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지는 잠깐 자신의 의형제를 주시했다. 무구지의 경지에서는 윤도훈이 완벽한 기초를 다진 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더구나 금단 경지에서 이미 후토지체를 각성한 상태였다. 이런 특수 체질은 진정한 천재들만이 가질 수 있었다.무구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도훈은 이 시대에서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진 천재야. 근데 아무리 뛰어난 도훈이라도 금단 후기의 강자가 도훈을 상대하기 위해 자폭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무구지는 직접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도훈아, 너랑 전처 사이가 별로 안 좋아 보이네.”윤도훈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좋았다면 전처가 아니겠죠. 하하...”무구지는 더 묻고 싶었지만, 그때 앞좌석에 앉아 운전하던 하림이가 갑자기 차를 멈추었다. 앞을 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고 싸늘한 눈빛이 차창을 통해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윤도훈, 내 사람을 죽여 놓고도 도망가려 해? 내려서 죽음을 받아들여!”이희철은 멈춰 선 액티언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차 안에 있던 윤도훈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무구지는 붉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비웃음을 지었다.“도훈아, 걱정하지 마. 넌 차 안에 앉아 있어. 형이 알아서 처리할게.”무구지는 그렇게 말하며 차에서 내리더니 이희철을 향해 걸어갔다.“이런 ㅅㅂ, 네놈의 사람을 죽여서 나갈 수 없다면, 널 죽여야 나갈 수 있겠지?”이 말이 떨어지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으며 오만하게 굴던 이희철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이희철은 무구지를 4~5초 동안 응시하다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너... 너 혹시... 무구지?”무구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알아보네. 그럼 다행이지.”무구지는 곧바로 위압적인 태도로 물었다. “내 의형제를 죽이겠다고?”이 말을 듣고 이희철은 당황하며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라고? 윤도훈이 네 의형제라고?”“그럼 내가 다른 사람한테 이런 걸
“그래, 놓아줬어!” 이희철은 말을 마치고 허승재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깊이 생각해봤는데 윤도훈은 죽여서는 안 돼! 너한테 이 원수를 남겨두는 것만이 널 독려해 열심히 수련하게 만들고 성장하는 동력이 될 거야. 만약 윤도훈을 죽여버린다면 네가 지금처럼 집요하게 강해지려 할까?” 이 말을 듣고 허승재는 생각하며 이희철의 기대 어린 눈빛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스승님, 맞는 말씀이에요! 전 바로 윤도훈을 뼛속까지 증오해서 그때 마음을 독하게 먹고 칼로 제 몸을 자를 수 있었어요. 밤낮으로 쉬지 않고 천결대법을 수련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어요. 좋아요! 윤도훈을 살려둬요! 언젠가는 반드시 제 실력으로 죽이고, 그동안 당한 치욕을 되갚아주고 말 거예요!” 이희철은 아주 진지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게 바로 내가 바라는 좋은 제자야!” “스승님,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마음 써주셔서 감사해요!” 허승재는 존경과 감사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스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이희철은 손을 흔들며 깊은 생각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무슨 마음 써주기는! 감히 너한테 말할 수 있겠어? 윤도훈 뒤에 있는 사람은 나도 못 이기는데...’ 그날 무구지와 하림이라는 젊은 제자, 그리고 윤도훈은 함께 도운시로 돌아갔다. 중간에 윤도훈은 호텔에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이 피범벅인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면 와이프랑 아이가 놀랄 것이다.윤도훈이 어젯밤 갑자기 나가더니, 돌아왔을 때는 나이 차이가 전혀 맞지 않는 형님을 데려왔지만, 이진희는 더는 묻지 않았다. 