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편으로는 강세윤을 이용해서 강씨 집안 전체의 신임을 얻다니, 도예나는 정말 보통 여자가 아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해 놓을 수밖에.그때, 도예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강세윤과 영상 통화를 했다.“예나 아줌마, 왜 저를 보러 안 오세요?”강세윤이 무기력하게 말했다.“혼자 병원에 있으니까 너무 심심한데, 와서 같이 있어줄 수 있어요? 얘기하고 싶어요…….”도예나가 손에 든 국자를 흔들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보러 갈게. 겸사겸사 내가 끓인 곰탕 한 그릇도 가져다 줄게!”“우와, 너무 좋아요! 나는 예나 아줌마가 제일 좋아요!”그의 반응에 도예나가 활짝 웃었다.“그래, 빨리 쉬어.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지 말고.”“저한테 굿나잇 뽀뽀해주세요!”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휴대폰 스크린에서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강세윤의 모습은 불쌍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웠다.웃음을 터뜨린 도예나는 휴대폰 스크린에 뽀뽀를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끓인 곰탕을 들고 식탁으로 간 그녀는 두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너희들 왜 그런 표정이야?”“엄마, 방금 강세윤 목소리가 들렸는데, 입원했어요?”도제훈이 묻자, 도예나는 의자에 앉아 작은 소리로 말했다.“너 세윤이가 걱정되니?”강세윤이 집에 올 때마다, 제훈이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그래서 당연히 제훈이가 강세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고, 오늘 그가 입원한 일도 두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훈이가 먼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어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누가 걱정한다는 거예요…….”도제훈이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계속 말했다.“수아가 걔를 좋아하니까, 제가 대신 물은 거죠.”옆에 있던 수아의 눈동자도 걱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도예나는 그런 수아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오늘 오후에 세윤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며칠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하
훈전과학기술회사는, 인터넷 미디어 회사이다. 2년 전 부도설이 나돌다가 인수된 뒤 돌연 기사회생해서 인터넷 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 회사 배후 세력에 대해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도예나는 훈전과학기술회사의 자료를 힐끗 훑어보여 물었다.“오후 몇 시에 보자고 하던가요?”“2시 반, 반도카페에서요.”오전에 일을 처리한 도예나는 바로 차를 몰고 반도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10분 일찍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이 회사는 아무리 조사해도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배후의 투자자 정보조차 없었다. 뭔가 대단한 세력이라도 있는 걸까? 이 회사가 왜 새로 설립한 자신의 회사와 사업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5분쯤 기다렸을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옷깃을 여미고 일어나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 입을 열고 인사를 하려고 하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왜 네가 들어와?”“왜 제가 들어오면 안 되죠?”담담하게 들어온 강세훈이 소파에 앉았다. 검은색의 작은 양복을 입은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카리스마가 넘쳤다.처음에 놀랐던 도예나는 곧 평온해졌고, 웃으며 물었다.“네가 훈전과학기술회사의 사장이니?”“그래요.”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도예나의 머릿속에 강현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사람은 크고 한 사람은 작았지만, 표정만큼은 틀에 새긴 듯 똑같았다.맞은편 소파에 앉은 도예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몇 번 만났는데 아직 이름도 물어본 적이 없네. 이름이 뭐야?”강세훈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이 여자, 뭐지? 강세윤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다니!그리고, 분명히 전에 이 여자에게 자신이 도설혜의 아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설마 그 후에 조사도 안 해봤단 말이야? 믿을 수 없어.도예나는 강세훈의 입가에 생긴 비웃음을 포착했다. 그리고 소파에 기대어 갑자기 웃었다. 왜 이 아이가 도설혜의 아들이라
