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놈!”박수호가 차갑게 외치며 가느다란 검을 손에 쥐었다. 쨍!빙하용최검과 가는 검이 부딪쳤다!윤도훈과 박수호는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이번 일격에서 윤도훈은 열공경홍도법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세의 보조와 후토지체의 체질 덕분에 박수호와 대등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박수호는 금단 후기에 이른 강자로 속성은 나무 속성이었다. 오행에 따르면 나무는 흙을 이기는 속성이다. 그러나 윤도훈의 속성은 진화된 속성으로, 일반적인 속성보다 상위에 있었다. 따라서 박수호의 속성은 윤도훈을 억제할 수 없었다.“뭐? 그럴 리가 없어!”“네가 결단 후기에 이른 거야? 아니, 그럴 리가 없어!”“설령 그렇다 해도 어떻게 가능하지? 결단 경지에서 이미 체질 속성을 각성했다니? 게다가 그게...”박수호의 하얀 얼굴에 진한 충격이 가득했다. 심지어 말이 꼬일 정도로 당황스러워했다. 단 한 번의 충돌로 박수호는 절대적인 자만심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윤도훈을 바라보는 박수호의 눈빛은 마치 세상에 없는 괴물을 보는 듯했다.“말이 너무 많네! 죽어!”윤도훈은 기세가 한껏 고조되었고, 전투 의지는 극에 달했다. 윤도훈은 불멸후토의 상태에서 금단 후기의 강자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었고, 동시에 살의가 솟구쳤다. 잠깐의 탐색 후, 윤도훈은 신속히 전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윤도훈은 잠시 별장 밖에서 상황을 엿들었다. 허승재의 말을 통해 윤도훈은 박수호 외에도 스승님이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상대하고 있는 박수호가 금단 후기의 강자라면, 허승재의 스승님은 대체 어떤 존재일까?윤도훈은 신속히 전투를 끝내고 박수호를 제거한 후 주선미를 데리고 떠나야 했다. 윤도훈은 망설임 없이 모든 힘을 발휘해 대지맥동을 사용했다. 이어서 용모양 옥패에 저장된 진기를 뽑아내어 열공경흥의 제8식을 박수호에게 내리쳤다. 윤도훈은 금단 초기의 오청운을 쓰러뜨릴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도 승부를 걸려고 했다.
공포스러운 에너지 파동이 갑자기 일어나 박수호를 향해 일격을 가하던 윤도훈마저 가슴이 철렁했다.퍽!다음 순간, 빙하용최검이 무정하게 박수호의 몸을 내리쳤다. 무시무시한 칼날이 박수호의 머리의 반쯤을 잘라내며 피와 뇌수가 사방에 튀었다.쿵!그러나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스러운 에너지 파동이 맹렬하게 폭발했고 박수호의 몸도 산산조각이 났다.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폭발의 위력은 이전에 히드 조직의 레드 퀸이 터뜨렸던 폭탄보다 열 배는 강력했다. 비록 폭발 때문인 여파의 범위가 그때의 폭탄만큼 넓지는 않았고 소리도 덜 요란했지만, 그것은 에너지가 극도로 응축되었기 때문이었다.이 금단 후기의 강자는 자신이 죽을 운명임을 깨닫고 결국 금단을 자폭하는 길을 택했다. 윤도훈과 함께 죽겠다는 의지였다!그 순간, 윤도훈은 미친 듯이 체내의 후토지력의 힘을 끌어모아 자신을 보호했다. 그러나 박수호의 단전에서 폭발한 진기 때문에 윤도훈은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 공중에서 윤도훈은 피를 연달아 뿜어내며 심지어 피부가 터지고 근육이 찢어졌다.펑!땅에 떨어지자마자 윤도훈의 코와 입에서 피가 쏫아져 나왔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순간, 윤도훈은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 것이 아닌 듯한 착각을 느꼈다. 오장육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경맥은 거의 전부 끊어졌다. 금단 후기 강자의 자폭이니 그 위력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윤도훈은 신통 '불멸후토'를 가동하지 않았더라면, 자신 역시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는 사실에 아찔한 두려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다행히 죽지 않고 버텨냈어!’윤도훈의 왼쪽 신장에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며 사지를 비롯해 오장육부까지 흘러갔다. 이때 용의 기운이 강력한 회복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그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전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찔함을 느꼈다. 주선미는 윤도훈에게 혈도를 봉인 당해 누워 있었고, 커다란 눈으로 이 상황을