그저 무구지를 정중하게 대하며 아주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율이는 이 할아버지와 처음 만난 것이 아니었기에 조금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후 율이는 소파에 앉아 윤도훈이 가져온 족욕물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윤도훈의 두 눈에 용의 기운이 가득 차 긴장한 듯 율이의 몸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윤도훈은 빙선 고충 두 마리가 율이의 골수에 들어가 골수 내부에 있는 흑기를 흡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흡수하는 속도는 너무 빠르지 않았지만, 흑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리 흡수되고 있었다.무구지가 말하길, 이 빙선 고충은 율이의 몸속에서 2년 동안 살 수 있는데, 몸속에 있는 동안 저주의 나쁜 기운을 흡수해 갈 수 있다고 했다.2년 사이에 율이가 걸린 저주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부작용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2년 뒤에는 빙선 고충도 나쁜 기운을 이기지 못해 죽어버릴 것이다.그때가 되면 빙선 고충이 흡수했던 나쁜 기운이 나오면서 율이의 몸속에서 폭발할 것이다.이때 율이는 다시 한번 발작하게 되는데, 이 발작은 사람을 엄청 고통스럽게 하고 생명에도 위험이 있을 수 있다.무구지는 윤도훈에게 그때가 되기 전에 꼭 미리 율이를 데리고 자신에게 찾아오라고 했다. 그러면 무구지가 율이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고 말이다.윤도훈은 수없이 많이 고려한 뒤, 이 방법으로 딸이 걸린 저주를 억누르려고 마음을 먹었다.2년 뒤에 하게 될 발작이 이 2년 사이에 율이가 계속 겪어야 할 고통보다는 낫다.저번에 율이가 발작했을 때, 미묘하게 의식이 있었고 고통스러워하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윤도훈은 두 방법 중에 덜 고통받을 방법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딸아, 느낌이 어때?”윤도훈이 율이를 걱정했다.무구지도 율이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수시로 나타날 상황을 대비했다.이진희는 긴장한 기색으로 옆에 앉아 율이를 걱정했다.섬세한 진희는 윤도훈이 율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별 느낌 없어요.”율이는 큰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순진하게 고개를 흔들었다.윤도훈은 흑기가 계속해서 흡수되는 것을 보고, 율이도 다른 느낌이 없다고 하니까 걱정했던 마음이 좀 놓였다.곧이어 윤도훈이 무구지를 돌아보았다. 무구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윤도훈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알겠어요!”무구지가 대답했다.무구지는 ‘형님’이 생각보다 이 일을 더 중시하고 있어서 조금 놀랐다.다른 쪽에서, 어느 방 밖에서 허승재는 주선미가 방에서 내는 비명을 들으며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허승재는 윤도훈에게 복수할 실력이 되지 못했다.그러나 윤도훈의 전처를 스승님에게 받쳐 못살게 구는 것으로 복수를 하면서 허승재는 쾌감을 느꼈다.“윤도훈, 이건 그냥 이자로 치자. 하하하.”“언젠가 나도 이진희를 이렇게 갖고 놀 거야!”“그리고 너 힘 못 쓰게 만들어서 네가 보는 앞에서 갖고 놀 거야!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서 죽게 할래!”“죽어! 하하하.”두 시간 뒤, 야릇한 불빛으로 가득 찬 방에서 주선미는 목에 목줄을 한 채로 갇혀 있었다.온몸이 상처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땅에는 더러운 물건이 가득 해 악취가 났다.주현미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자꾸 떨렸다.주현미는 전에 허승재의 스승님을 모시기 이렇게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이희철 장로는 몸과 마음이 건전한 남자가 아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희철은 사람이 아니라 마귀다.윤도훈에게 ‘버림’을 받은 뒤, 허승재 스승님 같은 훌륭한 사람에게 붙어서 살아가려고 했는데, 주현미는 그제야 자신이 지옥에, 마귀의 손아귀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의 눈에는 원망과 미움이 깃들어 있었다.주현미는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다 윤도훈을 숭배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윤도훈이 주현미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준다면 그녀가 어떻게 이희철의 장난감이 될 수 있었을까!어떻게 이런 사람이 받아서는 안 될 모욕과 괴롭힘을 당했을까!“윤도훈! 이 나쁜 놈!”“다 너 때문이야!”“너무 미워!”“정이 없는 나쁜 놈! 나 이 모욕을 참아서 이제 너한테 복수할 거야!”“네가 나한테 빌면서 후회한다고 하는 그런 날이 올 거야!”“내가 당했던 이 고통 너도 당하게 할 거야!”주선미는 목줄에 매달려 자신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고 자신의 것이었던 남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진희 옆에서 율이와 행
