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는 스승과 제자 사이를 맺는 의식으로 알버트 씨에게 차 한 잔을 건넸고, 지금부터 알버트 씨의 두 번째 제자가 되었다.“저는 이제 다른 나라에 연주회를 하러 가는데, 이 연주회가 끝나면 수아를 데리고 다른 제자를 만나러 갈게요. 그 사람도 정말 우수한 피아니스트예요.”알버트 씨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이 피아노는 수아에게 줄게요. 직접 만나서 가르칠 수가 없으니, 이 피아노로 많이 연습하게 하세요.”도예나는 깜짝 놀랐다.“안 돼요, 이렇게 좋은 피아노를…….”“이게 좋은가요?”알버트 씨의 눈밑에 순간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이 피아노 줄은 기계로 만든 거예요, 그래서 줄 소리에 잡음이 있죠. 수아 말고 다른 제자가 쓰고 있는 건 제가 직접 만든 피아노 줄이예요. 소리가 더 투명하죠… 제가 나중에 수아에게 직접 피아노를 만들어 줄 테니, 일단 아쉬운 대로 이걸 쓰게 해요.”“…….”그녀의 눈에는 최고의 피아노인데, 알버트 씨의 눈에는 그저 아쉬운 대로 쓰는 피아노라니. 그래, 그럼 일단 아쉬운 대로 하자.그녀가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빨리 스승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지.”그러자 수아가 앞으로 다가와 알버트의 손을 흔들었다.도예나는 또 한번 놀랐다.처음 만났는데도 수아가 알버트에게 큰 친근감을 보이고 있다. 이건 수아가 피아노에 정말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다. 그녀는 자신이 정확한 결정을 한 것을 더없이 다행스럽게 생각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직접 알버트 씨를 공항으로 데려다 준 뒤 사람을 불러 피아노를 저택으로 보냈다.피아노는 1층 거실 베란다 입구에 놓여 햇빛을 마주하고 있다. 수아는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내려오려 하지 않고 새로 배운 두 곡을 끊임없이 연습했다.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도예나는 피아노곡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렸다.그때, 도제훈은 노트북을 안고 베란다 밖에 앉아 두 눈으로 스크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마침내 사이트 주소
국과 네 가지 반찬이 아주 빨리 완성되었고, 도예나는 두 아이와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엄마, 내일 토요일인데 우리 세윤이를 보러 병원에 가는 건 어때요?”도제훈이 영리하게 제안하자, 젓가락을 멈춘 수아의 눈동자에 기대가 가득했다. 그 제안에 도예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제훈아, 너 세윤이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그 물음에 도제훈은 입술을 삐죽거렸다.“걔가 동생한테 잘 해 주니까, 억지로 받아들이는 거죠.”대답을 들은 도예나는 기쁘게 웃었다. 아이들의 세계는 확실히 천진난만하고 순진하다. 이렇게 작은 일로 한 사람을 변하게 하다니. 그녀는 제훈이가 영원히 이 순수함을 유지하기를 바랐다.그러나 도제훈의 처진 눈꺼풀에는 차가운 기운이 떠올랐다.방금 K가 보낸 그 도메인 이름은 강씨 그룹이었다. 그날 밤 엄마의 회사 사이트를 공격한 해커가 강씨 집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그가 강세윤의 병문안을 가자고 한 것도 단지 강현석 그 남자의 본심을 알아보고 싶어서였다.토요일, 햇빛이 맑고 날씨가 아주 좋은 날. 병상에 누운 강세윤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놀러 가고 싶어요. 나가고 싶어요! 양집사님, 저를 내보내 주세요.”양집사는 그보다 더 수심에 찬 얼굴이었다.“도련님, 아직 몸이 낫지 않아서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어요. 의사가 특별히 당부했듯이, 며칠동안 누워서 병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고, 다 나으면 마음대로 놀러 다니세요…….”“흥! 또 나를 속이는 거죠!”강세윤이 불쾌하게 소리쳤다.“제가 퇴원하면 아빠는 또 저를 감금할 거예요. 그럼 차라리 매일 입원하는 게 낫겠네요!”말을 마친 그가 갑자기 이불을 젖히고 병상에서 뛰어내렸고, 양집사는 놀라서 얼른 그를 막았다.“도련님, 소란 피우지 마세요!”강세윤은 양집사의 수염을 덥석 잡고 화가 나서 말했다.“저를 막지 마세요! 손을 놔요! 나가서 놀 거예요!”그 교통사고를 겪은 후, 양집사는 이전처럼 그렇게 쉽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강세윤을 힘껏 껴안은 그가 의미심장하
