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각성한 용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998 챕터

제881화

마른 노인은 윤도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유 모를 차가움과 의문을 드러내고 있었다.“악연이요?”다짜고짜 상대에게 그러한 말을 듣게 된 윤도훈은 순간 눈살이 찌푸려졌다.“저와 처음 보는 사이라고 직접 말씀하시고서 악연이라니 그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윤도훈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두 눈에 의혹을 품고 있다.용천관철술을 지니고 있는 윤도훈은 무몽과 어떠한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어쩌면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암시일까?’‘무몽 그리고 역명각과 악연을 맺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일까?’하지만 먼 길을 마다하고 왔으니 이유 모를 느낌 따위에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율이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윤도훈은 웃으면서 가능한 한 상대에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느낌을 안겨다 주고 싶었다.마른 노인을 바라보고 있는 윤도훈은 도통 그의 실력을 예측할 수 없었다.그 말인즉슨, 마른 노인의 정체는 적어도 금단 경지 이상의 실력을 지닌 강자라는 것이다.‘조심해야 해.’“제 느낌이 틀렸을 수도 있고요.”무몽은 가타부타 고개를 저으면서 윤도훈과의 ‘악연’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았다.굳이 신경 쓸 정도로 강한 느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하물며 무몽은 윤도훈이 자신과 역명각의 운명 따위를 좌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무몽은 말머리를 돌리면서 예리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제 스승님을 뵙고 싶다고 그러셨습니까?”“네, 역명각을 찾아온 이유는 무구지 선배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입니다. 제 딸이 이유 모를 저주에 걸려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무구지 선배님께서 나서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윤도훈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무몽은 고개를 끄덕였을 뿐 그 어떠한 표정과 정저석 파동도 보이지 않았다.“스승님께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오래되셨습니다. 그렇다고 만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다
더 보기

제882화

무몽은 그 말을 듣고서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의외라는 모습을 드러냈다.윤도훈은 책상 위의 붓을 들어 그 종이에 화룡점점이라고 하는 그 약재를 쓰기 시작했다.지금 겉으로는 그 어떠한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실은 마음속으로 웃고 있는 윤도훈이다.‘엄청난 줄 알았는데, 별거 없잖아.’‘단약 제조 재료 적는 게 다였어?’윤도훈의 머릿속에 있는 용황경에는 ‘단약 제조’에 관한 내용이 따로 적혀 있다.비록 현재 실력으로는 적혀 있는 내용대로 단약을 제조해 낼 수는 없지만, 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그 말인즉슨, 윤도훈에게 있어서 이는 테스트가 아니라는 말이다.“화룡정점이라고 하는 그 약재는 전갈의 독입니다.”“전갈의 독 두 냥만 정제하면 연명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무몽은 윤도훈이 적고 있는 글을 보더니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일단 스승님께 보여드리기는 하겠습니다. 만약 이게 정답이라면 스승님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지만, 함부로 적은 답이라면 스승님이 그쪽을 죽일 수도 있을 겁니다.”말하면서 무몽은 콧방귀를 뀌며 바로 질의했다.“연명단은 사람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단약입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약재들은 모두 원기를 보충하는 귀중한 것들인데, 화룡점점이라고 하는 약재에 독극물을 썼네요?”그러자 윤도훈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세상 만물은 모두 차면 넘치는 법입니다. 이 연명단에 적혀 있는 약재들을 보아하면 모두 원기에 좋은 것들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전갈의 독을 더해 조화를 이룬다면 그것이 화룡점점이 될 것입니다.”말하면서 윤도훈은 제조 방법까지 적어 내려갔다.200도의 불로 시작하여 뿌리에 물이 없어질 정도로 정제해야 한다...무몽은 윤도훈이 아주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 잠시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였다.실은 마지막 약재가 무엇인지에 대해 무몽 역시 잘 모른다.곧이어 무몽은 윤도훈이 모든 제조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순간 놀라워 마지 못했다.‘그
더 보기

