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우의 전화임을 확인하고 주선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윤병우는 내내 주선미에 대해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비록 주선미는 그러한 마음이 없지만, 윤병우의 돈에 대해서는 그러한 마음이 있었다.하물며 윤병우 배후에는 허씨 가문의 도련님이 있으니 말이다.주선미는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뜯어 먹을 것이 남았나, 아니면 허승재에게 빌붙을 수는 없나 생각하면서 전화번호를 바꿀 때 일부러 윤병우에게 알려주었다.윤도훈을 만날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윤병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단숨에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주선미가 보기에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것, 즉 그녀의 가치가 바로 윤도훈의 전처라는 점이다.“무슨 일이시죠?”전화를 받은 후 주선미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물었다.“헤헤, 보고 싶어서요.”윤병우 역시 가벼운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주선미는 은근히 입을 삐죽거리며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난 또 나한테 부탁할 거라도 있나 해서 전화한 줄 알았잖아요. 돈이나 좀 벌 수 있는가 했는데...”윤병우는 그 말을 듣고서 허허 웃으며 속으로 그녀를 욕했다.‘돈밖에 모르는 년!’이윽고 그는 기침을 하면서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일이 있는 거 맞아요. 그것도 아주 큰 일이요. 윤도훈이 지금 그쪽 찾고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불리할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이번에 윤병우가 받은 명령은 주선미를 허승재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그 전화를 하고 나서 윤병우는 이미 어떻게 말할지에 대해 모든 생각을 마쳤다.“네?”주선미가 속으로 이 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서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그게 무슨 말이죠? 윤도훈이 나를 찾고 있다고요? 불리하다고요?”윤병우는 그럴듯하게 대답했다.“맞아요. 아마 그쪽 죽이려고 찾아갈 겁니다. 딸이랑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잘라버리는 거죠.” 주선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왜 그럴 리가 없다는 거죠?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하는 놈인지 몰라서 그러는 겁니까? 살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지
주선미는 마음속의 의심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물었다.이미 대답을 준비해 놓고 있던 윤병우이다.“당연히 싫다고 하셨는데, 내가 나서서 입이 닳도록 애원한 덕분에 성사된 거예요.”“선미야, 아직도 내 마음 모르겠어? 너 알고 있잖아.”윤병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주선미는 더 이상 의심을 하지 않았다.“알고 있어 오빠. 역시 오빠밖에 없어.”“그래! 내가 지금 차 몰고 갈 테니 우리 도망가자.”“참, 윤도훈 네 번호 알고 있으니깐 지금 당장 핸드폰 꺼 놓고. 알았어? 추적해서 올 수도 있잖아.”윤병우가 정중하게 당부했다.그는 지금 윤도훈에 대해 뼛속까지 두려워하고 있다.윤도훈이 주선미를 찾아갔었다는 말에 윤병우 역시 속으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알았어. 준비하고 있을게. 주소 보내줄 테니 얼른 와. 도착하고 나서 경적 딱 3번만 눌러주고.”주선미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심장이 두근거렸고 잠시 후 두려움까지 느끼게 되었다.“윤도훈, 이 미친놈아! 난 그것도 모르고 너 만나러 갈려고 했는데... 윤병우만 아니었다면 나 내일 죽는 거 맞지? 천만에! 절대 네 손에 죽을 리 없어!”주선미는 이를 악물고 욕을 한 후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그러나 잠시 갈등하고 나서도 핸드폰을 버리지 못했다.얼마 전에 몇백만 원이나 들여서 제작한 개인 폰이기 때문이다.지난번 유현과 이혼하고 나서 받은 보상에 윤병우가 준 사례금까지 더하면 몇억은 있었지만 이미 거의 다 써 버렸다.고급차를 주정은 한 대 조미란 한 대씩 사면서 말이다.주선미는 사치품을 거의 쓸어 담다시피 했다.5분 뒤...주선미는 트렁크를 대충 치우고 나서 방에서 나왔다.“선미야, 왜 그래?”딸의 모습에 부모는 잠시 의아해하며 물었다.“저 잠깐 나가서 숨어 있을게요. 두 분 말씀대로 윤도훈이 다른 마음으로 찾아오는 것 같아서 그래요.”“두 분도 일단 피해 있으세요. 윤도훈이 홧김에 찾아오면 어떡하려고 그러세요.”“저는 친구가 데리고 와서 그만 갈게요.”주선미는 그렇게