그녀는 어제 강세훈에게 강세윤이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았고, 트랜스포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주말 아침부터 마트에 가서 가장 호화로운 트랜스포머를 골라 강세윤에게 선물했는데, 이 잡종이 자신이 정성껏 고른 장난감을 던지다니…….뭘 하든 강세윤에게 자신이 어머니라는 걸 인정하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도설혜 씨, 도련님은 몸이 허약하셔서 요양 중이십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면 안 되니 일단 나가시죠.”양집사가 다가와 공손하면서도 강하게 말했지만, 도설혜는 입술을 깨물고 나가려 하지 않았다. 모자 간의 감정을 회복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어떻게 쉽게 떠날 수 있겠는가?“엄마, 일단 밖으로 나가 있다가 세윤이 기분이 가라앉은 후에 들어오세요.”하지만 강세훈이 담담하게 말하자, 도설혜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병실을 나왔다. 병실 입구를 나서는 그녀의 얼굴은 비뚤고 험상궂었다.한숨을 쉰 양집사도 몸을 돌려 병실을 나왔고, 가볍게 잠긴 병실 안에는 형제 두 사람만 남았다.“형, 나 말리지 마! 나는 나를 잡종이라고 부르는 여자를 엄마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강세윤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하자, 병상 옆에 앉아있던 강세훈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너… 기억나?”“왜 기억이 안 나?”강세윤의 입가에 비꼬는 웃음이 가득했다.“그 여자는 한 살 난 아이가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를 너무 얕본 거야.”그들의 첫 돌잔치 때, 강씨 집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그때 도설혜가 형제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강세윤은 그날 너무 긴장해서 실수로 바지에 오줌을 쌌다. 그를 데리고 휴게실에 가서 바지를 갈아 입히던 도설혜는 욕을 했다. 그는 도설혜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욕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저 잡종이라고 말했던 것과 그 혐오스러운 눈빛만 기억하고 있었다.나중에 말을 할 줄 알게 됐을 때 그는 이 일을 형에게 알렸지만, 형은 침묵했다.그제서야 그는 도설혜가 자신뿐만 아니라 형도 욕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형은
강세훈은 바닥에 떨어진 트랜스포머를 주워 침대 머리맡에 잘 모아두고 평온하게 말했다.“어쨌든 우리 엄마니까, 사랑하지 않아도 존중해 드려야 해.”붉은 눈동자를 비비던 강세윤은 대답하지 않았고, 강세훈도 더 이상 이 화제를 언급하기 싫어 말을 돌렸다.“그저께 저녁에 너를 보러 온 그 두 아이는 유치원 친구야?”흐렸던 강세윤의 마음이 순식간에 맑아지며, 입꼬리를 올리고 눈에 웃음을 ㄸ었다.“도제훈이랑 수아야. 예나 아줌마랑 같이 나를 보러 온 거야.”“수아? 그 여자애 이름이 수아야?”“맞아, 수아라고 불러. 얼마나 귀여운지! 말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눈을 보면 마치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큰 눈이 검은 포도처럼 깊어. 수아가 나를 볼 때마다 마치 온 세상을 가진 것 같아…….”설명하는 강세윤의 눈이 마치 은하수가 반짝이는 것처럼 초롱초롱했고, 강세훈도 그 마음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 수아를 우리 집에 초대해서 같이 밥 먹어도 돼.”“좋아! 하지만 내 장난감은 모두 자동차랑 비행기야. 수아가 좋아하지 않을 텐데… 형, 이따가 마트에 가서 여자 애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좀 사서 가. 내가 퇴원하면 수아한테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할게!”이따가 매우 중요한 회의가 있었지만, 강세훈은 그냥 대답했다.“좋아.”그리고 30분 동안 이야기를 한 후에야 비로소 병실을 떠났다.도설혜는 복도 끝의 의자에 앉아 짜증난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가, 강세훈을 보자마자 짜증이 억울함으로 변했다.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온 그녀가 물었다.“세훈아, 세윤이 기분이 좀 좋아졌니? 내가 들어가서 만나도 될까?”“내일 다시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잠들었어요.”강세훈의 대답에 도설혜는 실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그래, 내일 다시 올게.”그리고는 강세훈의 손을 잡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강세훈은 온 몸이 불편했지만 억지로 손을 놓지 않았다.두 사람이 병원 입구로 나올 때, 정면에서 세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도예나가 왼손에는 도제훈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여자아이는 도예나랑 무슨 관계죠?”방금 병실에서, 강세윤은 수아가 도예나를 따라 병문안을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또 도예나와 함께 나타났다. 게다가 도예나는 또 다른 남자아이까지 끌고 왔다.