제883화

꽤 넓은 지하 밀실로 인공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온 곳처럼 보였다.밀실 한가운데 커다란 화로가 놓여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푸른색 불꽃이 끊임없이 일렁이고 있었다.밀실이라기보다는 연단실로 형언하는 것이 더욱 적합할지도 모른다.윤도훈은 주술사를 보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무몽의 실력을 간파할 수 없다고 표현한다면 무구지의 실력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감히 마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자신보다 훨씬 위에 있는 존재에 대한 전율이라고 할까.윤도훈은 심지어 무구지의 실력이 그 미친 노인보다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지금까지 지켜봐 온 사람들 가운데 가장 깊고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다만 상대의 이미지가 다소 예상 밖이었다.윤도훈의 생각대로라면 주술사는 몸이 바싹 마르고 초췌한 노인이어야 한다.아니면 선풍도골처럼 기품이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여야 한다.하지만 그 모든 상상을 깨부수고 상대는 다소 거친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었다.185 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장포를 몸에 비스듬히 걸친 채 튼튼한 근육을 내놓고 있는 노인이었으니 말이다.그뿐만 아니라 붉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무협 소설에 나올법한 인물처럼 보였다.“아가야, 어서 이리로 오너라.”바로 그때 주술사는 제자 무몽이 떠나자마자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손짓했다.윤도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흥미가 가득했다.‘아가야?’어른인 자기한테 아가라고 부르는 주술자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그의 제자 무몽은 60, 70대로 보였고, 단지 그렇게 보였을 뿐 어쩌면 실제 나이는 더 나갈지도 모른다.수련자는 실력이 늘수록 그 자체로 노화가 지연된다.금단 이상의 강자는 200살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워할 일이 아니다.원영 강자는 500년까지 살 수 있으며 전설 속의 대승 경지까지 수련하면 1000년까지살 수 있다.지금 눈
더 보기

제884화

“그건 아닙니다.”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무구지는 눈빛이 확 달라지고 말았다.이글거리던 눈빛은 단번에 차가워졌고 불쾌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연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냐? 아가야, 어린 나이에 허풍을 치면 안 된단다.”무구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딱딱하게 말했다.그가 보기에 윤도훈은 20대 초반의 애송이로 이러한 단약을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윤도훈의 말에 허풍이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또 혹은 일부러 잘난 척을 하려는 것만 같았다.“단약에 대해 자기만의 연구가 좀 있는 것이 허풍처럼 들렸습니까?”윤도훈은 멍하니 있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무구지는 콧방귀를 뀌며 윤도훈을 흘겨보았다.“자, 내가 말 한대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면 한 번 검증해 보아도 되겠느냐?”“뭐... 그러시죠.”윤도훈은 머뭇머뭇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약속한 이유도 율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보기 위함이고 무구지와 검증 또는 논의 따위를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윤도훈이 지금 가장 궁금한 건 무구지가 자기의 뜻을 이뤄줄지 아닐지이다.율이의 저주를 막아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이다.하지만 남에게 부탁해야할 입장이니 일단은 상대의 뜻에 따라 순순히 따라갈 수밖에없었다....역명각 안에서.윤도훈을 맞이했던 그 소녀는 지금 또 다른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구사숙, 마침 잘 오셨습니다. 각주께서 오늘 마침 이곳에 계십니다.”방금 윤도훈을 맞아들였던 그 소녀, 소녀는 윤도훈에 대한 담담함과 달리 다소 열정적인 모습으로 구교환을 맞이했다.비록 구교환은 각주의 기명 제자일 뿐이지만 명목상으로는 이 소녀의 사숙이기 때문에 예의범절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그래. 계시면 됐어.”“스승님 건강은 괜찮으시고?”구교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각주님의 실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훌륭하십니다. 그 말인즉슨, 건강하시다는 뜻입니다.”소녀가 웃으며 말
더 보기

제885화

“스승님, 제자 구교환, 손녀 구연희와 함께 인사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건물 1층 한가운데서 무몽을 본 구교환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얼굴에는 스승에 대한 제자의 정이 서려 있다.무몽은 겉으로 보기에 그보다 훨씬 어려 보이기도 했다.구연희 역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인사를 올렸다.“처음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구연희라고 합니다.”무몽은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고 말투에 약간의 친밀감을 띠며 말했다.“교환이냐? 어서 일어나거라.”“넌 교환이 손녀냐? 참으로 예쁘게 생겼구나. 하하...”“다들 어서 앉거라.”비록 구교환는 그의 기명 제자일 뿐이지만 사제간의 정이 여전히 둘 사이에 서려 있다.몇 년 동안 제자를 보지 못한 무몽은 구교환이 직접 찾아오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구교환과 구연희는 공손히 인사를 마치고서 선물로 가지고 온 귀중한 물건들을 가지런히 내려놓았다.이윽고 얌전히 무몽의 곁에 다가가 앉았다.사제였던 두 사람은 옛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구연희는 옆에서 가끔가다가 고개만 끄덕였다.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연희는 발로 구교환의 발을 툭 차면서 눈짓을 보냈다.어느 정도 인사치레가 끝나자, 구교환은 다시 풀썩 무릎을 꿇으며 비분해 마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무몽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교환아, 이게 무슨 짓이냐?”구교환은 무몽을 향해 머리를 세 번이나 조아리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스승님, 실은 또 다른 비보를 전해주고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들으시고 부디 슬픔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무몽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비보?”구교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스승님, 실은 스승님의 방시혁 제자가 불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순간 무몽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시혁이가 죽었다고? 진작에 그에게 그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은 했었다.”방시혁이
더 보기

