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하 밀실에서 무구지와 윤도훈은 한창 열띤 토론으로 들끓고 있다.윤도훈을 ‘아가’라고 부르던 무구지는 어느새 서서히 호칭을 바꾸어 부르고 있었다.토론이 깊어짐에 따라 ‘아가’에서 ‘젊은이’그리고‘각하’로 변하더니 마지막에‘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호칭의 변화는 윤도훈에 대한 무구지의 태도 변화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그들에게 있어서‘친구’라는 표현은 친근감을 느끼고 평등하게 사귀는 태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이보게 친구, 나를 속인 이유가 무엇인가?”한 시간 내내 무구지는 흥분해 마지 못하는 모습으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그러던 그가 갑자기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뜬금없는 듯한 물음을 던졌다.“네?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속였습니까?”윤도훈은 흠칫거리다가 멍하니 물었다.내내 분위기가 좋았으나 바로 안색이 바뀌었으니 말이다.황보신혁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무구지의 성격이 괴팍하고 변덕스럽다고 했던 그 말이.“흥, 아직도 나를 속이지 않다고 우기고 싶은 것이냐? 단약에 대해 연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통하고 있잖아.”“그래도 날 속이고 있는 게 아니냐?”그러더니 무구지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땀이 흥건해진 윤도훈은 웃으면서 말했다.“연단 기술은 폭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감히 정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배님, 과찬이십니다.”무구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끊어버렸다.“그만하거라. 지나친 겸손도 오만이다. 흥!”“그리고 선배라고 그만 좀 부르거라. 너랑 난 뜻이 같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야도같다. 연단술에도 한의약에도 너만의 견해가 깊어 보이고 내가 내내 궁금해하는 부분도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네가 지니고 있다.”“그러한 의미에서 난 너와 앞으로 성이 다른 형제로 지내고 싶단다. 어떠하냐?”“네? 의형제라는 말씀이십니까?”윤도훈은 무구지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역시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네.’‘도통 흐름을 잡을 수 없어...’“왜? 너
전승을 이어받아 브레인이 된 자신과 달리 무구지는 완전히 자신만의 오랜 수련과연구를 거쳐 지금의 조예를 이루었기 때문이다.마음속으로 우러난 탄복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심오한 토론을 거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이윽고 무구지는 윤도훈을 데리고 천지를 향해 맹세하고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윤도훈과 의형제를 맺었다.물론 오글거리는 대사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그대로 했다.모든 걸 마치고 난 뒤, 무구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도훈아, 걱정하지 마. 실은 내가 원영 후기 절정 실력이거든. 앞으로 적어도 50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윤도훈이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서둘러서 능력을 높여야겠어요. 형한테 누를 끼치지 않도록 제가 열심히 수련하도록 할게요.”이윽고 윤도훈은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투를 돌려서 시기가 적합할 것 같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형, 실은 제 딸이 이상한 저주에 걸렸어요. 형을 찾아온 목적도 바로 그거 때문이에요.”“형이 좀...”그 말을 들은 무구지는 손을 흔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네 딸이면 나한테는 조카나 다름이 없는데... 지금 어디에있어? 내가 한번 가서 봐줄게.”“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짐만 좀 챙기고 같이 가줄게.”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네!”실은 율이를 데리고 와야 할 줄 알았는데, 무구지가 직접 나서서 가줄 줄은 몰랐다.무몽과 함께 온 바가 있어 윤도훈은 바로 왔던 길을 따라 1층으로 올라갔다.올라오자마자 그는 눈에 익은 두 사람이 무몽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두 사람을 보자마자 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였다.‘구교환? 구연희?’‘저 두 사람이 역명각에는 무슨 일이지?’그때 세 사람 역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었는지,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윤도훈을 보자마자 구교환은 구연희는 당황해하더니 바로 험상궂은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무몽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뭐?’‘몽아?’그러한 호칭에 역명각 각주인 무몽은 하마터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몽아? 이놈이 미쳤나.’구교환과 구연희 역시 노발대발한 모습으로 윤도훈을 쳐다보았는데, 얼굴빛이 극도로어두워졌다.“이게 어디 감히 우리 스승님께 무례를 굴어!”구교환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구연희 역시 윤도훈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윤도훈, 너 진짜 대단하다. 죽음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는데, 그렇게 날뛰고 싶어? 아니면 어차피 죽게 될 몸이니 죽기 전에 제대로 미쳐보겠다는 거야?”그러자 윤도훈은 눈살을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내가 죽어? 그럴 자신 있나 봐?”“그게 아니면? 우리 무몽 할아버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그래? 너한테 무몽 할아버님이 계시면, 나한테는 우리 형님이 계셔. 내가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구연희, 넌 어쩜 매번 그렇게 주제 파악 못 하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거야?”윤도훈은 무거운 소리로 물으면서 구교환과 구연희를 바라보았다.놀리는 빛이 가득한 눈빛으로.“형님? 역명각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이야? 안다고 한들 그게 뭐? 무몽 할아버님이 이곳에 각주셔. 그 말인즉슨, 무몽 할아버님이 역명각의 하늘이라는 말이야. 