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5화

작가: 조십일
유현진은 강한서와 싸웠어도 그들에게는 예의를 지켰다. 아까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한성우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주강운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 상황에 사라져. 만약 현진 씨가 이미 결정한 일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한서 대신해서 좋은 말 해도 오히려 역효과야."

한성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아. 이 자식 빨리 와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못 도와줘."

--------

발인 전날 밤, 유상수는 그제야 하현주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것도 동기들이 단체톡방에서 물어서 알게 되었다.

유상수와 하현주는 대학 동기라 겹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유현진은 인스타그램에 부고 소식을 올렸으며 몇 사람의 공유로 하현주의 동기들도 보게 되었다.

"상수야, 현주 소식은 왜 전하지 않았어. 이렇게 큰일을 다른 동기한테서 전해 들었잖아. 너 이러면 우리 서운하다."

여자 동기들은 하현주 편을 들었다.

"오히려 잘 갔네. 멀쩡한 정신으로 어떻게 참겠어."

"아무리 그래도 부부 사인데 너무 다급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급하게 장례를 치르는 거야. 게다가 그렇게 작은 장례식장에서. 역시 새 사람을 들이니 옛사람은 훌훌 털어버리는거지."

유상수의 사생아 사건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동기들도 자연히 다 알게 되었다.

비록 두 사람의 공동한 동기지만 하현주는 워낙 성격이 좋아 인간관계도 좋고 인정이 있고 의리도 있다 보니 동기들과 더 관계가 좋았다. 설사 가정에서는 완벽한 와이프, 완벽한 엄마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동기들이 어려움이 생겨 도움을 청하면 하현주는 능력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

예를 들면 누군가의 보험 실적을 위해, 혹은 누군가의 아버지의 병원 비용 등…...

쇼핑몰에서의 그녀의 수단은 많은 사람의 원망을 샀지만 반면 그녀는 많은 동기에게 도움도 주었다.

그녀의 사망 소식에 동기들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으며 유상수에 대한 불만과 조롱도 함께 표현했다.

학생 시절, 많은 남자 동기가 그녀를 짝사랑했다. 과에서 유명한 얼짱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박선영
왜한서는아직도연락이안돼나요?그리고여전히바람피우고있구여..ㅡ.ㅡ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56화

    백혜주는 유상수를 힐끗 쳐다보았다.누가 뭐라 해도 하현주는 유상수의 아내이고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아무리 불쾌한 일이 많았더라도 한때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다.그런데 유상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가야 할까?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백혜주는 정서를 가다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야죠. 유현진은 여전히 오빠 딸이에요. 현진이 엄마 돌아갔으니 강씨 가문에서도 올 거고 한주시에 수많은 재벌가도 올 거예요. 만약 오빠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들 뒤에서 뭐라 하겠어요."유상수는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그 사달을 피워놓고, 만약 그 자리에서 다투기라도 하면 뒷감당이 어려울 거야.""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백혜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유현진은 자기 엄마를 위해서라도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유상수는 입술을 오므렸다.백혜주는 유상수의 표정만 보아도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유상수는 사생아 사건이 터졌으니 모두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게 두려운 것이다.하지만 유상수는 반드시 가야 한다. 아니면 두 모녀는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다."오빠,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같이 갈게요.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해결해요."유상수는 문득 뭔가 생각났다.백혜주의 말에 예전의 하현주가 떠오른 것이다.매번 회사에 위기가 닥쳐 애를 태울 때마다 하현주는 늘 옆에서 그를 위로했다. 괜찮으니까, 기껏해야 파산이니까, 한 번 성공했으니 다시 해도 꼭 성공할 거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그녀가 있으니까…..."오빠, 빨리 자요. 내일 일찍 가서 마지막 길 배웅해요."유상수는 저도 몰래 목이 메어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했다.---------아침 8시 비행기. 강한서는 6시 30분에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한 뒤 대기 중에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켰다.휴대폰을 켜자마자 수십 개의 카톡이 들어왔다.하지만 유현진에게서 온 카톡은 하나도 없었다. 강한서는 허탈했다.휴대폰을 끄려고 할 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57화