그 말을 하며, 허승재는 주머니에서 가지고 있던 권총을 꺼내 윤도훈의 미간을 겨냥했다.탕!총성이 울리자, 총알이 쉭하고 날아갔다.퍽!그러나 다음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윤도훈의 이마에 맞자마자 변형되어 튕겨 나갔다. 윤도훈의 육체를 전혀 관통하지 못한 것이다.수련자의 실력이 초급 경지에 도달하면 생명체의 수준이 질적으로 변화하며 더는 일반적인 화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지금의 윤도훈은 이미 결단 경지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후토지체까지 각성한 상태였다.이 광경을 본 허승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젠장! 총알로도 못 죽이잖아?”상대가 폭발에 반쯤 죽어있을 정도였는데 허승재는 끔찍하게도 윤도훈이 그대로 누워있는데도 자신이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절망적인 상황이 허승재를 미칠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바로 그때, 용기로 상처를 회복 중이던 윤도훈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차가운 눈빛으로 허승재를 노려보았다. 허승재는 윤도훈의 눈빛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느껴져 본능에 따라 몸이 움찔거렸다. 상대가 지금 반쯤 죽어가는 상태라 하더라도 허승재는 그저 공포에 사로잡혔다. 마치 다음 순간 윤도훈이 일어나서 자신을 손바닥으로 내려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윤도훈! 이 자식아, 여기서 그냥 죽어버려!”허승재는 독설을 내뱉고, 윤병우 등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두 다리를 휘저으며 달아났다.‘스승님이 곧 도착하시면 윤도훈도 죽고 말 거야.’‘아니면 배씨 가문의 고수들을 불러 윤도훈을 죽이는 방법도 있는데 내가 여기 남아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허승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달아났다.그리고 윤병우와 그 외의 사람들이 있는 이 별장 안에서도 모두 달아나기 시작했다. 윤도훈이 언제 다시 일어나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이 광경을 본 윤도훈의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고 주선미의 방향을 한 번 바라본 뒤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철은 허승재의 외침을 듣고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이놈아! 무슨 내가 죽었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설마 날 저주하는 거야?”“아니면 윤도훈이 이미 죽었다고? 죽었으면 죽은 거지, 뭐 그렇게 흥분할 일이야?”이승철은 허승재가 윤도훈과 얽힌 원한을 알고 있었다. 허승재가 윤도훈에게 이를 갈 만큼 증오심이 깊다는 것도 알았다. 상대가 죽었다면 허승재가 기뻐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 이 정도로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스승님! 그게 아니에요! 윤도훈이 아니라 박수호가 죽었어요! 윤도훈이랑 맞서 몇 번 싸우다가 이기지 못하겠다고 판단했는지 박수호가 자폭했어요!”윤도훈과 박수호의 싸움은 아주 짧았기에 허승재도 정확히 보지 못했고 대충 상황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박수호는 죽었고 윤도훈은 중상을 입고 쓰러졌지만 아직 반쯤 살아 있었다.“스승님, 빨리 오셔야 해요! 제가 윤도훈을 죽일 수가 없어요! 스승님이 와서 마무리 지어주세요!”허승재는 이를 악물고 간절히 부탁했다.이희철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얼굴에 충격이 서렸다.“뭐라고? 수호가 죽었다고? 자폭했다고?”박수호는 단순한 시종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금단 후기에 도달한 강자였다. 그런 박수호가 윤도훈에게 몰려 자폭을 했다니? ‘승재의 이 원수는 실력이 이렇게 강했던 거야?’이희철은 마음속에서 의심과 불안이 교차했다. 결국 무겁게 말했다.“승재야, 네 판단이 맞아! 수호를 자폭으로 몰아간 강자라면, 마지막 숨을 붙잡고 있어도 넌 건드려서는 안 돼. 경거망동하지 말고 내가 곧 갈 테니 기다려. 내 시종을 죽이다니, 윤도훈 그놈,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네! 제발 서둘러 와주세요. 윤도훈이 다시 기력을 회복해 도망치기 전에요!”허승재는 재빨리 대답했다.이희철과의 통화를 마친 후, 허승재는 다시 배씨 가문과 연락을 시도했다.한편, 다른 쪽에서는 Y시 번호판을 단 액티언이 응봉시 경내로 진입하고 있었다. 뒷좌석에는 무구지가 앉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당장 이곳을 떠나야 했다. 허승재의 스승이 언제 도착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주선미는 피범벅이 된 윤도훈이 눈앞에 나타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주선미는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도훈아,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야?”윤도훈은 주선미를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는 미소를 지었다.