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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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천설경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사무실에서 걸어 나오자, 이가영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윗사람이 새로 부임해 오더니, 첫 번째로 피해를 입게 생겼네요. 천설경 씨, 만약에 도씨 그룹에 남고 싶으면 저한테 말 하세요. 제가 설혜한테 좋게 말해주면 회사에 계속 머물 수 있을 테니까요.”그러자 천설경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걱정은 조금도 안 되세요?”“제가 뭘 걱정해요?”이가영이 비웃었다“저는 설혜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줄 거라고요!”그때 도설혜가 도예나를 모함하려고 꾸밀 때 그녀도 참여했기에, 도설혜의 큰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자신의 요구라면 도설혜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가영이 계속 거들먹거리며 천설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매니저 자리에 있을 때 계속 눈치를 줬잖아요, 하지만 아량이 넓은 제가 용서해 줄 테니 저한테 사과하기만 하면 바로 설혜한테 전화해 줄게요.”그 말을 들은 천설경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도대체 자신이 이가영에게 눈치를 준 것일까, 아니면 이가영이 일부러 자신의 일을 방해한 것일까?어찌 됐든, 천설경은 숨을 죽이며 말했다.“필요 없어요.”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서류실로 들어갔다.“풉!”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이가영이 비웃었다.“곧 해고될 텐데도 매니저 티를 못 벗으니, 가소로워라!”그리고는 허리를 틀어 자리에 앉아 서랍에서 매니큐어를 꺼내 손톱을 칠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을 전혀 사무실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막 서류를 들고 나오던 천설경은 이런 모습을 보고 가까스로 눌렀던 화가 또 치밀어 올랐다.도 매니저가 이 성과표를 보기만 하면 분명히 이가영을 쫓아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녀는 도설혜의 친구였다. 해고하게 되면 일이 번거로워질 게 뻔했다. 안그래도 도설혜 일로 고위층의 불만을 산 도예나인데, 이가영 일까지 더해지면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게 분명하다.천설경은 걸으면서 어떻게 도예나를 설득할 지 생각했다. 일단 이가영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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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천설경이 재빨리 성과표를 건네주자, 성과표를 펼쳐 든 도예나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성과표는 직원 내부 평점과 부서 지도자 평점, 그리고 행정부 평점으로 나뉜다.그리고 이가영의 직원 내부 평점과 부서 지도자 평점은 모두 20점 미만인데 비해 행정부 총점은 100점이었다.2년 동안의 모든 성과표가 모두 이렇게 거짓된 수준으로 적혀져 있었다.도설혜는 왜 가짜로 성과표를 위조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무도 이 일을 파고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도씨 그룹 규정에 따라 3개월 연속 성과 불합격으로 바로 해고합니다.”도예나가 냉담하게 말했다.“행정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을 받아서 나가세요.”그러자 이가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나를 해고한다고요? 무슨 근거로?”“이 성과표를 근거로.”도예나가 차갑게 손을 들어 성과표를 책상에 던졌다.“연속 20개월 동안 합격선을 넘지 못했으니, 월급이 안 깎인 걸 다행으로 알고 30분 안에 떠나세요.”“저는 못 가요!”이가영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사적인 권한을 남용해서 악의적으로 보복하지 마세요!”그 말을 들은 도예나가 웃었다.“그럼 말해 보세요, 내가 왜 당신에게 보복해야 하죠?”“내가 도설혜의 친구니까 나를 제거하려는 거죠!”이가영이 지지 않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만약 설혜가 알면 당신을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마음대로 해요.”어깨를 으쓱거린 도예나는 찻잔에 물을 따르러 가면서 전혀 이가영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가영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소해하는 사람, 화를 낼까봐 두려워하는 사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뭘 봐요, 구경거리라도 났어요?”그들의 시선을 느낀 이가영이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당신들도 다 머지 않아 이렇게 될 거야!”그리고는 책상 위의 물건도 치우지 않은 채 휴대폰을 들고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버렸다.