오늘 그 누구도 감히 널 지켜주지 못할 거야.”구연희는 비명을 지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할아버님, 어서 저놈 좀 죽여주세요.”구교환 역시 공수하면서 비분해 마지 못했다.“스승님, 방시혁 제자를 죽인 자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무몽은 윤도훈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단지 실력으로 본다면 자연히 윤도훈을 능가할 수 있다.하지만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왜 저렇게 침착하지?’바로 이때, 웅혼한 목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허허, 내가 이 역명각에서 그 어떠한 힘도 없을 줄은 몰랐어.”그 말이 끝나자, 약상자로 보이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구지는 구연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날 봐!”구연희는 주술이라도 걸린 듯 겁에 질린 얼굴로 무구지를 쳐다보았다.이윽고 무구지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 나기 시작했다.윙-구연희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머릿속의 모든 의식, 기억들이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버려 뒤엉켜 져갔다.가만히 서 있던 구연희는 갑자기 온몸을 파르르 떨기도 했다.“큭큭큭...”“히히히...”“킥히히...”구연희의 입에서는 기괴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굴에는 멍한 웃음이 번졌다.심지어 입꼬리가 삐뚤어지고 바깥쪽으로 침이 계속 흘러나오기도 했다.구연희는 바보가 되어 버렸고 무구지의 주술에 의해 대뇌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이 모든 건 구교환이 전에 한 말 때문이다.자기 손녀한테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무구지에게 무례한 짓을 한 것이라면서.그러한 의미에서 무구지는 그녀의 머리를 완전히 엉망으로 직접 만들어준 것이다.무구지가 윤도훈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심지어 형제라고 해서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황보신혁은 그의 성질이 괴팍하고 하는 짓이 이상하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는 절대 말뿐이 아니었다.윤도훈에 대한 태도가 그러한 것도 온전히 그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구연희에 대해서는...계집애가 말끝마다 자기를 모욕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연희야!”그 모습을 본 구교환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어서 사조님께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 거라. 너 역시 네 손녀처럼 저렇게 되고 싶은 것이냐!”무몽이 콧방귀를 뀌며 구교환을 매섭게 쏘아보며 물었다.구교환은 감격의 빛을 강제로 짜내면서 무구지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올렸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왜! 왜 또 이러한 끝을 맺게 되는 것인가!’‘역명각에서 윤도훈 저놈을 죽여야 하는 게 아니었는가!’구교환과 구연희는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역명각 각주마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리라고.
상고 윤씨 가문이 무구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듣고 윤도훈은 신경이 곤두섰다.상고 윤씨 가문이 일종의 원한이고 더욱이는 악몽이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그에게는 있어서 일단 상고 윤씨 가문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소문이 퍼지게 되면 치명적인 재앙이 닥쳐올 것이니 말이다.윤도훈의 얼굴을 본 무구지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물어보지 않을게.”말하면서 무구지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긴장해 하지 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그리고 나 그들한테 잘 보이려고 형제인 너를 팔 정도로 비겁하지도 않아. 실은 내 뒤에도 상고 윤씨 가문보다 못지않은 세력이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수 초간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형님, 절대 의심치 않고 믿습니다. 우리 율이 저주가 상고 윤씨 가문에서 내린 것이라는 것 알게 되신 겁니까?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으십니까?”무구지의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약간 긴장이 풀렸다.왠지 모르게 무구지가 꼭 약속을 지켜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윤도훈은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무구지가 율이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그러나 무구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알기로 상고 윤씨 가문 후세들에게 묻힌 이 저주는 용무덤에서 뽑힌 음한기이다. 듣자 하니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바로 그 용 시체의 죽은 기운에 의해 변했다고 하긴 했어. 도훈아, 미안한데 나 역시 이 저주를 풀 수 없을 것 같아.”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두 눈은 한없이 어두워졌다.그러나 그때 무구지는 말투를 돌리며 희망을 안겨주었다.“해결할 수는 없으나 억제할 수는 있어. 2년 사이에 발작하지 않도록 말이야.”실망했던 윤도훈 이내 흥분의 빛을 띠며 감격스러워했다.“억제할 수 있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윤도훈은 연신 물으며 확신을 가지려고 했다.무구지를 찾으러 오기 전에도 실은 상대가 저주를 풀 수 있