    "한서."한성우는 물병을 따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드디어 연락됐어. 열 시 반쯤이면 도착할 거야."주강운은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잘됐네."한성우는 장례식장을 들여다보며 물었다."형수님은?""시신 메이크업하는 거 보고 있어."한성우는 소름이 돋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간도 크네."장례 복원 메이크업 전문가는 유현진의 요구대로 하현주의 몸을 깨끗하게 닦고 메이크업을 했다.그들의 솜씨는 대단했다. 유현진은 하현주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머리카락도 검고 얼굴에도 살이 붙어있다. 웃음기가 없는 얼굴은 엄숙해 보였다.하현주는 조용히 누워있다. 마치 깊은 잠에 든 것처럼 말이다.장례 지도사는 하현주에게 신발을 신겨 줄 것이냐고 물었다.한주시에는 가족이 사망했을 때 직접 신발을 신겨주면 청명에 망자가 집에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유현진은 거절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망자에게 영혼이 있다면, 난 엄마가 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않길 바라요."그곳은 심지어 집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9시가 되기도 전에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한성우와 주강운의 덕분으로 모든 게 순리롭게 진행되었다.한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사람이 현장에서 향을 피우고 길을 안내하니 하현주의 추도회는 아주 품격 있어 보였다.유현진은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묶어 올렸으며 하얀 머리핀을 꽂았다.그녀는 화장기 없는 순수한 얼굴로 조문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장례식장 밖에서 박해서가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다급히 뒷좌석의 차 문을 열었다. 차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내렸다.165센티 좌우의 키에 하얀 피부, 마른 몸매에 작은 얼굴, 큰 눈과 정갈한 오관."오빠, 장례식장이 너무 작아."송가람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송민준은 반대편에서 내려 송가람의 이마를 콩하고 쥐어박았다."이따 현진 씨 앞에서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널 구해준 은인이야."송가람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나지막하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58화

    유씨 가문 스캔들은 이미 온 한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오늘은 하현주의 장례식이라 사람들은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망한 사람이 위주인 자리니 말썽을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송민준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장례식장에 들어오자마자 유상수가 유현진에게 뭐라고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송민준이 알아본 데 의하면 하현주는 성격이 강한 것 이외에는 아주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양심 없는 남자와 결혼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유상수의 등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눈앞의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딸과 얘기하는데 당신이 뭔데 참견이요?"송민준이 입을 열려는 순간, 유현진이 먼저 말했다."유상수 씨. 오늘 우리 엄마 장례예요. 마지막 길 배웅하러 왔으면 그 입 다물고 애도나 해요. 하지만 말썽을 일으키러 왔다면 당장 나가주세요!"유상수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난 네 아빠야!"유현진은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라는 호칭 더럽히지 마세요. 당신과 여기서 싸우기 싫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 장례식에서 말썽을 부린다면 난 당신의 그 아들딸을 죽기보다 괴롭게 만들 거예요. 믿기 싫으면 한 번 해보시던가요."유현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유상수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서강 초등학교 맞죠?"유현진의 쌀쌀한 눈빛에 유상수는 저도 몰래 소름이 돋으면서 섬뜩했다.유현진은 유상수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과 다니는 학교까지 다 알고 있었다.유상수는 유현아가 당했던 모습이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그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유현진을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유상수는 한쪽으로 가서 잠자코 서 있었다.송민준과 송가람은 영정 사진 앞에 꽃을 두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유현진에게 다가갔다."현진 씨, 힘내요."유현진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59화

    송민희의 말에 기분이 조금은 풀린 정인월은 이내 쌀쌀한 눈빛으로 신미정을 쏘아보고는 송민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갔다.강민서도 신미정을 탓했다.비록 유현진의 카드를 막아버려서 하현주가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하필 이때 손을 썼으니 하현주의 사망에는 신미정의 책임도 있다.그렇다고 강민서가 하현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강한서가 돌아왔을 때 자기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두려운 것뿐이다."민서야, 네 엄마 부축해."강단해가 옆에서 담담히 입을 열었다.강민서는 대충 대답하고 마지못해 신미정에게 다가가 부축했다."엄마, 우리도 들어가요."강씨 가문 사람들의 등장에 모두 길을 비켜주었다.정인월은 입술을 오므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걸어들어왔다.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송민희는 주강운에게서 국화꽃을 받아 정인월에게 넘겨주었다.애도를 끝낸 뒤, 정인월은 유현진에게 다가갔다.며칠 사이에 바싹 마른 유현진의 모습에 정인월은 마음이 아팠다.정인월은 유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얘야, 힘들겠구나. 내가 늦었어."유현진은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괜찮을 리가 있겠어?"정인월은 자애로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제 강씨 가문이 네 친정이야. 이 할미가 지켜줄 테니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해."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며 말했다."고마워요, 할머니."정인월은 비록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워낙 장소가 비좁다 보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유상수는 몹시 후회됐다. 백혜주의 말을 듣고 유현진과 얼굴을 붉히는 게 아니었다.정인월은 모두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강씨 가문이 유현진 뒤에 있으니 유현진과의 관계만 유지해도 유씨 집안은 큰 덕을 보게 될 것이다.'여자들은 역시 머리만 길었지 생각은 짧아! 내가 그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신미정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60화