그 모습에 천설경은 조금 걱정되어 눈살을 찌푸린 뒤 도예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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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도설혜는 흐린 두 눈으로 다섯 손가락을 천천히 모았다. 도예나 이 천한 것이 자신을 이사회에서 쫓아낸 것도 모자라, 친구에게까지 손을 대다니!“설혜야, 지금 회사 사람들이 다 어떻게 말하냐면… 앞으로 도씨 그룹은 도예나 꺼라고, 너보다 후계자로 더 적합하다고…….”이가영이 이를 악물며 계속 말했다.“내가 계속 회사에 남아 있지 못하는 게 아쉬워. 아니었으면 분명히 네 험담하는 것들 입을 찢어버릴 텐데!”“너 해고당하지 않을 거야, 기다려 봐.”전화를 끊은 도설혜의 화장한 얼굴에 분노가 치밀었다.“도예나 이게, 감히?”서영옥도 수화기 너머의 소리를 똑똑히 듣고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혜야, 우리가 더 이상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어!”도설혜도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엄마, 저라고 그 여자를 해치우기 싫은 줄 아세요? 하지만 세훈이가 사람을 보내서 우리 도씨 집안을 주시하고 있어요. 우리가 뭘 하든 다 알 거예요. 세훈이 마음 속의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망치고 싶지는 않아요.”도설혜의 말을 들은 서영옥이 침착한 얼굴로 생각했다.“이 천한 것이 성남시에 돌아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그 둘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건, 죽은 아들이 강씨 도련님으로 변해 있을 줄 전혀 상상도 못하기 때문이겠지. 이 일이 단시간 내에 드러나기는 어려울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도씨 그룹을 장악하는 거야. 만약 도예나가 안정적으로 고객팀 매니저 자리를 유지하면, 대표 위치도 조만간이야.”도설혜도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는 제 편을 들려고 하셨지만, 도예나가 너무 교활한 방법을 써서 주주들의 인정을 받아버렸으니,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어요.”“그럼 할머니를 찾아가자!”서영옥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 말씀드려서 도예나가 제멋대로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자. 우리가 도씨 그룹에 심어 둔 그 사람들을 도예나가 쫓아내게 둘 수는 없어!”“좋아요.”도설혜와 서영옥은 아래층의 할머니 방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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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하지만 도설혜가 분명히 가겠다고 해 놓고 옆에서 이렇게 계속 말하면서 할머니를 보채다니!할머니도 도설혜의 마음을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비록 외출을 삼가고 있었지만, 도씨 그룹의 많은 일들을 하인을 통해 듣고 있었던 것이다.할머니는 혼탁하지만 총명한 눈을 돌려 천천히 말했다.“네가 주주회와 대표직에서 물러난 일은 다 들었어. 그런데 그게 예나랑 무슨 상관이지?”도설혜는 목이 메었다. 만약 도예나가 없었다면, 자신이 공금을 쓴 일을 조사할 사람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도예나와 상관이 없단 말인가?억울한 마음이 든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머니,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회사에서 쫓겨나도 인정할 수 있는데… 그런데 제 친구는 뭘 잘못했어요? 2년 동안이나 회사를 위해 고객들을 관리했는데, 언니가 고객팀에 오자마자 제 친구를 해고해 버렸어요. 이건 일부러 제 이름에 먹칠한 거 아닌가요?”“나는 예나가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지금 고객팀 매니저를 맡고 있으니 직원을 해고할 권리도 있지. 우리는 그런 일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할머니가 차갑게 말하자, 도설혜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손톱마저 부러질 뻔했다.숨을 깊이 들이쉬며 또 무슨 말을 하려던 그녀에게 할머니의 눈빛이 떨어졌다.“설혜야, 어제 세훈이가 나에게 전화했어.”그 말을 들은 도설혜는 놀라서 생각할 틈도 없이 조마조마하게 물었다.“세훈이가 전화해서 뭐라고 하던가요?”“내 몸 상태를 물어봤지, 그리고 너에게 피아노 선생님을 붙여주겠다고 하더구나.”할머니가 계속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전에 10년 정도 피아노를 배웠을 때 선생님이 참 재능 있다고 했었는데, 그 뒤로 도씨 그룹의 후계자가 되면서 피아노 연습을 소홀히 했잖아. 지금 다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도설혜는 입술을 깨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세훈이 자신에게 피아노 선생님을 구해주려고 하는 건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관심을 가지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 자신의 시간을 뺏고 싶은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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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부자들 사이에서, 권력과 돈은 사람과 사람을 명백하게 계층으로 나누어 준다.