바이러스에게 부탁하고 나서 윤도훈은 은둔 오씨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기회를 줄 수 있다고? 이건 보물 지도인가?’‘깃털 열쇠는 또 뭐지?’윤도훈은 오색찬란한 깃털을 손에 쥐고 양가죽 지도를 바라보았는데, 멍하기만 했다.‘염하국 그 어디도 아니야.’‘외국인가?’‘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지도에 표시된 모든 표시는 고대 염하국 문자이기 때문에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없었다.‘어디로 가서 찾으라는 거지? 나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윤도훈은 마음속으로 구시렁거렸다.하지만 깃털에서 뜨거운 속성의 냄새를 느껴 평범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그냥 버릴 수 없었다.“됐어. 지금 내 식견으로는 보아낼 수 없어. 천천히 놓고 연구해 보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깃털과 양가죽 지도를 주머니에 넣고 서재에서 나왔다.바로 그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를 보고 윤도훈은 살짝 당황했다.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보스, 움직였습니다!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꽤 빠릅니다.”바이러스가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움직여?” 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아니겠지?’“청암시에서 벗어났어?”윤도훈은 주선미가 밤 생활을 즐기려고 나갔을 수도 있다며 생각했다.너무 긴장해야 할 것 없다면서.“북쪽 근교에 이르렀고 이제 곧 나갈 기세입니다.”그러나 바이러스가 곧이어 제공한 소식에 긴장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십여 분 후, 윤도훈은 포르쉐 918을 몰고 제황원을 떠났다.이 차는 당시 강진시 한의약 교류회에서 허씨 가문과 정씨 가문 가주가 자기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고 어느 한 재벌 2세가 선물로 준 것이다.윤도훈은 핸드폰을 차량 내 거치대에 고정했고 바이러스가 바로 위치를 보내주었다.한편.성능이 뛰어난 볼보 한 대가 Z시로 가는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뒷좌석에는 윤병우와 주선미가 앉아 있었고 운전 자리는 윤병우의 부하가 앉아 있다.운전 기술이 어찌나 뛰어난지 가는 내내 질주했다.“네, 도련님.”“지금
6시간 뒤, 다음 날 새벽 4시가 되었다.Z시 어느 한 별장 앞에 볼보 suv 한 대가 멈춰 섰다.윤병우는 허승재에게 전화하고서 이희철이 허승재 곁에 남겨둔 부하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허승재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부릅뜨고 있었다. 밤새 천결대법을 수련하여 정기가 극도로 흥분되어 있다.“도련님.”윤병우는 허승재를 보고서 아첨을 떠는 모습으로 바로 다가가 말했다.“데리고 왔습니다.”허승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음험한 눈빛으로 주선미를 훑어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주선미는 그러한 시선에 오싹한 느낌만 들었다.“도련님... 안녕하세요...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허승재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아이를 낳긴 했어?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관리를 꾸준하게 받았나 봐?”그는 주선미를 훑어보며 입술을 핥았다.인품을 떠나서 주선미는 확실히 자태가 있고 타고난 아양을 가지고 있다.윤세영이 요술을 연마했기 때문에 매혹적인 것이라면 주선미는 뼛속까지 아름다운 사람이다.허승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주선미는 두 눈을 흘기며 눈빛을 몇 번 반짝였다.‘무슨 뜻이지? 내가 마음에 든다는 소리인가?’“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아까지 주시고 보답할 길이 없습니다. 시키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하겠습니다.”주선미는 이미 허승재를 향해 윙크를 하기 시작했다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그래?”허승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농담조로 물었다.“네! 제가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어느 쪽으로든 허락할 수 있습니다.”주선미는 암시하듯 말했다.이때 윤병우는 옆에서 주선미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서 자기도 모르게 차가운 눈빛으로 어두운 모습까지 그리게 되었다.‘빌어먹을 년!’그전까지 주선미에게 추파를 보낸 적이 있었지만,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그런 그녀가 지금 허승재 앞에서 갖은 유혹을 하고 있으니 눈엣가시처럼 보였다.“그래! 아주 좋아!”허승재는 턱을 만지면서
