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가문 스캔들은 이미 온 한주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오늘은 하현주의 장례식이라 사람들은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망한 사람이 위주인 자리니 말썽을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송민준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장례식장에 들어오자마자 유상수가 유현진에게 뭐라고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송민준이 알아본 데 의하면 하현주는 성격이 강한 것 이외에는 아주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양심 없는 남자와 결혼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유상수의 등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눈앞의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딸과 얘기하는데 당신이 뭔데 참견이요?"송민준이 입을 열려는 순간, 유현진이 먼저 말했다."유상수 씨. 오늘 우리 엄마 장례예요. 마지막 길 배웅하러 왔으면 그 입 다물고 애도나 해요. 하지만 말썽을 일으키러 왔다면 당장 나가주세요!"유상수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난 네 아빠야!"유현진은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빠라는 호칭 더럽히지 마세요. 당신과 여기서 싸우기 싫어요. 그런데 우리 엄마 장례식에서 말썽을 부린다면 난 당신의 그 아들딸을 죽기보다 괴롭게 만들 거예요. 믿기 싫으면 한 번 해보시던가요."유현진은 잠시 멈칫하다가 유상수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서강 초등학교 맞죠?"유현진의 쌀쌀한 눈빛에 유상수는 저도 몰래 소름이 돋으면서 섬뜩했다.유현진은 유상수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과 다니는 학교까지 다 알고 있었다.유상수는 유현아가 당했던 모습이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그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유현진을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유상수는 한쪽으로 가서 잠자코 서 있었다.송민준과 송가람은 영정 사진 앞에 꽃을 두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유현진에게 다가갔다."현진 씨, 힘내요."유현진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고
송민희의 말에 기분이 조금은 풀린 정인월은 이내 쌀쌀한 눈빛으로 신미정을 쏘아보고는 송민희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갔다.강민서도 신미정을 탓했다.비록 유현진의 카드를 막아버려서 하현주가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하필 이때 손을 썼으니 하현주의 사망에는 신미정의 책임도 있다.그렇다고 강민서가 하현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강한서가 돌아왔을 때 자기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두려운 것뿐이다."민서야, 네 엄마 부축해."강단해가 옆에서 담담히 입을 열었다.강민서는 대충 대답하고 마지못해 신미정에게 다가가 부축했다."엄마, 우리도 들어가요."강씨 가문 사람들의 등장에 모두 길을 비켜주었다.정인월은 입술을 오므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걸어들어왔다.그녀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송민희는 주강운에게서 국화꽃을 받아 정인월에게 넘겨주었다.애도를 끝낸 뒤, 정인월은 유현진에게 다가갔다.며칠 사이에 바싹 마른 유현진의 모습에 정인월은 마음이 아팠다.정인월은 유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얘야, 힘들겠구나. 내가 늦었어."유현진은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괜찮을 리가 있겠어?"정인월은 자애로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제 강씨 가문이 네 친정이야. 이 할미가 지켜줄 테니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해."유현진은 머리를 푹 숙이며 말했다."고마워요, 할머니."정인월은 비록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워낙 장소가 비좁다 보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유상수는 몹시 후회됐다. 백혜주의 말을 듣고 유현진과 얼굴을 붉히는 게 아니었다.정인월은 모두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강씨 가문이 유현진 뒤에 있으니 유현진과의 관계만 유지해도 유씨 집안은 큰 덕을 보게 될 것이다.'여자들은 역시 머리만 길었지 생각은 짧아! 내가 그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신미정의
한성우는 다급히 큰 소리로 말했다."잠시만요, 가족이 왔으니 인사 먼저 드리고 화장할게요!"장례지도사들은 동작을 멈췄다.유현진은 머리를 들었다.강한서가 정장 차림에 굳은 얼굴로 빈소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유현진의 담담한 눈빛은 마치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듯했다.강한서는 저도 몰래 두려움이 생겼다.한성우는 다급히 달려와 강한서의 팔에 상주 완장을 써줬다.정인월은 강한서의 얼떨떨한 표정에 입을 열었다."한서야, 어서 네 장모님 마지막 길 배웅해 드려."신미정은 강한서에게 꽃 한 송이를 넘겨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인사드려."강한서는 정신을 차린 뒤 꽃을 받아 들고 허리를 세 번 굽힌 뒤 관에 꽃을 넣었다.그 모습에 정인월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사를 올린 강한서는 유현진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유현진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장례지도사에게 말했다."진행하시죠."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렸다.못 박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끝으로 하현주는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화장 시간이 꽤 길어지자 한성우는 멀지 않은 곳에 미리 식당을 예약해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더 좋은 식당을 예약할 수도 있었지만 장례가 워낙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조문객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정인월은 장시간 서 있기 힘들어 유현진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차에 타면서 강한서에게 눈총을 쏘았다.강한서는 유현진에게 다가가 겨우 입을 열었다."비행기가 연착됐어."유현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머리를 돌려 차미주에게 말했다."미주야, 화장실 갈래?"차미주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더니 이내 그러자고 했다.한성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가긴 어디가? 금방 다녀온 거 아니야? 요실금이야?"'이 강도 같은 여자는 눈치도 없이 두 사람 사랑싸움에 끼어들어!'차미주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한성우를 노려보았다."요실금은 너겠지!
