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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앨리스는 올해 서른 두 살로, 여자로서 가장 성숙하고 분위기 있는 나이였다. 금발에 푸른 눈, 높게 솟은 코를 가진 그녀는 온몸에서 우아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강현석은 계약서를 손에 들고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도설혜의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었고 만약 그녀가 낮에 피아노를 연습한다면 낮에는 집에 들어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가 걸음을 옮겨 나가려고 할 때, 앨리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 뜨며 의아해했다.

강세훈이 도설혜에게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천재 피아노 소녀를 선생님으로 구해 주다니…….

그도 전에 앨리스의 연주회에 가서 매우 놀랐던 경험이 있었기에, 내딛던 발걸음을 거두고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앨리스 선생님.”

앨리스도 우아하게 웃었다.

“강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장면을 본 도설혜는 약간 의아했다. 4년 동안 강현석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고객들을 만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강현석은 시종일관 싱거운 태도로 대했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강현석이 그만큼 앨리스를 존경한다는 걸까? 그럼 만약 자신이 순조롭게 앨리스의 수제자가 된다면, 강현석도 자신을 좀 다르게 대하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한 도설혜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걸어갔다.

“앨리스 선생님, 저는 도설혜입니다. 오늘부터 배울 학생이예요.”

고개를 돌린 앨리스의 눈빛이 먼저 도설혜의 손가락에 떨어진 다음 거실의 피아노로 향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일단 어떤 수준인지 들어봅시다.”

도설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아노 앞에 앉아 능숙하게 ‘앨리스에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앨리스는 한쪽에 서서 그녀를 관찰하며 모든 음표를 자세히 들었다.

곡이 끝나자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세훈 도련님이 그러더군요, 도설혜 씨가 피아노 9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확실히 잘 치네요. 기술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해요. 하지만…….”

앞의 말을 들은 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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