다 검토한 후, 서류를 닫은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꼬맹이, 이 서류는 누가 작성한 거야?”“도련님께서 작성하셨습니다.”오연희가 대신 대답하며 계속 말했다.“도 대표님, 아무 문제없으시면 서명해 주세요. 서명 후 효력이 발생합니다.”도예나는 가볍게 웃었다. 예쁘게 생긴 그녀는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요염한 기운을 풍겼다. 그러나 눈동자는 맑고 청순해서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이 융합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그녀가 웃는 걸 본 강세훈의 마음 속 냉담함과 무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 뜻밖에도 도예나를 몇 분 동안 넋 놓고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는 갑자기 괴로워졌다.이 여자는 틀림없이 이런 웃음으로 아버지와 강세윤을 현혹시켰을 거야…….“문제 있는데?”웃음을 거둔 도예나가 천천히 한마디 내뱉었다.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몸이 압박감을 가지고 강세훈을 쳐다보았다.“공부해야 될 나이에는 공부나 해. 밖에서 이러지 말고.”그녀가 서류를 힘껏 던지며 말했다. 책상 위에 떨어진 서류에서 분 바람이 강세훈의 머리를 흐트러뜨리자,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오연희는 놀라서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강씨 집안 도련님, 강씨 집안의 후계자, 강씨 그룹의 미래 대표를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대하다니!“도 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오연희가 도예나를 주시하며 냉랭하게 말했다.“무슨 문제가 있으면 좋게 말하세요. 이런 행위는 너무 실례 아닌가요?”“당신들이 이 서류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면 내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는 것도 알았어야지.”도예나가 비웃으며 이어서 말했다.“이렇게 큰 계약의 허점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줄 알았어? 꼬마야, 아직 길 줄도 모르면서 급하게 뛰지 마. 나니까 이렇게 용서해 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거짓 계약으로 고소당했을 거야.”말을 마친 도예나가 일어나 가방을 들고 나가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가방에서 2만원을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오늘 커피는 내가 살 테니 돌아가서
도예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예나 아줌마, 정말 저를 보러 보셨네요! 와, 수아도 오다니, 정말 너무 기뻐요!”병상에 누운 강세윤은 기뻐서 뛰어내릴 기세였고, 도예나가 얼른 걸어가서 그를 눌렀다.“아직 수액을 맞고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마.”그러자 강세윤은 바로 순순히 누워 도예나와 수아를 번갈아 보며 바보같이 웃었다. 그의 머리에는 피가 은은하게 스며든 붕대가 감겨 있었고, 밤새도록 수액을 맞아 손등이 모두 푸른색이었다.병상 옆으로 다가간 도제훈은 옆에 걸린 진료기록부를 떼어냈다. 그가 손을 내밀어 떼어낼 때, 강세윤이 깜짝 놀라 말했다.“너, 너 왜 이래, 예나 아줌마가 여기서 보고 있는데도 나를 괴롭히려는 거야?”“…….”그는 손에 든 진료기록부를 흔들었다.“의사 선생님 글씨가 예뻐서 공부 좀 하려고.”도제훈이 진료기록부를 들고 베란다고 걸어가자, 강세윤은 할 말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방금 매우 찌질하고 없어 보이는 발언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수아가 다가와 손에 든 곰인형을 그의 손에 건네주며 주의를 돌렸다.“와, 수아야, 나한테 선물 주는거야? 너무 귀여워, 좋아!”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이건 수아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야. 이걸 준다는 건 네가 좋은 친구라는 거야!”“친구? 저는 수아 친구가 되기 싫어요, 오빠가 될 거예요!”강세윤은 수아의 손을 잡고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수아야, 내가 오빠가 되면 안 돼? 내가 예뻐해 주고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해 줄게!”어리둥절하게 눈을 뜬 수아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도예나는 강세윤이 슬퍼할까 봐 얼른 화제를 돌렸다.“세윤아, 너네 아버지는 왜 안 계셔? 양집사님은? 어디 가셨어?”“아버지는 어제 밤새 저와 함께 계시다가 오늘 회사에 일하러 가셨어요. 저녁에 오실 거예요. 양집사님은 방금 계셨는데, 아마 맛있는 걸 사러 가셨을 거예요. 수아야, 조금만 기다려. 양집사님이 이따가 맛있는 걸 많이 가지고 오실 거야…….”병실에서 강
