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어제 강세훈에게 강세윤이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았고, 트랜스포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주말 아침부터 마트에 가서 가장 호화로운 트랜스포머를 골라 강세윤에게 선물했는데, 이 잡종이 자신이 정성껏 고른 장난감을 던지다니…….뭘 하든 강세윤에게 자신이 어머니라는 걸 인정하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도설혜 씨, 도련님은 몸이 허약하셔서 요양 중이십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면 안 되니 일단 나가시죠.”양집사가 다가와 공손하면서도 강하게 말했지만, 도설혜는 입술을 깨물고 나가려 하지 않았다. 모자 간의 감정을 회복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어떻게 쉽게 떠날 수 있겠는가?“엄마, 일단 밖으로 나가 있다가 세윤이 기분이 가라앉은 후에 들어오세요.”하지만 강세훈이 담담하게 말하자, 도설혜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병실을 나왔다. 병실 입구를 나서는 그녀의 얼굴은 비뚤고 험상궂었다.한숨을 쉰 양집사도 몸을 돌려 병실을 나왔고, 가볍게 잠긴 병실 안에는 형제 두 사람만 남았다.“형, 나 말리지 마! 나는 나를 잡종이라고 부르는 여자를 엄마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강세윤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하자, 병상 옆에 앉아있던 강세훈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너… 기억나?”“왜 기억이 안 나?”강세윤의 입가에 비꼬는 웃음이 가득했다.“그 여자는 한 살 난 아이가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를 너무 얕본 거야.”그들의 첫 돌잔치 때, 강씨 집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그때 도설혜가 형제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강세윤은 그날 너무 긴장해서 실수로 바지에 오줌을 쌌다. 그를 데리고 휴게실에 가서 바지를 갈아 입히던 도설혜는 욕을 했다. 그는 도설혜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욕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저 잡종이라고 말했던 것과 그 혐오스러운 눈빛만 기억하고 있었다.나중에 말을 할 줄 알게 됐을 때 그는 이 일을 형에게 알렸지만, 형은 침묵했다.그제서야 그는 도설혜가 자신뿐만 아니라 형도 욕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형은
강세훈은 바닥에 떨어진 트랜스포머를 주워 침대 머리맡에 잘 모아두고 평온하게 말했다.“어쨌든 우리 엄마니까, 사랑하지 않아도 존중해 드려야 해.”붉은 눈동자를 비비던 강세윤은 대답하지 않았고, 강세훈도 더 이상 이 화제를 언급하기 싫어 말을 돌렸다.“그저께 저녁에 너를 보러 온 그 두 아이는 유치원 친구야?”흐렸던 강세윤의 마음이 순식간에 맑아지며, 입꼬리를 올리고 눈에 웃음을 ㄸ었다.“도제훈이랑 수아야. 예나 아줌마랑 같이 나를 보러 온 거야.”“수아? 그 여자애 이름이 수아야?”“맞아, 수아라고 불러. 얼마나 귀여운지! 말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눈을 보면 마치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큰 눈이 검은 포도처럼 깊어. 수아가 나를 볼 때마다 마치 온 세상을 가진 것 같아…….”설명하는 강세윤의 눈이 마치 은하수가 반짝이는 것처럼 초롱초롱했고, 강세훈도 그 마음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 수아를 우리 집에 초대해서 같이 밥 먹어도 돼.”“좋아! 하지만 내 장난감은 모두 자동차랑 비행기야. 수아가 좋아하지 않을 텐데… 형, 이따가 마트에 가서 여자 애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좀 사서 가. 내가 퇴원하면 수아한테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할게!”이따가 매우 중요한 회의가 있었지만, 강세훈은 그냥 대답했다.“좋아.”그리고 30분 동안 이야기를 한 후에야 비로소 병실을 떠났다.도설혜는 복도 끝의 의자에 앉아 짜증난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가, 강세훈을 보자마자 짜증이 억울함으로 변했다.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온 그녀가 물었다.“세훈아, 세윤이 기분이 좀 좋아졌니? 내가 들어가서 만나도 될까?”“내일 다시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잠들었어요.”강세훈의 대답에 도설혜는 실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그래, 내일 다시 올게.”그리고는 강세훈의 손을 잡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강세훈은 온 몸이 불편했지만 억지로 손을 놓지 않았다.