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커플의 감정을 증진시키는 데는 공포영화가 최고죠.”“그래요?”강한서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아직도 솔로예요?”민경하: ...‘역시 이렇게 빨리 사모님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저 득의양양한 말투 좀 봐.’강한서가 사무실로 향하고 있을 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그가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니 메일이었다. 걸어가며 메일을 확인하던 강한서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고 그의 표정도 잔뜩 어두워졌다.이상함을 눈치챈 민경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강한서는 말 없이 휴대폰을 넣었다. “잠깐 다녀올게요.”“같이 갈까요?”“아니요.”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회사에 있어요. 급한 일 생기면 연락하고요.”“네.” 강한서가 근무 도중 자리를 비우는 일은 드물었다. 민경하는 작은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게 아니라면, 강한서가 저럴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민경하의 직감은 정확했다. 강한서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 탈의실에서 찍은 몰카였다. 사진 속에는 성장 발육도 아직 저대로 되지 않은,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거의 나체로 카메라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이목구비는 조금 눈에 익은 정도라면, 등에 있는 모반은 그 아이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유현진이었다. 미성년자인 소녀를 찍은 몰카 사진을, 상대방은 200억을 주면 원본 사진을 지우고 그게아니라면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유현진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단계라, 만약 사진이 공개된다면 그녀의 꿈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그녀가 왜 몰카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그것을 화젯거리로 삼아 사진을 공유하고 추측하면서 유현진에게 근거 없는 누명을 씌워 그녀를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 강한서는 그 짧은 순간,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제일 끔찍한 결과를 떠올렸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신우는 컴퓨터를 켜고 강한서의 메일을 로그인하더니 바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미간을 팍 찌푸린 채 옆에 서 있었다. 신우는 여유 있게 강한서에게 찻잔을 밀며 말했다. “앉아. 그렇게 빨리 되는 거 아냐. 넌 너한테 이런 사진으로 협박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누군지, 그거나 생각해.”누구에게 이런 사진이 있는지, 그건 강한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협박 금액이 어마어마한 거로 보아, 그는 의심 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상수였다. 유상수는 이미 강한서 때문에 주식으로 200억 가까이 되는 돈을 날렸다. 마침 협박범이 요구하던 금액이었다. 일반적인 협박범이라면, 고작 사진 몇 장으로 이렇게 큰 금액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은 강한서가 그만한 금액을 내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 이 사진들이 공개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게다가 이 사진들은 전부 유현진의 어린 시절의 사진이었다. 일반적인 협박범이라면 충격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근 사진으로 협박했을 것이다. 이 사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유현진과 굉장히 가까운 사람일 것이고, 그렇다면 유상수일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다만 그는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아무리 급해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유현진의 명성을 걸고 그에게 협박할 수도 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한서의 얼굴은 이미 더 이상 어두워졌다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이 필요해.”신우는 그 사진들을 쓱 훑고는 바로 시선을 거뒀다. 그는 사진 속의 특정 정보들을 수집 후 비교 프로그램에 넣었다. “사진은 얼마나 있는지, 원본은 얼마나 되는지, 원하는 금액을 받고 나서 사진을 완전히 지웠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봐.”강한서는 그의 말대로 메시지를 작성해 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상대방이 보내온 메일은 순식간에 경계로 가득 찼다. 「사진을 지우는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겠다. 감히 신고를 한다면 이 사
신우가 말했다. “신고해. 잡아서 신문하면 다 말할 거야.”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한서가 물었다. “해외 계좌 유동자금도 추적할 수 있어?”신우가 멈칫했다. “일단 상대방 계좌로 입금하면 추적하기 힘들어. 아니면… 협박범이 누군지 알았으면, 무슨 방법을 쓰든 돈세탁을 해서 다시 국내 계좌로 보내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국내 계좌만 잘 감시하면 다시 추적할 수 있어. 이 돈을 갖고 해외로 도주할 생각만 아니라면 말이야.”유상수는 당연히 이곳에서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로 이주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었다. 인생의 절반을 투자하여 꾸린 회사를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사기 수법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니.강한서는 민경하에게 전화해 100억을 다섯 번으로 나눠 상대방이 알려준 해외 계좌에 입금하라고 했다. 찻잔을 가져와 차를 한모금 마시던 신우가 말했다. “왜 바로 신고하지 않고?”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사기 미수로 만들 수는 없지.”그의 말에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던 신우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강한서는 이 바닥에서 제일 고지식한 인간이었다. 