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451 - Chapter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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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병실에 들어온 뒤, 강한서는 은서를 침대에 눕히더니 갑자기 민경하에게 말했다."모레 이후의 티켓으로 끊어요."민경하는 경악했다."대표님, 적어도 3일은 지나야 해요.""나 혼자 갈게요. 민 실장은 은서가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 여기에 사람 붙이고 다시 오는 거로 해요."요 며칠 동안 그는 잠을 설쳤다. 마음을 한주시에 두고 온 듯 그는 왠지 불안했다.강한서는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한주시.전신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차미주는 분주히 절차를 밟느라 바빴다. 다행히 주강운의 도움으로 혈액 검사를 제외한 기타 검사는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 유현진은 일반 병실로 옮겨진 뒤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안색은 많이 좋아졌다.모든 것이 마무리되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아무래도 유현진은 유부녀다 보니 주강운이 밤늦게까지 있기에는 뭔가 적절하지 않았다. 차미주는 웃으며 말했다."주 변호사님.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있을게요."주강운도 같은 생각인지라 먼저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차미주에게 만약 유현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바로 연락을 달라고 말한 뒤 병원을 나섰다.차미주는 유현진의 병상 옆에서 새벽 세 시까지 지키다가 소르르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간호사가 와서 혈액을 채취했다.유현진은 오전 9시가 넘어서 깨어났다.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돌려 주위를 보았다. 차미주의 외투가 보였다. 아마 씻으러 갔거나 아침을 사러 갔을 것이다.유현진은 몸을 일으켜 앉아 한참 멍때리더니 화장실로 향했다.바로 이때, 간호사는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의사한테 가보라고 했다.유현진은 바로 의사에게 찾아갔다.50대 좌우의 여의사는 말투가 아주 부드러웠다.의사는 결과지를 뒤적이더니 물었다."결혼하셨어요?"유현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아이는 낳으셨고요?"유현진은 머리를 저었다.의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얘기하지 않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혹시 전에 복부 충격으로 자궁을 다친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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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의사는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스트레스받지 마시고요. 비록 징후가 보이긴 하지만 제때 발견해 약 드시면서 몸조리 잘하면 충분히 아이 가질 수 있으세요. 전에 조기 난소 부전 환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 낳고 잘살고 있더라고요. 아직 나이도 어리니 충분히 가능해요."유현진은 의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불임이라는 단어만 떠올랐다.의사는 처방을 써주더니 또 물었다."정말 장기간 복용한 약은 없어요? 혈액검사에서도 약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보여요."유현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려다가 문뜩 오랫동안 마셔온 한약이 떠올랐다.그녀는 삽시에 표정이 변했다."저 임신에 도움 되는 한약을 먹은 적 있어요. 하지만 최근 보름 넘게 안 먹었는데 혹시 그거랑 관련이 있을까요?""글쎄요, 혹시 가지고 계세요? 성분 한 번 봐 드릴게요."의사는 처방에 이름을 사인했다."아무래도 드시는 약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약이라면 독성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아픈 곳도 없는데 장기간 복용했으니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유현진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뭔가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신미정은 분명 그녀를 싫어하면서도 왜 임신을 재촉했을까?신미정은 정인월이 장손을 중히 여길 거라면서 둘째네 집보다 먼저 아이를 가지라 했다.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강현우는 아직도 결혼하지 않았는가?과연 신미정은 그녀의 임신을 진심으로 바랐을까?의사 사무실에서 나온 유현진은 바로 황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강민서가 가져온 한약을 병원으로 가져오라고 했다.비록 많이 터졌지만 멀쩡한 것도 몇 개 있었다. 당시 황씨 아주머니는 아무래도 신미정이 보낸 거라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20분 만에 황씨 아주머니는 한약을 들고 병원에 도착했다.유현진은 병원 로비에서 황씨 아주머니를 기다려 한약을 받은 후 주치의에게 찾아갔다.주치의는 한의사 두 분을 불러 한약의 성분을 확인했다.병실에 돌아온 차미주는 유현진이 보이지 않자 바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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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유현진은 강현우가 그냥 던지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해 보니 강현우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강현우가 알고 있다면, 강한서는?'그녀는 강한서와의 잠자리를 떠올렸다.강한서는 한 번도 콘돔을 쓴 적이 없다. 배란기를 피하긴 했지만 안전기에도 무조건 임신이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걸 강한서도 알고 있을 텐데 왜 안 될 거라고 확신한 거지?설마…... 강한서도 알고 있었던 거야?알면서도 묵인한 거야?워낙 아이를 원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잖아?'유현진은 저도 몰래 손이 떨렸다. 그녀는 거대한 덫에 걸린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덫으로 밀었으며 심지어 같은 이불을 덮고 잠잤던 사람도 그녀의 등 뒤에 칼을 겨누었다.의사들은 유현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몇 가지 한약재는 혈기를 보충하는데 아주 좋아요. 그러니까 환자분이 보기에는 아주 건강하죠. 기절한 데는 과로도 있지만 약을 중단한 원인도 있어요. 