그의 마음속에 뭔가 의심이 피어오르는 걸 느낀 도설혜는 갑자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어떤 일이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거의 보이지 않던 강세훈이, 오늘 그 여자아이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다니. 그 여자아이는 도예나의 딸, 즉 강세훈의 친여동생이다.친남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혈연적인 유대관계가 있는걸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높은 지능을 가진 강세훈은 곧 도예나가 자신과 강세윤의 친어머니라는 걸 곧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그 순간, 도설혜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나도 그 여자아이와 도예나가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 도예나가 4년 전 실종된 후 바로 임신했다고 해도 이렇게 큰 딸이 있을 수 없는데…….”그 말은, 여자아이가 도예나의 딸일 리가 없다는 뜻이다.강세훈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수아와 도예나의 관계는 이후에 강세윤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엄마, 가시죠.”그의 평온한 모습은 오히려 도설혜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고, 그녀가 쫓아가서 걸으면서 말했다.“세훈아, 교통사고 조사는 어떻게 돼 가? 도예나와 관련된 증거가 나왔어?”하지만 강세훈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도예나와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아버지가 이미 홍씨 가문과 관련되었다는 걸 알아냈으니, 별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일은 홍씨 가문과 연관된 것이다. 도예나가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서울에 있는 홍씨 가문과 결탁했을 리도 없다.“어떻게 관계가 없니? 그 여자 말고 또 누가 세윤이에게 손을 대겠어? 세훈아, 너도 그 여자한테 현혹된 건 아니지?”도설혜가 목소리를 높이자 강세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머니, 지금 도예나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요.”“그 여자가 똑똑해서 모든 증
도예나가 두 아이를 끌고 병실로 들어가자, 기분이 가라앉았던 강세윤은 기뻐서 깡충깡충 뛰었다.“예나 아줌마, 저는 아줌마가 너무 좋아요! 방금까지도 보고 싶어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수아를 데리고 오시다니, 정말 행복해요!”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제훈이가 너 혼자 너무 외로울까 봐 걱정돼서 보러 오자고 했어.”하지만 강세윤은 의심스러운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말도 안 돼요, 얘는 저를 괴롭히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어떻게 보러 오겠다고…….”“진짜야.”도예나가 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사실 제훈이 형이 너를 걱정하고 있는데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하는 거야.”그 말을 들으며 강세윤이 눈을 들자, 도제훈의 눈빛과 딱 마주쳤다. 도제훈은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내 동생을 좋아해 주면 나도 너를 좋아해 볼 수도 있어.”“누가 너보고 나를 좋아하라고 했어?!”강세윤은 어색하게 머리를 돌렸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귀 끝이 슬그머니 빨개졌다.병상 옆에 앉은 도제훈이 그에게 물었다.“너희 아버지는 왜 병원에 안 계시니?”“오후에 오신다고 했는데, 언제 일이 끝날지 몰라.”강세윤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하자,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본 도제훈은 침묵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도련님, 점심 왔습니다!”바로 이때, 양집사가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면서 도예나를 보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도예나 씨, 어젯밤에 도련님이 밤새 찾았는데 드디어 오셨네요!”“양집사님, 빨리 와보세요!”강세윤이 흥분해서 말했다.“얘가 바로 제가 말했던 수아예요. 정말 너무 귀엽고 예쁘죠?”수아의 얼굴을 보던 양집사의 눈빛이 녹아내렸다.“아이고, 너무 귀엽네. 이렇게 나이를 먹을 동안 이렇게 귀여운 소녀는 처음 봐요…….”수아의 이목구비를 쳐다보던 양집사는 의심의 눈길을 보였다.“약간 도예나 씨랑 닮은 것 같은데요?”수아는 만두처럼 귀여운 얼굴형을 하고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보면 볼수록 도예