공격할 때에도 법률의 힘을 빌려 상대방을 단죄하려고 하니 말이다. 사기 미수와 거액의 사기 범죄를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의 형량이 제일 높았다. 꼭… 지난번 술집에서 누군가 유현진에게 약을 탔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이미 유현진을 구했기에 뒷일은 경찰에 맡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용의자를 과일 가게로 유인해 상대방이 칼을 쥐고 자신을 다치게 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정당방위를 빌미 삼아 용의자를 중증이 되도록 패버렸다. 그는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법률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특히 유현진의 일에는 더더욱.그때를 떠올리던 신우는 피식 웃어버렸다. 강한서가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신우는 주먹으로 입을 막으며 가볍게 기침했다. “아냐. 네가 이혼한 건 어쩐지 꽤 억울한 일인 것
유상수는 흥분되면서도 후회가 되었다. 강한서가 유현진을 이렇게 신경 쓰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왜 굳이 그와 척을 졌을까?백혜주는 비록 유현아가 재벌가에 시집만 가면 회사를 위해 다리를 놔줄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재벌가가 그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인가?하현주는 유현진을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키운 것은 물론, 유현진의 미모도 유현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현아가 무슨 재주로 재벌가에?그는 유현진을 더 꽉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촬영에 들어가는 첫날, 유현진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도착했다. 촬영장은 경력이 있고 인기가 있는 몇 명의 배우만이 단독 대기실과 각자의 스타일리스트가 있었고 나머지 배우들은 단체 대기실을 함께 사용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먼저 도착한 사람이 메이크업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룰은 그렇게 정해져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규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 유현진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이진과 그녀의 매니저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방이진은 털썩 거울 앞에 앉았고, 매니저는 얼른 그녀에게 커피를 건네며 부채를 들고 부채질했다. 그녀의 매니저는 부채질을 하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재촉했다. “멀뚱하게 서서 뭐 해. 얼른 이진 언니 메이크업 해드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금방 유현진에게 쓸 파운데이션 믹스를 끝냈고 유현진도 막 피부 정돈을 끝내고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방이진에게는 스폰서가 있었으니,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감히 그녀에게 밉보일 수가 없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이진 언니, 5분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현진 씨 금방 해주고 언니 해드릴게요.”방이진이 눈을 치켜뜨고 유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유현진은 지금 기초화장도 전혀 하지 않은 완전한 생얼이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투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요즘 촬영은 조명이 세고 필터를 심하게 입히기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꾹 참고 방이진에게 메이크업을 해줬다. 유현진에게 당한 화풀이를, 방이진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시비를 걸며 쏟아냈다. 메이크업을 끝냈지만, 방이진은 눈화장이 대칭되지 않았다며 굳이 지우고 다시 하라고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눈화장을 다시 완성하자 그녀는 또 섀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얼굴이 커 보인다고 했다…지우고 다시 화장하고, 다섯 번이 넘게 반복했다. 제작진이 와 재촉을 해서야 방이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유현진을 노려보며 겉옷을 입고 뚜벅뚜벅 대기실을 벗어났다. 화가 잔뜩 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얼굴이 어두웠다. 자신 때문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유현진은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말 없이 열심히 유현진을 위해 메이크업을 해줬다. 유현진이 먼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한나 언니, 평소 화장할 때 어느 브랜드의 아이섀도 쓰세요?”장한나는 유현진의 말에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Mac이나 다른 국산 브랜드요.”“언니는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장한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유현진의 말은 셰프에게 웍에 대해 잘 아는지 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헛소리였다!장한나는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뭐, 대충요.”“그러면 herseor이라는 브랜드 화장품에 대해 하세요? 좋은 브랜드인가요?”장한나는 유현진이 말이 많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줬다. “herseor은 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CC가 런칭한 메이크업 브랜드예요. 발매하지 않고 주문 제작만 받죠. 예전에 메이크업을 배울 때, 탑급 배우가 쓰는 걸 본 적 있어요. 메이크업 효과가 엄청 좋더라고요. 제가 본 화장품 중 발색이 제일 좋았어요.”“그러면 제일 좋은 거겠네요?”“좋기만 하겠어요, 레전드급이죠.”유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그녀의 얼굴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특별히 실력을 발휘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 이 장면은 무용학원에서 공중파프로그램에서 무대를 서는 것이었다. 전부 18, 19살의 학생들이었고, 감독의 요구에 따라 학생 특유의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표현해야 했기에 배우들은 전부 가볍게 기초화장만 했다. 