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주는 유현진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차미주가 밤중에 물 마시러 일어났을 때, 거실에서 유현진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유현진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그저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꼭꼭 숨긴 것뿐이다.하현주가 저세상에 갔으니, 유현진에게는 투정을 부릴 수 있는 따뜻한 품도 없어졌다.차미주는 문 앞에 기대앉아 유현진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슬픔에 젖었다.그녀는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나 이젠 엄마 화나게 안 할게. 그러니까 내 옆에서 오래오래 살아야 해."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미친년!"…...역시나 이런 건 그녀의 엄마에게 안 통한다.같은 시각, 강한서는 집에 들어왔다. 황씨 아주머니는 강한서의 물건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강한서는 넥타이를 당기며 현관을 바라보았다. 유현진의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그 사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듯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요 며칠 집에 안 들어왔어요?""네. 대표님 출장 가시고 얼마 안 돼 사모님 어머니한테 상황이 생겨 병원에 가셔서 그사이 몇 번 갈아입을 옷만 가져다드렸어요. 아, 맞다. 대표님 어머니가 두고 가신 약도 한 번 가져갔었어요.""약이요?""한약 있잖아요. 어르신이 계실 때, 민서 아가씨가 한약 가져왔다가 어르신과 다툼이 생겼잖아요. 그때 남은 한약 몇 개 있었는데 사모님이 부탁하셔서 가져다드렸어요."강한서는 외투를 벗으며 물었다."약은 왜요?""그건 저도 잘 몰라요. 그때 안색이 아주 어두워 보였어요."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요즘 다른 일은 없었어요?"황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었다.강한서도 더는 묻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황씨 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대표님, 사모님 오늘 집에 들어와요? 문 열어둘까요?"강한서는 손가락을 움츠리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러세요."강한서는 안방 문을 열었다. 안방에는 유현진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그는 창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고 커튼을 치더니 이내 침대에 누웠다.
"강 대표. 약속 시간 다 지났는데 어디야?"강한서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곧 도착이야.""정확하게 언제, 5분? 아니면 10분? 확실하게 얘기해."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3년도 기다렸는데 그렇게 급해?""급해."유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결정하고 나니 일 분이라도 더 지체하기 싫어. 빨리 와, 꾸물거리는 건 당신답지 않은 행동이야."말을 끝낸 유현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자기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유현진의 모습을 바라보니 강한서는 자기 자신이 더없이 초라해 보였다.강한서는 7시에 집에서 나와 이 길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모른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도 보았고 그녀가 짜증을 내며 자기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보았다.그녀는 강한서를 떠나려고 한다. 1초라도 빨리 강한서를 버리고 싶다.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차를 세운 뒤 서류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점점 가까워지는 강한서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유현진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들어가자."유현진은 매정하게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혼인신고를 위해 찾아온 커플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혼신고를 위해 온 부부들은 분위기가 다들 살벌했다.이혼신고 내내 다투며 서로에게 험한 말을 내뱉으며 얼굴을 붉히는 부부도 있었다.그에 비해 서로 아무 말 없는 강한서와 유현진은 평화로워 보였다.강한서는 머리를 돌려 유현진을 보았다.유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두 눈이 부어있었다.'울었나 보네.'강한서가 입을 열려고 하는 그때, 그들의 순서가 다가왔다. 유현진은 이내 몸을 일으켜 말했다."들어가자, 우리 차례야."강한서는 입을 꾹 다물고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직원은 두 사람을 자세히 번갈아 보며 본인임을 확인하고 물었다."이혼 사유는 뭐에요?"강한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현진이 먼저 말했다."저 바람났어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직원은 유현진을 힐끗 보더니 다시 강한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침묵을 깨고 직원이 입을 열었다."뭐 엄승우랑 바람
