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이 의아해했다. ‘이것 때문에 시무룩해 있는다고?’‘너무 유치한 거 아냐?’‘지난번이든 지금이든, 전부 자기가 준 거잖아.’하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으니, 유현진은 그를 위로했다. “네가 전에 준 건 실용적이었어. 반신욕이나 화전을 만들 때 꽤 유용했어.“강한서: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화전 말이 나오자 유현진이 잠시 생각했다. “미주가 만든 디저트가 아직 있을 거야. 가져다줄게. 먹어봐.”차미주는 정말 음식 솜씨가 좋았다. 어느 땐가 강한서는 거의 매일 이곳으로 장미 한다발을 보냈었다. 너무 싼 가격도 아니라 버리기엔 아깝고 남기자니 집에 더 이상 꽃을 둘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차미주는 꽃잎을 뜯고 씻어서 재워둔 뒤 화전과 꽃약과를 만들었다. 그녀는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건조제와 개별 포장지를 구매해 하나씩 밀봉하여 포장해 두었다. 차미주와 유현진은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간식처럼 먹기도 했다. 한성우가 맞은 편으로 이사를 오면서 많이 가져가 이미 많이 남지 않았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꽃약과를 건넸다. “먹어 봐.”포장을 뜯은 강한서가 한입 베어 물었다. 꽃약과에는 장미 잼이 조금 들어가 있어 시중에 판매하는 것보다 맛이 더 좋았다. 그리고 너무 달지도 않아 입안엔 장미와 약과 특유의 향기가 가득 퍼졌다. “맛있지?”유현진이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미주 솜씨 엄청 좋아.”강한서가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말했다. “너도 비슷해.”유현진이 멈칫하더니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할 필요 없어.”강한서가 거듭 강조했다. “난 진지해.”유현진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 내가 해준 도시락 버린 걸 내가 못 봤는 줄 알아?”“내가 언제—”강한서의 말이 뚝 멈추었다. 그가 기억해낸 듯싶었다.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네.’그 뒤로 유현진이 다시는 음식을 하지 않은 것을 떠올린 강한서의 마음속에는 한가지 추측이 생겨났다. “내가 도시락을 버리는 걸 봐서 다시는 요리를
그대로 집에 가지고 가도 됐지만 매번 유현진이 빈 도시락을 보며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리고는 집 앞에서 상한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비워냈다. 물론 그는 하필 그 장면을 유현진이 보게 됐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로 인해 유현진이 해주는 도시락을 영원히 받지 못하게 되었다. 유현진이 놀라며 말했다. “거짓말하지마. 너 분명 맛없다고 했어.”강한서가 말했다. “사실 너무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맛이 없지도 않았어. 네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을 때는 회사 구내식당보다 더 맛있었고 제대로 못 했을 땐, 오후 내내 물을 마셔야 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어. 도시락을 먹고 병원에 간 적은 없었으니까.”유현진: ...“평가하라고 안 했어.”강한서가 씩 웃더니 유현진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나 그렇게 양심 없는 놈 아니야. 네가 힘들게 만들었는데, 좋아하지 않았으면 아예 가져가지도 않았을 거야.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다고.”이 점은 민경하가 장담할 수 있었다. 강한서는 분명 사무실에서 밥을 먹어도 됐지만, 그는 굳이 도시락을 들고 회사 구내식당에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도시락을 데워달라고 했다. 상사가 오니 사람들은 편하게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도 않고 굳이 옆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니 직원들도 모른 척할 수도 없어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야 했다. 그러니 한 직원이 물었다. “대표님 도시락 싸 오셨어요?”그러면 강한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와이프가 밖에 음식은 건강하지 않다고 준비해줬어요.”밥을 먹는 사람과 밥을 한 사람 모두 말을 하고 싶지 않아졌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현재 옆집 902호에 살고 있었다. 유현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왜 매번 내가 푸념하는 일은 네 입장에서 들으면 마치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되는 거야?”강한서는 함정을 잘 피해 가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소통이 부족해서 그래. 넌 이렇게 현명하고 착하고 온화한 사
유현진과 전화를 끊은 유상수는 백혜주에게 임신을 했는지 물으러 갔다.백혜주가 깜짝 놀라며 그에게 반문했다. “누구한테 들었어요?”그녀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유상수는 사실을 숨겼다. “회사 동료가 얼마 전 병원 산부인과에서 당신을 봤다길래.”백혜주는 이번 주에 수술을 예약했었다. 하지만 수술을 하기도 전에 유상수가 그녀에게 그 일에 대해 물었다. 만약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의심 많은 유상수가 분명 사람을 시켜 알아볼 것이었다. 그러다 거짓말을 들키기라도 하면 사태를 더욱 수습하기 힘들 것이다. 생각을 마친 백혜주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임신한 거 맞아요.”유상수는 백혜주의 말에 매우 놀랐다. 유서훈을 가졌을 때 이미 몇 년 동안 애를 썼었다. 몇 년 전 신체 검사에서도 의사가 그의 정자가 활력이 떨어진다고 했기에 그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백혜주가 다시 임신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또 아들이 생긴다고 생각한 유상수가 얼른 백혜주를 부축하며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백혜주의 눈빛이 슬프게 빛났다.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어요.”유상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백혜주가 말했다.“전에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의사가 태아가 불안정하대요. 혈당, 혈압도 좀 높고요. 낳으면 위험 부담이 크대요.”“어느 의사가 그래. 몇 군데나 가봤어? 정확한 거야?”“한주시에서 제일 좋은 병원에 갔어요. 거기서 잘못 보진 않았겠죠.”유상수가 입술을 짓이겼다. “성주네 막내도 걔 와이프가 40일 때 낳았어. 그때도 위험하니 어쩌니 했지만, 그래도 잘 자랐잖아. 의사들은 원래 겁주는 말을 하기 좋아하니까.”백혜주는 이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상수의 그 말은 정말 마음을 식게 만들었다. 그의 눈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임산부의 안위보다 더 중요했다. 백혜주는 불쾌한 기분을 누르며 나지막이