“실망했겠지만 죽지는 않았어.”주선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고 믿을 수는 없었다. 제버릇 개 못 준다고 주선미도 변할 수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었다.윤도훈은 모습을 드러내기 전, 저택 거실 밖에서 한참을 숨어서 듣고 있었다. 허승재와 주선미 사이의 대화를 모두 들었고 주선미가 허승재를 유혹하고 이희철을 모시겠다고 망설임 없이 수락하는 모습을 확인했다.주선미는 애초에 어떤 선도 지키지 않았다.생각해보면, 자신의 친딸을 해치기 위해 외부와 결탁할 수 있는 여자를 보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만약 무구지가 주선미의 혀끝 피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윤도훈은 평생 이 여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2분 후, 윤도훈은 포르쉐 918의 문을 열고 힘겹게 조수석에 앉았다. 혈자리가 풀린 주선미는 운전석에 앉아 윤도훈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운전해.”윤도훈이 낮게 명령하자 주선미는 허둥지둥하며 대답했다.“알... 알겠어.”주선미는 불안한 기색으로 차를 시동 걸었고 지금은 마치 순한 양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포르쉐는 곧바로 화살처럼 튀어 나가며 엔진 소리와 함께 빠르게 멀어졌다.차 안에서 윤도훈은 미리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무구지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어디예요? 좋아요, 경해대로로 향할게요. 거기서 만나요.”전화를 끊은 후, 윤도훈의 눈빛에는 기쁜 기색이 스쳤다. ‘무구지가 제법 빠르게 왔네!’15분 후, 포르쉐와 액티언이 차례로 길가에 멈췄다. 윤도훈은 주선미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무구지도 차에서 내렸다. 윤도훈의 상태를 본 무구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도훈
무구지는 옆에서 주선미의 반응을 보면서 윤도훈의 말을 듣고 나서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 ‘이 여자가 율이의 엄마라면서, 왜 도훈이가 보상을 준다는 거지? 두 사람 사이가 뭔가 이상한데?’잠시 후, 무구지의 양손에는 각각 두 개의 초록색 옥단지가 들려 있었다. 옥단지에는 방금 떨어진 신선한 혈액 두 방울이 담겨 있었는데 이는 윤도훈과 주선미의 혀끝에서 채취한 피였다. 또한, 단지 안에는 실처럼 가느다란 눈처럼 하얀 두 마리의 곤충이 있었다. 이 곤충들은 두 방울의 혈액을 급속히 빨아들이며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이제 됐어!”무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도훈은 그제야 긴 숨을 내쉬었다. 곧바로 윤도훈은 코 아래 흘러내린 피를 닦아내고 차갑게 옆에 있던 주선미를 쳐다보았다. 주선미도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이제 끝난 건가?’ 속으로는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일 없이 그냥 혀끝을 찌르고 약간의 피만 뺐을 뿐이었다.“도훈아...”주선미는 몇 번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차에서 내려서 얘기해.”윤도훈은 손을 휘저으며 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주선미는 얌전히 대답하며 그 뒤를 따랐다.“도훈아, 괜찮아?”주선미는 윤도훈을 살피며 눈빛에는 애정과 걱정이 서려 있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남편을 걱정하는 다정한 와이프처럼 부드러웠다. 윤도훈은 말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아직도 그 은행 계좌를 쓰고 있지?”“아, 그래...”주선미는 잠시 멍해지더니, 본능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윤도훈은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몇 번 조작한 뒤, 화면을 주선미에게 보여주었다. 그 순간, 주선미는 눈을 크게 뜨며 윤도훈의 휴대폰에 표시된 이체 내역을 보았다. 그러자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이 가득했다.‘하나, 둘, 셋, 넷... 여덟? 0이 8개라고? 도훈이 내 계좌로 무려 20억을 이체했다고?’주선미는 입을 틀어막으며 눈에는 경악과 기쁨이 동시에 섞였다.‘20억? 세상에! 윤도훈이 이렇게 쉽게 20억을 건네다니? 이 남자, 지
