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무몽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뭐?’‘몽아?’그러한 호칭에 역명각 각주인 무몽은 하마터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몽아? 이놈이 미쳤나.’구교환과 구연희 역시 노발대발한 모습으로 윤도훈을 쳐다보았는데, 얼굴빛이 극도로어두워졌다.“이게 어디 감히 우리 스승님께 무례를 굴어!”구교환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구연희 역시 윤도훈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윤도훈, 너 진짜 대단하다. 죽음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는데, 그렇게 날뛰고 싶어? 아니면 어차피 죽게 될 몸이니 죽기 전에 제대로 미쳐보겠다는 거야?”그러자 윤도훈은 눈살을 들썩이며 입을 열었다.“내가 죽어? 그럴 자신 있나 봐?”“그게 아니면? 우리 무몽 할아버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그래? 너한테 무몽 할아버님이 계시면, 나한테는 우리 형님이 계셔. 내가 도망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구연희, 넌 어쩜 매번 그렇게 주제 파악 못 하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거야?”윤도훈은 무거운 소리로 물으면서 구교환과 구연희를 바라보았다.놀리는 빛이 가득한 눈빛으로.“형님? 역명각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이야? 안다고 한들 그게 뭐? 무몽 할아버님이 이곳에 각주셔. 그 말인즉슨, 무몽 할아버님이 역명각의 하늘이라는 말이야. 오늘 그 누구도 감히 널 지켜주지 못할 거야.”구연희는 비명을 지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할아버님, 어서 저놈 좀 죽여주세요.”구교환 역시 공수하면서 비분해 마지 못했다.“스승님, 방시혁 제자를 죽인 자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무몽은 윤도훈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단지 실력으로 본다면 자연히 윤도훈을 능가할 수 있다.하지만 윤도훈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왜 저렇게 침착하지?’바로 이때, 웅혼한 목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허허, 내가 이 역명각에서 그 어떠한 힘도 없을 줄은 몰랐어.”그 말이 끝나자, 약상자로 보이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구지는 구연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날 봐!”구연희는 주술이라도 걸린 듯 겁에 질린 얼굴로 무구지를 쳐다보았다.이윽고 무구지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 나기 시작했다.윙-구연희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머릿속의 모든 의식, 기억들이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버려 뒤엉켜 져갔다.가만히 서 있던 구연희는 갑자기 온몸을 파르르 떨기도 했다.“큭큭큭...”“히히히...”“킥히히...”구연희의 입에서는 기괴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굴에는 멍한 웃음이 번졌다.심지어 입꼬리가 삐뚤어지고 바깥쪽으로 침이 계속 흘러나오기도 했다.구연희는 바보가 되어 버렸고 무구지의 주술에 의해 대뇌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이 모든 건 구교환이 전에 한 말 때문이다.자기 손녀한테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무구지에게 무례한 짓을 한 것이라면서.그러한 의미에서 무구지는 그녀의 머리를 완전히 엉망으로 직접 만들어준 것이다.무구지가 윤도훈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심지어 형제라고 해서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황보신혁은 그의 성질이 괴팍하고 하는 짓이 이상하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는 절대 말뿐이 아니었다.윤도훈에 대한 태도가 그러한 것도 온전히 그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구연희에 대해서는...계집애가 말끝마다 자기를 모욕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연희야!”그 모습을 본 구교환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어서 사조님께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 거라. 너 역시 네 손녀처럼 저렇게 되고 싶은 것이냐!”무몽이 콧방귀를 뀌며 구교환을 매섭게 쏘아보며 물었다.구교환은 감격의 빛을 강제로 짜내면서 무구지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올렸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왜! 왜 또 이러한 끝을 맺게 되는 것인가!’‘역명각에서 윤도훈 저놈을 죽여야 하는 게 아니었는가!’구교환과 구연희는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역명각 각주마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리라고.
