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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구지는 구연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날 봐!”

구연희는 주술이라도 걸린 듯 겁에 질린 얼굴로 무구지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무구지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 나기 시작했다.

윙-

구연희는 순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머릿속의 모든 의식, 기억들이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버려 뒤엉켜 져갔다.

가만히 서 있던 구연희는 갑자기 온몸을 파르르 떨기도 했다.

“큭큭큭...”

“히히히...”

“킥히히...”

구연희의 입에서는 기괴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굴에는 멍한 웃음이 번졌다.

심지어 입꼬리가 삐뚤어지고 바깥쪽으로 침이 계속 흘러나오기도 했다.

구연희는 바보가 되어 버렸고 무구지의 주술에 의해 대뇌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이 모든 건 구교환이 전에 한 말 때문이다.

자기 손녀한테 문제가 있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무구지에게 무례한 짓을 한 것이라면서.

그러한 의미에서 무구지는 그녀의 머리를 완전히 엉망으로 직접 만들어준 것이다.

무구지가 윤도훈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심지어 형제라고 해서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황보신혁은 그의 성질이 괴팍하고 하는 짓이 이상하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는 절대 말뿐이 아니었다.

윤도훈에 대한 태도가 그러한 것도 온전히 그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연희에 대해서는...

계집애가 말끝마다 자기를 모욕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연희야!”

그 모습을 본 구교환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서 사조님께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올리 거라. 너 역시 네 손녀처럼 저렇게 되고 싶은 것이냐!”

무몽이 콧방귀를 뀌며 구교환을 매섭게 쏘아보며 물었다.

구교환은 감격의 빛을 강제로 짜내면서 무구지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올렸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왜 또 이러한 끝을 맺게 되는 것인가!’

‘역명각에서 윤도훈 저놈을 죽여야 하는 게 아니었는가!’

구교환과 구연희는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명각 각주마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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