주선미는 허승재의 스승에게 기대는 것보다 윤도훈을 다시 얻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주선미의 말을 듣고 윤도훈은 비웃음을 터트렸다.“그만 역겨운 말 하고 돌아가서 허승재의 스승이나 잘 섬겨! 꺼져!”윤도훈은 주선미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고 무구지의 차에 올랐다. 주선미는 윤도훈에게 밀쳐져 엉덩방아를 찧으며 앉아버렸다. 주선미의 얼굴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윤도훈, 이 쓰레기 같은 인간! 너 전에 전화로 말했잖아. 일이 끝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나 정말 너랑 다시 잘해보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 거야?”윤도훈은 차 안에서 비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원하는 건 돈 많은 삶 아니야? 돈은 이미 줬잖아?”말이 끝나자마자 액티언은 쏜살같이 떠나갔다. 주선미는 그 자리에 앉아 자신이 마치 쓰고 버려진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윤도훈이 자신의 피를 추출하고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자신을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멀어져가는 액티언을 노려보며, 주선미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마음속에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이 나쁜 놈!”“윤도훈! 이 못된 놈! 부부로 지낸 세월이 얼만데, 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너 같은 매정하고 배신자 같은 남자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내가 살아있는 동안, 반드시 널 후회하게 하겠어.”주선미는 땅에 앉아 원망 가득한 목소리로 저주를 퍼부었다.그때, 뒤쪽에서 여러 대의 차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들은 윤도훈이 몰고 갔던 포르쉐 918을 추적해온 사람들이었다. 배씨 가문은 이 응봉시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차를 추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잠시 후, 일렬로 정차한 차들에서 허승재와 이희철이 내렸다. 그들은 주선미가 땅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허승재는 포르쉐 918을 먼저 살폈으나 문이 열려 있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주선미에게 다가갔다.“이 천한 년, 도망치려고?”허승재는 주선미의 머리카락을 잡아 올리며 거칠게 따귀를 날렸다. 주선
무구지는 잠깐 자신의 의형제를 주시했다. 무구지의 경지에서는 윤도훈이 완벽한 기초를 다진 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더구나 금단 경지에서 이미 후토지체를 각성한 상태였다. 이런 특수 체질은 진정한 천재들만이 가질 수 있었다.무구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도훈은 이 시대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진 천재야. 근데 아무리 뛰어난 도훈이라도 금단 후기의 강자가 도훈을 상대하기 위해 자폭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무구지는 직접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도훈아, 너랑 전처 사이가 별로 안 좋아 보이네.”윤도훈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좋았다면 전처가 아니겠죠. 하하...”무구지는 더 묻고 싶었지만, 그때 앞좌석에 앉아 운전하던 하림이가 갑자기 차를 멈추었다. 앞을 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고 싸늘한 눈빛이 차창을 통해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윤도훈, 내 사람을 죽여 놓고도 도망가려 해? 내려서 죽음을 받아들여!”이희철은 멈춰 선 액티언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차 안에 있던 윤도훈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무구지는 붉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비웃음을 지었다.“도훈아, 걱정하지 마. 넌 차 안에 앉아 있어. 형이 알아서 처리할게.”무구지는 그렇게 말하며 차에서 내리더니 이희철을 향해 걸어갔다.“이런 ㅅㅂ, 네놈의 사람을 죽여서 나갈 수 없다면, 널 죽여야 나갈 수 있겠지?”이 말이 떨어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으며 오만하게 굴던 이희철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희철은 무구지를 4~5초 동안 응시하다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너... 너 혹시... 무구지?”무구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알아보네. 그럼 다행이지.”무구지는 곧바로 위압적인 태도로 물었다. “내 의형제를 죽이겠다고?”이 말을 듣고 이희철은 당황하며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라고? 윤도훈이 네 의형제라고?”“그럼 내가 다른 사람한테 이런 걸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