두 사람이 병원 입구로 나올 때, 정면에서 세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도예나가 왼손에는 도제훈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여자아이는 도예나랑 무슨 관계죠?”방금 병실에서, 강세윤은 수아가 도예나를 따라 병문안을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또 도예나와 함께 나타났다. 게다가 도예나는 또 다른 남자아이까지 끌고 왔다.그의 마음속에 뭔가 의심이 피어오르는 걸 느낀 도설혜는 갑자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어떤 일이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거의 보이지 않던 강세훈이, 오늘 그 여자아이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다니. 그 여자아이는 도예나의 딸, 즉 강세훈의 친여동생이다.친남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혈연적인 유대관계가 있는걸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높은 지능을 가진 강세훈은 곧 도예나가 자신과 강세윤의 친어머니라는 걸 곧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그 순간, 도설혜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나도 그 여자아이와 도예나가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 도예나가 4년 전 실종된 후 바로 임신했다고 해도 이렇게 큰 딸이 있을 수 없는데…….”그 말은, 여자아이가 도예나의 딸일 리가 없다는 뜻이다.강세훈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수아와 도예나의 관계는 이후에 강세윤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다.“엄마, 가시죠.”그의 평온한 모습은 오히려 도설혜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고, 그녀가 쫓아가서 걸으면서 말했다.“세훈아, 교통사고 조사는 어떻게 돼 가? 도예나와 관련된 증거가 나왔어?”하지만 강세훈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도예나와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아버지가 이미 홍씨 가문과 관련되었다는 걸 알아냈으니, 별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일은 홍씨 가문과 연관된 것이다. 도예나가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서울에 있는 홍씨 가문과 결탁했을 리도 없다.“어떻게 관계가 없니? 그 여자 말고 또 누가 세윤이에게 손을 대겠어? 세훈아, 너도 그 여자한테 현혹된 건 아니지?”도설혜가 목소리를 높이자 강세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머니, 지금 도예나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요.”“그 여자가 똑똑해서 모든 증
도예나가 두 아이를 끌고 병실로 들어가자, 기분이 가라앉았던 강세윤은 기뻐서 깡충깡충 뛰었다.“예나 아줌마, 저는 아줌마가 너무 좋아요! 방금까지도 보고 싶어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수아를 데리고 오시다니, 정말 행복해요!”도예나도 웃으며 말했다.“제훈이가 너 혼자 너무 외로울까 봐 걱정돼서 보러 오자고 했어.”하지만 강세윤은 의심스러운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말도 안 돼요, 얘는 저를 괴롭히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어떻게 보러 오겠다고…….”“진짜야.”도예나가 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사실 제훈이 형이 너를 걱정하고 있는데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하는 거야.”그 말을 들으며 강세윤이 눈을 들자, 도제훈의 눈빛과 딱 마주쳤다. 도제훈은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내 동생을 좋아해 주면 나도 너를 좋아해 볼 수도 있어.”“누가 너보고 나를 좋아하라고 했어?!”강세윤은 어색하게 머리를 돌렸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귀 끝이 슬그머니 빨개졌다.병상 옆에 앉은 도제훈이 그에게 물었다.“너희 아버지는 왜 병원에 안 계시니?”“오후에 오신다고 했는데, 언제 일이 끝날지 몰라.”강세윤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하자,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본 도제훈은 침묵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도련님, 점심 왔습니다!”바로 이때, 양집사가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면서 도예나를 보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도예나 씨, 어젯밤에 도련님이 밤새 찾았는데 드디어 오셨네요!”“양집사님, 빨리 와보세요!”강세윤이 흥분해서 말했다.“얘가 바로 제가 말했던 수아예요. 정말 너무 귀엽고 예쁘죠?”수아의 얼굴을 보던 양집사의 눈빛이 녹아내렸다.“아이고, 너무 귀엽네. 이렇게 나이를 먹을 동안 이렇게 귀여운 소녀는 처음 봐요…….”수아의 이목구비를 쳐다보던 양집사는 의심의 눈길을 보였다.“약간 도예나 씨랑 닮은 것 같은데요?”수아는 만두처럼 귀여운 얼굴형을 하고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보면 볼수록 도예
