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손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양집사였다. 그 이름을 보자마자 강현석의 심장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 매번 양집사가 자신을 찾을 때마다 중요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 세윤이가 수술을 하고 있는데 전화를 했다는 건, 설마…….항상 침착하던 강현석은 손가락을 떨며 연결 버튼을 두 번이나 눌렀다.“대표님, 도련님은 무사하십니다!”양집사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수술이 곧 끝나요, 의사가 예상대로라면 도련님이 오늘 저녁에 깨어날 거라고 말했어요!”강현석의 심장이 갑자기 살아나며, 빠른 걸음으로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물었다.“혈액은 어떻게 해결한 거죠?”그도 혈액을 구하려고 연락했지만, 이렇게 빠를 리가 없다.“대표님, 아직 모르시죠? 도예나 씨, 바로 도련님 어머니의 언니인 도예나 씨가 마이너스 혈액입니다! 도련님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예나 씨도 계셨는데, 그 분이 도련님을 데리고 병원에 왔고 피를 기증해 주셨어요!”그 말을 들은 강현석이 멈췄다.“도예나 씨가 기증한 피?”“네, 도예나 씨요! 800밀리리터를 기증해서 도련님의 생명을 구했어요!”“아직 병원에 계십니까?”“계세요, 바로 수술실 앞인데… 도련님 수술이 끝났어요. 일단 모시러 갈게요.”양집사가 전화를 끊자, 강현석의 걸음걸이가 더 빨라졌다.한편, 옆에 있던 도설혜는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강현석은 이미 병원에 들어가고 있었고, 쏜살같이 달려가 핏기가 없는 얼굴로 말했다.“현석 씨, 누가 세윤이에게 혈액을 준 거예요?”“도예나.”말하면서, 강현석은 그녀를 한 번 보았다.“그 사람은 마이너스 혈액인데, 왜 너는 아니지?”도설혜의 귓가에서 윙윙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강현석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칼날로 변한 것을 느꼈고, 그 칼날은 그녀의 피와 살을 긁어내어 마음 속에 있던 가장 추악한 생각을 폭로했다.깊은 숨을 들이쉰 그녀가 말했다.“우리 할머니가 마이너스 혈액인 것 같아요. 세윤이는 2대
병상 반대편에 앉은 강현석이 담담하게 말했다.“양집사님, 꿀물을 좀 준비해 주세요.”분부를 받은 양집사가 떠나자, 병실에는 혼수상태에 빠진 세윤이를 제외한 두 사람만 남았다. 소독수 냄새가 가득한 공기 사이로 강현석이 낮게 말했다.“이번 일은 감사합니다. 앞으로 무슨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세요.”“저는 세윤이를 아주 좋아하니까 기꺼이 도울 수 있어요. 게다가…….”도예나가 약간 씁쓸한 말투로 이어서 말했다.“세윤이는 틀림없이 몰래 집에서 뛰어나와 저를 찾아오려고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을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가라앉았고, 손으로 눈썹 쪽을 가리고 있어 표정이 완전히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강현석이 입을 열었다.“세윤이가 확실히 도예나 씨를 좋아하긴 하죠.”도예나가 살짝 웃으며 병상에 누워 있는 강세윤에게 손을 뻗어 얼굴을 만졌다.공항에서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강한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후에 세윤이가 몇 번이나 자신을 찾아왔을 때, 마음의 벽이 이미 무너졌다.수아와 제훈이를 제외하고, 그녀의 마음 속에 세번째로 들어온 아이가 바로 강세윤이었던 것이다.도예나가 고개를 들어 진지한 표정으로 강현석을 바라보았다.“세윤이가 몰래 뛰쳐나와 저를 찾아오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나중에 수아도 몰래 나갔다가 사고를 당할까 봐 겁이 나요. 수아가 어떤 이유로 당신 곁에 나타나든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요?”“그럼요.”강현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그 소녀는 순진한 천사처럼 그의 세계에 나타났다. 그리고 줄곧 냉담했던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왜 사람들이 다들 딸을 원하는지 몰랐는데, 이제야 겨우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만약 수아가 자신의 딸이라면, 성남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딸로 키울 자신이 있었다.도예나의 시선이 강현석과 부딪히며, 그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그의 수아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수아는 강현석을 그렇게 좋아하