윤도훈은 물론 허승재를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선택해야 했다. 상대방 곁에 고수가 없다면 당연히 두 가지 모두 이루어낼 수 있었다.하지만 허승재 곁에 있는 그 하얀 얼굴의 중년 남자가 금단 후기에 이른 강자라는 사실은 윤도훈을 놀라게 했다.허승재가 이 동안에 어떤 기회를 잡았는지 윤도훈은 알 수 없었다. ‘허승재의 곁에 이런 강자가 따라다닐 줄이야?’그러니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주선미를 데리고 가서 혀끝에서 정혈을 추출해 윤시율의 저주를 억제하는 것이었다. 허승재에게 복수하는 것은 나중의 문제였다.이때, 윤도훈은 자신이 휘두른 한칼로 백면 시종을 끌어들이는 틈을 타 주선미를 붙잡고 바로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선미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윤도훈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예상 못 했는데 목적이 나라고?’그런데 윤도훈이 주선미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데려가려는 것 같았다. 주선미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젠장! 저놈이 도망가려 하네! 수호야, 저 개자식을 죽여버려!”허승재는 잠시 당황한 후 얼굴이 일그러지며 낮게 말했다. 박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없이 발끝을 차며 추격에 나섰다.“이놈아, 여기가 네 마음대로 오갈 곳인 줄 알아? 이 여자랑 너의 목숨을 놔두고 가!”박수호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마치 수컷 오리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말을 하면서 박수호의 손바닥에서 강력한 기운이 응집된 손바닥 자국이 형성되었고 윤도훈을 향해 날아갔다.윤도훈은 뒤에서 다가오는 공격을 감지하고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대응했다. 슥!윤도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에 든 빙하용최금을 휘둘러 정교한 궤적을 그리며 그 손바닥과 맞부딪쳤다.퍽!가벼운 소리와 함께 윤도훈은 가슴 깊숙이 고통을 느끼며 피를 토했다. 윤도훈은 그 공격을 받아내긴 했지만 몸이 크게 흔들려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한 전투력으로 따지면 금단 후기의 강자는 윤도훈보다 훨씬 더 위에 있었다
“건방진 놈!”박수호가 차갑게 외치며 가느다란 검을 손에 쥐었다. 쨍!빙하용최검과 가는 검이 부딪쳤다!윤도훈과 박수호는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이번 일격에서 윤도훈은 열공경홍도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세의 보조와 후토지체의 체질 덕분에 박수호와 대등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박수호는 금단 후기에 이른 강자로 속성은 나무 속성이었다. 오행에 따르면 나무는 흙을 이기는 속성이다. 그러나 윤도훈의 속성은 진화된 속성으로, 일반적인 속성보다 상위에 있었다. 따라서 박수호의 속성은 윤도훈을 억제할 수 없었다.“뭐? 그럴 리가 없어!”“네가 결단 후기에 이른 거야? 아니, 그럴 리가 없어!”“설령 그렇다 해도 어떻게 가능하지? 결단 경지에서 이미 체질 속성을 각성했다니? 게다가 그게...”박수호의 하얀 얼굴에 진한 충격이 가득했다. 심지어 말이 꼬일 정도로 당황스러워했다. 단 한 번의 충돌로 박수호는 절대적인 자만심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윤도훈을 바라보는 박수호의 눈빛은 마치 세상에 없는 괴물을 보는 듯했다.“말이 너무 많네! 죽어!”윤도훈은 기세가 한껏 고조되었고, 전투 의지는 극에 달했다. 윤도훈은 불멸후토의 상태에서 금단 후기의 강자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고, 동시에 살의가 솟구쳤다. 잠깐의 탐색 후, 윤도훈은 신속히 전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윤도훈은 잠시 별장 밖에서 상황을 엿들었다. 허승재의 말을 통해 윤도훈은 박수호 외에도 스승님이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상대하고 있는 박수호가 금단 후기의 강자라면, 허승재의 스승님은 대체 어떤 존재일까?윤도훈은 신속히 전투를 끝내고 박수호를 제거한 후 주선미를 데리고 떠나야 했다. 윤도훈은 망설임 없이 모든 힘을 발휘해 대지맥동을 사용했다. 이어서 용모양 옥패에 저장된 진기를 뽑아내어 열공경흥의 제8식을 박수호에게 내리쳤다. 윤도훈은 금단 초기의 오청운을 쓰러뜨릴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도 승부를 걸려고 했다.