그러나 권력도 돈도 흔들 수 없는 테두리가 있다. 바로 문화예술권.화가, 예술가,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 어느 부자들 사이에서 이런 예술가가 나타난다면, 다른 가문을 능가하여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흥분한 도설혜가 자신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강세훈이 이렇게 자신을 위해 길을 닦아준 것은 틀림없이 자신이 마땅한 자격을 가지고 강씨 집안에 시집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네, 할머니. 피아노 연습 열심히 할게요.”도설혜가 놀라움과 기쁨이 만연한 얼굴로 할머니 방에서 나오자, 서영옥이 얼른 마중나왔다.“어때, 할머니가 뭐라고 하셔?”도설혜가 피아노 연습에 대해서 말하자, 서영옥은 눈살을 찌푸렸다.“좀 이상한데? 세훈이는 정말 그게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엄마, 제가 말했잖아요. 세훈이는 제 말을 들어준 거예요. 제가 세훈이 아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하니까, 이런 방법을 생각해 준 거라구요. 앨리스 밑에서 피아노를 잘 배우면, 제가 투어를 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을 때 현석 씨 옆에 설 자격도 생기겠죠.”도씨 그룹에서 오후 내내 일하던 도예나는 퇴근 후 유치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수아 엄마, 잠깐만요.”우세정이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웃으며 말했다.“오늘 유치원에서 피아노 체험 수업을 했는데, 수아가 감각이 좋아서 피아노 선생님이 학생으로 받고 싶어하세요. 여기 피아노 선생님 명함이 있으니 한 번 연락해 보세요.”이런 명함을 많이 받아 본 도예나는 그저 수업 판매를 위한 광고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수아가 차창에 기대어 유리를 두드리는 걸 보았다. 수아는 손에 든 막대사탕을 한 번 한 번 가볍게, 또는 무겁게 리듬감 있게 유리창에 두드렸다. 대충 듣기에는 아무렇게나 두드리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들으면 막대사탕 하나로 동요 ‘호랑이 두 마리’를 연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놀란 도예나는 입을 열어 물었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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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안녕하세요, 아이에게 피아노를 사 주시려구요? 남자아이가 치는 건가요, 여자아이가 치는 건가요?”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이 열정적으로 맞이했고, 도예나는 도제훈에게 수아를 잘 챙기라고 한 뒤 점원을 따라 피아노를 보러 갔다.성남시에서 손꼽히는 피아노 가게인 이 곳의 가장 싼 피아노는 몇 천만원, 비싼 것은 몇 억대에 육박한다.도예나는 돈이 부족한 부모가 아니었고, 돈이 부족하더라도 아이를 서럽게 할 부모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섯 살 때 도설혜와 함께 피아노를 배웠는데, 두 사람 모두 10여 년을 배웠기에 요 몇 년 동안 손을 놓았어도 기본적인 바탕은 아직 남아 있었다.연이어 여러 대의 피아노를 시험적으로 쳐 보고 나서야 도예나가 최종적으로 한 피아노를 골랐다.“이 피아노 음색이 좋네요. 특히 바이브레이션이 아주 완벽해요.”그러자 종업원이 웃으며 말했다.“피아노를 잘 아시나 봐요. 이게 저희 지점 보물이거든요.”“그냥 조금 알아요. 이거 한 대 할게요. 배달해 주세요.”도예나가 주소를 알려주려고 할 때, 옆쪽에서 한 그림자가 서서히 걸어왔다.“천천히 해.”하이힐을 밝고 걸어오는 도설혜의 미간에 오만함이 가득하다. 도예나의 가늘고 긴 손가락을 차갑게 바라보는 그녀가 한기를 내뿜었다.당시 도예나와 함께 피아노를 배웠는데, 매번 피아노 시험을 볼 때마다 자신보다 10여 점이 높았다. 질투가 난 도설혜는 피아노 선생님에게 꼬박 10년 동안 뇌물을 주었고, 그 10년 동안 도예나의 성적을 자신보다 낮게 만들 수 있었다.아버지는 도설혜가 피아노에 소질이 있다며 외국에 보내 연습하게 하려고 했지만, 피아노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 아닌 데다 도씨 그룹의 후계자가 된 후에는 더 이상 피아노를 연습할 마음이 없어 흐지부지되었다.지금 도예나가 피아노를 고르고 있는 걸 보니, 그 때의 좋지 않은 추억들이 모두 떠올랐다.앨리스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잘 배우기로 마음먹었는데, 도예나도 피아노를 사려고 하다니?왜 자신이 뭔가 하려고 할 때마다 도예나도 따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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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도예나가 피아노 가게에서 나오자 두 아이는 손을 잡은 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설혜의 그림자를 본 도제훈이 즉시 수아를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지난번에 유치원 입구에서 도설혜를 만났을 때 수아가 밤에 악몽을 꾼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여동생과 도설혜를 마주치게 할 수 없었다.