유현진은 한 번 훑어본후 자신의 이름을 싸인했다.빠르고 신속하게.하지만 강한서는 손에 펜을 잡은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유현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꺼내 보니 차미주가 보내온 페이스북 메세지였다.송민영이 몇일전 공항에서 찍혔던 사진이였다.그녀는 썬글라스랑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주 단단히 감쌌고 의상도 눈에 띄지 않는거였다. 주위엔 그녀를 배웅해주는 팬들은 없었기에 아마도 개인 사정일것이였다. 하지만 어느 한 팬이 이를 알아내고 사진을 찍은것이였다.원래 이뿐만이였으면 아무것도 아니였겠지. 지명도가 높은 스타는 언제 어디서나 사생활을 숨기기엔 어려운 법이니까.하지만 이 사진의 배경에 있는 한사람이 아주 눈에 띄였다.그 사람은 바로 강한서였다.그는 키가 아주 컸고 오관도 아주 출중했으며 사람이 내뿜는 카리스마는 그녀로 하여금 한 눈에 알아보게 했다.그와 송민영 사이엔 여러명의 승객이 섞여있었지만 찍은 각도로 보면 이건 탑승 게이트였다.이 사진은 강한서가 출장갔던 날에 찍혔던 것이였다.(강한서와 송민영이 같은 비행기에 탔다고?)차미주한테서 카톡메세지가 왔다."강한서 이 개자식, 몇일동안 실종됐던게 송민영 이 년이랑 불륜이라도 저지르러 갔던거네!"유현진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답장을 하지 않고는 핸드폰을 거두었다.직원은 오래도록 서명을 하지 않는 강한서를 발견하곤 물음을 건넸다."두 분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는게 어떠신지요."강한서는 입을 열려고 했으나 유현진이 앞에서 가로챘다."그럴 필요 없어요, 저희 둘 모두 서로한테 딱히 감정이 남아있지 않거든요. 억지로 같이 있는건 두 사람 모두에게 할 짓이 못 돼요."그리고는 강한서를 쳐다보며"강 대표, 깔끔하게 싸인해. 그러면 당신이 뒤에서 누굴 만나든 상관 안 할테니까. 당신도 들킬까봐 마음 안 졸여도 돼."강한서는 이에 눈썹을 찌푸리며"유현진,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겠어?"유현진은 이에 가볍게 웃으며 강한서를 조롱했다."강 대표, 나 하루 이틀 보는거 아니잖아, 나 원래 이랬던거
차에서 남자가 내리더니 유현진을 도와 차문을 열었다.그녀는 머리를 숙여 차안으로 들어갔다, 그후 차는 그녀를 싣고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강한서는 그만 생각을 멈췄다.그는 머리를 숙여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이혼 서류를 바라봤다. 그의 마음속엔 후회가 물 밀려오듯 왔다.(단 한 번이라도 져주면 어디 덧나나!)만약 그녀가 한 번이라도 머뭇거렸다면 그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진 않았을거였다.박해서는 차를 운전하면서 옆에 있는 유현진을 훑어봤다.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강한서랑 이혼 했고 뒤이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건.게다가 저렇게 태연한 표정을 짓는 건 강인한 정신력을 소유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없는 행동이였다."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유현진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곁눈질로 박해서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박해서는 이에 머쓱한듯 기침을 지었다."아가씨께서 그렇게 급하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큰 일을 겪으셨는데 몇 일 더 쉬어도 됩니다.""필요 없어요."유현진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마침 돈도 필요했던 참이예요."박해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그가 알기론 강한서는 자신 와이프에 대해서 그래도 잘 대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저번에 강민서한테 손찌검을 했을때도 비록 대표님이 먼저 선수를 쳤지만 강한서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었었기 때문이였다.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방금 어머니를 여읜 그녀한테 한 행동들은 무자비하다고 여겼다.거기에 자신의 사장이 유현진에 대한 관심을 더하니 박해서의 머리속에선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문득 들었다.(설마 송 대표님이 현진 아가씨한테 이성으로써의 관심이 있는건가?"그는 다시 유현진을 힐끔 쳐다봤다. 확실히 예쁘긴 했다.그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이건 별로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론 오히려 자신 대표님의 등을 밀어주는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다가 시간이 꽤 흐른후에야 입을 열었다."현진
