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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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유현진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제일 무거운 마음의 짐이었다. 그녀가 그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분명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강한서는 마음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유현진에게 가볍게 비볐다. 그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유등 날리면서 소원 빌자.”유현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구류되면 어쩌려고?”강한서가 말했다. “괜찮아. 한성우 이름 쓰면 돼.”유현진: …어쩐지 한성우가 늘 온갖 수단으로 강한서를 괴롭히더라니. 강한서도 한성우에게 못된 짓을 많이 하고 있었다. 오늘 능강 근처 사거리에서는 유등축제가 있었다. 거리의 상공에는 전부 유등으로 가득했고, 길에서 올려다보면 다양한 유등이 잇따라 올라가고 있어 유서 깊은 옛 골목은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 유현진은 한 노점에서 고풍스러운 반쪽짜리 여우 가면을 발견했다. 그녀는 가면을 얼굴에 대더니 강한서에게 물었다. “예뻐?”강한서가 말했다. “네가 하니까 예뻐.”유현진이 그를 쳐다보았다. ‘입에 꿀이라도 발랐나?’유현진이 가면을 써보는 사이, 강한서가 이미 계산을 마쳤다. 진열대에는 많은 가면이 있었고 유현진은 반쪽짜리 금속으로 된 가면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막 손을 뻗어 그 가면을 집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녀보다 먼저 가면을 가져갔다. 유현진이 미처 고개를 돌리지 못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에 들면 써봐요.”송가람은 가면이 마음에 들었었지만 강현우의 말에 써보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가면을 다시 진열대에 올려두고 뒤돌아 가려고 했다. 바로 그때,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하는 강한서를 발견했다. “더 고를 거야?”멈칫 행동을 멈춘 송가람이 얼떨결에 그를 불렀다. “한서 오빠.”강한서는 우뚝 멈춰서 고개를 들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그 곳엔 송가람과 강현우가 있었다. 1초간 시선을 멈춘 강한서는 곧 그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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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유현진은 이번 일의 당사자였다. 그러니 그녀도 당연히 착하게 굴 수는 없었다. 전 와이프라는 관점을 내려놓고 보면, 다른 여자들에게 강한서는 확실히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여자들이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송가람은 유현진이 구해주었던 사람이다. 유현진이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그녀의 전남편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감정이라는 것이 아무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매너는 지켜야 했다. 그녀는 이런 한두 가지 일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는 싶지 않았고, 이곳에 더 오래 머물며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강한서의 손을 잡아끌며 나지막이 말했다. “가자.”강한서가 “응.”이라고 대답하고는 유현진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송가람은 유현진 손목에 있는 눈에 익은 루비 팔찌를 발견하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창피함과 모욕감이 몰려왔다. 송가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한껏 꾸미고 데이트를 나왔지만, 강한서는 송가람을 강현우에게 던져줬다. 강한서의 전화는 통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그에게 갑작스레 일이 생겨 오지 못하는 것이라 스스로 다독였다. 하지만 강한서는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만약 강한서가 애초부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더라면 이렇게 창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그 두 사람에게는 그저 웃음거리에 불과한 것 같았다. 그녀의 자존심은, 그런 상황에서도 따져 묻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져 물어봐야 자신만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강현우는 송가람의 표정을 주시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형이 한 우물만 파는 스타일이라서요. 한번 찜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예요. 가람 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굳이 형에게만 마음을 줄 필요는 없어요. 가람 씨 주변에 있는 사람도 둘러봐요.”송가람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현우 씨, 저 좋아해요?”이렇게 돌직구를 던질지 몰랐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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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유현진이 차에서 내려 강한서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강한서가 갑자기 물었다. “밖에 비가 더 오는지 모르겠네.”유현진이 말했다. “아마 아닐걸.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말 없었거든. 아마 소나기일 거야. 곧 그치겠지.”강한서가 말했다. “지난번에도 소나기였는데, 두 시간이나 내렸잖아.”유현진은 바로 지난번 비를 쫄딱 맞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말했다. “내리면 내렸지 뭐. 어차피 이번엔 밖에 있는 것도 아닌데.”말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강한서가 유현진을 따라 나오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 오는 날 운전하면 위험한데.”유현진이 멈칫하더니 순간 강한서가 왜 계속 비 오는 얘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자식, 자고 가려고 핑계를 찾는 거였어.’강한서의 모습에 유현진은 마음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그녀는 정색하며 말했다. “운전 천천히 하면 괜찮아.”