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없을 말이었다. 임건우 때문에 목숨을 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분을 참지 못한 유화가 주먹을 쥐고 임원중에게 달려들었지만 임건우가 그녀를 말렸다.그는 침이 묻은 옷을 찢어서 바닥에 버리고 차갑게 말했다.“영감님, 이로써 우리 사이에 남았던 혈육의 정마저 전부 끊어져 버렸네요. 앞으로 임씨 가문과 저는 아무 사이도 아닌 거예요. 10월 5일까지 우리 아버지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저도 가차 없이 당신들의 목을 칠 겁니다.”“어머니, 이제 가요!”“퉤!”임원중이 대노하며 악담을 퍼부었다.“지금 당장 내 목을 쳐봐! 은혜도 모르는 자식! 우리 임씨 가문의 돈은 한 푼도 줄 수 없다! 네가 정말 우리 가문 핏줄이라고 생각하니? 꿈 깨! 넌 내 손자가 아니야! 네 아비가 내 아들이 아니니까! 너희는 그저 근본 없는 버러지들이라고!”“뭐라고요?”그 말에 임건우 모자는 눈을 휘둥그레 떴고 임씨 가문 사람들마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임우진이 임원중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임봉뿐이었다.그 외의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우나영은 달려가서 임원중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그게 사실인가요?”겉보기에 한없이 가냘픈 우나영이 임원중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자 감미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니? 임우진은 내 아들이 아니야! 내가 입양한 자식이라고! 내가 먹여주고 입혀주면서 키워주었으니 그 자식이 돈을 벌어서 우리 가문에 효도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 그런데 그걸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가져가겠다는 거지? 꿈 깨!”임국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아버지, 그게 다 사실이에요?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았나요?”“하!”우나영은 약간 넋을 잃은 얼굴로 임원중을 잡았던 손을 내렸다.유화는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그래서 그랬던 거군요… 우진 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당신들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해도 한 번도 인정해 주신 적 없었죠. 당신들은
임건우는 그녀를 한참동안 주시했다.그러더니 손을 뻗고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유화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실눈을 뜨고는 자연스레 임건우와 키스하려 했다.그러나 뜻밖에서 임건우는 이렇게 말했다. "날 위로해 주고 기쁘게 해주려고 그러는거 나도 잘 알아. 근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나 별의별 걸 다 겪어본 사람이야. 이 까짓 게 뭐라고.”"임 씨네는 나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어. 오히려 좋은거 아냐? 손 쓰기도 편하고.” "가족이 뒤통수를 친 거야말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거 아냐?"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눈이 마주치자 분위기는 점점 야릇해났고 공기도 뜨거워나더니 유화는 몸을 살짝 앞으로 젖혀 빨간 입술을 내밀었다.하지만 임건우는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더니 힘을 주어 이상하단 듯이 물었다. “뭐하려는거야? 넌 나의 시녀야. 주인을 꼬셔서 여기까지 오르려고?""아, 아파요!""당연히 아파야지."임건우는 웃으면서 그녀를 놓아주고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 케이스를 뜯었다. 방금 돌아오던 길에 산 것이었다. 원래의 핸드폰은 어제 강에 떨어뜨리면서 물에 잠긴지 오래였다.바로 카드를 넣고 전원을 켜자 전화 한 통이 들어왔고 번호를 보니 유가연이었다.임건우는 내심 기뻤다. 이청하가 꾸민 음모로 인해 요즘 유가연은 그를 멀리하고 있었다. 