제886화

뜨거운 지하 밀실에서 무구지와 윤도훈은 한창 열띤 토론으로 들끓고 있다.윤도훈을 ‘아가’라고 부르던 무구지는 어느새 서서히 호칭을 바꾸어 부르고 있었다.토론이 깊어짐에 따라 ‘아가’에서 ‘젊은이’그리고‘각하’로 변하더니 마지막에‘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호칭의 변화는 윤도훈에 대한 무구지의 태도 변화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그들에게 있어서‘친구’라는 표현은 친근감을 느끼고 평등하게 사귀는 태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이보게 친구, 나를 속인 이유가 무엇인가?”한 시간 내내 무구지는 흥분해 마지 못하는 모습으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그러던 그가 갑자기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뜬금없는 듯한 물음을 던졌다.“네?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속였습니까?”윤도훈은 흠칫거리다가 멍하니 물었다.내내 분위기가 좋았으나 바로 안색이 바뀌었으니 말이다.황보신혁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무구지의 성격이 괴팍하고 변덕스럽다고 했던 그 말이.“흥, 아직도 나를 속이지 않다고 우기고 싶은 것이냐? 단약에 대해 연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통하고 있잖아.”“그래도 날 속이고 있는 게 아니냐?”그러더니 무구지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땀이 흥건해진 윤도훈은 웃으면서 말했다.“연단 기술은 폭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감히 정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배님, 과찬이십니다.”무구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끊어버렸다.“그만하거라. 지나친 겸손도 오만이다. 흥!”“그리고 선배라고 그만 좀 부르거라. 너랑 난 뜻이 같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야도같다. 연단술에도 한의약에도 너만의 견해가 깊어 보이고 내가 내내 궁금해하는 부분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네가 지니고 있다.”“그러한 의미에서 난 너와 앞으로 성이 다른 형제로 지내고 싶단다. 어떠하냐?”“네? 의형제라는 말씀이십니까?”윤도훈은 무구지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역시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도통 흐름을 잡을 수 없어...’“왜? 너
더 보기

제887화

전승을 이어받아 브레인이 된 자신과 달리 무구지는 완전히 자신만의 오랜 수련과연구를 거쳐 지금의 조예를 이루었기 때문이다.마음속으로 우러난 탄복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심오한 토론을 거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이윽고 무구지는 윤도훈을 데리고 천지를 향해 맹세하고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윤도훈과 의형제를 맺었다.물론 오글거리는 대사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그대로 했다.모든 걸 마치고 난 뒤, 무구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도훈아, 걱정하지 마. 실은 내가 원영 후기 절정 실력이거든. 앞으로 적어도 50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윤도훈이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서둘러서 능력을 높여야겠어요. 형한테 누를 끼치지 않도록 제가 열심히 수련하도록 할게요.”이윽고 윤도훈은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투를 돌려서 시기가 적합할 것 같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형, 실은 제 딸이 이상한 저주에 걸렸어요. 형을 찾아온 목적도 바로 그거 때문이에요.”“형이 좀...”그 말을 들은 무구지는 손을 흔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네 딸이면 나한테는 조카나 다름이 없는데... 지금 어디에있어? 내가 한번 가서 봐줄게.”“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짐만 좀 챙기고 같이 가줄게.”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네!”실은 율이를 데리고 와야 할 줄 알았는데, 무구지가 직접 나서서 가줄 줄은 몰랐다.무몽과 함께 온 바가 있어 윤도훈은 바로 왔던 길을 따라 1층으로 올라갔다.올라오자마자 그는 눈에 익은 두 사람이 무몽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였다.‘구교환? 구연희?’‘저 두 사람이 역명각에는 무슨 일이지?’그때 세 사람 역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었는지,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윤도훈을 보자마자 구교환은 구연희는 당황해하더니 바로 험상궂은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더 보기