그러더니 그녀가 말했다. “도착했어. 넌 이제 돌아가.”강한서는 실망한 듯 “응.” 대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너 들어가는 거 보고.”강한서는 유현진이 “불쌍한” 그를 보고 마음이 약해져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라고 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잘 가.”라고 인사한 뒤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강한서는 굳게 닫긴 문을 한참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집으로 돌어와 옷을 갈아입은 유현진은 자고 가고 싶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얘기는 하지 않고 결국 거절당해 축 처져 있던 강한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걸어가 잠시 서 있더니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강한서가 쭈그려 앉아 멍때리고 있었다. 유현진이 문을 열자 그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유현진의 심장이 쿵쾅대며 뛰었다. 그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안 가?”강한서가 말했다. “너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유현진이 말했다. “예전엔 내가 너랑 더 같이 있으려고 하면 귀찮아했잖아.”강한서는 귀찮아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곧 전에 자신의 말투를 떠올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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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강한서는 또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한 걸음이, 내가 내디딘 수많은 걸음보다 더 용기 있는 거였어. 고마워.”유현진은 순식간에 19금에서 로맨스로 장르가 전환되는 경험을 했다. 로맨스… 그놈의 로맨스!“현진아, 난—”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현진이 갑자기 그의 옷깃을 잡더니 그의 입술을 깨물어 버렸다. 그녀에게는 강한서처럼 가벼운 입맞춤과 깊은 키스 스킬을 보여줄 만한 인내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막 깨물 뿐이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강한서의 멱살을 풀고 그를 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멍청이!”강한서: ???유현진은 어두워진 얼굴로 신발장에서 내려왔다. 강한서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화내고 가는 거야?’분명 아까 키스할 때까지만 해도 화도 내지 않고 거절도 하지 않았었는데.강한서가 자세히 기억을 되짚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정신을 차린 강한서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아파트 경비가 꽃다발을 안고 서 있었다. 문을 연 사람이 남자임을 확인한 경비는 멈칫하더니 물었다. “안녕하세요. 유현진 씨 집에 계신가요?”강한서가 그의 품에 있는 꽃다발을 훑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일로 그러시죠?”경비가 말했다. “유현진 씨의 꽃다발이 경비실로 배달이 돼서요. 아까 당직인 동료가 집에 돌아오셨다고 하길래, 전해드리러 왔습니다.”경비가 말을 이었다. “유현진 씨께 물건을 수령해달라고 전해주시겠어요?”강한서가 말했다. “저한테 주세요.”경비가 조금 주저하며 말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강한서가 태연하게 경비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남편입니다.”경비: …밸런타인데이에 유부녀에게 꽃을 선물했고, 심지어 남편이 대신 수령했다. 경비는 얼른 강한서에게 꽃다발을 맡기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꽃다발을 안고 있던 강한서는 꽃 사이에 끼워져 있는 카드를 발견했다. 그는 카드를 꺼내 훑어보았다. 카드에는 단 한마디만 적혀있었다. 「크랭크인 축하해요.」보낸이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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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유현진이 의아해했다. ‘이것 때문에 시무룩해 있는다고?’‘너무 유치한 거 아냐?’‘지난번이든 지금이든, 전부 자기가 준 거잖아.’하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으니, 유현진은 그를 위로했다. “네가 전에 준 건 실용적이었어. 반신욕이나 화전을 만들 때 꽤 유용했어.“강한서: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화전 말이 나오자 유현진이 잠시 생각했다. “미주가 만든 디저트가 아직 있을 거야. 가져다줄게. 먹어봐.”차미주는 정말 음식 솜씨가 좋았다. 어느 땐가 강한서는 거의 매일 이곳으로 장미 한다발을 보냈었다. 너무 싼 가격도 아니라 버리기엔 아깝고 남기자니 집에 더 이상 꽃을 둘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차미주는 꽃잎을 뜯고 씻어서 재워둔 뒤 화전과 꽃약과를 만들었다. 그녀는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건조제와 개별 포장지를 구매해 하나씩 밀봉하여 포장해 두었다. 차미주와 유현진은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간식처럼 먹기도 했다. 한성우가 맞은 편으로 이사를 오면서 많이 가져가 이미 많이 남지 않았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꽃약과를 건넸다. “먹어 봐.”포장을 뜯은 강한서가 한입 베어 물었다. 꽃약과에는 장미 잼이 조금 들어가 있어 시중에 판매하는 것보다 맛이 더 좋았다. 그리고 너무 달지도 않아 입안엔 장미와 약과 특유의 향기가 가득 퍼졌다. “맛있지?”유현진이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미주 솜씨 엄청 좋아.”강한서가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말했다. “너도 비슷해.”유현진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할 필요 없어.”강한서가 거듭 강조했다. “난 진지해.”유현진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 내가 해준 도시락 버린 걸 내가 못 봤는 줄 알아?”“내가 언제—”강한서의 말이 뚝 멈추었다. 그가 기억해낸 듯싶었다.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네.’그 뒤로 유현진이 다시는 음식을 하지 않은 것을 떠올린 강한서의 마음속에는 한가지 추측이 생겨났다. “내가 도시락을 버리는 걸 봐서 다시는 요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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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그대로 집에 가지고 가도 됐지만 매번 유현진이 빈 도시락을 보며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집 앞에서 상한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비워냈다. 