갑자기 중단했으니 약이 작용을 잃으면서 신체의 약한 곳이 드러난 거죠."한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더는 이 한약 드시면 안 돼요."유현진은 손바닥을 꼬집으면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선생님, 그럼 저 치료하면 괜찮아질까요?""조기 난소 부전은 완치가 어려워요. 다행인 건 빨리 발견했다는 거죠. 환자분이 협조만 잘해주시면 지속적인 악화는 막을 수 있어요.""그럼...... 임신은요?"유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한의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악화부터 막고 다른 건 천천히 생각해 보는 거로 하죠."의사의 말에 유현진은 또 한 번 마음이 내려앉았다.----------신미정의 집.강민서의 상처는 이제야 거의 다 나았다. 그녀가 아래층에 내려가 물을 마실 때, 마침 신미정과 유현진의 대화를 듣고 깜짝 놀랐다.신미정이 통화를 종료한 뒤, 강민서는 그제야 입을 열어 물었다."엄마, 그러다가 오빠가 우리 원망하지 않을까요?"신미정은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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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주강운은 아침 일찍 업무를 처리하고 병원으로 향했다.주강운에게서 하현주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한성우도 함께 왔다.한성우는 강한서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강씨 가문에도 부고를 보냈다.'며칠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아가셨네.'한성우는 세상일이 덧없다고 한탄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현진은 보이지 않고 그날 밤 여자 강도를 먼저 보았다.한성우는 멈칫했다."너-""그 입 닥쳐!"차미주는 한성우를 쏘아보더니 머리를 돌려 주강운에게 말했다."주 변호사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한성우는 그녀의 빠른 태세 변화에 할 말을 잃었다.주강운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일 다 끝났으니까 혹시 도와줄 게 있을까 해서 일찍 왔어요. 현진 씨는요?""의사 선생님 당직실에요.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현진이한테 할 얘기가 있는 듯싶어요." 차미주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들어간 지 한참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가서 한 번 볼게요."바로 그때, 당직실 문이 열리고 유현진이 걸어 나왔다. 유현진은 온몸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어 왠지 우울해 보였다.차미주는 다급히 유현진에게 다가갔다."현진아, 어때? 의사 선생님이 뭐라셔?"유현진은 차미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애써 표정을 조절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요즘 너무 무리했나 봐. 내분비 실조니까 푹 쉬면 좋아진다고 하셨어."차미주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러면 됐어. 나 어제 얼마나 놀랐다고."차미주의 등을 토닥이던 그녀는 멀리 서 있는 한성우와 주강운을 발견했다."한 대표님, 주 변호사님. 내일 우리 엄마 장례식에 두 분 혹시 시간 되시면 와주세요. 우리 엄마는 친구가 적어서요. 마지막 길 함께 배웅해 주세요."한성우는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형수님, 내일은 너무 빠른 거 같은데요. 한서도 아직 안 돌아왔는데 너무 조급한 거 같아요."유현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한성우를 향해 말했다."강한서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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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유현진은 강한서와 싸웠어도 그들에게는 예의를 지켰다. 아까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다.한성우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주강운이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 상황에 사라져. 만약 현진 씨가 이미 결정한 일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한서 대신해서 좋은 말 해도 오히려 역효과야."한성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맞아. 이 자식 빨리 와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못 도와줘."--------발인 전날 밤, 유상수는 그제야 하현주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그것도 동기들이 단체톡방에서 물어서 알게 되었다.유상수와 하현주는 대학 동기라 겹치는 친구들이 많았다.유현진은 인스타그램에 부고 소식을 올렸으며 몇 사람의 공유로 하현주의 동기들도 보게 되었다."상수야, 현주 소식은 왜 전하지 않았어. 이렇게 큰일을 다른 동기한테서 전해 들었잖아. 너 이러면 우리 서운하다."여자 동기들은 하현주 편을 들었다."오히려 잘 갔네. 멀쩡한 정신으로 어떻게 참겠어.""아무리 그래도 부부 사인데 너무 다급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급하게 장례를 치르는 거야. 게다가 그렇게 작은 장례식장에서. 역시 새 사람을 들이니 옛사람은 훌훌 털어버리는거지."유상수의 사생아 사건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동기들도 자연히 다 알게 되었다.비록 두 사람의 공동한 동기지만 하현주는 워낙 성격이 좋아 인간관계도 좋고 인정이 있고 의리도 있다 보니 동기들과 더 관계가 좋았다. 설사 가정에서는 완벽한 와이프, 완벽한 엄마가 아닐지라도 말이다.동기들이 어려움이 생겨 도움을 청하면 하현주는 능력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예를 들면 누군가의 보험 실적을 위해, 혹은 누군가의 아버지의 병원 비용 등…... 쇼핑몰에서의 그녀의 수단은 많은 사람의 원망을 샀지만 반면 그녀는 많은 동기에게 도움도 주었다.그녀의 사망 소식에 동기들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으며 유상수에 대한 불만과 조롱도 함께 표현했다.학생 시절, 많은 남자 동기가 그녀를 짝사랑했다. 과에서 유명한 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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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백혜주는 유상수를 힐끗 쳐다보았다.누가 뭐라 해도 하현주는 유상수의 아내이고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아무리 불쾌한 일이 많았더라도 한때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다.