자신이 바보라는 말에 발끈한 강세윤의 표정을 본 도예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제훈이는 항상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높은 지능을 떠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고의적으로 세윤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니, 제훈이는 이미 세윤이를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그전까지는 세윤이를 싫어했던 제훈이가 왜 갑자기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인 걸까?도예나는 도제훈을 쳐다보며, 그의 얼굴에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 시선이 불편했던 도제훈은 일어나면서 말했다.“엄마,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문을 열고 나가던 그는 병실 입구에 서 있던 사람과 머리를 부딪쳤다.계속 병실 밖에 서 있던 강세훈은 문을 열지 않은 채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비록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는 도예나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봄의 빗물처럼 부드러웠다. 어쩐지 강세윤이 그 여자한테 그렇게 빠지더라니…….어제 이 여자와 있었던 일이 생각난 그는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줄곧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다가 뜻밖에도 한 아이와 부딪힌 것이다.두 쌍의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눈동자에서 의아함을 보았다.도제훈의 눈동자가 빛났다. 자신과 키가 비슷한 이 아이가 어째서 이렇게 낯이 익은걸까? 눈을 가늘게 뜬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천천히 물었다.“세윤이를 만나러 왔어?”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강세훈의 목소리가 매우 담담하다.“너는? 어떻게 세윤이의 병실에 온 거지?”세윤이의 친구인 걸까? 아니면…?강세훈의 목소리를 듣던 도제훈의 귓가에 강현석의 목소리가 떠올랐다.두 목소리가 점점 겹치며, 두 얼굴도 서서히 한 얼굴로 겹쳐졌다.뭔가 떠오른 도제훈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네가 바로 세 살 때 8개 국어를 했다는 세윤이의 형이야?”강세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는 누구니?”도제훈의 입가에 냉소가 일었다. 방금 강세윤이 말한 형이 사촌형이나 친척형을 가르키는 거라고 생
강세훈은 병실 문틈을 통해 도예나가 강세윤에게 사과를 깎아주고 있는 걸 보았다. 병실의 분위기가 너무 따뜻해서 그는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적어도 이 순간, 그는 도예나가 강세윤에게 진심이라고 느꼈다.고개를 돌려 떠나려던 그는 도설혜가 어느새 병실 입구까지 걸어온 걸 보았다.“엄마, 어떻게 오셨어요?”강세훈이 의아하게 묻자, 병실 안을 주시하던 도설혜는 한참이 지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강세훈의 손을 잡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우리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고개를 끄덕인 강세훈이 도설혜를 따라 차에 올랐다.“세훈아, 너도 방금 봤지? 네 아버지가 안심하게 도예나에게 세윤이를 돌보게 했어. 만약 그 여자가 세윤이 음식에 독을 넣는다면, 그러면…….”도설혜는 입을 막으며 계속 말했다.“세윤이는 나를 싫어해서 내가 병실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그것만 아니면 내가 방금 뛰어들어 도예나를 쫓아냈을 텐데…….”강세훈이 눈을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도예나가 독을 넣지는 않을 거예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세훈아, 너도 그 여자한테 현혹된 거니?”도설혜가 그를 노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나와 도예나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그 여자는 사람을 잘 현혹시키지. 지금 너희들의 믿음을 이용해서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야! 세훈아, 나는 이미 세윤이를 잃었어.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하지만 강세훈은 여전히 평온했다.“저는 엄마 아들이예요. 엄마는 영원히 저를 잃지 않을 거예요.”이 말은 오히려 도설혜를 놀라게 했다. 그녀는 강세훈의 어깨를 더욱 힘껏 잡았다.“엄마는 정말 두려워. 그 여자가 너희 부자 세 사람을 현혹시킬까 봐 두려워! 그리고 그 여자가 너희 아버지한테 시집갈까 봐, 나를 대신해서 너희들의 어머니가 될까 봐 두려워……. 나는 하루 종일 악몽을 꾸고 한밤중에도 자주 놀라서 깨. 정말 너무 무서워!”말을 하던 그녀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를 냉담하게 쳐다보