무구지는 윤도훈에게 작은 표주박을 내밀며 말했다.“도훈 동생, 형 먼저 갈게.”“이 표주박은 짝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너한테 준 거야. 무슨 위험이 닥치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면 그 표주박을 깨!”“내가 혹시 페관했거나 외계와 단절돼 있어도 느낄 수 있을 거야.”“아무리 큰 위기가 닥쳐도, 상대방 인원수가 아무리 많아도 형이 해결해 줄 거라는 걸 명심해!”윤도훈은 표주박을 건네받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무구지를 바라보았다. 윤도훈은 무구지가 정말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무구지는 웃으며 손에 쥔 연단 노트를 흔들었다.“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이렇게 인연이 있는데, 그 정도는 형으로서 해줘야 하는 거야! 하하.”작별 인사를 마치고 무구지는 차에 올랐다.“아저씨, 안녕히 계세요!”이때 율이도 달려 나와 무구지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곧이어 하림은 차에 시동을 걸고 무구지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도훈 씨, 저분 정말 좋은 분 같아요.”무구지가 가자, 이진희가 말했다.“맞아!”윤도훈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무구지가 없었다면 율이 며칠 뒤면 또 발작하게 된다.윤도훈은 율이가 발작하지 않게 막아준 무구지가 고마워 앞으로 자신이 능력이 되는 한 이 은혜는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그는 조심스럽게 무구지가 준 표주박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송 씨네 할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는데, 눈썹을 찌푸리고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둘째 할아버지, 용우 형이랑 형수 일 났어요! 망명자에게 납치를 당해서 그쪽에서 돈 내놓으라고 연락이 왔어요! 500억 내놓으래요! 5일 사이에 돈 안 내놓으면 죽인대요.]전화를 친 사람은 천운시 송가네 삼대 자제 송영신이었다. 송영신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송장헌은 차갑게 대답했다.“망명자? 걔네 너네 송가네를 위해 일을 하는 모양이구나?”송영신이 말한 용우 형과 형수는 바로 송장헌의 큰손주 송용우와 큰 며느리이며 현
송장헌은 화가 나 물었다.송장남은 웃으며 대답했다.[대철아, 진정해. 우리 쪽에서도 지금 용우를 위해 최선을 다해 망명자들과 소통 중이잖아. 전화를 받자마자 이렇게 더러운 물을 끼얹으면 안 되지 않아?]“얼른 얘기해요.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요?”송장헌이 화를 냈다.[내가 어떻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사람이라는 걸 너 잘 알고 있잖아? 우리 쪽에서 널 도와 용우를 구해내려고 하고 있어. 그러니 감사의 의미로 네 손에 있는 열쇠를 나한테 줘. 어때?]송장남이 말했다.“안 주면요?”송장헌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주면? 그럼 널 도와 일 처리를 못 해주지? 망명자들을 잘 달래지 못하면 용우의 시체를 받게 될 거야. 그리고 앞으로 애들 나갈 때도 조심해야지.]송장남은 코웃음을 치며 위협했다.송장헌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형, 정말 독하시네요! 저 열쇠 가지고 형 찾으러 갈 테니까 망명자들이랑 잘 소통해서 용우랑 우리 며느리 잘 돌려보내세요. 안 그러면 이 열쇠 볼 생각도 하지 마세요!”[걱정하지 마! 그 납치범들이 얼마를 요구하던 우리 천운시 송 씨네가 먼저 대줄게.]송장남은 열쇠를 갖고 온다는 말에 기뻐했다.“허.”송장헌은 차갑게 웃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할아버지, 사촌 형한데 무슨 일 생겼어요?”이때 옆에 있던 송영태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송장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네 큰할아버지가 그 열쇠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다! 진짜 미친 거 아닌지 모르겠어!”송영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아버지, 저 사람들 데리고 천운시에 가서 제 형 구해올게요!”이 말을 들은 송장헌은 자신의 둘째 손자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안 돼! 천운시에 가면 너 힘도 못 쓰고 큰할아버지 손에 죽어.”“그럼 어떡해요? 정말 열쇠를 주시려고요? 정말 안 아까우시겠어요?”송영태가 물었다.‘그 당시 우리 할아버지가 한을 품고 천운시에서 쫓겨났었는데, 현재 송 씨네 마지막 존엄인 열쇠까지 잃어버리게 될까?’“내가 안