    한성우는 다급히 큰 소리로 말했다."잠시만요, 가족이 왔으니 인사 먼저 드리고 화장할게요!"장례지도사들은 동작을 멈췄다.유현진은 머리를 들었다.강한서가 정장 차림에 굳은 얼굴로 빈소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유현진의 담담한 눈빛은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듯했다.강한서는 저도 몰래 두려움이 생겼다.한성우는 다급히 달려와 강한서의 팔에 상주 완장을 써줬다.정인월은 강한서의 얼떨떨한 표정에 입을 열었다."한서야, 어서 네 장모님 마지막 길 배웅해 드려."신미정은 강한서에게 꽃 한 송이를 넘겨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인사드려."강한서는 정신을 차린 뒤 꽃을 받아 들고 허리를 세 번 굽힌 뒤 관에 꽃을 넣었다.그 모습에 정인월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사를 올린 강한서는 유현진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유현진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장례지도사에게 말했다."진행하시죠."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렸다.못 박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끝으로 하현주는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화장 시간이 꽤 길어지자 한성우는 멀지 않은 곳에 미리 식당을 예약해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더 좋은 식당을 예약할 수도 있었지만 장례가 워낙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조문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정인월은 장시간 서 있기 힘들어 유현진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차에 타면서 강한서에게 눈총을 쏘았다.강한서는 유현진에게 다가가 겨우 입을 열었다."비행기가 연착됐어."유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머리를 돌려 차미주에게 말했다."미주야, 화장실 갈래?"차미주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더니 이내 그러자고 했다.한성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긴 어디가? 금방 다녀온 거 아니야? 요실금이야?"'이 강도 같은 여자는 눈치도 없이 두 사람 사랑싸움에 끼어들어!'차미주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한성우를 노려보았다."요실금은 너겠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61화

    한성우는 멈칫했다."호흡기 때문에 돌아가셨을 수도 있어."강한서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물었다."누군지 알아?""모르지. 근데 강운이 말로는 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래. 왜냐면 우리가 신고한다니까 바로 도망갔었거든. 병원 CCTV에 아마 얼굴 찍혔을 거야. 알아보면 누구 짓인지 바로 나오겠지."한성우는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맞다. 근데 너 어디로 사라진 거야. 연락도 안 되고 대체 뭐했어? 민 실장은? 같이 안 왔어?""친구한테 볼일이 있었어."강한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뭔 볼일. 그게 네가 사라질 일이야?"강한서가 말했다."그 친구 신분이 특별해서."특별한 신분이라는 말에 한성우는 입을 다물었다.'특수 요원이나 국회 사람이나 그렇겠지. 이런 건 안 물어보는 게 상책이야.'"어떻게 특별해?"문득 주강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모르는 친구도 있었어?"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성우는 주강운을 놀려주었다."너 해외에 있는 동안 우리한테도 새 친구가 생겼어. 왜, 질투해?"주강운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현진 씨 요즘 컨디션 안 좋아. 현진 씨 어머니 돌아가신 날, 현진 씨 기절했었어. 네가 좀 신경 써."강한서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저도 몰래 가슴이 아팠다.오후 한 시, 드디어 화장이 끝났다.한 시 반쯤 발인이 시작되었다.유현진은 하현주의 유골함을 품에 안았다.한성우의 잔소리 덕분에 강한서도 드디어 머리를 굴렸다.강한서는 적극 유골함을 받아서 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유현진은 굳이 강한서와 다투지 않고 유골함을 넘겨준 뒤 하현주의 영정 사진을 안았다.두 사람은 같은 차에 탔지만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몇 번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사실 그도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하지만 유현진은 강한서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강한서는 차라리 유현진이 화라도 냈으면 싶었다.조용한 차 안에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62화

