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전과학기술회사는, 인터넷 미디어 회사이다. 2년 전 부도설이 나돌다가 인수된 뒤 돌연 기사회생해서 인터넷 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 회사 배후 세력에 대해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예나는 훈전과학기술회사의 자료를 힐끗 훑어보여 물었다.“오후 몇 시에 보자고 하던가요?”“2시 반, 반도카페에서요.”오전에 일을 처리한 도예나는 바로 차를 몰고 반도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10분 일찍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이 회사는 아무리 조사해도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배후의 투자자 정보조차 없었다. 뭔가 대단한 세력이라도 있는 걸까? 이 회사가 왜 새로 설립한 자신의 회사와 사업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5분쯤 기다렸을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옷깃을 여미고 일어나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 입을 열고 인사를 하려고 하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왜 네가 들어와?”“왜 제가 들어오면 안 되죠?”담담하게 들어온 강세훈이 소파에 앉았다. 검은색의 작은 양복을 입은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리스마가 넘쳤다.처음에 놀랐던 도예나는 곧 평온해졌고, 웃으며 물었다.“네가 훈전과학기술회사의 사장이니?”“그래요.”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도예나의 머릿속에 강현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사람은 크고 한 사람은 작았지만, 표정만큼은 틀에 새긴 듯 똑같았다.맞은편 소파에 앉은 도예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몇 번 만났는데 아직 이름도 물어본 적이 없네. 이름이 뭐야?”강세훈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이 여자, 뭐지? 강세윤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다니!그리고, 분명히 전에 이 여자에게 자신이 도설혜의 아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설마 그 후에 조사도 안 해봤단 말이야? 믿을 수 없어.도예나는 강세훈의 입가에 생긴 비웃음을 포착했다. 그리고 소파에 기대어 갑자기 웃었다. 왜 이 아이가 도설혜의 아들이라
다 검토한 후, 서류를 닫은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꼬맹이, 이 서류는 누가 작성한 거야?”“도련님께서 작성하셨습니다.”오연희가 대신 대답하며 계속 말했다.“도 대표님, 아무 문제없으시면 서명해 주세요. 서명 후 효력이 발생합니다.”도예나는 가볍게 웃었다. 예쁘게 생긴 그녀는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요염한 기운을 풍겼다. 그러나 눈동자는 맑고 청순해서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이 융합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그녀가 웃는 걸 본 강세훈의 마음 속 냉담함과 무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 뜻밖에도 도예나를 몇 분 동안 넋 놓고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는 갑자기 괴로워졌다.이 여자는 틀림없이 이런 웃음으로 아버지와 강세윤을 현혹시켰을 거야…….“문제 있는데?”웃음을 거둔 도예나가 천천히 한마디 내뱉었다.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몸이 압박감을 가지고 강세훈을 쳐다보았다.“공부해야 될 나이에는 공부나 해. 밖에서 이러지 말고.”그녀가 서류를 힘껏 던지며 말했다. 책상 위에 떨어진 서류에서 분 바람이 강세훈의 머리를 흐트러뜨리자,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오연희는 놀라서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강씨 집안 도련님, 강씨 집안의 후계자, 강씨 그룹의 미래 대표를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대하다니!“도 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오연희가 도예나를 주시하며 냉랭하게 말했다.“무슨 문제가 있으면 좋게 말하세요. 이런 행위는 너무 실례 아닌가요?”“당신들이 이 서류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면 내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는 것도 알았어야지.”도예나가 비웃으며 이어서 말했다.“이렇게 큰 계약의 허점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줄 알았어? 꼬마야, 아직 길 줄도 모르면서 급하게 뛰지 마. 나니까 이렇게 용서해 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거짓 계약으로 고소당했을 거야.”말을 마친 도예나가 일어나 가방을 들고 나가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가방에서 2만원을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오늘 커피는 내가 살 테니 돌아가서
