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나는 도씨 그룹에서 태성 그룹과의 프로젝트 세부사항을 얘기하고 나서 차를 몰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이때 귀를 찌르는 브레이크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고개를 돌려 큰 길을 바라보니 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달리고 있었고, 네 살 난 아이가 스포츠카 앞에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그 아이가 경적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지만, 은색 스포츠카는 브레이크를 밟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들이받았다.“세윤아!”도예나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빠져나올 것 같은 기분으로 자신의 차문을 발로 걷어차서 열고 무의식적으로 큰길로 달려갔다. 그러나 길에 차가 너무 많았고, 그녀가 달려가고 있을 때 강세윤은 차에 부딪혀 아스팔트 도로에 심하게 부딪혔다.주변 차들의 경적 소리가 순식간에 허무한 배경음이 되어 귓가에서 윙윙거렸다.도예나는 마치 구름 위를 밟는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서 강세윤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세윤아, 너, 너 괜찮아?”그리고 강세윤의 머리 뒤쪽에서 큰 피가 퍼지는 것을 보았다.핏빛이 안개처럼 도예나의 눈을 자욱하게 하며, 눈앞에 갑자기 4년 전 도씨 가문 창고에서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그날 밤, 그녀가 힘들게 네 명의 아이를 낳을 때 창고의 땅에도 핏물이 번졌다…….그녀의 마음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총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다.“예나 아줌마, 저, 저는 아줌마를 만나러 왔는데… 보고 싶었어요…….바닥에 누워 입꼬리를 살짝 치켜 뜬 강세윤이 어렵게 말을 하자 도예나는 비 오듯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 있던 은색 스포츠카는 갑자기 엔진을 작동시켜 사람들이 멍하게 있는 틈을 타 순식간에 큰 길로 사라졌다. 급하게 운전하는 바람에 연속으로 차 두 대를 들이받았고, 도로의 사람들이 욕설을 퍼부었다.“도련님, 왜 그러세요, 도련님!”양집사가 느릿느릿 다가와서 강세윤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는 심장을 잡으며 두 눈을 뒤집고 갑자기 땅에 쓰러졌다.도예나는 정신없이 눈물을 닦고 양집사를 따라 함께 달
교통사고는 반드시 제때 치료해야 하니,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일단 일차적인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부들부들 떨며 차문을 열고 두 발을 내디딘 양집사는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피투성이가 된 도련님을 생각하면 두 다리가 풀릴 것처럼 걸을 수가 없어 병원 입구에 선 채 휴대폰을 꺼냈다.“나는 일단 혈액은행에 연락할 테니 자네가 병원에 들어가서 병원비를 내게.”경호원은 양집사가 나이도 많고 심신이 미약하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으로 들어갔다.양집사는 성남시 제1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강세윤은 희귀한 마이너스 혈액이기에, 이런 작은 병원에서는 혈액 재고가 없을 게 분명하다. 일단 사람을 시켜 피를 보내와야 했다.“어젯밤 마이너스 혈액 산모가 와서 2천밀리미터를 다 써 버렸어요. 오늘 다른 곳에서 혈액을 가져오려고 했는데…….”성남시 제1병원 혈액은행 책임자의 목소리를 듣고, 양집사는 두 눈이 어두워져 하마터면 또 기절할 뻔했다.하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럼 마이너스 혈액은 언제 도착합니까?”“내일 오전 8시요.”양집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내일 오전 8시라니, 도련님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다.병원과의 전화를 끊은 그는 손가락을 떨며 강현석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때, 강씨 그룹.회의 중이던 강현석은 갑자기 테이블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걸 느꼈다.한 번 힐끗 휴대폰을 보니, 양집사였다. 강씨 집안에서 40여년간 일한 양집사는 낮에는 그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요즘 강세윤이 늘 집에서 몰래 빠져나가면서 전화를 좀 빈번하게 하던 참이었다. 보아하니, 오늘 강세윤이 또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강현석이 손짓하자 회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그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대표님, 제가 도련님을 잘 돌보지 못한 탓에 몰래 집을 나가셨어요, 그래서 사고가 났습니다!”양집사의 목소리가 울먹였다.“교통사고가 나서 도련님이 피를 많이 흘렸어요. 수혈이 필요한데, 성