    그 순간, 강한서는 자기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강한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 말에 경악했다.유상수의 사생아 사건에 하현주까지 사망했으니 유씨 집안에 더는 유현진의 자리는 없다. 강씨 가문에서 그녀를 내치지 않았는데 유현진이 먼저 이혼을 얘기하니 사람들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짧은 침묵이 깨지고, 강한서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얘기할 때가 아니야."유상수도 다급히 다가와 유현진을 야단쳤다."현진아, 너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유현진은 유상수를 보는 척도 하지 않고 강한서에게 계속 말했다."나한테는 제일 좋은 시기야. 당신이 출장 다녀오면 이혼하기로 한 거 잊었어? 돌아왔으니 약속 지켜야지. 지금 출발하면 시간도 충분하니 내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어."강한서는 표정이 차가워졌다.하현주의 장례식에서,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유현진은 그에게 가차 없이 이혼을 요구했다.유현진의 행동에 강한서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서 얘기해!""돌아가서 얘기하기 싫어."유현진은 마음을 굳힌 듯했다."걱정하지 마. 위자료 필요 없어.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이혼만 해주면 내가 맨몸으로 왔던 것처럼 맨몸으로 나갈 거야."한성우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형수님, 마음에도 없는 얘기 하지 마세요. 어머니 장례식에서 이러지 말고 집에 가서 한서 마음껏 혼내요."한성우는 차미주에게 빨리 두 사람을 말리라는 눈빛을 보냈다.차미주는 눈을 뒤집었다.'말리긴 개뿔! 필요할 땐 어디 사라졌다가 인제 와서 사위 노릇이야. 꼴사나워 죽겠어.어머님도 돌아가셨으니 현진이도 더는 미련 없어. 그까짓 돈이 문제겠어?저 인간 어머니가 현진이 카드 정지시킨 일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동사무소 옮겨와서 두 사람 이혼시키고 싶어! 더는 현진이 힘들지 않게!'차미주가 입을 내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한성우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베프라면서 왜 이럴 때는 나서지 않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63화

    신미정은 유현진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강한서의 뒤를 따랐다.유상수는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는 신미정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쫓아갔다.강씨 가문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니 다른 사람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그들은 대부분 강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이혼을 요구하니 그들도 더는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사람들이 거의 다 흩어졌을 때쯤, 송민준이 유현진에게 다가가 말했다."현진 씨…"유현진은 송민준의 말을 끊었다."혹시 강한서 편을 들 거라면 더는 얘기하지 마세요."송민준은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앞으로 어쩔 생각인지 궁금해서요."유현진은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아직은 아무 생각도 없어요."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일이 발생하니 그녀는 마음이 복잡했다."브랜드 뉴와의 계약은 어때요?"송민준은 따뜻한 목소리와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섬블은 강한서의 지분이 있지만 브랜드 뉴에는 강한서의 지분이 없어요."송민준은 뜻은 명확했다. 강한서와 이혼할 거라면 더는 엮이는 일 없이 브랜드 뉴와 계약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얘기다.강한서의 와이프라는 점만 제외하면, 유현진은 송민준이 왜 자기를 유독 좋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영화계에서 남아도는 것이 바로 연기파 배우다.'신인인 데다가 대표작도 아직 방송을 타지 않았는데 송 대표님은 왜 나한테 판돈을 걸려고 하는 걸까?'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송 대표님. 제가 정말 가치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송민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라면 그날 호텔에서 현진 씨가 오디션장에 뛰어들었을 때, 차 감독에게 현진 씨를 킵해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유현진은 멈칫했다.문득 그날 오디션장에서 차이현이 문을 닫는 순간, 잠시 보였던 정장 바지를 입은 남자가 생각났다.'그게 송 대표님이었어?그러니까 전에도 날 본 적이 있었던 거야?'"현진 씨, 난 내 안목을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5화

