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90화

자신이 바보라는 말에 발끈한 강세윤의 표정을 본 도예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제훈이는 항상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높은 지능을 떠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고의적으로 세윤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니, 제훈이는 이미 세윤이를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전까지는 세윤이를 싫어했던 제훈이가 왜 갑자기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인 걸까?

도예나는 도제훈을 쳐다보며, 그의 얼굴에서 뭔가를 알아내려고 했다. 그 시선이 불편했던 도제훈은 일어나면서 말했다.

“엄마,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

문을 열고 나가던 그는 병실 입구에 서 있던 사람과 머리를 부딪쳤다.

계속 병실 밖에 서 있던 강세훈은 문을 열지 않은 채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비록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는 도예나가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봄의 빗물처럼 부드러웠다. 어쩐지 강세윤이 그 여자한테 그렇게 빠지더라니…….

어제 이 여자와 있었던 일이 생각난 그는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줄곧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뜻밖에도 한 아이와 부딪힌 것이다.

두 쌍의 눈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눈동자에서 의아함을 보았다.

도제훈의 눈동자가 빛났다. 자신과 키가 비슷한 이 아이가 어째서 이렇게 낯이 익은걸까? 눈을 가늘게 뜬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천천히 물었다.

“세윤이를 만나러 왔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강세훈의 목소리가 매우 담담하다.

“너는? 어떻게 세윤이의 병실에 온 거지?”

세윤이의 친구인 걸까? 아니면…?

강세훈의 목소리를 듣던 도제훈의 귓가에 강현석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두 목소리가 점점 겹치며, 두 얼굴도 서서히 한 얼굴로 겹쳐졌다.

뭔가 떠오른 도제훈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가 바로 세 살 때 8개 국어를 했다는 세윤이의 형이야?”

강세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는 누구니?”

도제훈의 입가에 냉소가 일었다. 방금 강세윤이 말한 형이 사촌형이나 친척형을 가르키는 거라고 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