“엄마, 피아노 안 샀어요?”도제훈이 고개를 들어 물었고, 도예나가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휴대폰에 뜬 이름을 본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일 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인데?“알버트 씨, 무슨 일이세요?”“어제 성남시에 와서 피아노 투어를 하다가 여기가 당신 고향이었다는 게 생각나서요.”수화기 너머로 약간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1년 전, 제가 한 말 기억해요?”도예나가 그 목소리 사이로 끼어들어 대답했다.“저는 이미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없어졌어요…….”“그렇게 재능이 있는데, 왜 낭비하는 거예요?”알버트가 의미심장하게 계속 말했다.“저는 평생 한 학생만 받았는데, 당신의 재능이 그 학생보다 더 놀라워요.”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숙인 도예나가 앞의 수아를 보았다. 수아는 맑은 눈을 뜨고 피아노 가게 쪽을 보고 있었다. 피아노 가게에서 누군가가 은은한 피아노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수아의 머리가 악곡에 따라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아노가 뚝 멈추자 아이의 눈에 황망한 상실감이 떠올랐다.그 모습을 본 도예나가 휴대폰을 꽉 쥐었다.“알버트 씨, 학생 한 명을 더 받고 싶으신 거죠?”“만약 제가 학생을 받지 않을 생각이면 왜 당신에게 전화했겠어요?”알버트는 마침내 그녀의 마음이 움직인 줄 알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저 지금 성남시에 와 있어요. 이틀 후에 떠나니까 시간 있으면 한 번 만나요.”“네, 그럼 내일 봐요.”도예나는 전화를 끊고 쪼그리고 앉아 수아의 큰 눈을 쳐다보았다.“수아야, 정말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엄마한테 말해 봐.”줄곧 주위 환경에 아무 반응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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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강현석은 미간을 더욱 단단히 굳혔다.“이 집에서?”그 목소리에는 분명히 짜증이 묻어 있다. 도설혜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침착하게 입을 열려고 노력했다.“알다시피 우리 할머니가 몸이 편찮으셔서 일년 내내 침대에 누워 계신데, 만약 우리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면 편하게 요양을 못 하실 거예요. 게다가 이건 세훈이가 저를 위해 피아노 선생님을 구해 준 거니까, 저도 세훈이에게 피아노 연습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싶어서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반짝이는 눈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석을 주시했지만, 강현석은 그녀를 한 번도 보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피아노를 힐끗 보았다.평소 강세훈이 정한 일에 관여하지 않는 그는 설령 마음 속에 아무리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도설혜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정말 이 남자가 모두 앞에서 피아노를 다시 가져가라고 할까 봐 두려웠다.그럼 체면을 많이 구길 텐데…….바로 이때, 강세훈이 2층에서 내려와서 거실 구석에 놓여 있는 피아노를 보았다.“엄마, 이건?”“세훈아, 이건 내가 오늘 특별이 사온 피아노야. 어떤 것 같아?”도설혜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이건 성남시 최대의 피아노 가게에서 가장 좋은 피아노이다.세 배의 거액을 들여 사온 최고 품질의 수입 피아노인데…….피아노 옆으로 가서 깨끗한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른 강세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요.”비록 그가 골랐던 그 피아노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가 다시 건반을 두어 번 누르니 짧고 유창한 음표가 악장을 형성하여 쏟아져 나왔다.그 연주를 들은 도설혜는 멍해졌다.“세훈아, 너도 피아노를 칠 줄 아니?”“아니요.”강세훈이 입을 다물며 손을 거두었다.“이 피아노는 얼마예요?”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라고 한 건 자신인데, 돈을 많이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그의 질문을 들은 도설혜가 살짝 웃었다.“6억.강세훈의 눈썹에 주름이 생겼다.“비싸요.”그가 골랐던 피아노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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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앨리스는 올해 서른 두 살로, 여자로서 가장 성숙하고 분위기 있는 나이였다. 