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초 후, 그녀의 휴대폰은 다시 문자 테러를 당했다.[예나 너, 너무 무정한 거 아니야?][너 방금 999번째로 나를 차단했어! 잊지 않을거야!][예나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 한 번 기회를 줘!]그걸 본 도예나는 차갑게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은 뒤 고개를 들어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손 매니저님, 이제 계속 말해보죠. 방금 말씀하셨던 Visoual Studio는 예전부터 많이 쓰였던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방식이예요. 저는 거기서 몇 개의 노드를 고쳐서…….”“도 대표님, 이 설계 초안은 저희 회사에서 천천히 연구해 보겠습니다.”손 매니저가 말을 하며 일어섰다.“A-F 프로젝트는 저희 회사에서 많이 투자한 프로젝트입니다. 세부 사항을 우리 둘이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그의 말을 들은 도예나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손 매니저님 말이 맞습니다. 그럼 일단 강씨 그룹 기술팀에서 심사하고 평가한 뒤에 다시 상의해 보죠.”손 매니저는 두꺼운 프로그래밍 설계서를 들고 작업실을 나선 뒤 차에 타자마자 조수석에 서류를 던져 버렸다.원래는 한 번 뒤적거리면서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방금 도예나가 전화를 걸었을 때 잠깐 두세 페이지 정도를 자세히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볼수록 프로그래밍 설계서는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설계서의 마지막 결과값은 강현석이 구상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지만, 실현 과정이 너무 터무니없었던 것이다.현재 시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이 설계서 안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형태로 존재하는 데다, 새로운 형식으로 합성되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천부적인 재능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지나친 것일까?손 매니저는 고개를 저으며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왔다.설계서를 들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간 그는 강현석이 회의실에서 고위층과 회의를 하고 있고 정 보좌관이 대표 사무실에서 문서를 정리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가 들어오는 걸 보고 정 보좌관이 기뻐하며 말했다.“손 매니저님,
손 매니저는 마음속으로 말할 단어를 추려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 대표의 디자인 이념이 좋더군요.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을 채택했어요. 그런데 전통적인 모듈을 깨뜨려 새로운 코드 규칙을 만든 게 좀 모험적이라고 생각합니다…….”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하듯 설계서를 보았다. 프로그래밍 분야에도 약간 발을 들였던 그는 이렇게 독창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로그래머는 전 세계를 통틀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도예나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니.“모험적인 것도 좋은 점이 있죠. 초안은 일단 이렇게 하고 계속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세요.”말을 마친 강현석이 설계서를 던지고 바로 대표실로 들어가자, 정 보좌관이 손 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렸다.“강 대표님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손 매니저님이 잘 처리하신다면, 승진해서 연봉이 오를 수도 있을걸요!”손 매니저는 쓴웃음을 지었다.강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 프로젝트의 숨겨진 위험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은 IT 업계에서 십여 년이 넘게 일해왔고, 스마트 시장을 일찍이 접했기에 이 설계서를 좋게 볼 수 없었다.아름다운 상상은, 현실에서 실행할 수 없는 법.씁쓸한 얼굴로 기술팀에 돌아온 손 매니저는 마침 기술팀 부매니저 나호연을 만났다.“손 매니저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나호연 씨, 지금 프로젝트 몇 개 가지고 있죠?”손 매니저가 묻자 나호연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하나 정도 하고 있어요, 곧 막바지에 접어들 거예요. 마침 손 매니저님께 여쭤 보려고 했는데, 저한테 어떤 프로젝트 주실 예정이세요?”“우리 회사 다음 분기 A-F 스마트 자동차 프로젝트를 맡길게요.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세요.”손 매니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나호연의 손에 던지고 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고, 나호연이 기뻐하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손 매니저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보좌관이 마중을 나오며 물었다.“강 대표님이 특별히