물론 그는 하필 그 장면을 유현진이 보게 됐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로 인해 유현진이 해주는 도시락을 영원히 받지 못하게 되었다. 유현진이 놀라며 말했다. “거짓말하지마. 너 분명 맛없다고 했어.”강한서가 말했다. “사실 너무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맛이 없지도 않았어. 네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을 때는 회사 구내식당보다 더 맛있었고 제대로 못 했을 땐, 오후 내내 물을 마셔야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어. 도시락을 먹고 병원에 간 적은 없었으니까.”유현진: ...“평가하라고 안 했어.”강한서가 씩 웃더니 유현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나 그렇게 양심 없는 놈 아니야. 네가 힘들게 만들었는데, 좋아하지 않았으면 아예 가져가지도 않았을 거야.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다고.”이 점은 민경하가 장담할 수 있었다. 강한서는 분명 사무실에서 밥을 먹어도 됐지만, 그는 굳이 도시락을 들고 회사 구내식당에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도시락을 데워달라고 했다. 상사가 오니 사람들은 편하게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도 않고 굳이 옆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니 직원들도 모른 척할 수도 없어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야 했다. 그러니 한 직원이 물었다. “대표님 도시락 싸 오셨어요?”그러면 강한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와이프가 밖에 음식은 건강하지 않다고 준비해줬어요.”밥을 먹는 사람과 밥을 한 사람 모두 말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현재 옆집 902호에 살고 있었다. 유현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왜 매번 내가 푸념하는 일은 네 입장에서 들으면 마치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되는 거야?”강한서는 함정을 잘 피해 가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소통이 부족해서 그래. 넌 이렇게 현명하고 착하고 온화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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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유현진과 전화를 끊은 유상수는 백혜주에게 임신을 했는지 물으러 갔다.백혜주가 깜짝 놀라며 그에게 반문했다. “누구한테 들었어요?”그녀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유상수는 사실을 숨겼다. “회사 동료가 얼마 전 병원 산부인과에서 당신을 봤다길래.”백혜주는 이번 주에 수술을 예약했었다. 하지만 수술을 하기도 전에 유상수가 그녀에게 그 일에 대해 물었다. 만약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의심 많은 유상수가 분명 사람을 시켜 알아볼 것이었다. 그러다 거짓말을 들키기라도 하면 사태를 더욱 수습하기 힘들 것이다. 생각을 마친 백혜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임신한 거 맞아요.”유상수는 백혜주의 말에 매우 놀랐다. 유서훈을 가졌을 때 이미 몇 년 동안 애를 썼었다. 몇 년 전 신체 검사에서도 의사가 그의 정자가 활력이 떨어진다고 했기에 그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백혜주가 다시 임신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또 아들이 생긴다고 생각한 유상수가 얼른 백혜주를 부축하며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백혜주의 눈빛이 슬프게 빛났다.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어요.”유상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백혜주가 말했다.“전에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의사가 태아가 불안정하대요. 혈당, 혈압도 좀 높고요. 낳으면 위험 부담이 크대요.”“어느 의사가 그래. 몇 군데나 가봤어? 정확한 거야?”“한주시에서 제일 좋은 병원에 갔어요. 거기서 잘못 보진 않았겠죠.”유상수가 입술을 짓이겼다. “성주네 막내도 걔 와이프가 40일 때 낳았어. 그때도 위험하니 어쩌니 했지만, 그래도 잘 자랐잖아. 의사들은 원래 겁주는 말을 하기 좋아하니까.”백혜주는 이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상수의 그 말은 정말 마음을 식게 만들었다. 그의 눈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임산부의 안위보다 더 중요했다. 백혜주는 불쾌한 기분을 누르며 나지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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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민경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커플의 감정을 증진시키는 데는 공포영화가 최고죠.”“그래요?”강한서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아직도 솔로예요?”민경하: ...‘역시 이렇게 빨리 사모님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저 득의양양한 말투 좀 봐.’강한서가 사무실로 향하고 있을 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그가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니 메일이었다. 걸어가며 메일을 확인하던 강한서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고 그의 표정도 잔뜩 어두워졌다.이상함을 눈치챈 민경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강한서는 말 없이 휴대폰을 넣었다. “잠깐 다녀올게요.”“같이 갈까요?”“아니요.”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회사에 있어요. 급한 일 생기면 연락하고요.”“네.” 강한서가 근무 도중 자리를 비우는 일은 드물었다. 민경하는 작은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게 아니라면, 강한서가 저럴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민경하의 직감은 정확했다. 강한서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 탈의실에서 찍은 몰카였다. 