며칠째 임건우의 전화를 받지도 않더니 이젠 좀 마음이 풀렸나보다.그는 재빨리 받았다. “가연아!”들리는거라곤 유가연이 우는 소리였다.임건우는 깜짝 놀랐다. "너 왜 그래, 누가 너 괴롭혔어? 나한테 얘기해. 내가 가서 그대로 갚아줄테니까.”유화는 어정어정 걸어와 그의 등에 엎히여 훔쳐 들었다. 임건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전에 이청하의 목소리때문에 유가연이 한번 질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유화가 또 한번 사고를 치면 유가연이 이혼을 요구할 것 같았다.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의 유막연은 울먹이기만 했다."너 괜찮아? 무슨 일 있어?뉴스 봤는데 네 차가 강에 떨어졌다더라고.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거야?"임건우는 어리
슬리퍼는 당연히 임건우를 마칠수 없었이다.이때 유가연은 2층 계단 입구에서 입을 열었이다."임건우, 올라와."임건우가 올라가려는 참에 심수옥한테 잡혔다. "올라가지 마, 가연아, 너 미쳤어? 넌 어떻게 이 쓰레기더러 너의 방에 들여보내? 소문이 나면 너의 명예에 좋지 않을텐데, 앞으로 시집 갈 수 있겠어?"유가연은 쌀쌀하게 말했다 "엄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이미 시집갔어요. 임건우 바로 내 남편이거든요. 엄마가 이렇게 떠드는 게 오히려 더 창피하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할 거냐구요? 정말 나의 심장에 칼을 찔러야 만족할 거예요?"유가연이 진정 화내는 것을 보고심수옥은 한없이 분개하더라도 임건우을 놓아주며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었다. "내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이냐!"임건우는 그녀한테 눈빛 하나도 주지 않고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사실 임건우는 유가연의 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이다. 다만 지금과는 좀 멀었다. 그러나 방 안의 장식품은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유가연은 임건우한테 달려들었다.열정이 불처럼 타들었다.임건우은 잠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호흡을 맞췄다. 전에 집에서 유화에 휩쓸려 엉망진창이었는데 지금 마침 풀 방법이 생겼다.두 사람은 곧 침대에 쓰러져 짙은 키스를 나누었다.유지연이 슬그머니 윗층으로 와서 방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드려다 보고 있는 것조차 그들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펑-"유가연은 긴장한 나머지 임건우를 발로 걷어찼다.이 행동이 마침 유지연더러 오해하게 했다. 임건우가 언니를 성추행을 한다고 여겨 그녀는 옆에 있는 꽃병으로 임건우을 향해 내리쳤다."펑!"꽃병이 산산쪼각이 되었다.유가연은 어리벙벙한 나머지 큰 소리로 "유지연, 미쳤어?"라며 울부짖었이다.그는 서둘러 임건우의 머리를 보았다.다행히 임건우의 무명공법이 자동으로 몸을 보호하였다.꽃병 하나로는 당연히 그의 머리를 깨뜨릴 수 없었다.하지만 너무너무 불쾌한 것이었다.그는 일어나서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유시 집안 시어머니는 자세가 매우 거만했고, 집 안을 대충 훑어보고는 얕은 경멸과 업신여김을 거들먹 대고 있다. 마치 이곳에 들어오는 것이 심수옥에게 큰 은혜인 것처럼 보였다.심수옥은 뒤에서 이 시어머니를 향해 속으로 몇 번이나 욕하며, 그녀가 들어오자 마자 발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달려가며 말했다.“어머니, 어떻게 말씀도 없이 오셨어요, 앉으세요, 앉으세요!”심수옥은 시어머니를 소파 쪽으로 끌고 가려 했다.시어머니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유여정은 경멸 어린 얼굴로 말했다. “이게 뭐야? 이 더러운 소파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피는, 이게 뭐야? 설마 각혈은 아니겠지? 이런 곳에 앉으면, 없던 병도 생기겠네.”심수옥에 손은 갈 곳을 잃었고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일그러졌다.유가연과 유지연도 얼굴이 창백해졌다.유여정 표정들이 왜들 그래?‘지금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고 하시는 건가’‘이렇게 말을 하면 어쩌라는 거지?’