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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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잔잔한 울음소리가 안방에서 또렷이 들려온다. 그 울음소리는 마치 한 가닥의 실처럼 심장에 단단히 감겨 조여 있는 느낌이 든다.강현석은 소리 없이 입을 다문 후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엄마가 얼마나 자주 악몽을 꾸니?”겉으로는 냉정하고 침착해 보이는 도제훈이었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혼란스러웠다.참지 못한 그는 결국 자신이 정말로 싫어하는 강현석에게 마음을 열고 털어놓았다.“제가 철이 들었던 그 해에, 엄마가 악몽을 자주 꿨어요. 3~5일에 한 번 정도요. 그 후로 제가 자라고 엄마도 생활과 일이 안정되면서 악몽을 꾸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죠. 의사에게 상담도 해 봤는데, 악몽을 꾸다가 깨면 더욱 슬픔이 뼈에 사무칠 수 있어서 되도록 개입하지 말라고 했어요.”지나간 고생은, 빨리 잊어야 한다. 빨리 잊어야 다시는 악몽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문 밖에 서서 안방의 울음소리를 듣던 강현석은 문득 뉴스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귀하게 자란 도씨 가문 아가씨가 18세 성인식 날에 어떤 남자와 밤을 보내는 모습이 찍혀서 성남시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었다.그리고 그날 이후 도씨 아가씨는 종적을 감추었다.8개월 후, 한 쌍의 죽은 아이를 낳은 그 아가씨는 도씨 집에 불을 지른 뒤 처벌이 두려워 자살해서 온 성남시를 놀라게 했다.만약 지금 자신이 이 여자를 이렇게까지 신경 쓸 줄 알았다면, 그 때 그녀를 나락해서 구해주지 않았을까…?이 여자는 4년 동안 아이 둘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왔던 걸까.강현석이 소리 없이 한숨을 쉬고 나서 고개를 돌려 어둠에 휩싸인 도제훈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너희 아버지는 책임 질 생각이 없었던 거야?”만약 한 사람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그녀의 생활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흥!”어둠 속에서 도제훈이 비웃으며 강현석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우리 아빠는 죽었어요.”햇빛이 창밖으로 비쳐 들어오자 눈을 뜬 도예나는 머리가 무겁고 잠을 잘 못 잔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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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도예나의 칭찬을 들은 강세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귀 끝이 빨개지자, 강현석은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렇게 잘난 척하던 이 녀석이 언제 또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 강현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집에 가자.”만족해하며 웃던 강세윤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져서, 억울한 표정으로 도예나의 소매를 잡고 불쌍하게 말했다.“예나 아줌마, 저 안 가도 돼요?”도예나가 그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나는 이따가 출근해야 되고 제훈이랑 수아도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너 혼자 집에서 뭐하게?”그러자 강세윤이 김 빠진 고무공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열었다.“그럼 다음에 또 와도 돼요?”“그래, 하지만 반드시 네 아버지 동의를 얻어야 해. 혼자 몰래 뛰어나오면 앞으로 다시는 올 수 없어.”도예나가 강현석을 힐끗 보더니 강세윤에게 경고했다.“할 수 있어요! 꼭 그렇게 할게요!”강세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안심하세요, 예나 아줌마. 앞으로 다시는 몰래 집에서 도망 나오지 않을 거예요!”“…….”강현석은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아무리 욕하고 벌을 줘도 이 녀석은 매번 이런 식이다. 아들이 집에서 도망 나올 때마다 강씨 집안은 난리가 나는데, 도예나의 말 한 마디에 잘못을 고치고 새 사람이 되려고 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예나 아줌마, 안녕히 계세요!”강세윤이 손을 흔들며 철 든 모습으로 몸을 돌려 강현석의 손을 잡고 함께 밖으로 나가며 그에게 당부했다.“아빠, 아쉬워하지 마세요. 다음에는 제가 아빠도 데리고 올게요!”“…….”도대체 누가 아쉬워한다는 걸까?강세윤은 도제훈의 잠옷을 입고 있었고, 강현석은 여전히 어제의 옷을 입고 있다. 심한 결벽증을 가진 강현석은 이틀 동안 같은 옷을 입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차를 몰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두 사람이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한 그림자가 마중 나왔다.“현석씨, 세윤아, 둘이 어젯밤에 어디 갔어요? 왜 집에 없었어요?”도설혜가 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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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도설혜의 눈시울이 갑자기 붉어지더니 입술을 깨물고 눈물 맺힌 초라한 모습으로 앞으로 다가가 억울하게 하소연했다.