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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도설혜는 갑자기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석을 보았다. 서류를 보고 있던 그 남자는 고개를 들어 앨리스가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강현석이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 도설혜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앨리스 선생님, 다시 한 번 쳐 봐도 될까요?”

“그럼요.”

앨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일단 긴장을 풀고 마음을 홀가분하게 한 다음 곡의 장면 속으로 들어가세요. 마음 속에 감정이 형성되면 그 감정이 자신의 손끝으로 물처럼 흘러들어 건반 위에 쏟아지도록…….”

고개를 끄덕인 도설혜가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10대 시절 피아노를 배울 때 그녀와 도예나 사이의 관계는 아직 괜찮았다. 도예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곤 했다. 하지만 도예나를 싫어하는 그녀가 어떻게 그런 가르침을 들을 수 있겠는가? 이제서야 도예나가 했던 말들이 지금 앨리스가 하는 말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을 감자, 머릿속에 10대의 도예나가 피아노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서서히 떠올랐다.

도설혜는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피아노 곡에 녹여내야 할 지 모르지만, 도예나의 곡조를 그대로 옮길 수는 있었다.

그녀와 도예나는 18살 전에는 좋은 자매였고, 매일 도예나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어떤 곡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와, 심지어 피아노를 치는 도예나의 자세조차도 모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 도설혜가 친 곡은 ‘앨리스에게’가 아니었다.

10대의 도예나가 자주 연습했던 피아노 입문곡, ‘밤의 피아노곡 5’였다.

피아노곡이 도설혜의 손끝에서 기울어져 나왔을 때, 강현석은 갑자기 멍해졌다.

그도 전에 이 곡을 들은 적이 있다. 18세가 되던 해 자신이 모교인 성남시 1고등학교로 가서 강연했을 때, 피아노실을 지나갈 때 이 놀라운 곡을 들은 적이 있다.

이 곡은 흔히 들을 수 있고 연주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렇게 슬픔과 행복을 교묘하게 융합해서 연주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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