그 시각, 도씨 가문.도설혜는 소파에 누워 포도를 먹고 있었고, 서영옥이 옆에서 포도 껍질을 까주며 말했다.“강현석이 정말 다시 한 번 치라고 했어? 피아노를 좋아하나 보네! 그럼 그 비위를 맞춰서 앨리스 선생님한테 잘 배워 봐. 그럼 어느 날 현석이가 너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잖아?”도설혜도 입꼬리를 올리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제 생각도 그래요. 근데 강세윤 걔는 왜 그런대요? 제가 그 집에서 피아노 치는 걸 그렇게 반대하더라구요.”“그 잡종은 왜 맨날 너한테 그러니?”서영옥이 차갑게 말했다.“애초에 걔를 강씨 집안에 보내서 호사를 누리게 하면 안 됐어.”“지금 그런 말 하는 게 무슨 소용이예요.”도설혜의 얼굴이 가라앉았다.“일단 제가 현석 씨한테 시집가면, 그때 잘 처리해 보자구요.”두 모녀가 말을 하고 있을 때, 하인이 황급히 들어왔다.“사모님, 아가씨, 강 대표님이 오셨습니다…….”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강현석이 성큼성큼 들어왔고, 도설혜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며 머리카락을 걷어 올리고 흥분하여 맞이했다.“현석 씨, 어떻게 온 거예요? 왜 미리 말도 안 하고, 준비도 못했는데…….”강현석은 대답 없이 차갑게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왜 이렇게 세게 잡아요?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예요, 아직 신발도 안 갈아 신었는데…….”도설혜는 손목이 아프게 잡혔지만, 마음이 매우 흥분되었다. 강현석은 이때까지 냉정하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는 데다, 어떠한 스킨십도 한 적이 없었다. 오늘 그에게 피아노를 쳐 준지 이제 겨우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집에 와서 자신을 데리고 가다니.강현석은 두말없이 그녀를 데리고 차에 탔다.그녀는 그의 이런 말없는 포악한 모습을 좋아한다. 좀 더 야만스럽게, 거칠게, 자신을 차 뒷자석에 누른 뒤 옷을 찢는다면…….도설혜의 마음은 이미 먼 곳에 가 있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차는 도씨 가문 저택을 벗어나 있었다.그녀는 넋을 잃고 강현석의 옆모습을
도설혜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절대 피를 뽑을 수 없어! 절대 안 돼!’당시 그녀와 아이의 DNA 친자 감정은 도예나가 도씨 집안에 남긴 머리카락을 몰래 가지고 가서 검사한 것이다.이제 혈액 검사를 하면, 자신의 모든 계략이 폭로될 게 뻔했다.“놔줘! 현석 씨, 손 놔요!”도설혜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자, 강현석이 고개를 돌려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거부하는 거야?”그윽하고 차가운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 마음속의 가장 사악한 생각까지 꿰뚫어 보는 듯하다. 그 눈빛을 본 도설혜는 몸서리를 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나는 정말 마이너스 혈액이 아니예요. 더 이상 나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지금 친구한테 전화해서 그쪽에 마이너스 혈액이 있는지 물어볼게…….”하지만 강현석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미 다른 사람에게 알아보라고 했으니, 일단 나와 같이 피를 뽑으러 가.”“안 갈래요!”도설혜가 크게 비명을 지르더니,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강현석에게서 멀어지며 숨을 헐떡였다.“세윤이는 내 친아들이예요!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예요! 내가 마이너스 혈액이 아니라는데, 왜 피를 뽑으라고 강요하는 거죠? 현석 씨, 세윤이에게 교통사고가 난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예요. 마음 속의 분노를 나에게 풀지 마요!”힘껏 고함을 지른 그녀는 후회하기 시작했다.강현석의 평소 성격으로 봐서, 이렇게 화를 내면 좋은 결말이 나올 수가 없다.수술실 입구 복도.양집사는 멀리 서서 어수선한 수술실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이 통제되지 않고 미친 듯이 뛰는 통에 가슴을 부여잡고 벽을 짚은 채 천천히 바닥에 앉은 그는 무릎에 머리를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자신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도련님이 집에서 뛰쳐나가지 않았을 텐데… 만약 아까 너무 바짝 쫓아가지 않았다면 도련님이 갑자기 차에서 내리지 않았을 텐데…….모두 자신의 잘못이고, 그래서 도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에 심지어 도련님이 잘못되면 함께