그리고 그는 왠지 이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눈빛을 느낀 도예나는 얼른 화제를 돌려서 병상에 누워 있는 강세윤에게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아프지 않아도 마취가 풀리면 아파서 울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교통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되겠지! 세윤아, 만약 다음에 나를 찾아오고 싶으면 전화를 하고 와. 그럼 아줌마가 너를 데리러 갈게. 오늘처럼 마음대로 몰래 집에서 뛰쳐나오면 다시는 너를 만나지 않을 거야!”또박또박 엄하게 혼내는 말을 듣고, 강세윤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해했다.“예나 아줌마, 그렇게 보고 싶은데, 참을 수 없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어요… 안아주고 뽀뽀해달라고 하고 싶은데…….”눈을 크게 뜨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버려진 강아지처럼 불쌍하다는 생각에, 도예나는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숙이고 그의 이마에 뽀뽀했다.그리고 이 장면을 본 강현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강세윤에게 질투심이 생겼다.“저도 뽀뽀해 드릴게요!”강세윤이 도예나의 목을 껴안고 얼굴에 뽀뽀하자, 도예나가 얼른 그의 손을 잡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아직 링거를 맞고 있으니까 이러지 말고 제대로 누워 있어!”그 말을 들은 강세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두 눈은 도예나의 몸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았다.그때, 병실 입구에 한 그림자가 옆으로 천천히 숨었다.가슴을 어루만지는 도설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분노했다. 전에 도예나가 강세윤에 대해 언급할 때는, 그녀가 강씨 집안에 대해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방금 상황으로 봤을 때 도예나는 진작부터 강세윤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심지어 아주 친밀한 사이!강세윤은 그녀와 도예나 사이를 알면서도 이렇게 도예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도대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는 한 걸까?그리고 강현석, 이 남자는 도씨 가문과 도예나 사이의 원한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여자가 강세윤 곁에 나타나는 걸 허락하다니…….도예나가 강세윤에게 못된 짓을 하는
강세훈은 세 살 반부터 사업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강씨 그룹이 2년 전에 투자를 철회하려고 했던 자회사이고, 파산 선고를 하루 앞두고 그가 인수했다. 그리고 훈전과학기술회사는 그의 경영을 거쳐 이제 강씨 그룹 산하 제3순위의 자회사로 성장했다.이제 막 회의를 끝낸 강세훈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여태껏 자신 있는 모습이었던 그는, 마음이 편치 않을 때만큼은 네 살 된 아이 같은 불안감을 드러냈다.그의 옆에 있던 젊은 보좌관 오연희가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오늘 일은 거의 다 하셨으니 이제 돌아가서 쉬시겠어요?”하지만 강세훈은 고개를 저었다. 명치를 잡은 그는 계속 뭔가 불편함을 느꼈다.설마 세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휴대폰을 꺼내 양집사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했다. 어머니의 전화인 걸 확인한 그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머니, 무슨 일이세요?”“세훈아, 네 동생한테 일이 좀 생겼어…….”도설혜가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하자, 강세훈은 갑자기 일어났다.한 시간 전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 말은 강세윤에게 사고가 난 지 적어도 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서야 연락이 오다니!강세훈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엄마, 세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죠? 지금은 어떻게 됐어요?”“스포츠카에 치여 날아가 피를 많이 흘렸어. 하마터면 죽는 줄 알았는데…….”강세훈의 마음이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비틀거리며 땅에 쓰러질 뻔했다.“그런데 수술이 잘 끝나서 깨어났어. 세훈이 너는 걱정하지 마…….”그 말을 듣고서야 강세훈은 다시 살아난 것만 같은 기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세윤이는 어느 병원에 있어요?”“너무 조급해하지 마. 내가 너에게 전화한 건 다른 걸 알려주고 싶어서야.”병원 입구에 서 있는 도설혜의 눈꼬리가 온통 음침했고, 입술을 깨물며 내는 목소리에는 기괴한 차가움이 배어 있다.“세윤이는 도씨 빌딩 문어귀에서 교통사고가 난 거야. 도예나를 보고 급히 뛰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엄마, 이 일은 제가 사람을 보내 조사할 테니 일단 안심하세요. 누구도 세윤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그 여자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피를 기증해서 세윤이를 구했으니, 당분간은 별 일 없겠지만… 지금 네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으니 이 기회를 틈타 뭔가 일을 꾸밀 게 분명해! 