    남자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서해금이 또 말을 이었다. “당신이 뿌리를 제대로 뽑지 못해 이렇게 큰 후환을 남기지만 않았다면 우리 가람이 처지도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을 거야.”서해금이 말한 후환은 당연히 한현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한현진 말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그 여자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일은 그 역시도 송씨 가문에서 한현진을 데려오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당시 그 여자가 품에 안아 보여주던 여자 아이는 애초부터 송씨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를 안아와 한아람의 딸이라고 그를 속였던 것이다.친딸이 태어나는 모습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그는 곧 자신의 친딸에게 인생을 빼앗길 아이를 마주했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그는 심지어 아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포섭당한 사람 중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한현진이 죽지 않았으니 송씨 가문이나 한씨 가문에서는 기필코 당시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서해금은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 화근을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당시 그 일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전부 죽거나 도망간 상태였기에 아무리 쥐 잡듯이 뒤져도 그 해의 진실은 알아내 수 없을 것이었다. “내가 뭐 도와줄까?”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서해금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한현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해서 괜한 의심 사지 마. 걔는 걔 엄마랑 똑같아. 의리가 치명적인 약점이거든. 잠깐만 조용히 지내.”잠시 멈칫하던 서해금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 지시 없이 함부로 회사에 나타나지 마. 회사는 여기저기 보는 눈이 많아. 조그만 실수라도 있었다간 우리 가족 전부 끝장이라고.”우리 가족이라는 두 단어에 남자는 그만 멍해졌다. 그의 눈빛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반짝였다. 그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4화

    시선을 거둔 서해금이 물었다. “아래층은 불 켜졌어요?”누군가 대답했다. “네. 우리 층만 정전인 것 같아요.”머리 위의 CCTV를 확인한 서해금이 태연하게 말했다. “사람 불러서 확인해 보라고 해요. 다른 분들은 모두 자리도 돌아가요.”말하며 서해금이 송가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돌아가. 내가 보내 준 자료는 꼭 봐. 검사할 거야.”송가람이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애교 부렸다. “알겠어, 엄마.”모든 사람이 자리로 돌아가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서해금이 입을 꾹 다물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비상계단엔 창문이 없었다. 복도에선 은은하게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선세등이 켜지지 않아 유난히 어두웠다. 비상계단 복도로 들어선 서해금은 계단 위에 서서 벽에 기대어 담배를 쥐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비상계단의 문을 닫으며 목소리를 낮춘 채 호통 쳤다. “여긴 회사야. 여기서 이런 짓을 하다니, 미친 거야?”“내가 정전 안 시켜서 CCTV에 찍혔으면 네가 이 상황을 해명할 수는 있고?”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상대방의 말투엔 비웃음이 가득했다. 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당신 마음대로 여기 들어올 땐, 내 의견을 묻긴 했어?”남자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우리 딸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화가 치민 서해금은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음에도 분노를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었다. “내가 동영상 보내줬잖아. 사진도 보내줬잖아. 지금 당신이 어떤 신분인지, 당신이 몰라서 이래?”“사진이나 동영상은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잖아. 목소리를 듣고 싶고,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게 너무 한 거야?”“이게 너무한게 아니면 뭐야? 지금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신분인지 몰라?”스산하게 비추는 불빛에 남자의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해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움찔 떠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해금. 네가 원하던 걸 전부 이루니까 이제 난 필요 없다 이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3화