그리고 바로 이때, “철썩” 소리와 나면서, 유여정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누군가에 손에 뺨을 세게 얻어맞고 치아가 흔들릴 정도로 튀어나와 살랑거렸다.“아, 내 라미네이트!”“누구야? 왜 때리고 날 리야!”유여정이 얼굴을 가리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갑작스럽게 뺨을 때린 건 임건우였고,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파에 앉아 냉정하게 말했다.“함부로 입 놀리지 말고. 말이라고 다 똑 같은 말 인 줄 알아 내가 제대로 교육 시켜줘.”이 순간 임건우는 드문 드문 유지연의 지지와 찬양을 받았다.심수옥의 답답한 마음도 조금 나아졌다.“할머니!”유여정이 할머니 에게 도움을 청했다.유시 집안 시어머니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치며 임건우를 쏘아보며. “보자 보자 하니까 임건우, 니가 뭔데? 내 손녀에게 함부로 손찌검을 해? 너한테는 위아래도 없어?” 임건우는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누군가를 윗사람으로 인정할지 말지는 내 마음 이에요. 이 사람이
가연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건우가 말했다.“지난번엔 주 대표님이 내 체면을 봐 주신거야.”창민이 큰 소리로 웃었다.“네 체면을 봐서라고? 너 같이 임씨 집안에서 원하지 않는 자식, 능력도 없는 오랑캐 같은 놈이 체면은 무슨. 지난번 일을 모르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라고 해. 가연이 일부러 모든 공을 너한테 다 돌렸잖아. 주성문이 어떻게 너같이 쓸모없는 인간을 알아보겠어? 분명, 가연이 계약서에 서명한 뒤 네게 공을 돌렸겠지.”가연이 반박했다. “저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요. 지난번 주 대표님이 우리 뜻대로 일을 하게 만든 건 건우예요. 그건 확실해요.”창민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그런 능력이 있지. 예쁘잖아? 주 대표님께서 너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모두들 실패한 일을 네가 성공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이제 걱정 없겠네. 일이 잘 성사되면 류씨 그룹이 너에게 1억을 줄 테니. 자그만치 1억이야! 이게 얼마나 많은 돈인지 생각해 봤어? 세계급 유명 모델도 한 번에 이런 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너는 벌게 될 거야!”가연의 몸이 분노로 인해 떨렸다. 눈에는 눈물이 고일 지경이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구요.”창민이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뭐가 거짓이고 진실인지는 네가 잘 알겠지. 한 번 자는 거나 두 번 자는 거나 똑같은 거 아닌가? 뭘 이렇게 예민하게 굴고 그래?”“이런 젠장!” 건우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그대로 뛰어올라 유창민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내리쳤다.창민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더니 이내 온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너보다 어른인 나를!” 창민이 분노하며 말했다.“똥보다 더러운 입을 가진 인간 쓰레기는 맞아도 싸지.”퍽퍽!“너도 가서 네 와이프한테 몸이나 팔라고 해.”퍽퍽!“또 다시 그런 말을 하면 혀를 뽑아버릴 거야. 못 믿겠으면 어디 해보든가.”분노에 사
“큰아버지, 반값이면 우리 회사는 망하고 말 거예요.”“선금으로 빌려준 돈은 돌아오지도 않아요. 우릴 모조리 죽이고 싶은 거예요?”가연이 눈물을 터뜨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일이었다.건우는 이 일에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새로운 자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아내인 가연을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유씨 할머니는 여전히 냉정한 태도로 말했다. “너희 회사가 망하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니? 