“거기 공기가 좋으면, 내가 호주에 이렇게 오래 살겠니?”강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사람을 보내서 세윤이를 데리고 와서 몇 달 동안 같이 살거야.”“안 돼요.”강현석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미 정해진 수업이 있어서 당분간은 호주에 갈 수 없어요.”“현석아, 나도 나이가 들어서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해.”강 부인의 차가운 말투에서 약한 모습이 느껴졌다.“내가 혼자 호주에 살면서, 이렇게 큰 집에서 나 혼자밖에 없잖아. 내가 매일 어떻게 지내는지 아니? 네가 보러 오는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두 아이 중 한 명만 와서 나와 함께 지내기를 바라는데, 이것도 싫단 말이야?”강현석이 침묵했다.만 1개월이 됐을 때, 그는 아이를 호주로 보내 어머니가 돌보게 했었다. 그 이유는 첫째, 갑자기 두 아이가 생긴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서였고, 둘째, 내내 손자를 바라던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렇게 3개월 동안 외국에서 살던 아이는, 어머니의 부주의로 납치당했다.그 사고로 강현석은 두 아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고, 그때부터 정식으로 두 아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생활로 데려왔다.그때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들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온 후 다시는 호주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강세훈은 출장을 갈 때만 호주에 가서 할머니를 뵙고 있다.“현석아, 네가 세훈이랑 세윤이를 아끼는 거 알아.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 아니면 이렇게 하자.”강 부인이 한 걸음 양보하며 제의했다.“너랑 도설혜가 혼사를 치르고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그 아이를 호주로 보내서 내가 키워 주는 거야.”그러나 강현석의 목소리는 더욱 확고해졌다.“제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그 여자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그 애는 너랑 5년 전에 관계를 맺었던 여자이고, 세훈이와 세윤이의 친어머니인데 그 애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랑 결혼하고 싶다는거야?”“엄마, 제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강현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계속 말했다.“저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할 수 없어요
“아주머니, 결혼은 사랑으로 해야 해요.”캐서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사랑이 없으면 결혼은 무덤이예요. 현석 오빠도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당연히 무덤을 만들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캐서린의 말에 고개를 저은 강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호주에서 몇 년 동안 아들에게 위엄을 잃은 지 오래 되었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저는 현석 오빠의 그런 가치관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갑자기 고개를 숙인 캐서린이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말했다.“아주머니를 알게 되고 나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매일같이 현석 오빠의 이름을 들었지만, 본 적은 없어요. 사진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강 부인이 캐서린을 한 번 보았다. 4~5년 전 갑자기 그녀의 삶에 나타나 매일 보러 왔고, 그녀는 이 20대 초반의 소녀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심지어 자신과 강현석 사이의 오해조차도 캐서린에게 그대로 말했다.캐서린이 며느리가 된다면, 그녀와 강현석 사이의 오해도 잘 중재해 줄 것 같은데…….하지만, 강현석에게는 아들 둘이 있다.캐서린처럼 꽃같이 아름다운 소녀가 다른 아이의 계모가 되기를 원할까?도예나는 오전에 작업실의 일을 처리하고 내려가서 다시 차를 몰고 도씨 그룹으로 향했다.지금 도씨 그룹의 고객팀 매니저를 맡고 있기에, 맡은 일을 반드시 잘 해내야 한다.가방을 들고 고객팀이 있는 15층에 도착한 그녀는 점심시간이 막 지나고 축 쳐져 있는 사무실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도예나가 들어오자 모두들 정신을 차렸다.몇일 전 도씨 그룹 주주총회에서 발생한 일은 말단 직원들까지 다 들었다. 다른 부서는 몰라도 고객팀은 원래 매니저가 보좌관으로 좌천되고 낙하산으로 배정된 매니저가 새로 들어왔으니, 모두들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좋은 점심이예요.”도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고, 사무실 문이 닫히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도예나가 정말 우리 팀 매니저가 되다니!”“천 매니저가 참 잘했