“현석 씨, 어젯밤에 연회를 일찍 떠나면서 왜 나를 함께 데리고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백 대표가 나를 집에 데려다 줬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어요… 만약 내가 반항하지 않았으면 호텔까지 끌고 갈 기세였다니까요?”그녀의 말에 강현석이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왜 반항했지?”“…….”이 물음에 그녀는 하마터면 목이 메일 뻔했다. 반항하는 게 정상인데, 이걸 왜 물어본단 말인가?하지만 어쨌든 대답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도설혜는 눈을 깜빡거리고 두 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현석 씨, 나는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예요. 5년 전 우리의 그날 밤은, 사고였어요. 나도 왜 결혼도 안 했으면서 남자랑 관계를 맺었는지 후회돼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날 밤 당신이 그렇게 술을 마시고 힘도 세서 도저히 도망갈 수 없었어요. 한번 더 기회를 준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말하면서 그녀는 넘어갈 듯 울었다.그 모습을 본 강현석은 약간 초조한듯 미간을 찡그렸다. 5년 전 그날 밤은 그의 일생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이었다. 강세윤과 강세훈 두 아이만 아니었다면, 진작 도설혜를 성남시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이 여자는 왜 자신 앞에 나타날 때마다 후회되는 과거를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걸까…….“5년 전에 하룻밤을 보냈다고 해서 내가 어떤 남자랑도 쉽게 관계를 맺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줘요.”도설혜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강현석의 허리를 안으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먹이며 애원했다.“현석 씨, 사랑해요. 다른 어떤 남자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당신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가 엄습하자 강현석은 차갑게 손을 들어 도설혜를 호되게 밀쳐냈다.그가 이렇게 무정한 태도를 보일 줄 몰랐던 도설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져 소파에 주저앉았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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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도예나는 차를 몰고 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길에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다.“강씨 그룹 사람은 도착했어요? 일단 기다리라고 하세요. 저도 곧 회사에 도착해요.”전화를 끊고 차를 더 빨리 모는 그녀에게, 도제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엄마, 강씨 그룹이랑 같이 일해요?”“강씨 그룹에 스마트 자동차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업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거야. 엄마가 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도예나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볍게 말하자, 도제훈은 고개를 숙였다.강현석이 엄마의 생활에 들어갔고, 또 엄마와 함께 협력하여 일하고 있다. 이렇게 자주 만나면 엄마도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뉴스에서도 강현석이 성남시 모든 여자들이 가장 시집가고 싶어하는 남자라고 말했다.“제훈이, 너 왜 그래?”백미러를 통해 도제훈의 표정을 본 도예나가 걱정스럽게 한마디 물었다. 어제부터 도제훈은 뭐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아무 일 아니예요.”도제훈이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냥 엄마랑 강씨 집안 사람들이 너무 가까워진 것 같아서요.”도예나는 그를 힐끗 보았다. 자신이 낳은 아들인데,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가. 차를 유치원 입구에 세운 그녀가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말했다.“제훈아, 나도 네가 왜 이렇게 강현석 삼촌을 좋아하지 않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야. 그리고 수아도 삼촌을 좋아하잖아. 자주 만나면서 수아의 입을 열게 하면 병이 낫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그녀의 말에 도제훈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엄마.”비밀은 자기 혼자만 알면 되고, 엄마한테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고생한 엄마는 이제 자신만의 생활을 잘 즐겨야 한다.도예나에게 손을 흔든 도제훈은 수아를 챙기면서 착하게 유치원으로 들어갔다.그 모습을 본 도예나는 그제서야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최근 서지우가 그녀를 도와 프로그래머 몇 명을 데려오면서 작업실이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그녀가 도착하자 직원 몇 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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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이렇게 젊은 나이에 프로그래밍 회사를 차리다니, 젊고 유망하시네요.”