난 네가 내 손녀인 걸 생각해서 길을 열어줬다. 네가 첫 번째 일을 잘 성사시키면, 이번 일은 철회할 수도 있어.”가연은 곧바로 할머니가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유씨 할머니는 이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일을 꾸몄다.흥민이 가연을 향해 말했다. “하루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봐. 내일 이 시간까지 아무 말이 없으면, 너희 성남 지사의 새 재료 판매 권한은 영원히 회수되겠지. 잘 판단해야 할 거야.”할 일을 마친 유씨 일행은 서둘러 별장을 떠났다. 마치 여기 더 머무르면 더러운 공기에 감염이라도 될 것처럼.별장을 나서자마자 여정이 아버지 창민을 향해 불평을 토해냈다. “임씨 이 자식! 내가 언젠가는 그놈을 무릎 꿇게 만들고 말거야, 반드시 고통스럽게 만들거라고!”창민 역시 이를 갈며 말했다.“나는 그 놈을 죽이고 말거야.”흥민이 머리를 저었다. “여전히 입이 너무 가벼워. 고작 이런 일에 그런 말을 지껄여? 건우 그 자식은 정신 못 차리고 돌아다니는 새끼야.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물어뜯는다고. 그럼 넌 네 새끼들이랑 멀리 떨어져 지내야 해.”유씨 할머니가 다독이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이번에 로다리그룹 계약서에 서명하면, 내가 너와 네 딸이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테니. 반드시 내가 임씨 그 꼴통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유씨 가족이 별장에서 떠난 후,가연은 소파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을
여씨 가문?건우는 한편으로는 살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이것이 정말 여윤건의 사업이라면, 규칙은 여씨 집안에서 정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건우는 이런 사소한 일로 체면을 구기고 싶어하지 않는 여윤건이 반드시 허락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한결 마음이 놓인 건우가 가연에게 말했다. “안심해.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내가 해결할게.”가연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처리할 건데요? 혹시 주 대표님께 사정이라도 할 생각인가요?”건우는 대답 대신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그냥 지켜보기만 해.”유지연이 무언가 눈치챈 듯 건우를 쳐다보았다. 불현듯 강주 대학교의 최고 퀸카였던 여윤아가 떠올랐던 것이었다. 지연이 건우를 불렀다.“이야기할 게 있는데 잠깐 나와볼래요?”말을 마치자마자 지연이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가연과 수옥은 무슨 일인가 싶어 지연과 건우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별일이었다. ‘지연과 건우가 따로 만나 할 이야기가 대체 뭘까?’건우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연을 따라 나갔다.둘은 한참을 걸어 별장 밖의 오동나무 아래 도착했다.“나한테 할 말이 뭔데? 건우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지연에게서 삼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오늘 지연은 데님 반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매끈하고 하얀 피부며 전체적인 스타일이 정말 아름다웠다.누구든 첫눈에 반할 만한 미모였지만, 하도 오랜 시간 유씨 집안에서 봐온 터라 건우에게는 그저 아내의 친숙한 여동생일 뿐이었다. 살아오면서 지연의 수많은 결점도 봐왔다. 예를 들면, 게으른 것이나 거친 말투 같은 것들 말이었다. 지연은 자신의 엄마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지연이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 해도 건우는 그녀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반면, 가연은 유씨 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성품을 가졌기에 건우는 이를 무척이나 다행으로 여겼다.유지연이 취조하듯 물었다.“너와 여윤아, 도대체 무슨 관계야?”