제888화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무몽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뭐?’‘몽아?’그러한 호칭에 역명각 각주인 무몽은 하마터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몽아? 이놈이 미쳤나.’구교환과 구연희 역시 노발대발한 모습으로 윤도훈을 쳐다보았는데, 얼굴빛이 극도로어두워졌다.“이게 어디 감히 우리 스승님께 무례를 굴어!”구교환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구연희 역시 윤도훈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윤도훈, 너 진짜 대단하다. 죽음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는데, 그렇게 날뛰고 싶어? 아니면 어차피 죽게 될 몸이니 죽기 전에 제대로 미쳐보겠다는 거야?”그러자 윤도훈은 눈살을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내가 죽어? 그럴 자신 있나 봐?”“그게 아니면? 우리 무몽 할아버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그래? 너한테 무몽 할아버님이 계시면, 나한테는 우리 형님이 계셔. 내가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구연희, 넌 어쩜 매번 그렇게 주제 파악 못 하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거야?”윤도훈은 무거운 소리로 물으면서 구교환과 구연희를 바라보았다.놀리는 빛이 가득한 눈빛으로.“형님? 역명각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이야? 안다고 한들 그게 뭐? 무몽 할아버님이 이곳에 각주셔. 그 말인즉슨, 무몽 할아버님이 역명각의 하늘이라는 말이야. 오늘 그 누구도 감히 널 지켜주지 못할 거야.”구연희는 비명을 지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할아버님, 어서 저놈 좀 죽여주세요.”구교환 역시 공수하면서 비분해 마지 못했다.“스승님, 방시혁 제자를 죽인 자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무몽은 윤도훈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단지 실력으로 본다면 자연히 윤도훈을 능가할 수 있다.하지만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왜 저렇게 침착하지?’바로 이때, 웅혼한 목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허허, 내가 이 역명각에서 그 어떠한 힘도 없을 줄은 몰랐어.”그 말이 끝나자, 약상자로 보이는
더 보기

제889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구지는 구연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날 봐!”구연희는 주술이라도 걸린 듯 겁에 질린 얼굴로 무구지를 쳐다보았다.이윽고 무구지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 나기 시작했다.윙-구연희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머릿속의 모든 의식, 기억들이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버려 뒤엉켜 져갔다.가만히 서 있던 구연희는 갑자기 온몸을 파르르 떨기도 했다.“큭큭큭...”“히히히...”“킥히히...”구연희의 입에서는 기괴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굴에는 멍한 웃음이 번졌다.심지어 입꼬리가 삐뚤어지고 바깥쪽으로 침이 계속 흘러나오기도 했다.구연희는 바보가 되어 버렸고 무구지의 주술에 의해 대뇌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이 모든 건 구교환이 전에 한 말 때문이다.자기 손녀한테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무구지에게 무례한 짓을 한 것이라면서.그러한 의미에서 무구지는 그녀의 머리를 완전히 엉망으로 직접 만들어준 것이다.무구지가 윤도훈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심지어 형제라고 해서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황보신혁은 그의 성질이 괴팍하고 하는 짓이 이상하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는 절대 말뿐이 아니었다.윤도훈에 대한 태도가 그러한 것도 온전히 그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구연희에 대해서는...계집애가 말끝마다 자기를 모욕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연희야!”그 모습을 본 구교환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어서 사조님께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 거라. 너 역시 네 손녀처럼 저렇게 되고 싶은 것이냐!”무몽이 콧방귀를 뀌며 구교환을 매섭게 쏘아보며 물었다.구교환은 감격의 빛을 강제로 짜내면서 무구지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올렸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왜! 왜 또 이러한 끝을 맺게 되는 것인가!’‘역명각에서 윤도훈 저놈을 죽여야 하는 게 아니었는가!’구교환과 구연희는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역명각 각주마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리라고.
더 보기

제890화

상고 윤씨 가문이 무구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듣고 윤도훈은 신경이 곤두섰다.상고 윤씨 가문이 일종의 원한이고 더욱이는 악몽이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그에게는 있어서 일단 상고 윤씨 가문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소문이 퍼지게 되면 치명적인 재앙이 닥쳐올 것이니 말이다.윤도훈의 얼굴을 본 무구지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물어보지 않을게.”말하면서 무구지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긴장해 하지 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그리고 나 그들한테 잘 보이려고 형제인 너를 팔 정도로 비겁하지도 않아. 실은 내 뒤에도 상고 윤씨 가문보다 못지않은 세력이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수 초간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형님, 절대 의심치 않고 믿습니다. 우리 율이 저주가 상고 윤씨 가문에서 내린 것이라는 것 알게 되신 겁니까?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으십니까?”무구지의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약간 긴장이 풀렸다.왠지 모르게 무구지가 꼭 약속을 지켜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윤도훈은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무구지가 율이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그러나 무구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알기로 상고 윤씨 가문 후세들에게 묻힌 이 저주는 용무덤에서 뽑힌 음한기이다. 듣자 하니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바로 그 용 시체의 죽은 기운에 의해 변했다고 하긴 했어. 도훈아, 미안한데 나 역시 이 저주를 풀 수 없을 것 같아.”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두 눈은 한없이 어두워졌다.그러나 그때 무구지는 말투를 돌리며 희망을 안겨주었다.“해결할 수는 없으나 억제할 수는 있어. 2년 사이에 발작하지 않도록 말이야.”실망했던 윤도훈 이내 흥분의 빛을 띠며 감격스러워했다.“억제할 수 있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윤도훈은 연신 물으며 확신을 가지려고 했다.무구지를 찾으러 오기 전에도 실은 상대가 저주를 풀 수 있
더 보기
이전
1
...
8788899091
...
10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