“엄마, 진정하세요!”강세훈이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일은 제가 마저 조사해 볼게요. 이런 일을 꾸민 사람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떨리던 도설혜의 입술이 마침내 조용해졌다. 어쨌든 그녀는 반드시 이 일을 도예나가 저지른 걸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강현석이 도예나를 해치워버리게 할 수 있다.8시가 되어서야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집으로 향했다. 정리와 세수를 마치니 이미 9시가 넘어서 수아는 잠들었고, 도제후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그는 원래 독립적인 성격이라 무엇이든지 스스로 했다. 그런데 이를 닦고 있을 때, 침대 밑에 숨겨진 공책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칫솔을 깨문 채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더듬으며 노트북을 꺼냈다.이것은 그가 스스로 조립한 노트북으로, 최고의 성능을 지녔다. 엄마도 이 노트북의 존재를 알고 있고, 사용을 금지시켰기에 몰래 침대 밑에 숨겨 놓고 가끔 꺼내 쓰는 것이다.그는 엄마의 회사를 보호하지 위한 프로그램을 썼는데, 지금 울린 경보음은 엄마의 회사 사이트가 공격당했다는 뜻이었다. 카페트에 앉아 입에 칫솔을 물고 손가락으로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린 그는 곧 공격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상대방은 익숙하게 방화벽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그리고 그 수법이 뭔가 좀 익숙했다. 저번에 도설혜의 범행 동영상을 강제로 삭제한 해커도 이 수법이었던 것 같은데…?차가운 웃음을 지은 도제훈은 칫솔을 한쪽에 던졌고,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의 잔영이 스크린을 스쳐 지나갔다.그때, 강씨 가문 저택.2층 침실에 어슴푸레한 조명이 켜져 있고, 강세훈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탁탁 두드렸다.오늘 밤 그는 그 여자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예성과학기술회사 사이트에 잠입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사이트에는 무수한 방화벽이 있었고, 그가 들어가자마자 놀란 프로그램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그와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맞섰고, 곧 누군가가 프로그램을 조작해 보안
갑자기 고개를 돌린 강세훈은 강현석의 분노를 담은 검은 눈동자와 마주했다.“이번에도 네 어머니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변명하지 마.”차가움을 띤 목소리가 작은 방에서 메아리쳤다.강세훈은 입을 닫은 채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밤 그는 단지 그 여자의 내막을 알아내려고 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상대 해커를 만났고, 그 후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웠다.“왜 예성과학기술회사에 손을 댄 거지?”강현석이 그를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화면의 코드가 매우 빠르게 깜박였지만, 그는 사이트 주소를 똑똑히 보았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 막 설립된 회사 사이트를 공격하다니.고개를 숙인 강세훈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네 해킹 기술은 세계 최고야. 국내에서 너의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사이트는 10개도 되지 않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앞으로 더 이상 해킹 기술로 어떤 회사도 공격해서는 안 돼.”강현석의 냉랭한 말에 강세훈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어떤 회사도 공격하면 안 되는 건가요, 아니면 도예나의 회사를 공격하면 안 되는 건가요?”눈을 가늘게 뜬 강현석이 말했다.“무슨 뜻이야?”“아빠, 무슨 뜻인지 아시잖아요.”강세훈은 신발을 벗고 침대에 올라가 입루로 자신의 머리를 덮었다. 그의 작은 몸을 쳐다보던 강현석은 미간에 생긴 깊은 주름을 비틀었다.강세훈이 왜 도예나에게 이렇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그 교통사고는 아직 조사 중인데, 강세훈은 왜 도예나가 했다고 확신하는 걸까?방을 나간 그는 방문을 살짝 잠갔고, 서재로 돌아오자마자 정 보좌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강 대표님, 황세인의 SNS를 샅샅이 뒤져보니 보름 전에 홍씨 가문 집사와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황세인, 바로 이번 교통사고의 운전자이며, 차가 강에 빠져 죽은 사람이다.강현석은 책상 앞에 앉아 물었다.“어느 홍씨 가문?”“서울의 홍씨 가문이요. 20여년 전에 홍씨 가문과 강씨 그룹이 함께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