도예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예나 아줌마, 정말 저를 보러 보셨네요! 와, 수아도 오다니, 정말 너무 기뻐요!”병상에 누운 강세윤은 기뻐서 뛰어내릴 기세였고, 도예나가 얼른 걸어가서 그를 눌렀다.“아직 수액을 맞고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마.”그러자 강세윤은 바로 순순히 누워 도예나와 수아를 번갈아 보며 바보같이 웃었다. 그의 머리에는 피가 은은하게 스며든 붕대가 감겨 있었고, 밤새도록 수액을 맞아 손등이 모두 푸른색이었다.병상 옆으로 다가간 도제훈은 옆에 걸린 진료기록부를 떼어냈다. 그가 손을 내밀어 떼어낼 때, 강세윤이 깜짝 놀라 말했다.“너, 너 왜 이래, 예나 아줌마가 여기서 보고 있는데도 나를 괴롭히려는 거야?”“…….”그는 손에 든 진료기록부를 흔들었다.“의사 선생님 글씨가 예뻐서 공부 좀 하려고.”도제훈이 진료기록부를 들고 베란다고 걸어가자, 강세윤은 할 말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방금 매우 찌질하고 없어 보이는 발언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수아가 다가와 손에 든 곰인형을 그의 손에 건네주며 주의를 돌렸다.“와, 수아야, 나한테 선물 주는거야? 너무 귀여워, 좋아!”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이건 수아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야. 이걸 준다는 건 네가 좋은 친구라는 거야!”“친구? 저는 수아 친구가 되기 싫어요, 오빠가 될 거예요!”강세윤은 수아의 손을 잡고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수아야, 내가 오빠가 되면 안 돼? 내가 예뻐해 주고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해 줄게!”어리둥절하게 눈을 뜬 수아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도예나는 강세윤이 슬퍼할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세윤아, 너네 아버지는 왜 안 계셔? 양집사님은? 어디 가셨어?”“아버지는 어제 밤새 저와 함께 계시다가 오늘 회사에 일하러 가셨어요. 저녁에 오실 거예요. 양집사님은 방금 계셨는데, 아마 맛있는 걸 사러 가셨을 거예요. 수아야, 조금만 기다려. 양집사님이 이따가 맛있는 걸 많이 가지고 오실 거야…….”병실에서 강
자신이 바보라는 말에 발끈한 강세윤의 표정을 본 도예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제훈이는 항상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높은 지능을 떠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고의적으로 세윤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니, 제훈이는 이미 세윤이를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그전까지는 세윤이를 싫어했던 제훈이가 왜 갑자기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인 걸까?도예나는 도제훈을 쳐다보며, 그의 얼굴에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 시선이 불편했던 도제훈은 일어나면서 말했다.“엄마,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문을 열고 나가던 그는 병실 입구에 서 있던 사람과 머리를 부딪쳤다.계속 병실 밖에 서 있던 강세훈은 문을 열지 않은 채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비록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는 도예나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봄의 빗물처럼 부드러웠다. 어쩐지 강세윤이 그 여자한테 그렇게 빠지더라니…….어제 이 여자와 있었던 일이 생각난 그는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줄곧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가 뜻밖에도 한 아이와 부딪힌 것이다.두 쌍의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눈동자에서 의아함을 보았다.도제훈의 눈동자가 빛났다. 자신과 키가 비슷한 이 아이가 어째서 이렇게 낯이 익은걸까? 눈을 가늘게 뜬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천천히 물었다.“세윤이를 만나러 왔어?”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강세훈의 목소리가 매우 담담하다.“너는? 어떻게 세윤이의 병실에 온 거지?”세윤이의 친구인 걸까? 아니면…?강세훈의 목소리를 듣던 도제훈의 귓가에 강현석의 목소리가 떠올랐다.두 목소리가 점점 겹치며, 두 얼굴도 서서히 한 얼굴로 겹쳐졌다.뭔가 떠오른 도제훈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네가 바로 세 살 때 8개 국어를 했다는 세윤이의 형이야?”강세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는 누구니?”도제훈의 입가에 냉소가 일었다. 방금 강세윤이 말한 형이 사촌형이나 친척형을 가르키는 거라고 생