유현진은 서류를 받은후에 찬찬히 훑어봤다.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내 건 조건은 아주 훌륭했다.광고부터 시작해서, 예능, 드라마 등등. 배우자신의 기량에 따라서 업무를 주고 일감이 없어서 걱정할 일은 없는것 같았다. 설사 초기에 일감을 못 받을때도 월급은 꼬박꼬박 지급한다고 적혀있었다.그래, 고정 월급이 있을뿐만아니라 보험까지 들어준다고 적혀있었다.배역을 맡을 경우 보수는 5:5 비율로 나누고 더욱더 유명해진다면 다시 계약서를 쓰는것도 가능했다. 자신이 받는 몫을 점점 더 많게 가져갈수 있는다는 의미였다.유현진은 비록 한번도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연극과를 졸업했었기에 그녀의 동창들도 적잖게 이 업계에 뛰어들다보니 주위에서 엔터 회사에 대해 주워들은게 있었다.신인이 회사와 계약을 체결할때 아주 높은 확률로 속을수 있다고 들었다.어떤 회사는 계약을 체결한뒤에 전혀 일감을 주지않을뿐만아니라 음식과 살곳도 제공하지 않아서 생계가 위험해지는 일도 다분했다.그래서 다른 작은 배역을 맡아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하면 회사에선 이런것들이 모두 이미지 소모를 가속화하기에 만약 잘됐을때 누군가가 이 흑역사들을 끄집어내면 어떡할거냐고 겁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게다가 만약 회사 몰래 일을 하다가 걸리면 회사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수 있는 여지를 주는 꼴이라 들킨다면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건 억 소리나는 위약금뿐일것이였다.몇년간 이런 사기를 당한 배우들은 결코 적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 배우들은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계약 위반으로 인해 억 소리나는 위약금을 떠안았다. 만약 운이 좋아서 다른 회사에 캐스팅돼서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면 그나마 낫지만 그게 아니면 영원히 출세와는 닿지 못할 것이였다.유현진은 자세하게 위약조항을 훑어봤다.브랜드 뉴 엔터테인먼트는 배우들은 직접 일감을 따내는건 배척하지 않았다. 회사쪽의 일에만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따낸 배역은 회사에사 20%만 가져간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촬영이 서로 겹쳐서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제가 착각했네요.""쟤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현진씨 잘못 아니예요."송민준은 멈칫 했다."그럼 계약서에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유현진은 답했다."첫번째, 저는 리얼리티 쇼에는 나가지 않을거예요. 두번째, 전에 매니저를 한 명 고용했었는데 그래도 이 업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 가능하다면 그 사람을 매니저로 두고싶어요.""네, 문제없어요. 조금 이따가 매니저 이력서를 보내주세요, 제가 알아서 배정해드릴게요. 그리고 리얼리티 쇼는 원래도 참가시킬 생각은 없었어요."배우는 저마다의 신비감이 있어야지 리얼리티 쇼에 너무많이 참석하면 배우의 수명이 엄청 빨리 줄어들기에 돈을 벌수는 있어도 추천은 안 하는 방법이였다.누워도 돈이 들어오는데 뛰어다니면서 돈 버는걸 누가 할까?유현진의 연기실력과 외모는 조연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이였다.유현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그럼 다른건 없어요."송민준은 이에 얼굴에 미소를 띄며"그럼 여기에 싸인하시죠."싸인을 마치고 유현진을 배웅하려던 찰나 송민준이 입을 열었다."현진씨, 주말에 시간 되나요?"유현진은 답했다."송 대표님, 어떤 일인지 먼저 알수 있을까요?"어떤 일인가에 따라 그녀의 답은 바뀔것이였다.송민준은 웃으며 말했다."저희 아버지께서 이전에 자선사업 연회에서 딸을 구해준것에 대해서 보답하고 싶다고 집에 와서 한끼 식사 하는것이 어떠냐고 물으셨어요.""아버님 뜻은 정말 감사하지만 전에 송씨 가문에서 전해주신 차도 받았고 사람 구한 정은 이미 애저녁에 다 갚으신것 같아요. 굳이 가서 한끼 식사 얻어먹는건 제가 죄송하네요."송민준은 이에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거봐요, 제가 말했죠, 안 올거라고? 어른들과 밥 먹는게 얼마나 불편한 자린데요. 굳이 저보고 물어봐달라고 하시더니, 생각 접으셨죠?"유현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전화 저편에선 중후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 조급함이 묻어있었다."그건 너가