양집사는 처참하게 가슴이 찢어질 듯 울며 도예나의 손목을 잡았다.“제가 도련님을 키웠는데, 이렇게 조그마할 때부터 제가 안고 달래서 분유를 먹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갈 수 있어요… 모두 제 잘못이예요. 제가 아니었으면 도련님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예요!”그러자 도예나가 큰 소리로 말했다.“제가 세윤이는 괜찮다고 했잖아요, 정말 괜찮아요! 그런 저주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어떻게 괜찮겠어요, 도련님이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리셨는데… 마이너스 혈액이 없으면 틀림없이 살 수 없을 거예요!”양집사는 숨이 끊어질 듯 울었다.“도대체 어떻게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할지… 저도 죽을 거예요!”도예나는 정말 이 사람을 달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머리가 어지러워서 오래 서 있기가 힘들었다.마침 이때 강씨 집안 경호원이 다가와서 수술명세서를 양집사의 손에 건네주었다.“마이너스 혈액 800밀리리터가 이미 수술실에 보내졌습니다. 의사가 도련님은 무사하고 수술을 마치면 회복될 거라고 했어요.”명세서의 글자를 본 양집사의 눈에서 꺼진 빛이 조금씩 커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정말 괜찮다고?! 도련님이 정말 괜찮단 말이예요? 이 800밀리리터의 마이너스 혈액은 어디서 났어요?”경호원이 감격스럽게 도예나를 바라보았다.“도예나 씨가 무상으로 기증했습니다.”양집사의 눈동자가 천천히 돌며 시선이 도예나의 몸에 떨어졌다.“도예나 씨가 마이너스 혈액이라구요?”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꺼번에 800밀리리터의 피를 기증해서 머리가 아픈 그녀는 벽을 짚고 의자에 앉았다.어릴 때부터 아무 사고도 없었던 그녀는 줄곧 자신이 마이너스 혈액이라는 것을 몰랐다. 4년 전 수아가 3개월간 폐렴을 앓을 때 갑자기 큰 출혈이 생겼고, 그녀는 자신의 마이너스 혈액이 수아에게 유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때 수아를 한 번 구했고, 지금 또 한번 세윤이를 구한 것이다.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마이너스 혈액이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
그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손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양집사였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강현석의 심장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매번 양집사가 자신을 찾을 때마다 중요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 세윤이가 수술을 하고 있는데 전화를 했다는 건, 설마…….항상 침착하던 강현석은 손가락을 떨며 연결 버튼을 두 번이나 눌렀다.“대표님, 도련님은 무사하십니다!”양집사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수술이 곧 끝나요, 의사가 예상대로라면 도련님이 오늘 저녁에 깨어날 거라고 말했어요!”강현석의 심장이 갑자기 살아나며, 빠른 걸음으로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혈액은 어떻게 해결한 거죠?”그도 혈액을 구하려고 연락했지만, 이렇게 빠를 리가 없다.“대표님, 아직 모르시죠? 도예나 씨, 바로 도련님 어머니의 언니인 도예나 씨가 마이너스 혈액입니다! 도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예나 씨도 계셨는데, 그 분이 도련님을 데리고 병원에 왔고 피를 기증해 주셨어요!”그 말을 들은 강현석이 멈췄다.“도예나 씨가 기증한 피?”“네, 도예나 씨요! 800밀리리터를 기증해서 도련님의 생명을 구했어요!”“아직 병원에 계십니까?”“계세요, 바로 수술실 앞인데… 도련님 수술이 끝났어요. 일단 모시러 갈게요.”양집사가 전화를 끊자, 강현석의 걸음걸이가 더 빨라졌다.한편, 옆에 있던 도설혜는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강현석은 이미 병원에 들어가고 있었고, 쏜살같이 달려가 핏기가 없는 얼굴로 말했다.“현석 씨, 누가 세윤이에게 혈액을 준 거예요?”“도예나.”말하면서, 강현석은 그녀를 한 번 보았다.“그 사람은 마이너스 혈액인데, 왜 너는 아니지?”도설혜의 귓가에서 윙윙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강현석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칼날로 변한 것을 느꼈고, 그 칼날은 그녀의 피와 살을 긁어내어 마음 속에 있던 가장 추악한 생각을 폭로했다.깊은 숨을 들이쉰 그녀가 말했다.“우리 할머니가 마이너스 혈액인 것 같아요. 세윤이는 2대