그런데 유상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가야 할까?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백혜주는 정서를 가다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야죠. 유현진은 여전히 오빠 딸이에요. 현진이 엄마 돌아갔으니 강씨 가문에서도 올 거고 한주시에 수많은 재벌가도 올 거예요. 만약 오빠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들 뒤에서 뭐라 하겠어요."유상수는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그 사달을 피워놓고, 만약 그 자리에서 다투기라도 하면 뒷감당이 어려울 거야.""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백혜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유현진은 자기 엄마를 위해서라도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유상수는 입술을 오므렸다.백혜주는 유상수의 표정만 보아도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유상수는 사생아 사건이 터졌으니 모두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게 두려운 것이다.하지만 유상수는 반드시 가야 한다. 아니면 두 모녀는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다."오빠,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같이 갈게요.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해결해요."유상수는 문득 뭔가 생각났다.백혜주의 말에 예전의 하현주가 떠오른 것이다.매번 회사에 위기가 닥쳐 애를 태울 때마다 하현주는 늘 옆에서 그를 위로했다. 괜찮으니까, 기껏해야 파산이니까, 한 번 성공했으니 다시 해도 꼭 성공할 거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그녀가 있으니까…..."오빠, 빨리 자요. 내일 일찍 가서 마지막 길 배웅해요."유상수는 저도 몰래 목이 메어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했다.---------아침 8시 비행기. 강한서는 6시 30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한 뒤 대기 중에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켰다.휴대폰을 켜자마자 수십 개의 카톡이 들어왔다.하지만 유현진에게서 온 카톡은 하나도 없었다. 강한서는 허탈했다.휴대폰을 끄려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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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한서."한성우는 물병을 따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드디어 연락됐어. 열 시 반쯤이면 도착할 거야."주강운은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잘됐네."한성우는 장례식장을 들여다보며 물었다."형수님은?""시신 메이크업하는 거 보고 있어."한성우는 소름이 돋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간도 크네."장례 복원 메이크업 전문가는 유현진의 요구대로 하현주의 몸을 깨끗하게 닦고 메이크업을 했다.그들의 솜씨는 대단했다. 유현진은 하현주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머리카락도 검고 얼굴에도 살이 붙어있다. 웃음기가 없는 얼굴은 엄숙해 보였다.하현주는 조용히 누워있다. 마치 깊은 잠에 든 것처럼 말이다.장례 지도사는 하현주에게 신발을 신겨 줄 것이냐고 물었다.한주시에는 가족이 사망했을 때 직접 신발을 신겨주면 청명에 망자가 집에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유현진은 거절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망자에게 영혼이 있다면, 난 엄마가 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않길 바라요."그곳은 심지어 집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9시가 되기도 전에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한성우와 주강운의 덕분으로 모든 게 순리롭게 진행되었다.한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사람이 현장에서 향을 피우고 길을 안내하니 하현주의 추도회는 아주 품격 있어 보였다.유현진은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묶어 올렸으며 하얀 머리핀을 꽂았다.그녀는 화장기 없는 순수한 얼굴로 조문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장례식장 밖에서 박해서가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다급히 뒷좌석의 차 문을 열었다. 차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내렸다.165센티 좌우의 키에 하얀 피부, 마른 몸매에 작은 얼굴, 큰 눈과 정갈한 오관."오빠, 장례식장이 너무 작아."송가람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송민준은 반대편에서 내려 송가람의 이마를 콩하고 쥐어박았다."이따 현진 씨 앞에서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널 구해준 은인이야."송가람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나지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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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유씨 가문 스캔들은 이미 온 한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오늘은 하현주의 장례식이라 사람들은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망한 사람이 위주인 자리니 말썽을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송민준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장례식장에 들어오자마자 유상수가 유현진에게 뭐라고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송민준이 알아본 데 의하면 하현주는 성격이 강한 것 이외에는 아주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양심 없는 남자와 결혼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유상수의 등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눈앞의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딸과 얘기하는데 당신이 뭔데 참견이요?"송민준이 입을 열려는 순간, 유현진이 먼저 말했다."유상수 씨. 오늘 우리 엄마 장례예요. 마지막 길 배웅하러 왔으면 그 입 다물고 애도나 해요. 하지만 말썽을 일으키러 왔다면 당장 나가주세요!"유상수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난 네 아빠야!"