유현진은 오후에 연기하러 가야돼서 둘째 날이 되어서야 보육원에 들렀다. 원장에게서 하현주가 복사한 진찰 기록을 전해 받았다.하현주는 그녀를 낳은후에 산후 우울증에 걸렸었다.병세가 심할때도 약할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었기에 그녀와 함께 병원을 들르며 그녀의 우울증을 점차 치료해갔다.그뒤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하현주와 유상수의 결혼생활에선 중요한 역할을 해주던 윤활제가 사라진 탓에 남은건 끝나지 않는 다툼뿐이였다.하현주의 병세는 계속 왔다갔다 했고 제일 심각했던 한 번은 그녀가 하교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하현주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계속 소리쳤었던 일이였다.유현진은 당시에 엄청 놀래서 큰 소리로 "엄마" 라고 부르자 그제서야 하현주는 제정신으로 돌아왔었다.그 후 병원신세를 반년동안 지면서 상태는 점점 호전되였었다.유현진은 진찰 기록을 살펴봤다, 우에는 하현주의 언제 병원을 갔고 언제 약을 처방받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그녀의 병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뒤 2년동안이 제일 심각했었다, 그뒤론 점점 더 나아졌었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땐 이미 약물을 복용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든 후였다.유현진은 최근의 진찰 기록을 찾아봤다.최근 진찰 기록은 차 사고로부터 5개월이나 차이가 났었다.그때의 진찰 기록에서의 하현주의 상태는 이미 정상이였다, 의사는 이미 우울증약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적혀있었다.유현진은 인상을 찌푸렸다.유현진의 항 우울증약은 모두 병원에서 처방한 약들이였다. 처방약이기 때문에 무조건 의사가 처방해야만 가질수 있는 약들이였다.만약 차 사고가 나기전 5달전부터 약을 끊었다면 차에서 발견된 항 우울증약은 또 뭐였을까?그녀는 눈을 감고 그때의 상황을 회억했다.그녀는 당시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하현주가 누구랑 대화를 나눴는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말투를 보아하면 평소랑 다를바가 없는 정상적인 상태였다.그리고 사고가 발생할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었다,
이에 촬영 스튜디오 직원들은 어쩔수 없이 차미주를 보냈다. 결과는 뻔했다, 송민영은 차미주를 보자마자 심술을 부렸다.일부러 진흙에 신발을 넣은후에 차미주보고 신을 닦게 한것도 모자라 깨끗하게 닦자마자 그녀는 반대쪽도 진흙에 담구는게 아닌가. 이렇게 세번을 반복한후에 태연하게 한마디를 내밷었다."어우, 닦을수록 점점 더 더러워지네. 역겨워서 안되겠어, 다른 신발을 가져와 ."그리고는 그 두짝은 던져버렸다.차미주도 이를 당하고는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니였다. 그녀는 바로 자신이 닦아냈던 진흙을 송민영 얼굴에 던졌다, 현장은 삽시에 소란스러워졌다.대표는 차미주한테 쌍욕을 퍼부은후 집으로 돌려보냈다.유현진은 듣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너네 대표가 다짜고짜 널 돌려보냈다고?"차미주는 화장실에서 나오며 이를 악물었다."송민영 그 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 되잖아? 이세윤 그 사람 그 년이랑 계약하려고 뭔 짓이나 다 하는 중이야, 그 사람 눈에 옳고 그른게 중요할리가 있나."말하면서 깨끗하게 씻은 자신의 손을 다시 한번 맡았다. 뭔가 손에선 아직도 그 년의 더러운 냄새가 풍기는것 같아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송민영 그 쌍년이. 연기도 못하면서 옆에서 계속 지원해주니까 뜬 주제에 너무 깝쳐."차미주는 화가 아직도 나는듯 했다."쌍년이, 너랑 내가 사이가 좋은걸 알고 일부러 훼방놓는거 정말 꼴보기 싫네."유현진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조금 지난후 입을 열었다."그리 오래 못 갈거야."차미주는 곁에 와 앉으며 말했다."현진아, 우리 딴데로 이사갈까?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계속 쏘파에서 자면 허리에도 안 좋아. 내가 오늘 알아봤는데 투 룸이 딸린 집이 하나 있더라, 너만 동의하면 시간 내서 부동산 한 번 가볼래? 그때 되면 나도 그쪽으로 옮길게.""나도 생각해봤는데, 여기 동네가 일하는데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것 같아. 그리고 차 주차할데도 마땅치 않고 보증금도 만만치 않고. 그냥 집 한 채 살까?"그녀는 이혼 서류에 싸인한 그날에 바
은서하는 송가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한현진과 가깝게 지내다 또다시 송가람에게 당할까 두렵지는 않은 걸까?한현진은 도무지 이 어린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시연은 그런 은서하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은서하와 인사를 나누었다. “서하 씨, 외할머니도 아직 퇴원하지 않으셨을 텐데 오늘은 어떻게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거예요?”은서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 비꼬며 말했다. “진작 회사에서 먹어야 했어요. 도시락도 매일 구정물 같은 것만 싸 오던데 식욕이 있겠어요? 서하 씨. 구내식당은 직원 할인도 있잖아요. 매달 6만 원만 내면 돼요. 그 정도 돈도 없는 건 아니겠죠. 그 도시락, 서하 씨는 괜찮을지 몰라도 전 이제 못 봐주겠어요.”그 말에 은서하의 얼굴이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젓가락을 꽉 움켜쥐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이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안규리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구내식당을 이용하든 도시락을 싸든 그건 다른 사람 마음이에요. 