨, 세윤이에게 교통사고가 난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예요. 마음 속의 분노를 나에게 풀지 마요!”힘껏 고함을 지른 그녀는 후회하기 시작했다.강현석의 평소 성격으로 봐서, 이렇게 화를 내면 좋은 결말이 나올 수가 없다.수술실 입구 복도.양집사는 멀리 서서 어수선한 수술실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통제되지 않고 미친 듯이 뛰는 통에 가슴을 부여잡고 벽을 짚은 채 천천히 바닥에 앉은 그는 무릎에 머리를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자신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도련님이 집에서 뛰쳐나가지 않았을 텐데… 만약 아까 너무 바짝 쫓아가지 않았다면 도련님이 갑자기 차에서 내리지 않았을 텐데…….모두 자신의 잘못이고, 그래서 도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에 심지어 도련님이 잘못되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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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양집사는 처참하게 가슴이 찢어질 듯 울며 도예나의 손목을 잡았다.“제가 도련님을 키웠는데, 이렇게 조그마할 때부터 제가 안고 달래서 분유를 먹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갈 수 있어요… 모두 제 잘못이예요. 제가 아니었으면 도련님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예요!”그러자 도예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제가 세윤이는 괜찮다고 했잖아요, 정말 괜찮아요! 그런 저주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어떻게 괜찮겠어요, 도련님이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리셨는데… 마이너스 혈액이 없으면 틀림없이 살 수 없을 거예요!”양집사는 숨이 끊어질 듯 울었다.“도대체 어떻게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할지… 저도 죽을 거예요!”도예나는 정말 이 사람을 달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머리가 어지러워서 오래 서 있기가 힘들었다.마침 이때 강씨 집안 경호원이 다가와서 수술명세서를 양집사의 손에 건네주었다.“마이너스 혈액 800밀리리터가 이미 수술실에 보내졌습니다. 의사가 도련님은 무사하고 수술을 마치면 회복될 거라고 했어요.”명세서의 글자를 본 양집사의 눈에서 꺼진 빛이 조금씩 커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정말 괜찮다고?! 도련님이 정말 괜찮단 말이예요? 이 800밀리리터의 마이너스 혈액은 어디서 났어요?”경호원이 감격스럽게 도예나를 바라보았다.“도예나 씨가 무상으로 기증했습니다.”양집사의 눈동자가 천천히 돌며 시선이 도예나의 몸에 떨어졌다.“도예나 씨가 마이너스 혈액이라구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꺼번에 800밀리리터의 피를 기증해서 머리가 아픈 그녀는 벽을 짚고 의자에 앉았다.어릴 때부터 아무 사고도 없었던 그녀는 줄곧 자신이 마이너스 혈액이라는 것을 몰랐다. 4년 전 수아가 3개월간 폐렴을 앓을 때 갑자기 큰 출혈이 생겼고, 그녀는 자신의 마이너스 혈액이 수아에게 유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때 수아를 한 번 구했고, 지금 또 한번 세윤이를 구한 것이다.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마이너스 혈액이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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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그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손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양집사였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강현석의 심장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매번 양집사가 자신을 찾을 때마다 중요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 세윤이가 수술을 하고 있는데 전화를 했다는 건, 설마…….항상 침착하던 강현석은 손가락을 떨며 연결 버튼을 두 번이나 눌렀다.“대표님, 도련님은 무사하십니다!”양집사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수술이 곧 끝나요, 의사가 예상대로라면 도련님이 오늘 저녁에 깨어날 거라고 말했어요!”강현석의 심장이 갑자기 살아나며, 빠른 걸음으로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혈액은 어떻게 해결한 거죠?”그도 혈액을 구하려고 연락했지만, 이렇게 빠를 리가 없다.“대표님, 아직 모르시죠? 도예나 씨, 바로 도련님 어머니의 언니인 도예나 씨가 마이너스 혈액입니다! 도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예나 씨도 계셨는데, 그 분이 도련님을 데리고 병원에 왔고 피를 기증해 주셨어요!”그 말을 들은 강현석이 멈췄다.“도예나 씨가 기증한 피?”“네, 도예나 씨요! 800밀리리터를 기증해서 도련님의 생명을 구했어요!”“아직 병원에 계십니까?”“계세요, 바로 수술실 앞인데… 도련님 수술이 끝났어요. 일단 모시러 갈게요.”양집사가 전화를 끊자, 강현석의 걸음걸이가 더 빨라졌다.한편, 옆에 있던 도설혜는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강현석은 이미 병원에 들어가고 있었고, 쏜살같이 달려가 핏기가 없는 얼굴로 말했다.“현석 씨, 누가 세윤이에게 혈액을 준 거예요?”“도예나.”말하면서, 강현석은 그녀를 한 번 보았다.“그 사람은 마이너스 혈액인데, 왜 너는 아니지?”도설혜의 귓가에서 윙윙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강현석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칼날로 변한 것을 느꼈고, 그 칼날은 그녀의 피와 살을 긁어내어 마음 속에 있던 가장 추악한 생각을 폭로했다.깊은 숨을 들이쉰 그녀가 말했다.“우리 할머니가 마이너스 혈액인 것 같아요. 세윤이는 2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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