그 말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야 비로소 반쯤은 맞는 말이었다는 걸 알았다. 도예나 씨가 쌍둥이를 낳은 건 맞지만, 죽은 아이는 아니었던 것이다.쌍둥이 중 남자아이는 영리하고 여자아이는 예뻐서 보는 사람마다 탐낼 만하다.도제훈을 한참 쳐다보던 양집사는 갑자기 다시 멈추었다. 이 남자아이는 강현석의 어릴 적과 똑같이 생겼다. 특히 의자에 앉아 있는 이 표정은 마치 틀에 박힌 것 같다.망했군!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져 이런 착각을 하는 게 뻔하다. 고개를 저으며 이 황당한 착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양집사는 쪼그리고 앉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름이 도제훈이면 제가 제훈 도련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그의 질문에 도제훈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냥 제훈이라고 부르시면 돼요.”“알겠어요. 자, 사탕 먹어요.”양집사가 주머니에서 과일 사탕을 한 움큼 꺼냈다. 모두 평소에 강세윤을 달래는 도구였다.하지만 도제훈은 도리어 고개를 저었다.“감사해요, 양집사님. 근데 저는 사탕을 먹지 않아요.”양집사는 도제훈에게서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느꼈다. 마치 강세훈과 이야기할때처럼.이 아이는 분명히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고개를 저은 양집사가 사탕을 들고 수아를 달래러 갔다. 평소에 사탕을 좋아하지 않던 수아는 웬일인지 사탕을 받아 주머니에 잘 넣었다.그 모습을 보던 도예나의 웃음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수아가 점차 엄마와 오빠만 있던 폐쇄된 세계에서 벗어났다는 걸 느꼈다. 현재 수아의 세계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윤이, 우세정 선생님, 유치원의 친구들, 알버트 씨, 양집사… 그리고 강현석.그녀의 머릿속에 그의 이름이 떠오르자마자, 병실 입구에 우뚝 솟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 본 도예나는 강현석의 어둡고 그윽한 눈동자를 마주했다.“강현석 씨.”도예나가 웃으며 그를 불렀다. 일을 할 때, 그녀는 습관적으로 그를 강 대표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웃으면서 강현석 씨
도제훈과 강현석은 병실 입구의 복도로 걸어갔다.밥을 먹던 강세윤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제훈이가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그는 아버지만 보면 무서워서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도예나도 궁금했지만, 제훈이는 자신만의 비밀이 있기 때문에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시니까, 제훈이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겠지.”도예나가 웃으며 말하자 강세윤은 잠시 궁금해하다가 바로 이 일을 잊었다. 그냥 이렇게 예나 아줌마와 수아와 함께 있는 게 훨씬 즐거우니까, 아버지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자신의 친아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강현석은 대답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제 말해도 돼.”“제가 최근에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는데, 아저씨가 이쪽에 대해 잘 아시는지 모르겠어요.”여기까지 말한 도제훈은 책가방에서 지식에 목마른 모습으로 프로그래밍 입문 자습서 한 권을 꺼냈다.강현석은 그 모습이 놀랍지 않았다. 지식에 대한 모든 천재들의 관심은 대략 3개월 이내이다. 왜냐하면 그런 아이들은 3개월 안에 가장 핵심적인 지식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그가 보던 논리학 책을 생각해 봤을 때, 이미 매우 무서울 정도로 독학한 게 틀림없다.그리고, 지금은 방향을 바꿔 프로그래밍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은 더욱 복잡하고 방대한 것이라 4살 난 아이가 그렇게 쉽게 연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프로그래밍이라면 그럭저럭 잘 알고 있지. 뭘 묻고 싶은 거야?”강현석의 낮은 말투에 도제훈이 입을 열었다.“아저씨는 보통 어떤 프로그램으로 스크립트 언어를 쓰세요?”“파이썬과 자바 모두 가능해. 중요한 건 네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목적이야. 내가 공부할 책과 동영상을 추천해 줄게.”도제훈의 손가락이 팽팽해지며, 눈꺼풀을 늘어뜨린 채 입술을 오므렸다.“저는 해커가 되고 싶어요.”그러자 강현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해커? 왜?”“지금은 아저씨한테 이유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