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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인생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2052 챕터

제171화

다음 날 아침.일곱 시가 채 되기 전에 두 대의 차량이 태운 별장 앞에 당도했다.최신형 포르쉐에 탄 사람은 다름 아닌 임호진 임청, 감미연, 고수아였다. 임호진은 다친 팔이 아직 채 낫지 않았기에 임청이 운전대를 잡았다.그리고 뒤에는 관을 실은 트럭이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임호진은 너무 흥분한 탓에 어젯밤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서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다.임건우가 죽은 마당에 관을 들고 우나영을 찾아가 한바탕 수모를 퍼부어줄 생각을 하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때보다 더 짜릿한 느낌이었다.사실 저번에 슈퍼모델과 뜨거운 밤을 준비했다가 밤새 실패한 뒤로 약간의 트라우마가 남은 임호진이었다.최근에도 시도를 해보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뒷좌석에 앉은 두 여자들은 뭐가 그렇게 기분 좋은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우나영 그 여자 전에는 집안에서 온갖 잘난 척을 다 하더니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겠죠?”“그러니까요. 식물인간이 되었으면 가만히 누워서 죽을 날이나 기다리면 되지 굳이 깨어나서 이 야단법석이네요. 남편 죽고 아들까지 죽었는데 차라리 따라서 죽는 게 더 속 편하죠. 하늘나라에서 가족 상봉이라도 하게.”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별장 관리인이 그들의 차를 막아나섰다.차 문을 내린 임청이 기고만장하게 말했다.“저는 임씨 그룹 2세 임청이에요. 안에 들어가야겠으니까 당장 문 열어요.”하지만 관리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주인의 허락 없이는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들어가시려거든 집 주인분께 허락을 받고 오세요.”결국 임호진이 같은 주택단지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가구 선물하러 왔다고 설명해서야 그들은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임건우의 태운 별장은 주택단지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임호진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흥분을 금치 못했다.“임호진, 도착했어. 벨 누르고 들어갈까?”임청의 질문에 임호진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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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두 명의 무인이 트럭에서 원목 관을 들어 바닥에 내팽개치듯 내려놓았다. 그 바람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악!”아무리 실력자인 유화라도 관을 보자 새된 비명을 질렀다.선물로 관을 준비하는 건 누가 봐도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우나영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임호진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어때요? 선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이거 특별히 장인에게 부탁해서 원목으로 특별제작한 거예요. 건우 형 건강했는데 이렇게 돼서 정말 안타깝네요. 유씨 가문에서 머슴 취급을 당하면서 정작 마누라랑은 합방 한번 못해보고 좁은 다락방에서 살다가 갔잖아요. 생전에 그 고생을 해서 관 살 돈도 없을 것 같아서 제가 대신 제작해 왔지 뭐예요. 큰어머니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우나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임호진, 이 나쁜 자식아! 방에서 잘만 자고 내 아들을 왜 죽었다고 저주하는 거야!”고수아까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형님, 정말 모르고 계셨나 보네요. 건우 사고로 죽었어요. 뉴스까지 났는데 어떻게 엄마로서 그것도 모르셨어요?”순간 우나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이들이 장난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건우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지만 분명히 어제 잔다고 방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던 그녀였다.정신을 번쩍 차린 유화가 다급히 말했다.“방에 가서 확인해 볼게요.”잠시 후, 유화가 불안한 얼굴로 돌아왔다.“방에는 없어요. 지하실에도 없고. 집안을 다 뒤졌는데 못 찾았어요.”우나영도 덩달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어젯밤에 몰래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걸까?주차장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차는 보이지 않았다.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우나영은 섬뜩한 모양을 한 관에 눈길이 갔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이제 믿겠어요?”감미연은 건방진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우나영을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러게 내가 진작 그랬잖아. 당신은 존재 자체가 재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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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손에 샌드위치 주머니를 든 임건우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아침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마침 샌드위치 가게가 보여서 사 들고 오는 길이었다.그런데 돌아와 보니 대문은 뜯겨져 있고 커다란 관 하나가 마당에 버티고 있을 줄이야!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눈빛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누군가가 자신의 관을 가져왔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었다.“아들!”우나영은 한걸음에 달려가서 아들을 품에 안았다.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조금 전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그녀는 다시는 친족을 잃은 아픔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저 멀쩡하게 여기 있잖아요? 매일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 준비를 하는 게 힘드실 것 같아서 아침을 사 왔어요.”