건우의 말을 들은 지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침내 이런 헛소리까지 지껄이는 건우가 어이없었다. ‘설마 이제 저 인간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린거 아냐?“더군다나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우를 보니 분노 같은 것이 더욱더 치밀어 올랐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설마 네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 이참에 아예 지구도, 우주도 다 구해버리지 뭐하고 있어? 대체 무슨 쓸데없는 상상 속에 빠져 있는 거야?” 지연이 도무지 참을 수 없어 소리를 질렀다. “난 네가 너무 싫어. 우리 언니와 너무 어울리지 않거든. 근데 언니는 너를 죽어라 사랑하지. 엄마랑 나는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말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이제 좀 착실하게 살라구. 우리 언니는 물론이고 우리 집안도 건들지 마. 아무도 다치게 하지 말라고!”“집에서 가정부 역할까지는 허락할게. 하지만 밖에 나가서는 절대로 여윤아와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지연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건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월동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땅의 작은 풀은 언제나 월동나무를 바라만 볼 뿐이지. 평범한 보통 사람이 어찌 큰 인물의 원대한 뜻을 알 수 있겠어?”“유지연, 안 그래?”화간 난 지연이 폭발하려고 할 때, 건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은 건우는 저장된 연락처가 없었다. 화면에 이 지역 번호가 떴다. “여보세요, 누구세요?”상대방이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내 번호도 모르니? 저장 안 했어? 내가 누군지 몰라?”곧이어 상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뜻밖에도 나에게 누구냐고 묻는구나? 설마 진짜 내 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거야?”건우는 상대방이 누군지 곧바로 알아챘다.“여윤아?”“이제 알다니. 나 너무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아. 넌 내 첫 키스를 뺏어간 사람이야. 근데 내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다고? 넌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윤아가 실망한 듯 말했다.불안한 마음에 가슴 졸이며 상
혼돈 나무, 정말 신령한 나무였다.단순히 다른 이들의 무기를 흡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부정적인 힘까지도 흡수할 수 있었다...아니, 혼돈 나무는 단순히 피해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을 대량으로 흡수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버렸다.임건우의 앞에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수많은 자연의 힘이 그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고 혼돈 나무는 끊임없이 그것을 흡수하며 임건우는 투시를 통해 혼돈 나무가 대량의 자연 에너지를 흡수한 후 나무가 급격히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처음에는 겨우 5미터였던 작은 나무가 금세 6미터, 7미터, 10미터, 15미터로 자라기 시작했다!그리고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곳의 자연 에너지가 이렇게 강력하다니 혼돈 나무가 임건우의 자복궁 안에 들어온 지 오라지만 그동안 크게 자라지 않았었는데 지금처럼 기세 좋게 자라날 줄이야.혼돈 나무의 가지에 달려 있던 혼돈 구슬도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마치 혼돈 나무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슛!엽지원은 귀왕의 몸이어서 육체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더 강한 내성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르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급히 임건우의 항마추로 다시 들어갔다.그런데 당자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당자현은 임건우를 힐끗 보며 눈 속에서 애틋한 감정과 함께 약간의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밖으로 튕겨 나간 부영록은 이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이게 뭐야, 만 년 전에 존재했던 자연 신전이라고? 나도 들어가서 내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문도 못 들어가다니! 내가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잖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는 거지? 나도 할 수 있잖아! 당자현보다 못할 리 없잖아!”부영록은 이를 악물고 다시 고전을 향해 돌진했다.하지만 그 순간 강력한 자연의 기운이 부영록을 압도하며 다시 밖으로 튕겨 나갔다.부영록은 공중에서 피를 토하며 땅에 떨어졌다.“어떻게... 가능하지?”부영록은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이
그 중 한 자루의 검은 이미 녹슬어 버렸다.검에 새겨진 부적과 문양은 사라지고 검에서 뿜어져 나오던 영력이 모두 사라졌으며 재료마저 변질되어 더는 빛을 발하지 않았다.마치 평범한 쇠덩어리처럼 보였다.다른 하나는 혈색 긴 검이었다.상태는 조금 더 나았지만, 그 검의 영력과 에너지는 서서히 혼돈 나무로 흡수되고 있었다.두 자루의 검에서 나온 에너지는 혼돈 나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혼돈 나무의 가지에 달린 열여섯 개의 잎은 번쩍이며 초록빛 광채를 내뿜었다.마치 그 자체로 생명을 얻은 것처럼 작은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임건우는 손을 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없어요.”부영록은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칫, 아깝다고 생각해? 내가 네 거 뺏어가겠어?”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짜 없어요.”“흥, 어차피 난 별로 관심 없으니까.”임건우는 말없이 웃어 보였다.그러곤 백옥에게 물었다.“스승님, 우리 연호에 신풍곡이라는 문파가 있나요?”백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들어본 적 없다.”