도예나와 악수한 그가 한마디 칭찬하자, 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친구가 도와준 덕분이죠. 사무실에 있는 프로그래머 몇 명도 사촌 오빠가 소개해 준 거예요.”만약 사촌 오빠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녀의 작업실은 아직도 혼란스러웠을 것이다.그녀의 말을 들은 손 매니저는 아마 도와주는 것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 대표는 그저 이름만 대표이고 실무는 다른 사람들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직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손 매니저는 협력 파트너 앞에서 괜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공적인 어투로 말했다.“그럼 대표님, 일단 프로젝트의 초기 디자인부터 얘기를 시작해 보죠…….”‘윙윙.’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던 도예나의 휴대폰이 진동했다.누구에게 전화가 온 건지 힐끗 확인한 도예나는 설민준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죄송해요, 손 매니저님. 계속 얘기하죠…….”손 매니저도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문서를 봤는데, Visoual Studio의 프로그래밍 방식을 채택해서 전통적인 모듈을…….”‘윙윙.’도예나의 휴대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하며 설민준에게서 전화가 왔다.평소에는 전화 한 번 하지 않던 사람이 오늘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연달아 두 번이나 연락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일까?“도 대표님, 일단 전화 받으세요.”손 매니저가 의자 등에 기대어 그녀에게 말하자, 도예나가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연결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중요한 일로 연락한 거 아니면 혼날 줄 알아!”“예나야, 내가 그렇게 중요한 일을 도와줬는데, 고맙다는 말은 안 하고…….”설민준이 콧방귀를 뀌며 계속 말했다.“어쨌든, 너 나한테 감사 표시로 선물이라도 보내야 해!”지난번 도씨 그룹 장부의 허점은 설민준이 찾아준 것이다. 어차피 선물을 사서 보내려고 했는데, 이 전화를 받자마자 도예나는 왠지 선물을 주고 싶지가 않아졌다.“너같이 돈 많은 도련님은 선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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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리고 1초 후, 그녀의 휴대폰은 다시 문자 테러를 당했다.[예나 너, 너무 무정한 거 아니야?][너 방금 999번째로 나를 차단했어! 잊지 않을거야!][예나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 한 번 기회를 줘!]그걸 본 도예나는 차갑게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은 뒤 고개를 들어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손 매니저님, 이제 계속 말해보죠. 방금 말씀하셨던 Visoual Studio는 예전부터 많이 쓰였던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식이예요. 저는 거기서 몇 개의 노드를 고쳐서…….”“도 대표님, 이 설계 초안은 저희 회사에서 천천히 연구해 보겠습니다.”손 매니저가 말을 하며 일어섰다.“A-F 프로젝트는 저희 회사에서 많이 투자한 프로젝트입니다. 세부 사항을 우리 둘이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그의 말을 들은 도예나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손 매니저님 말이 맞습니다. 그럼 일단 강씨 그룹 기술팀에서 심사하고 평가한 뒤에 다시 상의해 보죠.”손 매니저는 두꺼운 프로그래밍 설계서를 들고 작업실을 나선 뒤 차에 타자마자 조수석에 서류를 던져 버렸다.원래는 한 번 뒤적거리면서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방금 도예나가 전화를 걸었을 때 잠깐 두세 페이지 정도를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볼수록 프로그래밍 설계서는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설계서의 마지막 결과값은 강현석이 구상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지만, 실현 과정이 너무 터무니없었던 것이다.현재 시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이 설계서 안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형태로 존재하는 데다, 새로운 형식으로 합성되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천부적인 재능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지나친 것일까?손 매니저는 고개를 저으며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다.설계서를 들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간 그는 강현석이 회의실에서 고위층과 회의를 하고 있고 정 보좌관이 대표 사무실에서 문서를 정리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가 들어오는 걸 보고 정 보좌관이 기뻐하며 말했다.