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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하지만 도설혜가 분명히 가겠다고 해 놓고 옆에서 이렇게 계속 말하면서 할머니를 보채다니!

할머니도 도설혜의 마음을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비록 외출을 삼가고 있었지만, 도씨 그룹의 많은 일들을 하인을 통해 듣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혼탁하지만 총명한 눈을 돌려 천천히 말했다.

“네가 주주회와 대표직에서 물러난 일은 다 들었어. 그런데 그게 예나랑 무슨 상관이지?”

도설혜는 목이 메었다. 만약 도예나가 없었다면, 자신이 공금을 쓴 일을 조사할 사람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도예나와 상관이 없단 말인가?

억울한 마음이 든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할머니,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회사에서 쫓겨나도 인정할 수 있는데… 그런데 제 친구는 뭘 잘못했어요? 2년 동안이나 회사를 위해 고객들을 관리했는데, 언니가 고객팀에 오자마자 제 친구를 해고해 버렸어요. 이건 일부러 제 이름에 먹칠한 거 아닌가요?”

“나는 예나가 이유 없이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지금 고객팀 매니저를 맡고 있으니 직원을 해고할 권리도 있지. 우리는 그런 일에 관여할 자격이 없어.”

할머니가 차갑게 말하자, 도설혜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손톱마저 부러질 뻔했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또 무슨 말을 하려던 그녀에게 할머니의 눈빛이 떨어졌다.

“설혜야, 어제 세훈이가 나에게 전화했어.”

그 말을 들은 도설혜는 놀라서 생각할 틈도 없이 조마조마하게 물었다.

“세훈이가 전화해서 뭐라고 하던가요?”

“내 몸 상태를 물어봤지, 그리고 너에게 피아노 선생님을 붙여주겠다고 하더구나.”

할머니가 계속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전에 10년 정도 피아노를 배웠을 때 선생님이 참 재능 있다고 했었는데, 그 뒤로 도씨 그룹의 후계자가 되면서 피아노 연습을 소홀히 했잖아. 지금 다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

도설혜는 입술을 깨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세훈이 자신에게 피아노 선생님을 구해주려고 하는 건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관심을 가지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 자신의 시간을 뺏고 싶은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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