민경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커플의 감정을 증진시키는 데는 공포영화가 최고죠.”“그래요?”강한서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아직도 솔로예요?”민경하: ...‘역시 이렇게 빨리 사모님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저 득의양양한 말투 좀 봐.’강한서가 사무실로 향하고 있을 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그가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니 메일이었다. 걸어가며 메일을 확인하던 강한서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고 그의 표정도 잔뜩 어두워졌다.이상함을 눈치챈 민경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강한서는 말 없이 휴대폰을 넣었다. “잠깐 다녀올게요.”“같이 갈까요?”“아니요.”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회사에 있어요. 급한 일 생기면 연락하고요.”“네.” 강한서가 근무 도중 자리를 비우는 일은 드물었다. 민경하는 작은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게 아니라면, 강한서가 저럴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민경하의 직감은 정확했다. 강한서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 탈의실에서 찍은 몰카였다. 사진 속에는 성장 발육도 아직 저대로 되지 않은,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거의 나체로 카메라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이목구비는 조금 눈에 익은 정도라면, 등에 있는 모반은 그 아이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유현진이었다. 미성년자인 소녀를 찍은 몰카 사진을, 상대방은 200억을 주면 원본 사진을 지우고 그게아니라면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유현진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단계라, 만약 사진이 공개된다면 그녀의 꿈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그녀가 왜 몰카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그것을 화젯거리로 삼아 사진을 공유하고 추측하면서 유현진에게 근거 없는 누명을 씌워 그녀를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 강한서는 그 짧은 순간,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제일 끔찍한 결과를 떠올렸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신우는 컴퓨터를 켜고 강한서의 메일을 로그인하더니 바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팍 찌푸린 채 옆에 서 있었다. 신우는 여유 있게 강한서에게 찻잔을 밀며 말했다. “앉아. 그렇게 빨리 되는 거 아냐. 넌 너한테 이런 사진으로 협박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누군지, 그거나 생각해.”누구에게 이런 사진이 있는지, 그건 강한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협박 금액이 어마어마한 거로 보아, 그는 의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상수였다. 유상수는 이미 강한서 때문에 주식으로 200억 가까이 되는 돈을 날렸다. 마침 협박범이 요구하던 금액이었다. 일반적인 협박범이라면, 고작 사진 몇 장으로 이렇게 큰 금액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은 강한서가 그만한 금액을 내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 이 사진들이 공개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게다가 이 사진들은 전부 유현진의 어린 시절의 사진이었다. 일반적인 협박범이라면 충격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근 사진으로 협박했을 것이다. 이 사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유현진과 굉장히 가까운 사람일 것이고, 그렇다면 유상수일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다만 그는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아무리 급해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현진의 명성을 걸고 그에게 협박할 수도 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한서의 얼굴은 이미 더 이상 어두워졌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이 필요해.”신우는 그 사진들을 쓱 훑고는 바로 시선을 거뒀다. 그는 사진 속의 특정 정보들을 수집 후 비교 프로그램에 넣었다. “사진은 얼마나 있는지, 원본은 얼마나 되는지, 원하는 금액을 받고 나서 사진을 완전히 지웠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봐.”강한서는 그의 말대로 메시지를 작성해 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상대방이 보내온 메일은 순식간에 경계로 가득 찼다. 「사진을 지우는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겠다. 감히 신고를 한다면 이 사
신우가 말했다. “신고해. 잡아서 신문하면 다 말할 거야.”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한서가 물었다. “해외 계좌 유동자금도 추적할 수 있어?”신우가 멈칫했다. “일단 상대방 계좌로 입금하면 추적하기 힘들어. 아니면… 협박범이 누군지 알았으면, 무슨 방법을 쓰든 돈세탁을 해서 다시 국내 계좌로 보내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국내 계좌만 잘 감시하면 다시 추적할 수 있어. 이 돈을 갖고 해외로 도주할 생각만 아니라면 말이야.”유상수는 당연히 이곳에서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로 이주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었다. 인생의 절반을 투자하여 꾸린 회사를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사기 수법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니.강한서는 민경하에게 전화해 100억을 다섯 번으로 나눠 상대방이 알려준 해외 계좌에 입금하라고 했다. 찻잔을 가져와 차를 한모금 마시던 신우가 말했다. “왜 바로 신고하지 않고?”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기 미수로 만들 수는 없지.”