송가네 농장에 윤도훈이 온 뒤로 송장헌과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어르신, 무슨 급한 일 때문에 절 부르셨어요?”윤도훈이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송장헌은 한숨을 쉬며 비웃었다.“우리 송가네 내전 때문에 널 불렀어! 저번에 영신이 왔을 때 너도 자리에 있었으니 대충 감은 오지?”윤도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잘 모르겠어요. 어르신, 뭐 도와드릴 거 있으면 그냥 말씀해 주세요.”윤도훈도 송 씨네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이진희의 의약 회사가 그렇게 큰 대리상을 찾아 위기를 모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전에 있었던 상업교류회에서 이진희는 그녀의 ‘첫사랑’ 전우헌에게 모욕을 당했었다.그때 율이의 병이 발작했을 때 송 씨네에서 도움을 주었었다.윤도훈은 이전부터 송 씨네에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꼭 돕겠다고 생각했었다.송장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도훈에게 이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이 일을 말하려면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당시 송씨 가문의 선조는 일찍이 고인의 종으로 그 고인을 평생 따라다녔다.그 고인은 후대가 없어 송씨 가문의 선조를 자신의 가장 가까운 지인으로 여겨 죽기전에 자신의 유산 모두를 물려주었다.그중에는 천우시의 큰 저택, 고인이 한평생 배운 것 중의 일부 그리고 고인의 인맥이 있었다.이 고인은 죽기 전에 자신의 저택 내부에 지하 궁전을 만들어 자신의 무덤으로 하려고 했다.죽을 날이 다가오자, 고인은 지하 궁전에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들어가기 전, 고인은 송씨 가문의 선조에게 열쇠 두 개를 남겨 주었다.그리고 그 두 개의 열쇠가 동시에 작용해야 지하 궁전을 열 수 있다고 당부했다.송씨 가문의 선조 또는 후대들이 어느 날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면 이 두 열쇠로 지하 궁전을 열게 되면 자연스럽게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여기까지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찌푸렸다.“왜요? 천운시 송가네에 지금 무슨 위기가 생겼나요?”송장헌은 고개를 저었다.“천운시 5대 가문의 지위를 지키지 못하는 게 우리
이 말을 들은 송장헌은 깜짝 놀랐다.“도훈아, 도와줬으면 받을 건 받아야지! 그리고 너 우리 송가에 뭐 빚진 거 없어. 네가 없었다면 나 진작에 죽었을지도 몰라.”“저번에 율이 일도 엄청 위험했지. 이 조건으로 결정한다? 어떻게 널 아무것도 안 주고 도와달라고 하겠어?”윤도훈이 동의하자 송장헌은 아주 기뻤다.윤도훈은 예의상 몇 마디 더하고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그는 사실 그 지하 궁전에 대해 별 흥미가 없었다.‘고인이 남겨준 유산?’현재 윤도훈의 지위와 실력으로 보면 보통 사람의 눈에 ‘고인’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었다.고인이 남겨준 유산이 고가에서 예전에 자신에게 준 수련 자원보다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송장헌이 자신에게 부탁했고 윤도훈은 그저 가서 천운시 송씨 가문을 대항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뿐이다.곧이어 두 사람은 구체적인 시간과 계획에 대해 말했다.천운시 송가가 이쪽에 준 기한은 5일, 송장헌은 전에 미리 준비를 마치고 3일이 지난 뒤에 천운시로 갈 생각이다.윤도훈과 계획에 대해 말을 다 한 다음 송장헌은 송장남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주었다.천운시 송씨 가문의 저택에서 송장남은 전화를 끊고 득의양양해 있었다.옆에 있던 송영신이 웃으며 물었다.“할아버지, 그쪽에서 타협했어요?”송장남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응, 3일 뒤 점심에 나랑 만나기로 했어. 그때 열쇠를 갖고 온다는구나!”송장남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빨리 움직이는 건데! 흥! 우리 동생은 정말 좋은 말 할 때 안 듣지.”“가문의 모든 고수를 다 불러 모아라. 네 둘째 할아버지 동의는 했지만 쉽게 타협하지는 않을 거다. 무조건 나랑 또 조건을 걸겠지. 절대적인 실력으로 걔의 그런 생각을 없앨 거야!”“네, 할아버지 정말 뛰어나십니다! 제가 저번에 도운시에 갔을 때, 송은설이 엄청난 고수랑 만나는 걸 봤는데, 그 사람 종사 중에 강자일 수 있어요. 그러니 확실히 많은 고수들을 모으는 게 좋을 거 같아요.”송영신은 저번에 도운시에 갔다가 윤도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