    송가람의 목소리가 비통함에 잠기기 시작했다. “엄마, 설마 아빠 아직도 나한테 화 난 거야?”송가람이 이윤하에게 맞아 입원했을 당시 송병천은 매일 같이 병원에 왔었다. 하지만 송가람을 마주한 송병천은 어린 시절 한없이 다정다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색함과 냉담함만이 더해졌다. 신미정에게 속은 건 결국 송가람이 아직도 강한서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송병천이 그런 송가람의 마음을 눈치 채고 이미 한 번의 주의를 주었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니 송병천은 그녀에게 철저히 실망했을 것이다. 강한서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송가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모든 잘못은 한현진이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20여년이 지난 일인데, 왜 그대로 흘려버리지 않은 걸까? 왜 굳이 돌아와 그녀의 아빠와 오빠를 빼앗으려 하는 걸까?한현진이 없던 송가람의 네 식구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가족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이라는 존재가 나타남으로 인해 부모님은 전처럼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빠의 마음은 완전히 친동생에게 기울었다. 아빠는 더 이상 전처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엄마는 그저 지분과 재산 생각으로 가득 차 전보다 더 계산적으로 굴었다. 그 혈연관계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현진이 등장한 후 그녀의 가족을 갈라놓았다. 송가람은 반항이라도 하듯 강한서를 좋아하면서도 송병천과 송민준이 전처럼 예뻐해 주길 발랐다. 서해금이 시선을 올려 송가람을 바라보았다. “네가 한현진에게서 강한서를 빼앗으려고 결정했을 때부터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네 아빠가 마음을 대해 널 20여년 간 키워주고 진심으로 예뻐한 건 사실이지만 한현진은 친딸이야. 게다가 간절히 바랐었지만 결국 잃어버렸던 아이야. 그런 애가 유씨 가문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며 살아왔어. 네 아빠가 조금만 조사하면 한현진이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금방 알 수 있어. 그럼 네 아빠가 모든 걸 걸고 한현진에게 보상해주려고 하지 않겠어?”“피로연에서 그저 조금 떠봤을 뿐인데 네 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2화

    서해금 사무실. “내가 널 어쩌면 좋겠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널 지켜보고 있는데 고작 은서하가 한현진 옷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너스를 삭감해?”밖에선 꾹 참고 있던 서해금은 사무실에 도착하자 더는 화를 감추지 못했다. 송가람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엄마. 은서하는 재무팀 직원이야. 감히 내 앞에서 한현진의 선물을 받았어. 그건 엄마에게 창피를 주는 것과 다를 거 없잖아.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다른 직원들도 은서하와 똑같이 했을 거야. 난 그저 엄마 대신 주의를 준 것뿐이야.”“주의?”서해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고작 옷 한 벌로 주의? 너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애야? 은서하가 한현진 옷 선물을 받았을 때, 왜 그 이유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어? 은서하는 가족 병원비 때문에 충분히 힘들게 살고 있어. 만약 이런 타이밍에 네가 은서하를 도와줬다면 걔가 그 은혜를 평생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네가 얼마나 아량이 넓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을 거야.”“하지만 네가 한 짓을 봐! 보너스를 삭감으로 은서하 상황만 더 안 좋게 했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네 곁에 있던 멍청이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어. 그런 식으로 은서하를 조롱하면 네가 뭐라도 돼 보일 것 같아? 멍청한 것! 네가 그럴수록 사람들은 네가 속이 좁다고 생각할 뿐이야. 고작 그런 일로 복수나 하는 아량이라고는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겠지. 누가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을 것 같아?”멍해졌던 송가람은 잠시 당황했지만 여전히 고집스레 말했다. “그땐... 그땐 그런 건 생각도 안 했어. 그렇게 멍청하게 한 번도 인사팀에 묻지 않을 줄은 몰랐지. 그리고 내가 걔 집안 사정을 어떻게 알아...”변명을 늘어놓던 송가람은 조금 전 한현진이 대신 나서줬음에도 끝내 한현진 편에 서지 않던 은서하를 떠올리고는 곧바로 자신 있게 말했다. “엄마, 조금 전 한현진이 도와주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 봤잖아. 엄마는 어떻게 은서하가 배은망덕한 머리 검은 짐승이 아닐 거라 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1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부업으로 회사 청소를 하시면서 실수가 있으셨고 그걸 바로 저에게 보고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덜미를 잡혔어요. 만약 오늘 세은이가 오일 제조에 실패했다면 기사님이 얼마나 큰 책임을 떠안아야 했는지 알고는 계세요?”“마지막 이유는, 제 사무실 앞에 꿇어앉아 용서를 구하지는 않았어야 하셨어요. 무릎을 꿇는 이유가 사과든 반성이든,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어서든 그건 제가 싫어하는 방식이거든요.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자존심도 전부 내려놓는 행위이니까요. 부모님과 은인 앞이 아닌 이상,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희는 고용관계잖아요. 게다가 기사님은 저보다 한참 연장자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기사님이 무릎을 꿇고 사죄를 바라는 행동을 전 용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주혁은 차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도 조금씩 하얗게 질려갔다. 한현진의 논리정연한 말에 주혁은 반박할 수조차 없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창백해진 얼굴로 겨우 죄송하다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입술을 짓이기며 말이 없던 한현진은 잠시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선택해요. 월급은 제가 최대한 인사팀과 협의해 볼게요.”한참을 잠자코 있던 주혁이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제가 다시 대표님 운전기사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한현진은 이번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현진은 진심으로 주혁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가 부업을 하려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틈만 나면 사고를 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등에 칼을 꽂을지도 몰랐다. 한현진에게는 다른 사람을 동정할 여유가 없었다. 면접을 봤던 그날 주혁이 구해준 은혜는 다른 방식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다. 무릎을 꿇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한현진은 그런 이유로 더 참아줄 생각이 없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0화