장한나는 유현진에게 가벼운 베이스에 아이라인과 눈썹만 그려줬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고. 그녀는 심지어 유현진에게 섀도도 해주지 않았다. 연예계의 웬만한 예쁜 배우들을 다 봐 온 안창수였지만, 그도 유현진을 보는 순간은 눈을 반짝였다. 그는 곧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느꼈다. 유현진은 정말이지 고귀하고 도도하며 안하무인인 이사라 역할에 찰떡이었다. 모든 배우 중, 그가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유현진의 캐스팅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기도 마련이었다. 송민영과 방이진처럼. 방이진은 단순히 조금 전 일 때문에 유현진을 미워했다. 하지만 송민영은 질투와 불만 때문이었다. 송민영은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유현진이 나대는 꼴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여전히 유현진의 미모에 빠져있을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또 다른 얼굴 깡패가 나타났다. 유현진이 아직 그 사람을 보기도 전에 촬영장 밖에서 팬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한열이 90년대에 유행하던 수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키가 컸고 어깨도 넓은 데다 얼굴도 작았다. 잘생긴 얼굴에 수트를 입으니 다부진 몸매가 강조되어 더욱 멋있어 보였다. 유현진은 하현주의 대학 시절 사진에서 한열과 비슷한 스타일의 남자 학생들을 봤었다. 당시 그녀는 사진들을 보며 옷이 너무 촌스럽다고 웃었었다. 인제 보니 옷이 촌스러운지 여부는 어떤 사람이 입느냐에 관계되는 듯했다. 같은 옷을 한열이 입으니 촌스럽기는커녕, 오히려 지적인의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그러고 보니, 극 중 한열은 우등생 설정이었다. 캐릭터의 이름은 진상현이었고 역사학과에 진학 중인 학생이었다. 이사라와는
유현진은 당연히 괜찮았다. 송민영도 안창수의 제안에 이의가 없었고, 이미 유현진에게 불만이 있었던 방이진은 안 그래도 화풀이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차라지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연예계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어떻게 배우의 기를 눌러놓아야 하는지, 방이진은 잘 알고 있었다. 유현진은 방이진이 눈을 내리깔며 눈빛을 반짝이는 것을 보더니 소품팀을 지나치면서 소품 통을 슬쩍 만졌다. 한열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안창수의 “액션” 소리와 함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화장실. 무용복을 입은 두 여자가 쑥덕거렸다. “얘, 이사라 씨가 왜 리드 댄서에서 교체됐는지 알아?”상대방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 왜?”“나도 들은 얘기인데, 누가 학교에 편지를 썼대. 편지에는 이사라 가족의 족보가 적혀있었고, 지난번 시합에 흑막이 있다고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대. 굉장히 논리정연하게 그 시합에서 이사라가 실수했던 부분을 짚으면서 당시 심사위원들을 의심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이사라가 학교에서 무용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도 아닌데, 왜 이사라에게 팀 리더를 맡겼냐면서 학교에 의문을 던졌대. 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편지는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에도 보냈나 봐. 학교에서는 학교의 명성에 흠이 될까 봐 이사라의 리드 댄서 자리를 박탈했고.”“의심을 받으니까 바로 교체했다는 건, 인정하는 꼴이잖아.”“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사라가 안무 실수를 했어. 그 상을 받을 때부터 이미 문제가 있었는데, 제대로 조사할 수나 있었겠어?”“누가 제보한 걸까?”그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 반 애일 것 같아. 생각해 봐. 실수한 부분을 정확히 짚었다는 건, 무용을 배운 사람이라는 뜻이잖아. 아니면 그렇게 디테일하게 알 수가 없지. 그리고 이사라가 리드 댄서 자리에서 내려오면, 누군가는 당연히 그 자리에 올라갈 테니까.”“네 말은 윤여령—”“난 그런 얘기한 적 없
안창수는 얼른 다가와 유현진이 얼마나 다쳤는지 확인하고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 유현진이 일어나 앉아 창백해진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말했다. “감독님, 괜찮아요. 이진 언니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 너무 몰입해서 그런 거예요. 제가 너무 늦게 피한 탓이에요. 제가 제대로 서 있었으면 한 번에 오케이 되는 거였는데, 저 때문에 다시 해야겠네요.”그녀의 말에 방이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명 현진 씨 스스로 넘어진 거잖아요, 왜 나한테 그래요? 내 주먹이 돌이라도 돼요? 따귀 한 대에 피까지 토하게?”방이진의 말을 들은 안창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뺨을 때리는 장면은 안 그래도 두 배우의 합이 중요해요. 이 바닥에서 몇 년인데, 아직도 힘 조절 하나 제대로 못하는 거죠? 그리고 아까 그 표정, 유설희는 친구를 대신해 때리는 거예요. 하지만 이진 씨 표정을 봐요! 누가 보면 이사라가 이진 씨네 무덤이라도 판 줄 알겠어요!” 방이진의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안창수는 유현진을 쳐다보며 위로했다. “잠깐 쉬었다가 의사가 오면 현진 씨 상태 확인해보라고 할게요.”유현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혀를 씹어서 그래요. 가글만 하면 괜찮아요.”무언가를 떠올린 방이진이 갑자기 벌떡 일어며 말했다. “너 애초에 다치지도 않았지? 일부러 날 모함하는 거 맞지?”유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진 언니, 그만 해요. 촬영에 지장 주지 마시고요.”방이진이 냉소를 지었다. “하,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 지금 찔리는 거잖아. 감독님, 의사를 불러서 진찰해 보라고 하세요. 제가 장담하는데, 쟤 입에 상처 같은 건 없어요!”안창수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고, 표정은 어두웠다.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상황을 본 송민영이 말했다. “감독님, 아무래도 의사를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심하게 다친 거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촬영에 지장이 없잖아요.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