세훈아, 나는 정말 그 여자가 너와 세윤이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 차라리 나를 해치지…….”“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강세훈이 바로 전화를 끊고, 보좌관 오연희를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도씨 그룹 건물 입구에서 난 교통사고 사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요.”“네.”오연희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고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강세훈은 기사에게 분부했다.“병원으로 갑시다.”평온하게 도로를 달리던 차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오연희는 교통경찰의 전화를 받았다.“건군로는 일년 내내 차가 막히는 편이라서, 차들의 평균 속도는 시속 20km 이내예요.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든 차는 정지된 상태였는데, 그 은색 스포츠카만 갑자기 모퉁이를 돌아 뛰쳐나와 아이를 들이받았죠. 그 차만 아니었다면 참극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 차는 아이를 친 후에 또다시 서너 대의 차를 들이받고 나서 도주했어요. 건군로에서 북쪽으로 도망쳤는데, 거기는 CCTV가 없어서 아직 가해자를 찾지 못했어요…….”듣고 있던 오연희는 미간을 찌푸렸다.“번호판을 조회해도 못 찾나요?”“강씨 가문과 관련된 일인데, 진작 다 조사해 봤죠. 스포츠카는 훔친 거고, 번호판은 가짜예요. 저희 쪽에서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의심하고 있어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 글자 한 글자를, 강세훈은 모두 똑똑히 들었다.어머니의 추측을 믿지 않았던 그는 이제 정말 믿을 수밖에 없었다.훔친 차에, 가짜 번호판, 그리고 CCTV에 찍히지 않은 가해자의 얼굴…….즉, 상대방은 이미 교통사고가 발생할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만약 건군로가 차가
“세윤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도예나 씨가 마침 현장에 있었고, 그 여자의 혈액에 세윤이를 구했죠. 아빠는 이 모든 게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강세훈이 느릿느릿 말했다. 나지막하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4살 된 아이 같지 않았다.“도예나 씨가 이번 교통사고를 일부러 계획했다고 의심하는 거야?”강현석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강세훈이 답했다.“동기는 충분해요. 아버지도 엄마와 도예나 씨 사이의 원한을 아시잖아요.”“그 여자가 그랬을 리 없어.”강현석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교통사고 건은 이미 누군가 그에게 보고했고, 오랫동안 계획된 사고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대담하게 자신의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하지만, 그 사람이 도예나일 리가 없다.“아빠, 아직 제대로 조사도 안 했는데 어떻게 그 여자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만약 정말 그 여자가 한 짓이라면요?”강세훈의 목소리가 다소 차가워졌다.“그 여자가 세윤이에게 그랬을 리가 없어. 네 동생을 구해준 은인이니 의심하지 마.”강현석의 말에, 강세훈의 시커먼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과연 어머니의 말이 맞다. 도예나 그 여자는 이미 완전히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다.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했을 뿐인데 아버지가 이렇게 불쾌해하다니.이 여자에 대한 아버지의 믿음이 너무 깊은 데다, 이 믿음을 이용해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아버지, 진상이 모두 밝혀지기 전에 도예나가 세윤이에게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강세훈이 말을 반쯤 했을 때, 잠들어 있던 강세윤이 갑자기 눈을 떴다.“형, 그게 무슨 말이야?”강세윤이 분노하며 눈을 부릅떴다.“예나 아줌마가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고 친아들처럼 대하는데, 어떻게 일부러 사고를 낼 수가 있어? 어떻게 증거도 없이 그런 말을 해?”그러자 강세훈이 조금 비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원래 아무 이유도 없이 잘해주는 사람은 없어. 게다가 그 여자와 우리 친엄마 사이에는 깊은 원한이 있지. 너는 그 여자가 왜 너에게 접근했는지