    꿇어앉은 주혁은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가뜩이나 앙상한 몸이 유난히 허약해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 그의 눈이 반짝이며 생기가 감돌았다. 무릎을 꿇은 채 한현진 앞으로 다가간 주혁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표님, 벌해 주세요.”한현진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조금 굳은 표정을 한 그녀는 곧바로 주혁을 일으키는 대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님, 일어나세요.”주혁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왔고 목소리도 조금 갈라졌다. “대표님, 제가 이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도 절 감싸주시고 정말 대표님을 볼 낯이 없어요. 벌해 주세요. 어떤 벌이든 받을게요.”두 눈을 꼭 감은 한현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어나라고 말씀 드렸어요. 다른 사람들 웃음거리나 되라고 제 사무실 앞에 무릎 꿇고 계신 거예요?”주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전 그게 아니라...”“그게 아니면 일어나요!”한현진은 연장자인 주혁에게 말 할 때도 늘 예의를 다했었다. 심지어 조금 전 오일 저장실에서도 최대한 그를 감싸주려 했었다. 그랬기에 주혁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한현진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손가락을 문지르던 주혁은 문득 자신이 없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던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다들 안 바빠요?”화를 내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박력 있는 목소리였다. 그 카리스마는 전혀 서해금 못지않았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현진의 말에 곧 흩어졌다. 주혁을 쳐다보던 한현진이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 “들어와요.”깊은 숨을 들이쉰 주혁이 입술을 꾹 오므리며 한현진의 뒤를 따랐다. 조용히 사무실 책상으로 걸어간 한현진이 의자에 앉았다. 주혁은 그 순간 미세하게 나온 한현진의 아랫배를 보고는 당황했다. 다시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한현진이 의자를 책상 쪽으로 끈 덕에 책상에 시야가 막혔다. 시선을 올린 한현진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주혁이 긴장하며 말했다. “괜찮아요. 서 있으면 돼요.”그러자 한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9화

    돈 얘기에 한현진이 잔뜩 신난 말투로 말했다. “그 돈은 내기에서 이겨서 받은 거야. 그 중 2천만 원 정도는 송가람이 베팅한 거야. 송가람 돈을 땄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잖아. 딴 돈을 혼자 가질 수는 없으니까 너에게 절반 줄게.”“감사합니다, 사모님.”강한서가 씩 미소 짓더니 거래 기록을 캡처해 저장하고는 돈을 다시 한현진에게 송금했다. “네가 일단 관리해줘. 나중에 필요하면 너에게 다시 얘기할게.”“그럼 내가 다 써버릴 거야.”강한서가 입꼬리를 예쁘게 올렸다. “그럼 너로 배상해줘.”한현진이 멈칫했다. “강한서. 그런 오글거리는 말은 하지 마.”“...”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민경하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민경하를 째려보았다. 한현진이 말했다. “거 봐. 민 실장님도 그 말은 느끼하다고 생각하잖아.”민경하가 곧바로 해명하듯 말했다. “아뇨. 전 대표님께서 저런 말씀하시는 거 보기 좋다고 생각해요. 대표님이 하신 말씀은 전부 진심이세요.”한현진이 말했다. “알아요. 절 보면서 말하는 건 괜찮아요. 얼굴을 보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얼굴을 못 보는 상황에 저런 말을 들으면 신고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니까요. 괜히 희롱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민경하는 이번엔 그만 폭소를 터뜨렸다. 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재밌어요? 민 실장이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지금부터 웃으면서 운전해요.”“민 실장님 괴롭히지 마.”한현진이 당당하게 말했다. ‘사모님 라인을 탄 보람이 있네. 역시 사모님은 본인 사람은 끔찍하게 아낀다니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민경하의 귓가로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이따 민 실장님이 데이트하러 가서 강민서에게 이르면 네 동생은 돌아와 너한테 복수할 거야.”입가에 걸렸던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래도 줄을 잘못 선 것 같아.’강민서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민경하를 쳐다보며 한현진에게 물었다. “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8화