한성우는 멈칫했다."호흡기 때문에 돌아가셨을 수도 있어."강한서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물었다."누군지 알아?""모르지. 근데 강운이 말로는 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래. 왜냐면 우리가 신고한다니까 바로 도망갔었거든. 병원 CCTV에 아마 얼굴 찍혔을 거야. 알아보면 누구 짓인지 바로 나오겠지."한성우는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맞다. 근데 너 어디로 사라진 거야. 연락도 안 되고 대체 뭐했어? 민 실장은? 같이 안 왔어?""친구한테 볼일이 있었어."강한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뭔 볼일. 그게 네가 사라질 일이야?"강한서가 말했다."그 친구 신분이 특별해서."특별한 신분이라는 말에 한성우는 입을 다물었다.'특수 요원이나 국회 사람이나 그렇겠지. 이런 건 안 물어보는 게 상책이야.'"어떻게 특별해?"문득 주강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모르는 친구도 있었어?"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성우는 주강운을 놀려주었다."너 해외에 있는 동안 우리한테도 새 친구가 생겼어. 왜, 질투해?"주강운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현진 씨 요즘 컨디션 안 좋아. 현진 씨 어머니 돌아가신 날, 현진 씨 기절했었어. 네가 좀 신경 써."강한서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저도 몰래 가슴이 아팠다.오후 한 시, 드디어 화장이 끝났다.한 시 반쯤 발인이 시작되었다.유현진은 하현주의 유골함을 품에 안았다.한성우의 잔소리 덕분에 강한서도 드디어 머리를 굴렸다.강한서는 적극 유골함을 받아서 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유현진은 굳이 강한서와 다투지 않고 유골함을 넘겨준 뒤 하현주의 영정 사진을 안았다.두 사람은 같은 차에 탔지만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몇 번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사실 그도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하지만 유현진은 강한서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강한서는 차라리 유현진이 화라도 냈으면 싶었다.조용한 차 안에서,
그 순간, 강한서는 자기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강한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 말에 경악했다.유상수의 사생아 사건에 하현주까지 사망했으니 유씨 집안에 더는 유현진의 자리는 없다. 강씨 가문에서 그녀를 내치지 않았는데 유현진이 먼저 이혼을 얘기하니 사람들은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짧은 침묵이 깨지고, 강한서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얘기할 때가 아니야."유상수도 다급히 다가와 유현진을 야단쳤다."현진아, 너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유현진은 유상수를 보는 척도 하지 않고 강한서에게 계속 말했다."나한테는 제일 좋은 시기야. 당신이 출장 다녀오면 이혼하기로 한 거 잊었어? 돌아왔으니 약속 지켜야지. 지금 출발하면 시간도 충분하니 내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어."강한서는 표정이 차가워졌다.하현주의 장례식에서,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앞에서, 유현진은 그에게 가차 없이 이혼을 요구했다.유현진의 행동에 강한서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서 얘기해!""돌아가서 얘기하기 싫어."유현진은 마음을 굳힌 듯했다."걱정하지 마. 위자료 필요 없어.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이혼만 해주면 내가 맨몸으로 왔던 것처럼 맨몸으로 나갈 거야."한성우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다급히 그들을 말렸다."형수님, 마음에도 없는 얘기 하지 마세요. 어머니 장례식에서 이러지 말고 집에 가서 한서 마음껏 혼내요."한성우는 차미주에게 빨리 두 사람을 말리라는 눈빛을 보냈다.차미주는 눈을 뒤집었다.'말리긴 개뿔! 필요할 땐 어디 사라졌다가 인제 와서 사위 노릇이야. 꼴사나워 죽겠어.어머님도 돌아가셨으니 현진이도 더는 미련 없어. 그까짓 돈이 문제겠어?저 인간 어머니가 현진이 카드 정지시킨 일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동사무소 옮겨와서 두 사람 이혼시키고 싶어! 더는 현진이 힘들지 않게!'차미주가 입을 내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한성우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베프라면서 왜 이럴 때는 나서지 않는 거야!'