임건우가 웃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임호진 일행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공포가 서렸다.“이럴 수가! 이건 꿈일 거야!”“너 죽었잖아? 네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어?”이성을 잃은 임호진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내가 죽어?”임건우는 우나영의 품에서 나와 임호진에게 다가갔다.마당에 덩그러니 놓인 관을 지날 때, 그는 손가락으로 관을 쓰다듬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임청을 비롯한 여자들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며칠 전, 손바닥으로 탁자 하나를 산산조각내던 임건우의 충격적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일반인인 그들이 그런 위력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유화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이 인간들, 아침부터 찾아와서 문을 부수고 마당에 관을 내려놓지 뭐야!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면서!”“그런 일이 있었어?”임건우는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임호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저번 일이 있은 뒤로 좀 얌전해지나 했더니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덤비네?”감미연은 다급히 달려와서 아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임건우, 허튼짓하지 마. 우린 그냥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도 가족이라고 관을 가져온 거야. 오해였다는 게 밝혀졌으니 이제 그만 가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임호진을 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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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일을 마무리한 유화는 손을 털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오빠, 끝났어.”반면 우나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임건우에게 말했다.“건우야, 저러다 숨 막혀 죽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가벼운 응징 정도로 끝내. 정말 사람이라도 죽으면 큰일이야.”임건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그는 손가락으로 관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구멍을 뚫었다.“유화 너는 어머니 좀 돌봐줘. 나는 이 관짝을 돌려보내야겠으니까.”우나영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건우야, 나랑 같이 가.”유화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그… 그래요. 일단 아침부터 먹고 출발해도 늦지 않아요!”임씨 가문 저택.벤츠 한대가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임국과 가문 경호원들은 조심스럽게 임원중을 부축해서 차에서 내렸다.임원중은 중풍을 맞아 몸에 마비가 온 뒤로 홀로 일어서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다. 원래 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간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퇴원을 고집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안으로 들어간 임원중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미연이랑 수아 어디 갔어? 내가 오늘 퇴원하는데 며느리라는 것들이 나와 보지도 않아? 내가 병신이 됐다고 무시하는 거야?”임국은 다급히 노인을 달랬다.“아버지, 그런 거 아니에요.”“그런 거 아니면 뭔데?”“어젯밤에 건우가 사고로 죽었거든요. 호진이가 관을 하나 제작해서 그 집에 배달한다고 갔어요. 집사람이랑 제수씨도 따라갔고요.”“뭐라고?”임원중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슬픔은 전혀 찾아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노인네가 웃음을 터뜨렸다.“잘됐네. 잘 죽었어! 그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드디어 죽었네. 그놈은 세상에 살아 있어 봐야 우리 가문 얼굴에 먹칠할 뿐이야. 그런 무능한 놈은 빨리 죽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우나영 그년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숨이 붙어 있어?”임국이 식은땀을 훔치며 대답했다.“아직 살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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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그 시각 임봉은 아침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사무실에 돌아온 그는 관을 들고 우나영의 집을 방문했을 아내와 아들을 떠올렸다.그는 형수인 우나영을 극도로 증오했다.임우진이 살아 있을 때, 우나영은 임씨 그룹 재무팀을 꽉 잡고 있었다. 임봉은 그녀의 밑에서 일했는데 어찌나 깐깐한지 회사 장부에 손대기조차 어려웠다.매번 뒤에서 무슨 짓을 했다가 들키는 날에는 사람들 앞에서 온갖 꾸중을 들었다. 임봉은 그때마다 수치심을 느꼈고 언젠가는 저 여자를 납치해서 이 수모를 돌려주겠다고 이를 갈았다.오늘 이사회 때문에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는 못내 아쉬웠다.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이 자식이 무슨 일인데 전화를 안 받아? 설마 우나영 그년을 괴롭히느라 전화벨 소리도 못 들은 건가?”이때, 김수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검은색 정장에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요염한 몸짓으로 따뜻한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커피 드세요.”임봉은 커피잔에 손을 가져가는 대신,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호진이가 오늘 관을 제작해서 임건우 그놈 집에 가져갈 거야. 우나영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궁금한데 같이 가볼까?”그러자 김수정도 생긋 미소를 지었다.“우나영이요? 좋죠!”김수정 역시 과거 우나영 눈치를 보며 일하던 직원 중 하나였다. 그녀에게 심한 자격지심을 느꼈던 김수정이었기에 우나영의 처참한 꼴을 볼 거라 생각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두 사람이 기분 좋게 회사를 나서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와! 큰일 났어!”“형님, 무슨 일인데 그래요?”“와보면 알아. 빨리 와!”