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7화

도예나가 피아노 가게에서 나오자 두 아이는 손을 잡은 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설혜의 그림자를 본 도제훈이 즉시 수아를 데리고 나왔던 것이다. 지난번에 유치원 입구에서 도설혜를 만났을 때 수아가 밤에 악몽을 꾼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여동생과 도설혜를 마주치게 할 수 없었다.

“엄마, 피아노 안 샀어요?”

도제훈이 고개를 들어 물었고, 도예나가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본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 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알버트 씨, 무슨 일이세요?”

“어제 성남시에 와서 피아노 투어를 하다가 여기가 당신 고향이었다는 게 생각나서요.”

수화기 너머로 약간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1년 전, 제가 한 말 기억해요?”

도예나가 그 목소리 사이로 끼어들어 대답했다.

“저는 이미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없어졌어요…….”

“그렇게 재능이 있는데, 왜 낭비하는 거예요?”

알버트가 의미심장하게 계속 말했다.

“저는 평생 한 학생만 받았는데, 당신의 재능이 그 학생보다 더 놀라워요.”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숙인 도예나가 앞의 수아를 보았다. 수아는 맑은 눈을 뜨고 피아노 가게 쪽을 보고 있었다. 피아노 가게에서 누군가가 은은한 피아노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수아의 머리가 악곡에 따라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아노가 뚝 멈추자 아이의 눈에 황망한 상실감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도예나가 휴대폰을 꽉 쥐었다.

“알버트 씨, 학생 한 명을 더 받고 싶으신 거죠?”

“만약 제가 학생을 받지 않을 생각이면 왜 당신에게 전화했겠어요?”

알버트는 마침내 그녀의 마음이 움직인 줄 알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저 지금 성남시에 와 있어요. 이틀 후에 떠나니까 시간 있으면 한 번 만나요.”

“네, 그럼 내일 봐요.”

도예나는 전화를 끊고 쪼그리고 앉아 수아의 큰 눈을 쳐다보았다.

“수아야, 정말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엄마한테 말해 봐.”

줄곧 주위 환경에 아무 반응도 없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