상고 윤씨 가문이 무구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듣고 윤도훈은 신경이 곤두섰다.상고 윤씨 가문이 일종의 원한이고 더욱이는 악몽이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그에게는 있어서 일단 상고 윤씨 가문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소문이 퍼지게 되면 치명적인 재앙이 닥쳐올 것이니 말이다.윤도훈의 얼굴을 본 무구지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물어보지 않을게.”말하면서 무구지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긴장해 하지 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그리고 나 그들한테 잘 보이려고 형제인 너를 팔 정도로 비겁하지도 않아. 실은 내 뒤에도 상고 윤씨 가문보다 못지않은 세력이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윤도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수 초간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형님, 절대 의심치 않고 믿습니다. 우리 율이 저주가 상고 윤씨 가문에서 내린 것이라는 것 알게 되신 겁니까?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으십니까?”무구지의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약간 긴장이 풀렸다.왠지 모르게 무구지가 꼭 약속을 지켜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윤도훈은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무구지가 율이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그러나 무구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알기로 상고 윤씨 가문 후세들에게 묻힌 이 저주는 용무덤에서 뽑힌 음한기이다. 듣자 하니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바로 그 용 시체의 죽은 기운에 의해 변했다고 하긴 했어. 도훈아, 미안한데 나 역시 이 저주를 풀 수 없을 것 같아.”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의 두 눈은 한없이 어두워졌다.그러나 그때 무구지는 말투를 돌리며 희망을 안겨주었다.“해결할 수는 없으나 억제할 수는 있어. 2년 사이에 발작하지 않도록 말이야.”실망했던 윤도훈 이내 흥분의 빛을 띠며 감격스러워했다.“억제할 수 있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윤도훈은 연신 물으며 확신을 가지려고 했다.무구지를 찾으러 오기 전에도 실은 상대가 저주를 풀 수 있
무구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윤도훈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아이 친부모의 혀끝 정혈?’‘주선미를 찾아가야 하는 건가?’주선미를 떠오르게 되면 윤도훈의 마음속에는 온통 미움과 증오뿐이다.심지어 두 눈에 노기까지 등등해지고 만다.율이의 친엄마만 아니었다면 윤도훈은 이미 주선미를 골백번 죽이고도 말았을 것이다....Z시 배씨 가문이 있는 영온시, 어느 한 별장 안에서.천결파의 이희철 장로가 반듯이 앉아 천결대법 주천을 운행하는 허승재를 바라보며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난번 칼을 휘두른 후 허승재는 한동안 휴식을 취했었다.이제 드디어 이희철의 가르침 아래 정식으로 천결대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얼마나 지났는지 허승재는 멈춰 서서 이희철을 바라보며 좋아했다.“스승님, 저 성공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이희철은 얼마 나지 않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환한 표정을 짓더니 허승재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점점 더 이글거려졌다.“좋다! 넌 역시 천결대법을 수련하고자 태어난 인물이로구나. 단 한 번의 수련만으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니 앞으로 1년 안에 초급 경지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너희들이 세간에서 말하는 신경을 가리키는 것이다.”그 말을 듣고서 허승재는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그가 알고 있는 것에 따르면 종사 경지는 절정 강자이고 신경 고수는 전설 속에만 살아있는 존재이다.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자신 역시 전설 속의 인물이 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승재야, 초급 경지는 그저 걸음마일 뿐이지 놀랄 일은 아니다. 너의 현재 자질로 보아 앞으로 반드시 멀리 갈 것이라 믿는다. 금단 경지에 도달하고 본명 체질을 깨우치면 너를 데리고 문파로 돌아가 하늘의 천결파 소주의 자리를 쟁취해 주려고 한다.”이희철이 굳게 다짐하듯 말했다.이 말을 들은 허승재는 마치 자신이 문파의 보좌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장면을 본 것 같이 기대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때가 되면, 복수도 하고 원한을 쉽게 풀 수