임국은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는지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하지만 임봉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괜찮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는 둘째 형인 임국을 무능하고 호들갑을 떤다고 속으로 무시했다. 그래서 임우진이 임씨 가문 핏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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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대표님, 임건우는 무인이에요. 그것도 꽤 높은 경지까지 도달했죠. 지금은 화가 아주 많이 나 있을 거라 가면 위험해요. 제가 아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무인이거든요? 그 친구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그래!”김수정은 바로 대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생각을 빠르게 굴렸다. 임건우가 죽지 않았다면 그 약들은 분명 그의 손에 있을 것이니 빼앗아 오면 된다. 여씨 가문으로 가서 물건을 빼앗을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임건우 한 명이라면 상대할만하다고 생각했다.한편, 임씨 가문 저택.사람들이 관을 에워싸고 서 있었다.저택의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정부, 경비실 직원, 심지어 임선미와 그녀의 남편까지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왔다.임선미는 분노에 발을 구르며 우나영에게 따졌다.“우나영, 당신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은 관에 가둬?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야?”우나영은 전 시누이의 불호령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먼저 당신 가족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게 도리 아닌가? 당신 큰오빠와 내가 없었으면 당신이 지금과 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을 것 같아? G사 한정판 원피스에 P사 가방에, K사 액세서리까지! 몸에 걸친 것 만해도 수천만 원이야. 당신 능력으로 이것들을 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 이 모든 건 나와 당신 오빠가 피땀으로 이루어낸 거야! 그리고 당신 열아홉 살 때 게임에서 사귄 친구 만난다고 갔다가 다단계조직에 붙잡힌 적 있었잖아. 그때 누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구해냈지? 당신 오빠 임우진 씨야. 그 사건으로 그 사람 등에 얼마나 많은 칼자국이 났는지 기억이나 해? 당신은 나한테 인간의 도리에 대해 운운할 자격이 없어!”임선미는 우나영의 논리적인 반박에 말문이 막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우나영은 임국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당신, 형제들 중에서 가장 능력이 떨어지고 무른 성격이라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지. 매번 우진 씨가 나타나서 도와줬던 거 기억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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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이게 무슨 상황인가?임봉은 도끼눈을 뜨고 유화를 쏘아보았다.“넌 또 뭐야? 무슨 자격으로 나랑 얘기하는 거지? 당장 꺼지지 못해?”그의 눈에 유화는 그저 예쁘기만 한 평범한 여자였다. 평소였다면 좀 데리고 놀아볼 생각이 들었겠지만 마누라와 아들이 관에 갇힌 상황에서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그는 달려가서 관뚜껑을 힘껏 밀었다.하지만 관뚜껑에 접착제라도 발랐는지 꿈쩍하지 않았다.이미 임건우가 관뚜껑에 대못을 박았기에 쉽게 열릴 리 없었다.“경호원 뭐 해? 다들 뭘 멍때리고 있어? 내가 주는 돈 받고 일하면서 이런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해?”악에 받친 임봉이 연신 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이미 유화에게 호되게 당한 그들이었다.천사 같은 외모에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월 2백만 원 던져주고 일은 호되게 시키는 집주인보다 지금은 목숨이 더 중요했다.임봉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야? 다들 귀가 먹었어? 움직이지 않고 뭐해?”한 경호원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대표님, 저… 사직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어차피 저번 달 급여는 며칠 전에 받았으니…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친 그 경호원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듯 저택을 나섰다.임봉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남은 경호원들마저 사직 의사를 밝히더니 맨 먼저 나갔던 경호원처럼 저택을 나가버렸다.“이런 은혜도 모르는 것들이!”임봉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들이 임건우를 이 정도로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이때 김수정이 대머리에게 눈짓을 했다.대머리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관찰한 결과,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우나영만 금방 초급단계를 달성한 무인이었다. 하지만 그 실력은 형편없어서 한 주먹으로도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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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대머리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함을 질렀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잔뜩 실망한 기색으로 대머리를 쏘아보았다. 오자마자 사람을 무시해서 실력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찮을 수가 있나!유화는 비소를 머금으며 얄밉게 말했다.“내가 누구냐고? 나 건우 오빠 침대나 데워주는 시종이야. 나 같은 시종과도 상대가 안 되면서 뭘 그렇게 잘난척했어? 당장 꺼져!”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던 유화가 갑자기 마녀로 돌변하더니 대머리의 귀뺨을 날려버렸다. 고개가 돌아간 대머리의 입에서 이빨 두 대가 튀어나왔다.대머리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피를 토했다.그는 김수정을 힐끗 바라보고는 잔뜩 기죽어서 도망치듯 자리를 뜨려 했다.“가도 된다는 말은 안 했는데?”느긋한 목소리가 대머리의 뒤통수에서 전해졌다.사람들의 시선이 연못가에서 고기나 감상하던 임건우에게 향했다.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대머리를 노려보고 있었다.어젯밤 차량을 보내 그의 차 뒤꽁무니를 쫓던 자가 이자였다. 