무구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윤도훈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아이 친부모의 혀끝 정혈?’‘주선미를 찾아가야 하는 건가?’주선미를 떠오르게 되면 윤도훈의 마음속에는 온통 미움과 증오뿐이다.심지어 두 눈에 노기까지 등등해지고 만다.율이의 친엄마만 아니었다면 윤도훈은 이미 주선미를 골백번 죽이고도 말았을 것이다....Z시 배씨 가문이 있는 영온시, 어느 한 별장 안에서.천결파의 이희철 장로가 반듯이 앉아 천결대법 주천을 운행하는 허승재를 바라보며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난번 칼을 휘두른 후 허승재는 한동안 휴식을 취했었다.이제 드디어 이희철의 가르침 아래 정식으로 천결대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얼마나 지났는지 허승재는 멈춰 서서 이희철을 바라보며 좋아했다.“스승님, 저 성공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이희철은 얼마 나지 않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환한 표정을 짓더니 허승재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점점 더 이글거려졌다.“좋다! 넌 역시 천결대법을 수련하고자 태어난 인물이로구나. 단 한 번의 수련만으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니 앞으로 1년 안에 초급 경지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너희들이 세간에서 말하는 신경을 가리키는 것이다.”그 말을 듣고서 허승재는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그가 알고 있는 것에 따르면 종사 경지는 절정 강자이고 신경 고수는 전설 속에만 살아있는 존재이다.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자신 역시 전설 속의 인물이 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승재야, 초급 경지는 그저 걸음마일 뿐이지 놀랄 일은 아니다. 너의 현재 자질로 보아 앞으로 반드시 멀리 갈 것이라 믿는다. 금단 경지에 도달하고 본명 체질을 깨우치면 너를 데리고 문파로 돌아가 하늘의 천결파 소주의 자리를 쟁취해 주려고 한다.”이희철이 굳게 다짐하듯 말했다.이 말을 들은 허승재는 마치 자신이 문파의 보좌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장면을 본 것 같이 기대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때가 되면, 복수도 하고 원한을 쉽게 풀 수
이희철의 말을 듣고서 허승재는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넌 그냥 마음 편히 수련만 하면 된다.”이희철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때 이희철을 따라 밖으로 나온 부하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오거라.”이희철의 대답을 듣고서 부하는 누군가를 끌고 들어왔다.30대로 보이는 이 여인은 아름다운 용모와 화끈한 몸매까지 소유하고 있어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그녀는 부하가 확 내던지자 유유히 깨어났다.“마음에 드십니까?”부하의 목소리는 유난히 가늘고 표정은 유난히 괴이했다.이희철은 그 여인을 훑어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으며 일그러지고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아주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허승재는 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스승님, 지금 이게...”이희철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승재야, 우리 좀 부족하더라고 하더라도 남자의 본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참으로 아름답고 먹음직스럽지 않느냐? 스승이 다 즐기고 나면 너 역시 즐겨도 좋단다.”허승재는 이희철의 얼굴에 나타난 그러한 웃음을 보고서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5분 뒤...푸-“젠장! 재수 없어!”이희철은 화가 치밀어 올라 포악한 얼굴로 여자의 시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이때만 해도 그 여인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렀는데, 혀가 절반 끊어져 있었다.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이희철이 몹쓸 짓을 하기 전에 스스로 끝을 맺은 것이다.그 모습을 본 허승재는 눈을 반짝이며 비위를 맞추었다.“스승님, 이러한 여인을 좋아하시면 제가 물색해 드리겠습니다. 굳이 이런 자기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년들한테 기분만 상하시지 말고요.”허승재는 비록 허씨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여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일단 돈다발만 내던지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품으로 들어올지 모르니 말이다.이희철처럼 남자구실을 못하더라도 일단 그만한 금
그 말을 듣고서 윤병우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허승재가 또 윤도훈을 상대로 무언가를 할까 봐 두려울 따름이다.윤도훈뿐만 아니라 그가 낳은 율이마저 지독하게 무서운 존재이니 말이다.“걱정하지 마. 윤도훈 상대로 시키려는 거 아니야. 그 윤도훈 전처랑은 아직도 연락이 닿아?”윤병우의 마음을 짐작한 허승재는 퉁명스럽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투를 돌려 물었다.윤병우는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네, 연락은 됩니다만 왜 그러십니까?”“연락이 닿으면 됐어. 헤헤.”허승재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음산하게 웃었다....같은 날 오후, 주선미 그리고 주선미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자, 윤도훈은 율이를 데리고 도운시로 돌아갔다.차를 열 번 바꿔 타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서야 도착하게 되었다.율이를 바래다주고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집을 나섰다.저녁 7시.윤도훈은 어느 한 건물에 와서 바깥쪽 방문을 두드렸다.이곳은 주선미 부모님인 주정은과 조미란의 거처이다.그런데 방문을 열자 젊은 부부가 나왔다.10여 분 뒤, 윤도훈은 이 건물 아래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 있었다.집은 이미 팔렸고, 주정은도 조미란도 그리고 주선미 역시 이곳에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지난번에 놀라기는 했나봐... 집까지 팔고 도운시에서 도망간 걸 보면...”윤도훈은 차갑게 웃더니 어이가 없었다.지난번에 주선미는 허승재와 결탁해서 율이와 이진희를 잡아 하마터면 율이까지죽일뻔했었다.그 일이 있은 뒤로 윤도훈은 주선미를 찾아와서 그녀를 죽일 뻔했다.주정은과 조미란이 애걸복걸해서야 윤도훈은 주선미를 살려주게 되었지만, 다시는 율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면서 도운시에서 내쫓아 버렸다.그러므로 그 일가가 도운시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전화번호까지 모두 바꾸어 버리고 말이다.“어떻게 찾지?”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고 마음이 초조한 윤도훈이다.그렇게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마침내 누군가가 생각났다....펑펑펑-지금 후회할 일은 아니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