그녀는 유학파에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으로, 올해 스물여덟 살이고 귀 아래까지 오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어 총명하고 세련되어 보였다.그녀가 다가오는 걸 본 이가영이 콧방귀를 뀌었다.“4~5년 동안 고객팀 매니저를 맡으면서 승진은커녕 오히려 좌천되었는데, 천설경 씨는 불만도 없으세요?”“윗분들 말에 따라야죠.”천설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도 매니저님 보좌관이 된 것도 영광인걸요.”말을 마친 천설경은 도예나의 사무실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겁쟁이!”그 모습을 본 이가영이 경멸하며 말했다.“유학파에 석사 학위까지 있으면서, 자신을 위해 권리를 주장할 줄도 모르다니!”이때, 마침 천설경이 사무실 문을 열면서 이 말이 도예나의 귀에 똑똑히 전해졌다.도예나가 문틈을 따라 옷차림이 유난히 남다른 이가영을 보았다.이 사람, 뭔가 낯이 익은데…….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하던 그녀는 마침내 기억해 냈다.5년 전 18세 성인식에서, 이 사람이 도설혜 곁에서 함께 술을 건넸다.‘도설혜의 친구야! 도설혜가 자기 친구를 도씨 그룹에 심어 놨다니!’“도 매니저님, 저는 보좌관 천설경입니다.”천설경이 테이블 앞에 서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차분한 어조로 자신을 소개하자, 도예나가 눈을 돌려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일단은 보좌관으로 계세요.”원래 그녀는 천설경을 대표로 추천하려고 했다. 확실히 능력이 있는 데다가 고객팀에서 정말 재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도설혜가 물러났는데도 천설경에게 차례가 가지 않았다. 도진호가 대표직을 겸임하며 모든 권력을 자신의 손에 단단히 쥐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중에 기회를 봐서 천설경에게 좋은 자리를 줄 생각이었다.“방금 당신과 얘기한 그 여직원 이름은 뭐죠?”도예나가 읊조리듯 질문하자 천설경의 표정이 굳어졌다.“이가영입니다. 성격이 좀 솔직하긴 한데, 고의로 그런 말을 한 것 아닐…….”“그 사람 입사 이래 성과표를 모두 가지고 와서 보여주세요.”도예나가 옅은 목소리로 분부하자, 천설경의 마음
천설경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사무실에서 걸어 나오자, 이가영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윗사람이 새로 부임해 오더니, 첫 번째로 피해를 입게 생겼네요. 천설경 씨, 만약에 도씨 그룹에 남고 싶으면 저한테 말 하세요. 제가 설혜한테 좋게 말해주면 회사에 계속 머물 수 있을 테니까요.”그러자 천설경이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걱정은 조금도 안 되세요?”“제가 뭘 걱정해요?”이가영이 비웃었다“저는 설혜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줄 거라고요!”그때 도설혜가 도예나를 모함하려고 꾸밀 때 그녀도 참여했기에, 도설혜의 큰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자신의 요구라면 도설혜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가영이 계속 거들먹거리며 천설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매니저 자리에 있을 때 계속 눈치를 줬잖아요, 하지만 아량이 넓은 제가 용서해 줄 테니 저한테 사과하기만 하면 바로 설혜한테 전화해 줄게요.”그 말을 들은 천설경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도대체 자신이 이가영에게 눈치를 준 것일까, 아니면 이가영이 일부러 자신의 일을 방해한 것일까?어찌 됐든, 천설경은 숨을 죽이며 말했다.“필요 없어요.”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서류실로 들어갔다.“풉!”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이가영이 비웃었다.“곧 해고될 텐데도 매니저 티를 못 벗으니, 가소로워라!”그리고는 허리를 틀어 자리에 앉아 서랍에서 매니큐어를 꺼내 손톱을 칠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을 전혀 사무실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막 서류를 들고 나오던 천설경은 이런 모습을 보고 가까스로 눌렀던 화가 또 치밀어 올랐다.도 매니저가 이 성과표를 보기만 하면 분명히 이가영을 쫓아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녀는 도설혜의 친구였다. 해고하게 되면 일이 번거로워질 게 뻔했다. 안그래도 도설혜 일로 고위층의 불만을 산 도예나인데, 이가영 일까지 더해지면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게 분명하다.천설경은 걸으면서 어떻게 도예나를 설득할 지 생각했다. 일단 이가영에 대한