“손 매니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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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손 매니저는 마음속으로 말할 단어를 추려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 대표의 디자인 이념이 좋더군요.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을 채택했어요. 그런데 전통적인 모듈을 깨뜨려 새로운 코드 규칙을 만든 게 좀 모험적이라고 생각합니다…….”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하듯 설계서를 보았다. 프로그래밍 분야에도 약간 발을 들였던 그는 이렇게 독창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로그래머는 전 세계를 통틀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도예나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니.“모험적인 것도 좋은 점이 있죠. 초안은 일단 이렇게 하고 계속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세요.”말을 마친 강현석이 설계서를 던지고 바로 대표실로 들어가자, 정 보좌관이 손 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렸다.“강 대표님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손 매니저님이 잘 처리하신다면, 승진해서 연봉이 오를 수도 있을걸요!”손 매니저는 쓴웃음을 지었다.강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 프로젝트의 숨겨진 위험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은 IT 업계에서 십여 년이 넘게 일해왔고, 스마트 시장을 일찍이 접했기에 이 설계서를 좋게 볼 수 없었다.아름다운 상상은, 현실에서 실행할 수 없는 법.씁쓸한 얼굴로 기술팀에 돌아온 손 매니저는 마침 기술팀 부매니저 나호연을 만났다.“손 매니저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나호연 씨, 지금 프로젝트 몇 개 가지고 있죠?”손 매니저가 묻자 나호연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하나 정도 하고 있어요, 곧 막바지에 접어들 거예요. 마침 손 매니저님께 여쭤 보려고 했는데, 저한테 어떤 프로젝트 주실 예정이세요?”“우리 회사 다음 분기 A-F 스마트 자동차 프로젝트를 맡길게요.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세요.”손 매니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나호연의 손에 던지고 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고, 나호연이 기뻐하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손 매니저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보좌관이 마중을 나오며 물었다.“강 대표님이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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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거기 공기가 좋으면, 내가 호주에 이렇게 오래 살겠니?”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사람을 보내서 세윤이를 데리고 와서 몇 달 동안 같이 살거야.”“안 돼요.”강현석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미 정해진 수업이 있어서 당분간은 호주에 갈 수 없어요.”“현석아, 나도 나이가 들어서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해.”강 부인의 차가운 말투에서 약한 모습이 느껴졌다.“내가 혼자 호주에 살면서, 이렇게 큰 집에서 나 혼자밖에 없잖아. 내가 매일 어떻게 지내는지 아니? 네가 보러 오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두 아이 중 한 명만 와서 나와 함께 지내기를 바라는데, 이것도 싫단 말이야?”강현석이 침묵했다.만 1개월이 됐을 때, 그는 아이를 호주로 보내 어머니가 돌보게 했었다. 그 이유는 첫째, 갑자기 두 아이가 생긴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고, 둘째, 내내 손자를 바라던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렇게 3개월 동안 외국에서 살던 아이는, 어머니의 부주의로 납치당했다.그 사고로 강현석은 두 아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고, 그때부터 정식으로 두 아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생활로 데려왔다.그때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들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온 후 다시는 호주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강세훈은 출장을 갈 때만 호주에 가서 할머니를 뵙고 있다.“현석아, 네가 세훈이랑 세윤이를 아끼는 거 알아.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 아니면 이렇게 하자.”강 부인이 한 걸음 양보하며 제의했다.“너랑 도설혜가 혼사를 치르고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그 아이를 호주로 보내서 내가 키워 주는 거야.”그러나 강현석의 목소리는 더욱 확고해졌다.“제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그 여자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그 애는 너랑 5년 전에 관계를 맺었던 여자이고, 세훈이와 세윤이의 친어머니인데 그 애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랑 결혼하고 싶다는거야?”