“그럼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아, 그나저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비유궁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영혼이 하나 있어요. 혹시 들어본 적 있나요?”백옥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유궁이라... 나는 알고 있어.”모두 부영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부영록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건 삼국 시대부터 존재한 수련 문파로 당시엔 오대 선문 중 하나로 꼽히며 고수들이 넘쳐났어. 그런데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네.”잠시 생각에 잠긴 부영록은 자연 신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중요한 건 바로 이 자연 신전이야. 지금 우리가 눈앞에서 기회를 맞이했으니 이 신전이 사라지길 지켜볼 건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 한 번 싸워볼 건지 선택해야 해.”모두가 그 절세의 노인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임건우는 입을 열었다.“저 노인은 때때로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고 행동도 이상해
임건우는 당연히 당자현을 탓하지 않았다.오히려 끝없는 마음의 아픔만이 느껴졌다.임건우는 천천히 다가가 당자현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임신한 걸 알면서도 이런 곳에 오다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지금은 무사하지만, 만약 네가 사라지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당자현은 임건우의 얼굴을 감싸며 손끝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자현의 눈은 임건우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가득 채우며 마치 세상에 그저 둘만 있는 것처럼 깊은 눈길을 보냈다.당자현은 감정을 담아 속삭였다.“난 이 삶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 우리의 인연은 아마 다음 생에서야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 찾아와주니까... 이제는 내가 죽어도 아쉬움이 없어.”임건우는 당자현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지.”“맞아, 네 말이 맞아! 자기야...”당자현은 망설임 없이 임건우에게 입맞춤했다.둘의 입술이 닿자 점점 숨이 가빠지고 감정이 고조되었다.백옥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땅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부영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와 나지선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에 이 상황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 당시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임건우가 그녀를 안을 때 그 어떤 감정을 느꼈든 기억이 떠올랐다.부영록은 잠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런 감정은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부영록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려 다른 일을 했다.“이 무기들, 품질이 꽤 괜찮군.”백옥은 시체에 꽂혀 있던 여러 개의 비검을 뽑아들고 세심히 살펴보았다.각각의 검은 마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한 기운을 발산하며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검 위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그것이 마치 작은 진법처럼 보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모든 무기에는 천병각이라고 새겨진 세 글
푹!피가 하늘을 찌르며 쏟아지고 시체가 널브러졌다.신풍곡의 200명 넘는 고수들, 그중에서도 그 최고 지도자인 장문까지 한 방에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신풍곡 장문의 목에는 긴 칼이 꽂혀 있었다.그의 눈은 크게 뜨였고 고통스럽게 한마디를 남겼다.“어떻게... 이런 일이... 안에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하지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순간적으로 생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을 영원히 감았다.그때 임건우와 일행의 마음속에는 큰 충격이 일었다.자연 신전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심지어 부영록까지 눈이 휘둥그레져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 안의 여자가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한 번의 손짓으로 200명이 넘는 고수들을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면 그들이 죽는 것은 단 한 번의 손동작으로 해결될 것이다.임건우가 당자현에게 물었다.“자현아, 그 안에 있는 사람, 대체 누구야?”당자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몰라. 난 이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 백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지.”그들이 말하는 사이 청동 고전의 대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쿵!끽!금속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만으로도 문이 얼마나 오랫동안 닫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청동문에 낀 청록색과 먼지들이 그 문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 이 문이 1만 년을 넘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 무게감과 고대의 느낌이 났다.딸각딸각...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임건우 일행은 모두 뒤로 물러서며 긴장했다.그리고 그들 앞에 등장한 것은 백발에 깊은 주름이 새겨진 할머니였다.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녀의 머리는 엉망이었고 얼굴의 절반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이 시대의 것이 아니었고 전혀 다른 시대의 옷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