사진 속에는 성장 발육도 아직 저대로 되지 않은,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거의 나체로 카메라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이목구비는 조금 눈에 익은 정도라면, 등에 있는 모반은 그 아이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유현진이었다. 미성년자인 소녀를 찍은 몰카 사진을, 상대방은 200억을 주면 원본 사진을 지우고 그게아니라면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유현진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단계라, 만약 사진이 공개된다면 그녀의 꿈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그녀가 왜 몰카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그것을 화젯거리로 삼아 사진을 공유하고 추측하면서 유현진에게 근거 없는 누명을 씌워 그녀를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 강한서는 그 짧은 순간,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제일 끔찍한 결과를 떠올렸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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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신우는 컴퓨터를 켜고 강한서의 메일을 로그인하더니 바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팍 찌푸린 채 옆에 서 있었다. 신우는 여유 있게 강한서에게 찻잔을 밀며 말했다. “앉아. 그렇게 빨리 되는 거 아냐. 넌 너한테 이런 사진으로 협박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누군지, 그거나 생각해.”누구에게 이런 사진이 있는지, 그건 강한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협박 금액이 어마어마한 거로 보아, 그는 의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상수였다. 유상수는 이미 강한서 때문에 주식으로 200억 가까이 되는 돈을 날렸다. 마침 협박범이 요구하던 금액이었다. 일반적인 협박범이라면, 고작 사진 몇 장으로 이렇게 큰 금액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은 강한서가 그만한 금액을 내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 이 사진들이 공개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게다가 이 사진들은 전부 유현진의 어린 시절의 사진이었다. 일반적인 협박범이라면 충격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근 사진으로 협박했을 것이다. 이 사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유현진과 굉장히 가까운 사람일 것이고, 그렇다면 유상수일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다만 그는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아무리 급해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현진의 명성을 걸고 그에게 협박할 수도 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한서의 얼굴은 이미 더 이상 어두워졌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이 필요해.”신우는 그 사진들을 쓱 훑고는 바로 시선을 거뒀다. 그는 사진 속의 특정 정보들을 수집 후 비교 프로그램에 넣었다. “사진은 얼마나 있는지, 원본은 얼마나 되는지, 원하는 금액을 받고 나서 사진을 완전히 지웠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봐.”강한서는 그의 말대로 메시지를 작성해 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상대방이 보내온 메일은 순식간에 경계로 가득 찼다. 「사진을 지우는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겠다. 감히 신고를 한다면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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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신우가 말했다. “신고해. 잡아서 신문하면 다 말할 거야.”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한서가 물었다. “해외 계좌 유동자금도 추적할 수 있어?”신우가 멈칫했다. “일단 상대방 계좌로 입금하면 추적하기 힘들어. 아니면… 협박범이 누군지 알았으면, 무슨 방법을 쓰든 돈세탁을 해서 다시 국내 계좌로 보내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국내 계좌만 잘 감시하면 다시 추적할 수 있어. 이 돈을 갖고 해외로 도주할 생각만 아니라면 말이야.”유상수는 당연히 이곳에서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로 이주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었다. 인생의 절반을 투자하여 꾸린 회사를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사기 수법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니.강한서는 민경하에게 전화해 100억을 다섯 번으로 나눠 상대방이 알려준 해외 계좌에 입금하라고 했다. 찻잔을 가져와 차를 한모금 마시던 신우가 말했다. “왜 바로 신고하지 않고?”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기 미수로 만들 수는 없지.”그의 말에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던 신우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강한서는 이 바닥에서 제일 고지식한 인간이었다. 공격할 때에도 법률의 힘을 빌려 상대방을 단죄하려고 하니 말이다. 사기 미수와 거액의 사기 범죄를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의 형량이 제일 높았다. 꼭… 지난번 술집에서 누군가 유현진에게 약을 탔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이미 유현진을 구했기에 뒷일은 경찰에 맡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용의자를 과일 가게로 유인해 상대방이 칼을 쥐고 자신을 다치게 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정당방위를 빌미 삼아 용의자를 중증이 되도록 패버렸다. 그는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법률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특히 유현진의 일에는 더더욱.그때를 떠올리던 신우는 피식 웃어버렸다. 강한서가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신우는 주먹으로 입을 막으며 가볍게 기침했다. “아냐. 네가 이혼한 건 어쩐지 꽤 억울한 일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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