유현진은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라는 호칭 더럽히지 마세요. 당신과 여기서 싸우기 싫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 장례식에서 말썽을 부린다면 난 당신의 그 아들딸을 죽기보다 괴롭게 만들 거예요. 믿기 싫으면 한 번 해보시던가요."유현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유상수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서강 초등학교 맞죠?"유현진의 쌀쌀한 눈빛에 유상수는 저도 몰래 소름이 돋으면서 섬뜩했다.유현진은 유상수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과 다니는 학교까지 다 알고 있었다.유상수는 유현아가 당했던 모습이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그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유현진을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유상수는 한쪽으로 가서 잠자코 서 있었다.송민준과 송가람은 영정 사진 앞에 꽃을 두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유현진에게 다가갔다."현진 씨, 힘내요."유현진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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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송민희의 말에 기분이 조금은 풀린 정인월은 이내 쌀쌀한 눈빛으로 신미정을 쏘아보고는 송민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갔다.강민서도 신미정을 탓했다.비록 유현진의 카드를 막아버려서 하현주가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하필 이때 손을 썼으니 하현주의 사망에는 신미정의 책임도 있다.그렇다고 강민서가 하현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강한서가 돌아왔을 때 자기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두려운 것뿐이다."민서야, 네 엄마 부축해."강단해가 옆에서 담담히 입을 열었다.강민서는 대충 대답하고 마지못해 신미정에게 다가가 부축했다."엄마, 우리도 들어가요."강씨 가문 사람들의 등장에 모두 길을 비켜주었다.정인월은 입술을 오므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걸어들어왔다.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송민희는 주강운에게서 국화꽃을 받아 정인월에게 넘겨주었다.애도를 끝낸 뒤, 정인월은 유현진에게 다가갔다.며칠 사이에 바싹 마른 유현진의 모습에 정인월은 마음이 아팠다.정인월은 유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얘야, 힘들겠구나. 내가 늦었어."유현진은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괜찮을 리가 있겠어?"정인월은 자애로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제 강씨 가문이 네 친정이야. 이 할미가 지켜줄 테니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해."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며 말했다."고마워요, 할머니."정인월은 비록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워낙 장소가 비좁다 보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유상수는 몹시 후회됐다. 백혜주의 말을 듣고 유현진과 얼굴을 붉히는 게 아니었다.정인월은 모두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강씨 가문이 유현진 뒤에 있으니 유현진과의 관계만 유지해도 유씨 집안은 큰 덕을 보게 될 것이다.'여자들은 역시 머리만 길었지 생각은 짧아! 내가 그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신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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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한성우는 다급히 큰 소리로 말했다."잠시만요, 가족이 왔으니 인사 먼저 드리고 화장할게요!"장례지도사들은 동작을 멈췄다.유현진은 머리를 들었다.강한서가 정장 차림에 굳은 얼굴로 빈소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유현진의 담담한 눈빛은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듯했다.강한서는 저도 몰래 두려움이 생겼다.한성우는 다급히 달려와 강한서의 팔에 상주 완장을 써줬다.정인월은 강한서의 얼떨떨한 표정에 입을 열었다."한서야, 어서 네 장모님 마지막 길 배웅해 드려."신미정은 강한서에게 꽃 한 송이를 넘겨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인사드려."강한서는 정신을 차린 뒤 꽃을 받아 들고 허리를 세 번 굽힌 뒤 관에 꽃을 넣었다.그 모습에 정인월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사를 올린 강한서는 유현진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유현진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장례지도사에게 말했다."진행하시죠."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렸다.못 박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끝으로 하현주는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화장 시간이 꽤 길어지자 한성우는 멀지 않은 곳에 미리 식당을 예약해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더 좋은 식당을 예약할 수도 있었지만 장례가 워낙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조문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정인월은 장시간 서 있기 힘들어 유현진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차에 타면서 강한서에게 눈총을 쏘았다.강한서는 유현진에게 다가가 겨우 입을 열었다."비행기가 연착됐어."유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머리를 돌려 차미주에게 말했다."미주야, 화장실 갈래?"차미주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더니 이내 그러자고 했다.한성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긴 어디가? 금방 다녀온 거 아니야? 요실금이야?"'이 강도 같은 여자는 눈치도 없이 두 사람 사랑싸움에 끼어들어!'차미주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한성우를 노려보았다."요실금은 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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