강세훈은 병실 문틈을 통해 도예나가 강세윤에게 사과를 깎아주고 있는 걸 보았다. 병실의 분위기가 너무 따뜻해서 그는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적어도 이 순간, 그는 도예나가 강세윤에게 진심이라고 느꼈다.고개를 돌려 떠나려던 그는 도설혜가 어느새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걸 보았다.“엄마, 어떻게 오셨어요?”강세훈이 의아하게 묻자, 병실 안을 주시하던 도설혜는 한참이 지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강세훈의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우리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고개를 끄덕인 강세훈이 도설혜를 따라 차에 올랐다.“세훈아, 너도 방금 봤지? 네 아버지가 안심하게 도예나에게 세윤이를 돌보게 했어. 만약 그 여자가 세윤이 음식에 독을 넣는다면, 그러면…….”도설혜는 입을 막으며 계속 말했다.“세윤이는 나를 싫어해서 내가 병실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그것만 아니면 내가 방금 뛰어들어 도예나를 쫓아냈을 텐데…….”강세훈이 눈을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도예나가 독을 넣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세훈아, 너도 그 여자한테 현혹된 거니?”도설혜가 그를 노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나와 도예나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그 여자는 사람을 잘 현혹시키지. 지금 너희들의 믿음을 이용해서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야! 세훈아, 나는 이미 세윤이를 잃었어.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하지만 강세훈은 여전히 평온했다.“저는 엄마 아들이예요. 엄마는 영원히 저를 잃지 않을 거예요.”이 말은 오히려 도설혜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강세훈의 어깨를 더욱 힘껏 잡았다.“엄마는 정말 두려워. 그 여자가 너희 부자 세 사람을 현혹시킬까 봐 두려워! 그리고 그 여자가 너희 아버지한테 시집갈까 봐, 나를 대신해서 너희들의 어머니가 될까 봐 두려워……. 나는 하루 종일 악몽을 꾸고 한밤중에도 자주 놀라서 깨. 정말 너무 무서워!”말을 하던 그녀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를 냉담하게 쳐다보
“엄마, 진정하세요!”강세훈이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일은 제가 마저 조사해 볼게요. 이런 일을 꾸민 사람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떨리던 도설혜의 입술이 마침내 조용해졌다. 어쨌든 그녀는 반드시 이 일을 도예나가 저지른 걸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강현석이 도예나를 해치워버리게 할 수 있다.8시가 되어서야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집으로 향했다. 정리와 세수를 마치니 이미 9시가 넘어서 수아는 잠들었고, 도제후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그는 원래 독립적인 성격이라 무엇이든지 스스로 했다. 그런데 이를 닦고 있을 때, 침대 밑에 숨겨진 공책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칫솔을 깨문 채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더듬으며 노트북을 꺼냈다.이것은 그가 스스로 조립한 노트북으로, 최고의 성능을 지녔다. 엄마도 이 노트북의 존재를 알고 있고, 사용을 금지시켰기에 몰래 침대 밑에 숨겨 놓고 가끔 꺼내 쓰는 것이다.그는 엄마의 회사를 보호하지 위한 프로그램을 썼는데, 지금 울린 경보음은 엄마의 회사 사이트가 공격당했다는 뜻이었다. 카페트에 앉아 입에 칫솔을 물고 손가락으로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린 그는 곧 공격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상대방은 익숙하게 방화벽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그리고 그 수법이 뭔가 좀 익숙했다. 저번에 도설혜의 범행 동영상을 강제로 삭제한 해커도 이 수법이었던 것 같은데…?차가운 웃음을 지은 도제훈은 칫솔을 한쪽에 던졌고,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의 잔영이 스크린을 스쳐 지나갔다.그때, 강씨 가문 저택.2층 침실에 어슴푸레한 조명이 켜져 있고, 강세훈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오늘 밤 그는 그 여자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예성과학기술회사 사이트에 잠입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사이트에는 무수한 방화벽이 있었고, 그가 들어가자마자 놀란 프로그램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그와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맞섰고, 곧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조작해 보안