    놀란 은서하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성 비서님, 전 괜찮아...”“받아요!”성월이 차가운 말투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받아요. 이건 서 대표님 마음이에요. 대표님의 호의를 거절하지 말아요.”은서하의 눈초리가 파르르 진동했다. 떨리는 손으로 돈다발을 받은 은서하가 허리를 숙였다.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인사 전해주세요.”성월이 멸시가 담긴 눈빛으로 은서하를 쳐다보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성월이 말했다. “한 대표님이 서하 씨를 대신해 나서신 건 서하 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고마운 건 고맙다고 인사 드려요. 한 대표님 실망하게 하지 말고.”‘내가 한 대표님과 사이가 멀어지는 건 원치 않는 거네...’고개를 푹 숙인 은서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당시 돈이 급한 저에게 일자리를 주신 건 서 대표님이셨어요. 성 비서님, 벼랑 앞에 서 있는 저에게 손 내밀어 주신 은혜는 그 어떤 도움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성월은 의외라는 듯 은서하를 쳐다보더니 곧이어 말했다. “알면 됐어요. 돈 받아요. 들키지 말고.”재킷을 벗은 은서하는 돈다발을 옷 속에 넣었다.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던 성월은 은서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자리를 벗어났다. 잔뜩 긴장되어 있던 은서하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편안해졌다. 아무리 한현진이 지지해 준다고 해도 서해금에게 밉보일 수는 없었다. 아직 이곳에 남아 있어야 했다. 아직 알아내지 못한 일이 있었다...한현진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뒤이어 따라온 주혁이 노크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였기에 한현진은 주혁을 들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 주혁이 들어온다면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혁은 한현진보다 20살이나 더 많은 연장자였다. 한참 어른인 그를 도무지 혼낼 수가 없었다. ‘돈이 부족해 회사 청소 일을 하고 싶다고 왜 얘기를 하지 않는 거야. 만약 오늘 이 일이 아니었다면 대체 언제까지 숨기려던 거냐고.’한현진이 주혁을 고용한 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67화

    “넘버 S 오일이 저장되어 있던 곳은 잠겨 있었어요. 잠금장치가 있었으니 기사님은 오일을 건드릴 수 없었어야 해요. 하지만 기사님이 오일을 꺼낼 수 있었다는 건 그 당시엔 잠겨있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게다가 기사님은 저장실의 규정에 관해선 전혀 모르고 계세요. 책임자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 업무 중 실수로 오일을 깨뜨린 건 고의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러니 이 일에 관한 책임을 논한다면 두 사람이 똑같이 감당해야 해요.”“하지만 주세은 씨가 넘버 S 오일의 제조에 성공했고 이 일은 사실상 저희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진 않았어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퇴사 처리는 너무 심한 처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오늘 내린 이 징계를 전례로 따른다면 업무 중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해고 당하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숨겨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 상황을 피면할 수 있을 거예요. 처벌이라는 건 실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수단이잖아요.”서해금이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송가람이 냉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예쁘게 포장하건 기사님을 감싸주려고 그러는 거죠?”한현진이 쿨하게 인정했다. “내 사람은 당연히 내가 감싸야죠. 송 팀장님도 홍혜림 씨에게 실수를 하셨지만 그저 감봉을 조금 당한게 전부였잖아요.”그 말은 송가람뿐만 아니라 서해금을 저격하는 것이기도 했다. 주혁이 해고를 당할 땐 당하더라도 한현진은 부하 직원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줄곧 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3개월 감봉, 보너스 삭감. 이 정도면 되겠니?”조금 더 말다툼을 해야 할 것이라는 한현진의 예상과는 달리 서해금은 빠른 결정을 내렸다. 서해금을 힐끗 훑어보던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말씀대로 하죠.”송가람이 불퉁하게 말했다. “이 처벌은 너무 가볍잖아요.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고도 고작 이정도 처벌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다른 직원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한현진이 송가람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