6만 원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게 뭐 그리 고상한 일 같아요?”안규리라고 불린 사람은 송가람 옆에 앉아 있었다. 한현진도 전에 본 적 있는 재무팀 직원이었다. 안규리가 눈썹을 씰룩였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게 고상하다는 얘기는 전 한 적 없어요. 하지만 매일 죽 같은 도시락을 싸 와 식당에서 데워 먹는 모습은 사실 저희 식욕을 떨어뜨리거든요. 다들 안 그래도 일하느라 힘든데 밥 먹을 때도 이렇게 입맛이 떨어져서야 저희더러 어떻게 살라는 거죠?”주현도 안규리의 말을 거들었다. “서하 씨도 돈이 없어 보이지는 않던데요. 전에 한 대표님이 옷 선물을 하셨을 때도 제일 비싼 옷을 가져갔잖아요. 딱 봐도 그런 걸 처음 본 사람은 아니잖아요. 보자마자 제일 좋은 거로 가져갔는데.”“200만 원이 넘는 옷을 입는 사람이 식비 6만 원을 아낀다고요?”“그게 어떻게 같아요? 몇백만 원짜리 옷은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잖아요
한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선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황씨 아주머니의 월급 인상에 관해 상의했다. 강한서와 강민서가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혁이 한현진을 데리러 도착했다. 별장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현진은 순간 길가에서 누군가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어쩐지 눈에 익은 인영이었다. 한현진이 탄 차가 그 사람과 가까워져서야 한현진은 그 사람이 은서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현진은 다급히 주혁에게 차를 세우라고 말하고는 차창을 내려 은서하를 불렀다. “서하 씨!”고개를 돌린 은서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이 여긴 어떻게...?”“저 이 근처에 살아요.”한현진이 물었다. “그러는 서하 씨는 여긴 어쩐 일이에요?”이 근처엔 별장을 제외하면 길가에 오가는 차가 전부였다. 사람의 그림자조차 흔하지 않은 길이었다. 은서하가 말했다. “집이 이 근처라서요.”한현진이 놀라며 말했다. “이 근처에 사신다고요?”은서하가 꿋꿋이 거짓말을 이어갔다. “네. 오늘 늦잠을 잤더니 택시가 안 잡혀서요.”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은서하를 살펴보더니 몇 초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일단 타요. 타서 얘기해요.”은서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종종 달려와 한현진 반대편의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은서하는 그제야 차에는 한현진과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평범한 외모의 젊은 청년도 함께인 것을 발견했다. 한현진이 소개하며 말했다. “여긴 원율 씨. 제 개인 비서예요.”은서하가 원율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안전벨트를 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꼭 끌어안고 공손한 자세로 한현진 옆에 앉아 있었다. 차가 출발하자 한현진이 질문을 이어갔다. “여긴 회사와 거리도 있는데 평소 출퇴근 시간이 꽤 걸리지 않아요?”은서하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외할머니 치료 때문에 집을 팔았어요. 하지만 회사 근처엔 월세가 높아서 어쩔 수 없이 먼 곳으로 옮겼어요. 평소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어젯밤엔... 일이 조
한현진이 거울을 보며 옷을 정리했다. “이름이 뭐야?”“문채영.”“꽃부리 영?”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영리할 영.”“특이한 이름이네.”한현진이 멈칫했다. “너 전에 오빠가 맞선을 싫어한다고 하더니 그 여자를 못 잊어서 그런 거였어?”강한서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그럼 두 사람은 왜 안 만났던 건데?”강한서가 말했다. “자세한 건 네 오빠만 알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건 고등학교 시절 누나 이모가 누나 아버지를 횡령, 뇌물수수 그리고 사생활이 문란한 문제를 신고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연루되어 누나 아버지는 형량을 꽤 많이 받았어. 누나 어머니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시고 실성하신 분처럼 구셨어. 그렇게 문씨 가문은 나락으로 떨어진 거야. 그때 누나는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었어.”“우리 수능이 끝나자 누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로 갔어.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결혼했지. 남편은 부자인 교포였어. 귀국해서 결혼식을 올린 거라 민준이도 일부러 M국에서 돌아왔어. 결혼식이 끝나고 누나는 남편과 함께 해외로 갔어. 그 후로 우리는 연락이 뜸해졌고. 그리고 2년 전, 누나가 이혼하고 나서야 다시 연락하기 시작한 거야.”한현진이 물었다. “넌 그 여자와 오빠를 이어주고 싶은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나는 민준이를 만나고 싶어 해. 