천설경이 재빨리 성과표를 건네주자, 성과표를 펼쳐 든 도예나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성과표는 직원 내부 평점과 부서 지도자 평점, 그리고 행정부 평점으로 나뉜다.그리고 이가영의 직원 내부 평점과 부서 지도자 평점은 모두 20점 미만인데 비해 행정부 총점은 100점이었다.2년 동안의 모든 성과표가 모두 이렇게 거짓된 수준으로 적혀져 있었다.도설혜는 왜 가짜로 성과표를 위조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무도 이 일을 파고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도씨 그룹 규정에 따라 3개월 연속 성과 불합격으로 바로 해고합니다.”도예나가 냉담하게 말했다.“행정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을 받아서 나가세요.”그러자 이가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했다.“나를 해고한다고요? 무슨 근거로?”“이 성과표를 근거로.”도예나가 차갑게 손을 들어 성과표를 책상에 던졌다.“연속 20개월 동안 합격선을 넘지 못했으니, 월급이 안 깎인 걸 다행으로 알고 30분 안에 떠나세요.”“저는 못 가요!”이가영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사적인 권한을 남용해서 악의적으로 보복하지 마세요!”그 말을 들은 도예나가 웃었다.“그럼 말해 보세요, 내가 왜 당신에게 보복해야 하죠?”“내가 도설혜의 친구니까 나를 제거하려는 거죠!”이가영이 지지 않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만약 설혜가 알면 당신을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마음대로 해요.”어깨를 으쓱거린 도예나는 찻잔에 물을 따르러 가면서 전혀 이가영을 신경 쓰지 않았다.이가영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소해하는 사람, 화를 낼까봐 두려워하는 사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뭘 봐요, 구경거리라도 났어요?”그들의 시선을 느낀 이가영이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당신들도 다 머지 않아 이렇게 될 거야!”그리고는 책상 위의 물건도 치우지 않은 채 휴대폰을 들고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버렸다.그 모습에 천설경은 조금 걱정되어 눈살을 찌푸린 뒤 도예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도
도설혜는 흐린 두 눈으로 다섯 손가락을 천천히 모았다. 도예나 이 천한 것이 자신을 이사회에서 쫓아낸 것도 모자라, 친구에게까지 손을 대다니!“설혜야, 지금 회사 사람들이 다 어떻게 말하냐면… 앞으로 도씨 그룹은 도예나 꺼라고, 너보다 후계자로 더 적합하다고…….”이가영이 이를 악물며 계속 말했다.“내가 계속 회사에 남아 있지 못하는 게 아쉬워. 아니었으면 분명히 네 험담하는 것들 입을 찢어버릴 텐데!”“너 해고당하지 않을 거야, 기다려 봐.”전화를 끊은 도설혜의 화장한 얼굴에 분노가 치밀었다.“도예나 이게, 감히?”서영옥도 수화기 너머의 소리를 똑똑히 듣고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혜야, 우리가 더 이상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어!”도설혜도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엄마, 저라고 그 여자를 해치우기 싫은 줄 아세요? 하지만 세훈이가 사람을 보내서 우리 도씨 집안을 주시하고 있어요. 우리가 뭘 하든 다 알 거예요. 세훈이 마음 속의 엄마에 대한 이미지를 망치고 싶지는 않아요.”도설혜의 말을 들은 서영옥이 침착한 얼굴로 생각했다.“이 천한 것이 성남시에 돌아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그 둘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건, 죽은 아들이 강씨 도련님으로 변해 있을 줄 전혀 상상도 못하기 때문이겠지. 이 일이 단시간 내에 드러나기는 어려울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도씨 그룹을 장악하는 거야. 만약 도예나가 안정적으로 고객팀 매니저 자리를 유지하면, 대표 위치도 조만간이야.”도설혜도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는 제 편을 들려고 하셨지만, 도예나가 너무 교활한 방법을 써서 주주들의 인정을 받아버렸으니,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어요.”“그럼 할머니를 찾아가자!”서영옥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 말씀드려서 도예나가 제멋대로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자. 우리가 도씨 그룹에 심어 둔 그 사람들을 도예나가 쫓아내게 둘 수는 없어!”“좋아요.”도설혜와 서영옥은 아래층의 할머니 방으로 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