그 소동에 차가 다리에서 굴러떨어져서 하마터면 진짜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이대로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하지만 사람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죽일 수도 없었다.대머리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졌어.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임건우는 비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항복으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법이 왜 있어? 어젯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었어? 곱게 돌아가고 싶으면 네가 알아서 내공을 폐해버려!”대머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김수정마저 음침한 표정으로 임건우를 쏘아보았다.무인의 근본이 되는 내공을 폐하라니! 그러면 평생 몸 바쳐 수련한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된다.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대머리는 순간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임씨 저택 대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 대문만 나서면 아무리 유화라도 따라잡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가기엔 이미 늦었지!”임건우는 담담한 말과 함께 손바닥에 기를 끌어모았다.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번개 속성을 지닌 그의 원기가 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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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약재 경매요? 임건우 씨가 잘못 봤겠죠. 저 약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런 곳에 왜 갔겠어요? 약이 필요하면 병원에 가면 되지 뭐 하러 굳이 모르는 약을 찾아다니겠어요?”김 비서는 요행을 바라고 웃으며 발뺌했다.임건우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약은 함부로 먹으면 안 되고 길도 잘못 들면 안 되죠. 현명한 김 비서님이니 다른 사람들보다 보는 안목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길을 잘못 드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말을 마친 그는 임봉에게 시선을 돌렸다.“약속한 날짜까지 며칠 안 남았어요. 생각 잘하시길 바랄게요. 약속한 것을 내놓지 않으면 이 관 뚜껑, 영원히 열 생각하지 마세요.”임건우는 부드럽게 손을 관 뚜껑에 올렸다.그가 손에 조금 힘을 주자 관 뚜껑이 산산이 부서졌다.김수정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 역시 무인이었지만 임건우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스터급의 대머리가 전력을 다해도 이 정도의 파괴력은 안 나올 것이다.어린 나이에 벌써 현자급에 도달한 걸까?임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할 장면에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관에 갇혔던 일행은 뚜껑이 열리자 너도나도 먼저 나오겠다고 허우적거렸다. 이때, 감미연의 절망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아까부터 화장실을 참고 있던 그녀가 드디어 사고를 친 것이다.“세상에!”“이게 뭐예요! 역겨워 죽겠네!”밑에 깔려 있던 인간들이 비명을 질렀다.임건우 일행이 저택을 나서려던 순간, 갑자기 임원중의 눈이 돌아가더니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후… 후!”그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아버지, 왜 그러세요?”“저 놀래키지 마세요, 아버지!”“할아버지…”고개를 돌린 임건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심뇌혈관 질병이 발작을 일으킨 상황. 지금 당장 응급 처치를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유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늘도 노해서 벌을 내린 거죠.”하지만 우나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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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없을 말이었다. 임건우 때문에 목숨을 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분을 참지 못한 유화가 주먹을 쥐고 임원중에게 달려들었지만 임건우가 그녀를 말렸다.그는 침이 묻은 옷을 찢어서 바닥에 버리고 차갑게 말했다.“영감님, 이로써 우리 사이에 남았던 혈육의 정마저 전부 끊어져 버렸네요. 앞으로 임씨 가문과 저는 아무 사이도 아닌 거예요. 10월 5일까지 우리 아버지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저도 가차 없이 당신들의 목을 칠 겁니다.”“어머니, 이제 가요!”“퉤!”임원중이 대노하며 악담을 퍼부었다.“지금 당장 내 목을 쳐봐! 은혜도 모르는 자식! 우리 임씨 가문의 돈은 한 푼도 줄 수 없다! 네가 정말 우리 가문 핏줄이라고 생각하니? 꿈 깨! 넌 내 손자가 아니야! 네 아비가 내 아들이 아니니까! 너희는 그저 근본 없는 버러지들이라고!”“뭐라고요?”그 말에 임건우 모자는 눈을 휘둥그레 떴고 임씨 가문 사람들마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임우진이 임원중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임봉뿐이었다.그 외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우나영은 달려가서 임원중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그게 사실인가요?”겉보기에 한없이 가냘픈 우나영이 임원중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자 감미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니? 임우진은 내 아들이 아니야! 내가 입양한 자식이라고! 내가 먹여주고 입혀주면서 키워주었으니 그 자식이 돈을 벌어서 우리 가문에 효도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 그런데 그걸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가져가겠다는 거지? 꿈 깨!”임국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아버지, 그게 다 사실이에요?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았나요?”“하!”우나영은 약간 넋을 잃은 얼굴로 임원중을 잡았던 손을 내렸다.유화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우진 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당신들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해도 한 번도 인정해 주신 적 없었죠. 당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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