갑자기 고개를 돌린 강세훈은 강현석의 분노를 담은 검은 눈동자와 마주했다.“이번에도 네 어머니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변명하지 마.”차가움을 띤 목소리가 작은 방에서 메아리쳤다.강세훈은 입을 닫은 채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밤 그는 단지 그 여자의 내막을 알아내려고 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상대 해커를 만났고, 그 후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웠다.“왜 예성과학기술회사에 손을 댄 거지?”강현석이 그를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화면의 코드가 매우 빠르게 깜박였지만, 그는 사이트 주소를 똑똑히 보았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 막 설립된 회사 사이트를 공격하다니.고개를 숙인 강세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네 해킹 기술은 세계 최고야. 국내에서 너의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사이트는 10개도 되지 않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앞으로 더 이상 해킹 기술로 어떤 회사도 공격해서는 안 돼.”강현석의 냉랭한 말에 강세훈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어떤 회사도 공격하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면 도예나의 회사를 공격하면 안 되는 건가요?”눈을 가늘게 뜬 강현석이 말했다.“무슨 뜻이야?”“아빠, 무슨 뜻인지 아시잖아요.”강세훈은 신발을 벗고 침대에 올라가 입루로 자신의 머리를 덮었다. 그의 작은 몸을 쳐다보던 강현석은 미간에 생긴 깊은 주름을 비틀었다.강세훈이 왜 도예나에게 이렇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그 교통사고는 아직 조사 중인데, 강세훈은 왜 도예나가 했다고 확신하는 걸까?방을 나간 그는 방문을 살짝 잠갔고, 서재로 돌아오자마자 정 보좌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강 대표님, 황세인의 SNS를 샅샅이 뒤져보니 보름 전에 홍씨 가문 집사와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황세인, 바로 이번 교통사고의 운전자이며, 차가 강에 빠져 죽은 사람이다.강현석은 책상 앞에 앉아 물었다.“어느 홍씨 가문?”“서울의 홍씨 가문이요. 20여년 전에 홍씨 가문과 강씨 그룹이 함께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도예나는 웃으며 백그라운드의 잔해를 깨끗이 제거했다. 한참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박정연이 들어왔다.“대표님, 방금 강씨 그룹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11시쯤에 시간이 있는지 여쭤보시는데요?”“무슨 일이죠?”“그쪽에서 사람이 온대요. 일단 회의실을 비원 놨어요.”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가 바로 이 강씨 그룹과의 프로젝트라는 걸, 회사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저번에 수정한 설계서를 몇 부 인쇄해서 회의실 책상에 두세요.”박정연이 즉시 일을 처리하러 가고, 도예나는 A-F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다시 한 번 훑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야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회사 앞에서 도예나는 옆 회사 사람을 만났다.옆 회사는 인터넷 창업 회사로, 설립된 지 2년 된 30여명의 직원이 있는 곳이다. 발전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지만, 억지로 버티고 있는 듯했다.도예나가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 바로 이 회사의 사장이 그녀에게 건물 주변을 소개해 주고 성남시 인터넷 창업형 회사의 발전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입담이 좋은 중년 남자였기에, 그녀는 이 사장에 대한 인상이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았다.“곽 대표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도예나를 본 곽 대표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차며 발걸음을 멈추었다.“도 대표님, 안녕하세요! 곧 점심시간인데 같이 식사하러 가실래요?”그 말을 들은 도예나가 입을 열어 거절하려고 하자, 곽 대표의 비서가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저희는 지금 고객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도 대표님과 식사하는 건 다음에 하시죠.”곽 대표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하자, 비서를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이번에 가까스로 강 대표 비서와 약속을 잡았는데,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갔다가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어쩌시려구요? 대표님, 잊지 마세요. 여기 있는 도 대표님 회사도 인터넷 관련 회사예요. 우리 회사와 경쟁 관계라구요. 어떻게 도 대표님을 데리고 갈 생각을 하세요?”비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