금발에 푸른 눈, 높게 솟은 코를 가진 그녀는 온몸에서 우아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강현석은 계약서를 손에 들고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도설혜의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었고 만약 그녀가 낮에 피아노를 연습한다면 낮에는 집에 들어오지 않을 생각이었다.그가 걸음을 옮겨 나가려고 할 때, 앨리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 뜨며 의아해했다.강세훈이 도설혜에게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천재 피아노 소녀를 선생님으로 구해 주다니…….그도 전에 앨리스의 연주회에 가서 매우 놀랐던 경험이 있었기에, 내딛던 발걸음을 거두고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앨리스 선생님.”앨리스도 우아하게 웃었다.“강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이 장면을 본 도설혜는 약간 의아했다. 4년 동안 강현석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고객들을 만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강현석은 시종일관 싱거운 태도로 대했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렇다면 강현석이 그만큼 앨리스를 존경한다는 걸까? 그럼 만약 자신이 순조롭게 앨리스의 수제자가 된다면, 강현석도 자신을 좀 다르게 대하지 않을까?여기까지 생각한 도설혜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걸어갔다.“앨리스 선생님, 저는 도설혜입니다. 오늘부터 배울 학생이예요.”고개를 돌린 앨리스의 눈빛이 먼저 도설혜의 손가락에 떨어진 다음 거실의 피아노로 향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어떤 수준인지 들어봅시다.”도설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아노 앞에 앉아 능숙하게 ‘앨리스에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앨리스는 한쪽에 서서 그녀를 관찰하며 모든 음표를 자세히 들었다.곡이 끝나자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강세훈 도련님이 그러더군요, 도설혜 씨가 피아노 9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확실히 잘 치네요. 기술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해요. 하지만…….”앞의 말을 들은 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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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도설혜는 갑자기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석을 보았다. 서류를 보고 있던 그 남자는 고개를 들어 앨리스가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강현석이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 도설혜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앨리스 선생님, 다시 한 번 쳐 봐도 될까요?”“그럼요.”앨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일단 긴장을 풀고 마음을 홀가분하게 한 다음 곡의 장면 속으로 들어가세요. 마음 속에 감정이 형성되면 그 감정이 자신의 손끝으로 물처럼 흘러들어 건반 위에 쏟아지도록…….”고개를 끄덕인 도설혜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10대 시절 피아노를 배울 때 그녀와 도예나 사이의 관계는 아직 괜찮았다. 도예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곤 했다. 하지만 도예나를 싫어하는 그녀가 어떻게 그런 가르침을 들을 수 있겠는가? 이제서야 도예나가 했던 말들이 지금 앨리스가 하는 말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눈을 감자, 머릿속에 10대의 도예나가 피아노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서서히 떠올랐다.도설혜는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피아노 곡에 녹여내야 할 지 모르지만, 도예나의 곡조를 그대로 옮길 수는 있었다.그녀와 도예나는 18살 전에는 좋은 자매였고, 매일 도예나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어떤 곡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와, 심지어 피아노를 치는 도예나의 자세조차도 모방할 수 있을 정도였다.이번에 도설혜가 친 곡은 ‘앨리스에게’가 아니었다.10대의 도예나가 자주 연습했던 피아노 입문곡, ‘밤의 피아노곡 5’였다.피아노곡이 도설혜의 손끝에서 기울어져 나왔을 때, 강현석은 갑자기 멍해졌다.그도 전에 이 곡을 들은 적이 있다. 18세가 되던 해 자신이 모교인 성남시 1고등학교로 가서 강연했을 때, 피아노실을 지나갈 때 이 놀라운 곡을 들은 적이 있다.이 곡은 흔히 들을 수 있고 연주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렇게 슬픔과 행복을 교묘하게 융합해서 연주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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