난 그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것뿐이야. 두 사람이 어떤 사이로 발전할지는 두 사람 일이지.”강한서가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 그 감정이 지금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지. 누나가 이혼 후 2년이 흘렀어. 만약 나라면 그리고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바로 전남편에게 꽃이라도 사 들고 찾아가 이혼을 축하해줄 거야. 그리고 바로 누나를 찾아갔겠지. 하지만 네 오빠는 그저 가만히 있었어. 이혼한 걸 몰랐을 리가 없어.”한현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약 너였다면 넌 출국하기도 전에 잡혔을 거야. 그리고 오빠는 너처럼 멍청하지 않아. 그렇게 창피한 일은
문자를 확인한 강한서는 몸을 일으키며 답장을 했다.[고마워요, 누나도 잘 지내죠?][응, 잘 지내지. 나 내일 귀국하는데 시간 되면 밥이나 먹자.][그래요.][네 와이프 송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딸이라던데, 너랑 민준이는 형님 동생 하면서 지내는 거야? 어떻게 지낼만해?]송민준의 상황을 묻기 위해 연락했다는 걸 알아챈 강한서가 바로 답장을 보내주었다.[괜찮긴 한데 너무 동생 바보라서 나 별로 안 좋아해요. 누나도 송민준 못 본 지 오래됐죠? 내일 같이 나갈게요.][그래, 안 바쁘면 민준이 여자친구도 같이 불러.]강한서는 문채영이 떠보기 위해 하는 말인 걸 알았지만 모른 척 대꾸했다.[송민준 여자친구 없어요, 솔로에요.]그 말에 적잖이 놀란 건지 글자뿐인 문자에서도 문채영의 놀라움이 전해져왔다.[진짜?][누나도 송민준 성격 알잖아요. 얼마나 사람 짜증 나게 하는데, 그렇게 쓸데없는 말 많이 하는 사람이 여자친구를 사귈 리가 없잖아요.]그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내온 문채영은 곧바로 한마디 더 보탰다.[너도 와이프 데려와, 선물 준비했으니까.][네.]이튿날 아침, 강한서는 머리를 말리고 있는 한현진 곁으로 다가가 어젯밤 문채영과 했던 말을 전했다.“내가 아는 사람이야?”그 말에 강한서가 고개를 젓자 한현진은 또 물었다.“남자야 여자야?”“여자.”그 말에 한현진이 잠시 멈칫하자 강한서가 한마디 더 보탰다.“네 새언니가 될뻔한 여자야.”“우리 오빠 첫사랑?”깜짝 놀라며 묻는 한현진에 강한서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송민준이 혼자 좋아했어. 그때 같이 다니던 애들은 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갑자기 말을 멈추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다급히 그를 재촉했다.“왜 갑자기 여기서 말을 끊어, 그런데 뭐?”강한서는 그런 한현진의 볼을 귀엽다는 듯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나처럼 원하는 여자를 쟁취하진 못한 거지. 그런 쪽으론 영 능력이 없어.”“우
신미정은 결혼을 재촉했지만 할머니는 결혼은 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찾는 거라고 마음에 들고 잘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결혼 상대를 물색하던 중 한현진의 강한서의 눈에 들게 된 것이다.교통사고까지 다 해서 고작 네 번 본 사이었고 말 한번 섞어본 적도 없어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한현진이 마음에 들었다.강한서도 마침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 시간 낭비 같았는데 한현진도 저런 늙은이한테 시집가는 건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날 교통사고도 실수이기는 하지만 한현진의 엄마가 간민혜를 차로 쳐서 죽인 건 맞기에 주강운이 갑자기 한현진한테 무슨 짓을 하기라도 할까 봐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다.어쨌든 주강운한테 고모가 간민혜를 만나려고 해서 그녀를 데리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고 해명한 건 자신이었기에 강한서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현진을 데리고 있고 싶었다.그렇게 자신을 설득한 강한서는 이틀 뒤 바로 한현진에 연락해 그녀와 맞선자리를 가졌다.맞선자리에서 한현진은 강한서를 알아본 듯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기에 강한서도 굳이 그 일을 꺼내진 않았다.한현진은 이 맞선자리가 유상수가 꾸며낸 자리인 줄로만 알고 혹시라도 실수할까 싶어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었지만 사실 유상수는 꿈만 꿀 뿐이지 그럴 능력이 못 되는 사람이었다.선 자리를 끝내고 본가로 돌아간 강한서는 바로 한현진의 자료를 건네주며 결혼 의사를 밝혔지만 유씨 집안을 조사해본 할머니는 바로 반대부터 했다.유씨 집안의 지위보다 아내가 아픈데도 들여다보지 않고 비서랑만 붙어있는 유상수의 사람 됨됨이가 별로라서 그의 딸도 비슷할 거라 생각해 거절한 걸 알아챈 강한서는 평소에는 그렇게 말을 아꼈으면서 이번에는 웬일로 한현진을 감싸기 시작했다.그녀가 친구를 도와 나서던 일과 그녀의 지금 상황까지 다 말한 강한서는 한현진이 아니면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한 뒤 집을 나섰다.그 말에 답답해