신미정은 유현진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강한서의 뒤를 따랐다.유상수는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는 신미정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쫓아갔다.강씨 가문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니 다른 사람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그들은 대부분 강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이혼을 요구하니 그들도 더는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사람들이 거의 다 흩어졌을 때쯤, 송민준이 유현진에게 다가가 말했다."현진 씨…"유현진은 송민준의 말을 끊었다."혹시 강한서 편을 들 거라면 더는 얘기하지 마세요."송민준은 멈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앞으로 어쩔 생각인지 궁금해서요."유현진은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아직은 아무 생각도 없어요."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일이 발생하니 그녀는 마음이 복잡했다."브랜드 뉴와의 계약은 어때요?"송민준은 따뜻한 목소리와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섬블은 강한서의 지분이 있지만 브랜드 뉴에는 강한서의 지분이 없어요."송민준은 뜻은 명확했다. 강한서와 이혼할 거라면 더는 엮이는 일 없이 브랜드 뉴와 계약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얘기다.강한서의 와이프라는 점만 제외하면, 유현진은 송민준이 왜 자기를 유독 좋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영화계에서 남아도는 것이 바로 연기파 배우다.'신인인 데다가 대표작도 아직 방송을 타지 않았는데 송 대표님은 왜 나한테 판돈을 걸려고 하는 걸까?'유현진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송 대표님. 제가 정말 가치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송민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라면 그날 호텔에서 현진 씨가 오디션장에 뛰어들었을 때, 차 감독에게 현진 씨를 킵해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유현진은 멈칫했다.문득 그날 오디션장에서 차이현이 문을 닫는 순간, 잠시 보였던 정장 바지를 입은 남자가 생각났다.'그게 송 대표님이었어?그러니까 전에도 날 본 적이 있었던 거야?'"현진 씨, 난 내 안목을
차미주는 유현진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차미주가 밤중에 물 마시러 일어났을 때, 거실에서 유현진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유현진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그저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꼭꼭 숨긴 것뿐이다.하현주가 저세상에 갔으니, 유현진에게는 투정을 부릴 수 있는 따뜻한 품도 없어졌다.차미주는 문 앞에 기대앉아 유현진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슬픔에 젖었다.그녀는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나 이젠 엄마 화나게 안 할게. 그러니까 내 옆에서 오래오래 살아야 해."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미친년!"…...역시나 이런 건 그녀의 엄마에게 안 통한다.같은 시각, 강한서는 집에 들어왔다. 황씨 아주머니는 강한서의 물건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강한서는 넥타이를 당기며 현관을 바라보았다. 유현진의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그 사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듯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요 며칠 집에 안 들어왔어요?""네. 대표님 출장 가시고 얼마 안 돼 사모님 어머니한테 상황이 생겨 병원에 가셔서 그사이 몇 번 갈아입을 옷만 가져다드렸어요. 아, 맞다. 대표님 어머니가 두고 가신 약도 한 번 가져갔었어요.""약이요?""한약 있잖아요. 어르신이 계실 때, 민서 아가씨가 한약 가져왔다가 어르신과 다툼이 생겼잖아요. 그때 남은 한약 몇 개 있었는데 사모님이 부탁하셔서 가져다드렸어요."강한서는 외투를 벗으며 물었다."약은 왜요?""그건 저도 잘 몰라요. 그때 안색이 아주 어두워 보였어요."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다른 일은 없었어요?"황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었다.강한서도 더는 묻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황씨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대표님, 사모님 오늘 집에 들어와요? 문 열어둘까요?"강한서는 손가락을 움츠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러세요."강한서는 안방 문을 열었다. 안방에는 유현진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그는 창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 커튼을 치더니 이내 침대에 누웠다.
"강 대표. 약속 시간 다 지났는데 어디야?"강한서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곧 도착이야.""정확하게 언제, 5분? 아니면 10분? 확실하게 얘기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3년도 기다렸는데 그렇게 급해?""급해."유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결정하고 나니 일 분이라도 더 지체하기 싫어. 빨리 와, 꾸물거리는 건 당신답지 않은 행동이야."말을 끝낸 유현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자기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유현진의 모습을 바라보니 강한서는 자기 자신이 더없이 초라해 보였다.강한서는 7시에 집에서 나와 이 길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도 보았고 그녀가 짜증을 내며 자기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보았다.그녀는 강한서를 떠나려고 한다. 1초라도 빨리 강한서를 버리고 싶다.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차를 세운 뒤 서류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점점 가까워지는 강한서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유현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들어가자."유현진은 매정하게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혼인신고를 위해 찾아온 커플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혼신고를 위해 온 부부들은 분위기가 다들 살벌했다.이혼신고 내내 다투며 서로에게 험한 말을 내뱉으며 얼굴을 붉히는 부부도 있었다.그에 비해 서로 아무 말 없는 강한서와 유현진은 평화로워 보였다.강한서는 머리를 돌려 유현진을 보았다.유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두 눈이 부어있었다.'울었나 보네.'강한서가 입을 열려고 하는 그때, 그들의 순서가 다가왔다. 유현진은 이내 몸을 일으켜 말했다."들어가자, 우리 차례야."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고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직원은 두 사람을 자세히 번갈아 보며 본인임을 확인하고 물었다."이혼 사유는 뭐에요?"강한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이 먼저 말했다."저 바람났어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직원은 유현진을 힐끗 보더니 다시 강한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침묵을 깨고 직원이 입을 열었다."뭐 엄승우랑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