그 말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야 비로소 반쯤은 맞는 말이었다는 걸 알았다. 도예나 씨가 쌍둥이를 낳은 건 맞지만, 죽은 아이는 아니었던 것이다.쌍둥이 중 남자아이는 영리하고 여자아이는 예뻐서 보는 사람마다 탐낼 만하다.도제훈을 한참 쳐다보던 양집사는 갑자기 다시 멈추었다. 이 남자아이는 강현석의 어릴 적과 똑같이 생겼다. 특히 의자에 앉아 있는 이 표정은 마치 틀에 박힌 것 같다.망했군!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져 이런 착각을 하는 게 뻔하다. 고개를 저으며 이 황당한 착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양집사는 쪼그리고 앉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름이 도제훈이면 제가 제훈 도련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그의 질문에 도제훈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냥 제훈이라고 부르시면 돼요.”“알겠어요. 자, 사탕 먹어요.”양집사가 주머니에서 과일 사탕을 한 움큼 꺼냈다. 모두 평소에 강세윤을 달래는 도구였다.하지만 도제훈은 도리어 고개를 저었다.“감사해요, 양집사님. 근데 저는 사탕을 먹지 않아요.”양집사는 도제훈에게서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느꼈다. 마치 강세훈과 이야기할때처럼.이 아이는 분명히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고개를 저은 양집사가 사탕을 들고 수아를 달래러 갔다. 평소에 사탕을 좋아하지 않던 수아는 웬일인지 사탕을 받아 주머니에 잘 넣었다.그 모습을 보던 도예나의 웃음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수아가 점차 엄마와 오빠만 있던 폐쇄된 세계에서 벗어났다는 걸 느꼈다. 현재 수아의 세계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세윤이, 우세정 선생님, 유치원의 친구들, 알버트 씨, 양집사… 그리고 강현석.그녀의 머릿속에 그의 이름이 떠오르자마자, 병실 입구에 우뚝 솟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 본 도예나는 강현석의 어둡고 그윽한 눈동자를 마주했다.“강현석 씨.”도예나가 웃으며 그를 불렀다. 일을 할 때, 그녀는 습관적으로 그를 강 대표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웃으면서 강현석 씨
도제훈과 강현석은 병실 입구의 복도로 걸어갔다.밥을 먹던 강세윤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제훈이가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그는 아버지만 보면 무서워서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도예나도 궁금했지만, 제훈이는 자신만의 비밀이 있기 때문에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시니까, 제훈이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겠지.”도예나가 웃으며 말하자 강세윤은 잠시 궁금해하다가 바로 이 일을 잊었다. 그냥 이렇게 예나 아줌마와 수아와 함께 있는 게 훨씬 즐거우니까, 아버지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자신의 친아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강현석은 대답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제 말해도 돼.”“제가 최근에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는데, 아저씨가 이쪽에 대해 잘 아시는지 모르겠어요.”여기까지 말한 도제훈은 책가방에서 지식에 목마른 모습으로 프로그래밍 입문 자습서 한 권을 꺼냈다.강현석은 그 모습이 놀랍지 않았다. 지식에 대한 모든 천재들의 관심은 대략 3개월 이내이다. 왜냐하면 그런 아이들은 3개월 안에 가장 핵심적인 지식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그가 보던 논리학 책을 생각해 봤을 때, 이미 매우 무서울 정도로 독학한 게 틀림없다.그리고, 지금은 방향을 바꿔 프로그래밍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은 더욱 복잡하고 방대한 것이라 4살 난 아이가 그렇게 쉽게 연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프로그래밍이라면 그럭저럭 잘 알고 있지. 뭘 묻고 싶은 거야?”강현석의 낮은 말투에 도제훈이 입을 열었다.“아저씨는 보통 어떤 프로그램으로 스크립트 언어를 쓰세요?”“파이썬과 자바 모두 가능해. 중요한 건 네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목적이야. 내가 공부할 책과 동영상을 추천해 줄게.”도제훈의 손가락이 팽팽해지며, 눈꺼풀을 늘어뜨린 채 입술을 오므렸다.“저는 해커가 되고 싶어요.”그러자 강현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해커? 왜?”“지금은 아저씨한테 이유