침대에서는 늘 신사다웠던 강한서였기에 한현진은 하면서도 아픈 적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래서 당연히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그저 간간이 색다른 그의 모습을 바랐던 적은 있었다.사실 별로 감출 것도 없는 일이지만 갑자기 물어오는 강한서에 부끄러워진 한현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말했다.“잠이나 자!”그에 웃음을 흘리던 강한서는 한현진을 이불과 함께 끌어와 제 품에 안더니 낮은 목소리로 놀리기 시작했다.“얘기마저 하고 자. 앞으로 어떻게 널 만족시켜야 하는지는 알려줘야지.”“현진아, 현진아.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라니까?”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어떻게 하면 만족할지를 자세하게 말하라니, 한현진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강한서는 그렇게 한현진을 한참 놀리다가 자리에 제대로 누우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나 오늘 내가 부계정으로 올렸던 피드들 다시 봤는데 진짜 너무 유치하더라, 전에는 내가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너 원래 유치하잖아, 닉네임만 봐도 알리지 않아?”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한현진에 강한서가 웃어 보였다.“그 이름 내가 지은 거 아니야.”사실 그 계정은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해서 만든 거였다.그때 한성 그룹에서 개발 중인 신제품에 대해 말이 좀 많았었는데 영향력이 좀 있는 사람들까지 그간의 데이터들을 언급하며 한성에는 그 정도 기술이 없다고, 전부 허위 홍보일 뿐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서 그걸 반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정이었다.그 신제품이 진짠지 가짠지 누구보다 잘 아는 강한서는 화가 나서 자신의 본 계정으로 반박문을 내려고 했지만 본 계정으로 낸 입장문이라면 큰 효과가 없을 거라던 한성우의 말에 설득당해 ‘다이아몬드 수저의 일상’이라는 계정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한성우의 말대로 부계정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니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받아들였고 덕분에 팔로워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자신의 화려한 배경이 사라지니 허구한 날 걸고넘어지던 사람들도
한현진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딱딱하게 물었다.“말해 빨리, 나 잘 거니까.”“네가 싫다고 해도 내가 강제로 몰아붙이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하다가 네가 진짜로 하기 싫어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내가 구별할 수 있을까? 네가 진짜 싫은 건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지 잘 몰라서 실수하면 어떡해?”“잘 나가다가 내가 갑자기 왜 화를 내겠어?”“지금도 갑자기 화내잖아, 아까는 막 나 유혹하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화내는 게 한두 번이야?”그 말을 들은 한현진은 돌아누워 강한서와 눈을 맞추며 따지기 시작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이유도 없이 자꾸 화만 낸다 그거야?”“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네가 진짜 하기 싫은 건데 내가 그걸 못 알아보고 계속하다가 너 다치게 할까 봐 그러지.”“진짜 싫으면 내가 너 물 거니까 그딴 걱정 할 필요 없어.”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강한서는 언제 풀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자유로워진 손으로 한현진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현진이 그걸 왜 혼자 풀어냈냐고 따지기도 전에 혀를 입속으로 밀어 넣으며 치열을 고르게 훑고 지나가는 강한서에 한현진의 몸은 빠르게 나른해졌다.강한서가 입을 뗐을 때 한현진의 얼굴과 입술은 이미 빨개져 있었고 그녀는 가만히 누운 채 숨만 내뱉으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한현진 위에 올라타 있었던 강한서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바라보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안 깨물었네.”한현진이 그 말의 뜻의 완전히 깨닫기도 전에 강한서는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시간을 얼추 계산해보니 3달은 넘은 것 같아 사실상 관계를 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기에 한현진은 쥐고 있던 강한서의 머리채를 놓아주고 몸에 힘을 뺐다.그렇게 키스를 이어나가던 강한서는 한참 만에 한현진을 놓아주더니 그대로 이불을 덮어주고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자자 이제.”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천장만 바라보던 한현진은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피드가 하나 떠올랐다.