그의 말에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던 신우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강한서는 이 바닥에서 제일 고지식한 인간이었다. 공격할 때에도 법률의 힘을 빌려 상대방을 단죄하려고 하니 말이다. 사기 미수와 거액의 사기 범죄를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의 형량이 제일 높았다. 꼭… 지난번 술집에서 누군가 유현진에게 약을 탔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이미 유현진을 구했기에 뒷일은 경찰에 맡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용의자를 과일 가게로 유인해 상대방이 칼을 쥐고 자신을 다치게 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정당방위를 빌미 삼아 용의자를 중증이 되도록 패버렸다. 그는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법률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특히 유현진의 일에는 더더욱.그때를 떠올리던 신우는 피식 웃어버렸다. 강한서가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신우는 주먹으로 입을 막으며 가볍게 기침했다. “아냐. 네가 이혼한 건 어쩐지 꽤 억울한 일인 것
유상수는 흥분되면서도 후회가 되었다. 강한서가 유현진을 이렇게 신경 쓰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왜 굳이 그와 척을 졌을까?백혜주는 비록 유현아가 재벌가에 시집만 가면 회사를 위해 다리를 놔줄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재벌가가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인가?하현주는 유현진을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키운 것은 물론, 유현진의 미모도 유현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현아가 무슨 재주로 재벌가에?그는 유현진을 더 꽉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촬영에 들어가는 첫날, 유현진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했다. 촬영장은 경력이 있고 인기가 있는 몇 명의 배우만이 단독 대기실과 각자의 스타일리스트가 있었고 나머지 배우들은 단체 대기실을 함께 사용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먼저 도착한 사람이 메이크업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룰은 그렇게 정해져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규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 유현진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이진과 그녀의 매니저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방이진은 털썩 거울 앞에 앉았고, 매니저는 얼른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며 부채를 들고 부채질했다. 그녀의 매니저는 부채질을 하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재촉했다. “멀뚱하게 서서 뭐 해. 얼른 이진 언니 메이크업 해드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금방 유현진에게 쓸 파운데이션 믹스를 끝냈고 유현진도 막 피부 정돈을 끝내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방이진에게는 스폰서가 있었으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감히 그녀에게 밉보일 수가 없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이진 언니, 5분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현진 씨 금방 해주고 언니 해드릴게요.”방이진이 눈을 치켜뜨고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유현진은 지금 기초화장도 전혀 하지 않은 완전한 생얼이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투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요즘 촬영은 조명이 세고 필터를 심하게 입히기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꾹 참고 방이진에게 메이크업을 해줬다. 유현진에게 당한 화풀이를, 방이진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시비를 걸며 쏟아냈다. 메이크업을 끝냈지만, 방이진은 눈화장이 대칭되지 않았다며 굳이 지우고 다시 하라고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눈화장을 다시 완성하자 그녀는 또 섀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얼굴이 커 보인다고 했다…지우고 다시 화장하고, 다섯 번이 넘게 반복했다. 제작진이 와 재촉을 해서야 방이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유현진을 노려보며 겉옷을 입고 뚜벅뚜벅 대기실을 벗어났다. 화가 잔뜩 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얼굴이 어두웠다. 자신 때문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유현진은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말 없이 열심히 유현진을 위해 메이크업을 해줬다. 유현진이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한나 언니, 평소 화장할 때 어느 브랜드의 아이섀도 쓰세요?”장한나는 유현진의 말에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Mac이나 다른 국산 브랜드요.”“언니는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장한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유현진의 말은 셰프에게 웍에 대해 잘 아는지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헛소리였다!장한나는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뭐, 대충요.”“그러면 herseor이라는 브랜드 화장품에 대해 하세요? 좋은 브랜드인가요?”장한나는 유현진이 말이 많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줬다. “herseor은 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CC가 런칭한 메이크업 브랜드예요. 발매하지 않고 주문 제작만 받죠. 예전에 메이크업을 배울 때, 탑급 배우가 쓰는 걸 본 적 있어요. 메이크업 효과가 엄청 좋더라고요. 제가 본 화장품 중 발색이 제일 좋았어요.”“그러면 제일 좋은 거겠네요?”“좋기만 하겠어요, 레전드급이죠.”유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네요.”그녀는 가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