병상 반대편에 앉은 강현석이 담담하게 말했다.“양집사님, 꿀물을 좀 준비해 주세요.”분부를 받은 양집사가 떠나자, 병실에는 혼수상태에 빠진 세윤이를 제외한 두 사람만 남았다. 소독수 냄새가 가득한 공기 사이로 강현석이 낮게 말했다.“이번 일은 감사합니다. 앞으로 무슨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세요.”“저는 세윤이를 아주 좋아하니까 기꺼이 도울 수 있어요. 게다가…….”도예나가 약간 씁쓸한 말투로 이어서 말했다.“세윤이는 틀림없이 몰래 집에서 뛰어나와 저를 찾아오려고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가라앉았고, 손으로 눈썹 쪽을 가리고 있어 표정이 완전히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강현석이 입을 열었다.“세윤이가 확실히 도예나 씨를 좋아하긴 하죠.”도예나가 살짝 웃으며 병상에 누워 있는 강세윤에게 손을 뻗어 얼굴을 만졌다.공항에서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강한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후에 세윤이가 몇 번이나 자신을 찾아왔을 때, 마음의 벽이 이미 무너졌다.수아와 제훈이를 제외하고, 그녀의 마음 속에 세번째로 들어온 아이가 바로 강세윤이었던 것이다.도예나가 고개를 들어 진지한 표정으로 강현석을 바라보았다.“세윤이가 몰래 뛰쳐나와 저를 찾아오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나중에 수아도 몰래 나갔다가 사고를 당할까 봐 겁이 나요. 수아가 어떤 이유로 당신 곁에 나타나든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요?”“그럼요.”강현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그 소녀는 순진한 천사처럼 그의 세계에 나타났다. 그리고 줄곧 냉담했던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왜 사람들이 다들 딸을 원하는지 몰랐는데, 이제야 겨우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만약 수아가 자신의 딸이라면, 성남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딸로 키울 자신이 있었다.도예나의 시선이 강현석과 부딪히며, 그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그의 수아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수아는 강현석을 그렇게 좋아하
그리고 그는 왠지 이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눈빛을 느낀 도예나는 얼른 화제를 돌려서 병상에 누워 있는 강세윤에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아프지 않아도 마취가 풀리면 아파서 울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교통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되겠지! 세윤아, 만약 다음에 나를 찾아오고 싶으면 전화를 하고 와. 그럼 아줌마가 너를 데리러 갈게. 오늘처럼 마음대로 몰래 집에서 뛰쳐나오면 다시는 너를 만나지 않을 거야!”또박또박 엄하게 혼내는 말을 듣고, 강세윤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해했다.“예나 아줌마, 그렇게 보고 싶은데, 참을 수 없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어요… 안아주고 뽀뽀해달라고 하고 싶은데…….”눈을 크게 뜨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불쌍하다는 생각에, 도예나는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숙이고 그의 이마에 뽀뽀했다.그리고 이 장면을 본 강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강세윤에게 질투심이 생겼다.“저도 뽀뽀해 드릴게요!”강세윤이 도예나의 목을 껴안고 얼굴에 뽀뽀하자, 도예나가 얼른 그의 손을 잡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아직 링거를 맞고 있으니까 이러지 말고 제대로 누워 있어!”그 말을 들은 강세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두 눈은 도예나의 몸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다.그때, 병실 입구에 한 그림자가 옆으로 천천히 숨었다.가슴을 어루만지는 도설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분노했다. 전에 도예나가 강세윤에 대해 언급할 때는, 그녀가 강씨 집안에 대해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방금 상황으로 봤을 때 도예나는 진작부터 강세윤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심지어 아주 친밀한 사이!강세윤은 그녀와 도예나 사이를 알면서도 이렇게 도예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도대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그리고 강현석, 이 남자는 도씨 가문과 도예나 사이의 원한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여자가 강세윤 곁에 나타나는 걸 허락하다니…….도예나가 강세윤에게 못된 짓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