공포스러운 에너지 파동이 갑자기 일어나 박수호를 향해 일격을 가하던 윤도훈마저 가슴이 철렁했다.퍽!다음 순간, 빙하용최검이 무정하게 박수호의 몸을 내리쳤다. 무시무시한 칼날이 박수호의 머리의 반쯤을 잘라내며 피와 뇌수가 사방에 튀었다.쿵!그러나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스러운 에너지 파동이 맹렬하게 폭발했고 박수호의 몸도 산산조각이 났다.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폭발의 위력은 이전에 히드 조직의 레드 퀸이 터뜨렸던 폭탄보다 열 배는 강력했다. 비록 폭발 때문인 여파의 범위가 그때의 폭탄만큼 넓지는 않았고 소리도 덜 요란했지만, 그것은 에너지가 극도로 응축되었기 때문이었다.이 금단 후기의 강자는 자신이 죽을 운명임을 깨닫고 결국 금단을 자폭하는 길을 택했다. 윤도훈과 함께 죽겠다는 의지였다!그 순간, 윤도훈은 미친 듯이 체내의 후토지력의 힘을 끌어모아 자신을 보호했다. 그러나 박수호의 단전에서 폭발한 진기 때문에 윤도훈은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 공중에서 윤도훈은 피를 연달아 뿜어내며 심지어 피부가 터지고 근육이 찢어졌다.펑!땅에 떨어지자마자 윤도훈의 코와 입에서 피가 쏫아져 나왔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순간, 윤도훈은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 것이 아닌 듯한 착각을 느꼈다. 오장육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경맥은 거의 전부 끊어졌다. 금단 후기 강자의 자폭이니 그 위력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윤도훈은 신통 '불멸후토'를 가동하지 않았더라면, 자신 역시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는 사실에 아찔한 두려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다행히 죽지 않고 버텨냈어!’윤도훈의 왼쪽 신장에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사지를 비롯해 오장육부까지 흘러갔다. 이때 용의 기운이 강력한 회복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그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전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찔함을 느꼈다. 주선미는 윤도훈에게 혈도를 봉인 당해 누워 있었고, 커다란 눈으로 이 상황을
그 말을 하며, 허승재는 주머니에서 가지고 있던 권총을 꺼내 윤도훈의 미간을 겨냥했다.탕!총성이 울리자, 총알이 쉭하고 날아갔다.퍽!그러나 다음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윤도훈의 이마에 맞자마자 변형되어 튕겨 나갔다. 윤도훈의 육체를 전혀 관통하지 못한 것이다.수련자의 실력이 초급 경지에 도달하면 생명체의 수준이 질적으로 변화하며 더는 일반적인 화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지금의 윤도훈은 이미 결단 경지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후토지체까지 각성한 상태였다.이 광경을 본 허승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젠장! 총알로도 못 죽이잖아?”상대가 폭발에 반쯤 죽어있을 정도였는데 허승재는 끔찍하게도 윤도훈이 그대로 누워있는데도 자신이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절망적인 상황이 허승재를 미칠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바로 그때, 용기로 상처를 회복 중이던 윤도훈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차가운 눈빛으로 허승재를 노려보았다. 허승재는 윤도훈의 눈빛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느껴져 본능에 따라 몸이 움찔거렸다. 상대가 지금 반쯤 죽어가는 상태라 하더라도 허승재는 그저 공포에 사로잡혔다. 마치 다음 순간 윤도훈이 일어나서 자신을 손바닥으로 내려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윤도훈! 이 자식아, 여기서 그냥 죽어버려!”허승재는 독설을 내뱉고, 윤병우 등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두 다리를 휘저으며 달아났다.‘스승님이 곧 도착하시면 윤도훈도 죽고 말 거야.’‘아니면 배씨 가문의 고수들을 불러 윤도훈을 죽이는 방법도 있는데 내가 여기 남아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허승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달아났다.그리고 윤병우와 그 외의 사람들이 있는 이 별장 안에서도 모두 달아나기 시작했다. 윤도훈이 언제 다시 일어나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이 광경을 본 윤도훈의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고 주선미의 방향을 한 번 바라본 뒤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