“예성과학기술회사, 맞지?”도제훈의 심장이 무거워졌다. 이 남자는 역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는 입을 닫고 병실 쪽으로 걸어간 뒤 문을 열고 병실 입구에 섰다.“엄마, 집에 가고 싶어요.”강세윤에게 밥을 먹이고 있던 도예나는 멍해졌다.“왜 또 갑자기 가려고 해? 5분만 기다려, 세윤이 밥 마저 먹이고 가자.”“저는 지금 가고 싶어요.”원래 고집이 세지 않은 도제훈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도예나는 다 먹이지 못한 밥을 강현석의 손에 내려놓았다.“세윤이한테 먹여 주세요. 우리는 먼저 갈게요.”도제훈은 이미 몸을 돌려 가고 있었고, 도예나가 수아는 끌고 그 뒤를 쫓아갔다.병실에는 순식간에 부자 둘만 남았다.강세윤은 아직 넘기지 않은 밥을 씹고 있다가 갑자기 텅 빈 병실을 보고 입이 툭 튀어나왔다.“아빠, 너무 나빠요. 아빠가 오자마자 제훈이가 놀랐잖아요! 제훈이가 가니까 예나 아줌마랑 수아도 갔어요! 으앙, 난 너무 불쌍해…….”입을 벌리고 우는 탓에 입안의 밥이 모두 침대에 쏟아져 버렸다.“…….”강현석도 왜 도제훈이 왜 멀쩡하다가 갑자기 집에 가려고 하는지 알고 싶었다. 방금 대화도 분명히 잘 풀리고 있었는데, 머리를 쥐어짜도 자신의 어떤 말이 그의 미움을 샀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강세윤이 처절하게 울면서 병상 테이블 위의 국그릇도 뒤집혀서 눈이 어지러웠기 때문이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 입구까지 걸어갔다. 처음에는 도제훈의 몸이 불편한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도제훈의 손을 잡은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강현석 씨가 너한테 뭐라고 말했어?”하지만 도제훈은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그도 말을 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만약 방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면 이렇게 제멋대로 가자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부성애를 갈망했고 아버지와 함
도제훈의 다섯 손가락이 천천히 오므려졌다.강씨 집안에는 오직 세 사람뿐이다. 강현석, 강세윤, 그리고 그날 병실 입구에서 만난 그 아이.강세윤은 이런 능력이 없고, 엄마는 강현석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럼 남은 사람은…….“강세훈, 세윤이의 친형이야.”도예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강현석 씨가 이미 아들을 대신해서 나에게 사과했고, 모든 손실을 배상하기로 했어. 제훈아, 이 일은 더 이상 따지지 마.”“그 사람 이름이 강세훈이었군요.”도예나는 깜짝 놀랐다.“너희들, 본 적 있어?”그녀는 강세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줄곧 만날 기회가 없었다.“세윤이 병실 입구에서 만났어요. 그 애가 직접 엄마한테 사과했어요?”도예나는 웃으며 이 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들은 겨우 네 살이야. 지금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열심히 공부하는 거지. 다른 일은 모두 신경 쓸 필요 없어. 특히 제훈이, 너는 공부도 해야 하고 여동생도 돌봐야 하니 어른들 일에 신경 쓰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 알았지?”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집에 돌아가는 길에, 수아와 얘기하던 그는 계속 생각했다. 그날 강세훈을 만났을 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강세훈의 해킹 기술은 그에 뒤지지 않는 고수였다.그런데 왜 해외 해커 순위에서 그의 이름을 보지 못했을까?집에 돌아온 도제훈은 K의 메시지를 받았다.“엄마, 옷 갈아입으러 올라갈게요.”침착한 표정으로 위층으로 올라온 그는 방문을 닫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다.“도보스, 너도 한물 갔네. 저번에 너를 공격한 그 해커 완전 애기였어!”“너 어떻게 알았어?”“그 놈의 등록 정보를 찾았어, 직접 봐.”상대방에게서 캡쳐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 사진을 크게 확대해 보니, 등록 정보는 아주 간단했다.[닉네임 : 우유를 좋아하는 세윤이][나이 : 4살]“이거 가짜 정보 아니야? 네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