“엄마, 제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강현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계속 말했다.“저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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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아주머니, 결혼은 사랑으로 해야 해요.”캐서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사랑이 없으면 결혼은 무덤이예요. 현석 오빠도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당연히 무덤을 만들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캐서린의 말에 고개를 저은 강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호주에서 몇 년 동안 아들에게 위엄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저는 현석 오빠의 그런 가치관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갑자기 고개를 숙인 캐서린이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말했다.“아주머니를 알게 되고 나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매일같이 현석 오빠의 이름을 들었지만, 본 적은 없어요. 사진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강 부인이 캐서린을 한 번 보았다. 4~5년 전 갑자기 그녀의 삶에 나타나 매일 보러 왔고, 그녀는 이 20대 초반의 소녀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심지어 자신과 강현석 사이의 오해조차도 캐서린에게 그대로 말했다.캐서린이 며느리가 된다면, 그녀와 강현석 사이의 오해도 잘 중재해 줄 것 같은데…….하지만, 강현석에게는 아들 둘이 있다.캐서린처럼 꽃같이 아름다운 소녀가 다른 아이의 계모가 되기를 원할까?도예나는 오전에 작업실의 일을 처리하고 내려가서 다시 차를 몰고 도씨 그룹으로 향했다.지금 도씨 그룹의 고객팀 매니저를 맡고 있기에, 맡은 일을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가방을 들고 고객팀이 있는 15층에 도착한 그녀는 점심시간이 막 지나고 축 쳐져 있는 사무실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도예나가 들어오자 모두들 정신을 차렸다.몇일 전 도씨 그룹 주주총회에서 발생한 일은 말단 직원들까지 다 들었다. 다른 부서는 몰라도 고객팀은 원래 매니저가 보좌관으로 좌천되고 낙하산으로 배정된 매니저가 새로 들어왔으니, 모두들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좋은 점심이예요.”도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고, 사무실 문이 닫히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도예나가 정말 우리 팀 매니저가 되다니!”“천 매니저가 참 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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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그녀는 유학파에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으로, 올해 스물여덟 살이고 귀 아래까지 오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어 총명하고 세련되어 보였다.그녀가 다가오는 걸 본 이가영이 콧방귀를 뀌었다.“4~5년 동안 고객팀 매니저를 맡으면서 승진은커녕 오히려 좌천되었는데, 천설경 씨는 불만도 없으세요?”“윗분들 말에 따라야죠.”천설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도 매니저님 보좌관이 된 것도 영광인걸요.”말을 마친 천설경은 도예나의 사무실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겁쟁이!”그 모습을 본 이가영이 경멸하며 말했다.“유학파에 석사 학위까지 있으면서, 자신을 위해 권리를 주장할 줄도 모르다니!”이때, 마침 천설경이 사무실 문을 열면서 이 말이 도예나의 귀에 똑똑히 전해졌다.도예나가 문틈을 따라 옷차림이 유난히 남다른 이가영을 보았다.이 사람, 뭔가 낯이 익은데…….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하던 그녀는 마침내 기억해 냈다.5년 전 18세 성인식에서, 이 사람이 도설혜 곁에서 함께 술을 건넸다.‘도설혜의 친구야! 도설혜가 자기 친구를 도씨 그룹에 심어 놨다니!’“도 매니저님, 저는 보좌관 천설경입니다.”천설경이 테이블 앞에 서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차분한 어조로 자신을 소개하자, 도예나가 눈을 돌려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일단은 보좌관으로 계세요.”원래 그녀는 천설경을 대표로 추천하려고 했다. 확실히 능력이 있는 데다가 고객팀에서 정말 재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도설혜가 물러났는데도 천설경에게 차례가 가지 않았다. 도진호가 대표직을 겸임하며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에 단단히 쥐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중에 기회를 봐서 천설경에게 좋은 자리를 줄 생각이었다.“방금 당신과 얘기한 그 여직원 이름은 뭐죠?”도예나가 읊조리듯 질문하자 천설경의 표정이 굳어졌다.“이가영입니다. 성격이 좀 솔직하긴 한데, 고의로 그런 말을 한 것 아닐…….”“그 사람 입사 이래 성과표를 모두 가지고 와서 보여주세요.”도예나가 옅은 목소리로 분부하자, 천설경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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