그리고 한편으로는 강세윤을 이용해서 강씨 집안 전체의 신임을 얻다니, 도예나는 정말 보통 여자가 아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 놓을 수밖에.그때, 도예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강세윤과 영상 통화를 했다.“예나 아줌마, 왜 저를 보러 안 오세요?”강세윤이 무기력하게 말했다.“혼자 병원에 있으니까 너무 심심한데, 와서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 얘기하고 싶어요…….”도예나가 손에 든 국자를 흔들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보러 갈게. 겸사겸사 내가 끓인 곰탕 한 그릇도 가져다 줄게!”“우와, 너무 좋아요! 나는 예나 아줌마가 제일 좋아요!”그의 반응에 도예나가 활짝 웃었다.“그래, 빨리 쉬어.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지 말고.”“저한테 굿나잇 뽀뽀해주세요!”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휴대폰 스크린에서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강세윤의 모습은 불쌍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다.웃음을 터뜨린 도예나는 휴대폰 스크린에 뽀뽀를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끓인 곰탕을 들고 식탁으로 간 그녀는 두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너희들 왜 그런 표정이야?”“엄마, 방금 강세윤 목소리가 들렸는데, 입원했어요?”도제훈이 묻자, 도예나는 의자에 앉아 작은 소리로 말했다.“너 세윤이가 걱정되니?”강세윤이 집에 올 때마다, 제훈이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제훈이가 강세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고, 오늘 그가 입원한 일도 두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훈이가 먼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어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누가 걱정한다는 거예요…….”도제훈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계속 말했다.“수아가 걔를 좋아하니까, 제가 대신 물은 거죠.”옆에 있던 수아의 눈동자도 걱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도예나는 그런 수아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오늘 오후에 세윤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며칠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하
훈전과학기술회사는, 인터넷 미디어 회사이다. 2년 전 부도설이 나돌다가 인수된 뒤 돌연 기사회생해서 인터넷 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 회사 배후 세력에 대해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예나는 훈전과학기술회사의 자료를 힐끗 훑어보여 물었다.“오후 몇 시에 보자고 하던가요?”“2시 반, 반도카페에서요.”오전에 일을 처리한 도예나는 바로 차를 몰고 반도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10분 일찍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이 회사는 아무리 조사해도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배후의 투자자 정보조차 없었다. 뭔가 대단한 세력이라도 있는 걸까? 이 회사가 왜 새로 설립한 자신의 회사와 사업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5분쯤 기다렸을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옷깃을 여미고 일어나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 입을 열고 인사를 하려고 하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왜 네가 들어와?”“왜 제가 들어오면 안 되죠?”담담하게 들어온 강세훈이 소파에 앉았다. 검은색의 작은 양복을 입은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리스마가 넘쳤다.처음에 놀랐던 도예나는 곧 평온해졌고, 웃으며 물었다.“네가 훈전과학기술회사의 사장이니?”“그래요.”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도예나의 머릿속에 강현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사람은 크고 한 사람은 작았지만, 표정만큼은 틀에 새긴 듯 똑같았다.맞은편 소파에 앉은 도예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몇 번 만났는데 아직 이름도 물어본 적이 없네. 이름이 뭐야?”강세훈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이 여자, 뭐지? 강세윤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다니!그리고, 분명히 전에 이 여자에게 자신이 도설혜의 아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설마 그 후에 조사도 안 해봤단 말이야? 믿을 수 없어.도예나는 강세훈의 입가에 생긴 비웃음을 포착했다. 그리고 소파에 기대어 갑자기 웃었다. 왜 이 아이가 도설혜의 아들이라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