이희철의 말을 듣고서 허승재는 표정이 일그러졌으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스승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넌 그냥 마음 편히 수련만 하면 된다.”이희철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때 이희철을 따라 밖으로 나온 부하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오거라.”이희철의 대답을 듣고서 부하는 누군가를 끌고 들어왔다.30대로 보이는 이 여인은 아름다운 용모와 화끈한 몸매까지 소유하고 있어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그녀는 부하가 확 내던지자 유유히 깨어났다.“마음에 드십니까?”부하의 목소리는 유난히 가늘고 표정은 유난히 괴이했다.이희철은 그 여인을 훑어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으며 일그러지고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아주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허승재는 눈빛이 몇 번 반짝이더니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스승님, 지금 이게...”이희철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승재야, 우리 좀 부족하더라고 하더라도 남자의 본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참으로 아름답고 먹음직스럽지 않느냐? 스승이 다 즐기고 나면 너 역시 즐겨도 좋단다.”허승재는 이희철의 얼굴에 나타난 그러한 웃음을 보고서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5분 뒤...푸-“젠장! 재수 없어!”이희철은 화가 치밀어 올라 포악한 얼굴로 여자의 시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이때만 해도 그 여인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렀는데, 혀가 절반 끊어져 있었다.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이희철이 몹쓸 짓을 하기 전에 스스로 끝을 맺은 것이다.그 모습을 본 허승재는 눈을 반짝이며 비위를 맞추었다.“스승님, 이러한 여인을 좋아하시면 제가 물색해 드리겠습니다. 굳이 이런 자기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년들한테 기분만 상하시지 말고요.”허승재는 비록 허씨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여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일단 돈다발만 내던지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품으로 들어올지 모르니 말이다.이희철처럼 남자구실을 못하더라도 일단 그만한 금
그 말을 듣고서 윤병우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는 허승재가 또 윤도훈을 상대로 무언가를 할까 봐 두려울 따름이다.윤도훈뿐만 아니라 그가 낳은 율이마저 지독하게 무서운 존재이니 말이다.“걱정하지 마. 윤도훈 상대로 시키려는 거 아니야. 그 윤도훈 전처랑은 아직도 연락이 닿아?”윤병우의 마음을 짐작한 허승재는 퉁명스럽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투를 돌려 물었다.윤병우는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네, 연락은 됩니다만 왜 그러십니까?”“연락이 닿으면 됐어. 헤헤.”허승재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음산하게 웃었다....같은 날 오후, 주선미 그리고 주선미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자, 윤도훈은 율이를 데리고 도운시로 돌아갔다.차를 열 번 바꿔 타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서야 도착하게 되었다.율이를 바래다주고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집을 나섰다.저녁 7시.윤도훈은 어느 한 건물에 와서 바깥쪽 방문을 두드렸다.이곳은 주선미 부모님인 주정은과 조미란의 거처이다.그런데 방문을 열자 젊은 부부가 나왔다.10여 분 뒤, 윤도훈은 이 건물 아래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서 있었다.집은 이미 팔렸고, 주정은도 조미란도 그리고 주선미 역시 이곳에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지난번에 놀라기는 했나봐... 집까지 팔고 도운시에서 도망간 걸 보면...”윤도훈은 차갑게 웃더니 어이가 없었다.지난번에 주선미는 허승재와 결탁해서 율이와 이진희를 잡아 하마터면 율이까지죽일뻔했었다.그 일이 있은 뒤로 윤도훈은 주선미를 찾아와서 그녀를 죽일 뻔했다.주정은과 조미란이 애걸복걸해서야 윤도훈은 주선미를 살려주게 되었지만, 다시는 율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면서 도운시에서 내쫓아 버렸다.그러므로 그 일가가 도운시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전화번호까지 모두 바꾸어 버리고 말이다.“어떻게 찾지?”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고 마음이 초조한 윤도훈이다.그렇게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마침내 누군가가 생각났다....펑펑펑-지금 후회할 일은 아니