강한서는 영문은 몰랐지만 그래도 한현진에게 벨트를 건네주었다.“뒤돌아서 손 등 뒤로 보내.”강한서는 한현진이 뭘 할지 알았지만 그래도 고분고분하게 뒤로 돌고는 손을 등 뒤로 교차시켰다.오래전에 배웠던 로프 묶는 방법을 오늘에서야 쓰게 되니 기뻤는지 한현진은 잔뜩 흥분한 채로 강한서의 손목을 묶었다.“이제 뒤 돌아도 돼.”한현진의 말에 따라 뒤로 돈 강한서는 손이 묶인 채로 그녀 앞에 꿇어앉았다.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넘겨두었는데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니 머리카락도 앞으로 툭 하고 떨어져나와 그의 반쪽 얼굴을 가려버렸다.얼굴 앞에 드리운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한현진의 심장은 다시금 두근대기 시작했다.이제 보니 여자들이 정장을 입은 남자가 꿇어앉아 있는데 환장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맘에 들어?”낮은 목소리로 누구 하나 홀리려고 작정한 듯이 말하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귀를 붉힌 채 말했다.“응, 맘에 들어.”“강운 그룹 사모님이 이런 취향인 줄은 몰랐는데, 진작에 나 이렇게 묶어 놓고 싶었겠네?”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강한서에 한현진은 헛기침을 하며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그건 아니고. 난 네가 날 이렇게 대해주길 더 원했어.”오랜 시간 동안 부부로 살아온 좋은 점이라 하면 아마도 서로에게 더 뻔뻔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그래서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해도 부끄러움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강한서는 가만히 꿇어앉아 제 아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나는 내가 싫다고 해도 네가 억지로 하는 걸 더 좋아해. 그리고 다 한 다음에 침대에 꿇어앉아서 나한테 용서를 비는 게 보고 싶었어. 내 취향은 그런 거라서.”한현진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강한서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그럼 전에 우리가 싸울 때 내가 화나서 입 맞췄을 때는 왜 나 때린 거야? 그날도 내가 억지로 너 몰아세우고 하려고 했었잖아, 좋아한다면서 그때는 왜 나 죽이겠다고 그런 건데?”“진짜
송가람은 생각했다. ‘오빠는 그날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 나를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거야. 게다가 내가 오빠 외숙모 때문에 다치기까지 했으니 분명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렇게 간단한 문자에도 오래 고민하는 거겠지.’강한서가 대화창을 보며 물었다. “뭐라고 답장한 거야?”한현진이 불퉁한 말투로 말했다. “이래도 안 돼, 저래도 안 되라고 하니까 어쩌겠어. 어떻게 답장하면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모르겠다고 했지.”한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가람에게서 답장이 왔다. [한서 오빠, 사실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은 저희 엄마가 너무 하셨어요. 오빠가 그렇게 대답한 것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는 거 알아요. 저 오빠 원망 안 해요.]눈을 마주친 강한서와 한현진 두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넘어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 열띤 토론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한현진이 문자를 보냈다. [몸은 어때. 삼촌 일은, 내가 미안해.]송가람은 다시 한 번 그동안 강한서가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얼른 답장을 보냈다. [전 괜찮아요, 오빠. 네가 멋대로 결정했다고 오빠가 널 미워하지만 않는다면요.]한현진: [치료 잘 받아.]송가람이 얌전함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오빠, 생일 파티할 거예요?]한현진: [아니.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그 말에 송가람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느 사실 강한서가 조금 보고 싶었다. 고백 멘트를 작성하던 송가람은 서해금의 충고를 떠올리고 문자를 삭제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한현진을 회사에서 쫓아낼 때까지만.’송가람이 여전히 문자를 작성하고 있던 그 시점에 상대방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현진 씨에게 들으니까 요즘 회사에서 대회 준비가 한창이라던데. 요즘 바빠?]송가람: [네. 조향 대회가 있어서요. 지금 한창 참가자 신청을 받고 있어요.]한현진: [네가 대회에서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