한정아는 윤도훈을 알아보고 문을 열었다.“어머, 도훈 오빠 아니야? 여긴 어쩐 일이야?”한정아는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물었다.옆에 있던 남자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윤도훈을 노려보며 물었다.“한밤중에 제 여자 친구는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주선미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윤도훈은 남자를 상대하지 않고 한정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정아는 코웃음을 쳤는데.“선미한테 차여서 열 받았어? 아직도 선미 찾아다니고 있는 거야? 그냥 꿈 깨!”주선미는 지금의 윤도훈에 대해 한정아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윤도훈에게 어떠한 손실을 보았는지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친구라고 하더라도 절대 체면이 깎이는 일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따라서 한정아는 아직도 윤도훈을 가난뱅이, 주선미에게 버림받은 남자라고만 기억하고 있다.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이 형편없고 지금까지 세 들어 살고 있지만 도도한 모습으로 남을 내려다보는 이상한 흥취가 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다시 한번 물어볼게. 주선미랑 연락할 수 있어? 그냥 물어보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나지막한 어조로 물었다.이 말을 들은 한정아는 잠시 과장되게 몇 번 웃고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그냥 돕는 게 아니면 네가 뭘 줄 수 있는데? 돈?”“그래.”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아야, 이놈 가난뱅이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너한테 돈을 준데.”옆에 있던 남자 역시 윤도훈을 곁눈질하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그냥 가. 한밤중에 남의 여자한테 찾아와서 뭐? 돈을 준다고? 미친놈이 다른 마음품고 온 거 아니야?”그러면서 윤도훈의 얼굴을 두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윤도훈은 눈매가 날카로워지고 상대방이 손을 뻗는 순간 오른손으로 확 막아버렸다.탁-우렁찬 소리와 함께 남자는 그대로 날아가 버려 마침 소파에 부딪혔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역력했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아!”“너... 너...”한정아는
한정아는 한참 동안 비아냥거렸다.“1000만 원?”윤도훈은 금액을 듣자마자 표정이 이상해졌다.‘난 또 얼마나 달라고 하는 줄 알았네... 겨우 1000만 원?’“왜 놀랐어?”“없으면 그냥 꺼져. 주택침입으로 경찰에 확 신고하기 전에.”한정아는 윤도훈의 표정을 보자마자 냉소를 지으며 욕설을 퍼부었다.한정아와 깡마른 그 남자는 사채를 졌는데, 본전에 이자까지 더해 1000만원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은 내내 불안에 떨면서 어떻게 갚아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살고 있었다.그래서 그러한 액수를 부른 것이었다.“계좌번호 알려주면 바로 보내줄게.”윤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덤덤하게 말했다.30분 뒤...한정아는 자신의 계좌에 1000만 원이 들어온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윽고 윤도훈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갑자기 야릇해지기 시작했다.허리도 꼿꼿하게 세우고 여성의 아름다움도 두드러지게 나타내면서.“도훈 오빠, 언제 돈을 이렇게나 많이 벌었어?”그녀는 윤도훈에게 다가가 간드러진 얼굴로 들어붙으려고 했다.윤도훈은 눈 밑 깊은 곳에 혐오감이 떠올라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주선미 연락처나 줘.”“왜 아직도 선미만 찾고 그래.”“약속대로 난 돈 줬어. 지금 당장 선미 전화번호 알려줘.”윤도훈은 말투가 냉혹하고 강경했다.그의 이런 태도를 본 한정아는 콧방귀를 뀌고는 윤도훈을 향해 흘겨보았다.“내가 주선미보다 못한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너 정말 보는 눈이 없어.”“연락처? 줄 수 있어. 2000만 원 더 줘봐. 그럼, 바로 알려줄게.”“죽고 싶어?”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서 냉엄한 표정을 지었다.살기가 한정아를 향해 솟구쳤습니다.잠시 후...윤도훈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주선미는 녹초가 되어 주저앉아 있었고 놀란 나머지 바지에 실수까지 하게 되었다.말로 통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매가 답이라고 했다.차에 오른 윤도훈은 바로 주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 울리고 나니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누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