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무인이 트럭에서 원목 관을 들어 바닥에 내팽개치듯 내려놓았다. 그 바람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악!”아무리 실력자인 유화라도 관을 보자 새된 비명을 질렀다.선물로 관을 준비하는 건 누가 봐도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우나영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임호진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어때요? 선물은 마음에 드시나요? 이거 특별히 장인에게 부탁해서 원목으로 특별제작한 거예요. 건우 형 건강했는데 이렇게 돼서 정말 안타깝네요. 유씨 가문에서 머슴 취급을 당하면서 정작 마누라랑은 합방 한번 못해보고 좁은 다락방에서 살다가 갔잖아요. 생전에 그 고생을 해서 관 살 돈도 없을 것 같아서 제가 대신 제작해 왔지 뭐예요. 큰어머니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우나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임호진, 이 나쁜 자식아! 방에서 잘만 자고 내 아들을 왜 죽었다고 저주하는 거야!”고수아까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형님, 정말 모르고 계셨나 보네요. 건우 사고로 죽었어요. 뉴스까지 났는데 어떻게 엄마로서 그것도 모르셨어요?”순간 우나영은 가슴이 철렁했다.이들이 장난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건우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지만 분명히 어제 잔다고 방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던 그녀였다.정신을 번쩍 차린 유화가 다급히 말했다.“방에 가서 확인해 볼게요.”잠시 후, 유화가 불안한 얼굴로 돌아왔다.“방에는 없어요. 지하실에도 없고. 집안을 다 뒤졌는데 못 찾았어요.”우나영도 덩달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어젯밤에 몰래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걸까?주차장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차는 보이지 않았다.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우나영은 섬뜩한 모양을 한 관에 눈길이 갔다. 다리에서 힘이 풀리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이제 믿겠어요?”감미연은 건방진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우나영을 내려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그러게 내가 진작 그랬잖아. 당신은 존재 자체가 재수가
손에 샌드위치 주머니를 든 임건우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아침에 운동하러 나갔다가 마침 샌드위치 가게가 보여서 사 들고 오는 길이었다.그런데 돌아와 보니 대문은 뜯겨져 있고 커다란 관 하나가 마당에 버티고 있을 줄이야!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눈빛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누군가가 자신의 관을 가져왔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었다.“아들!”우나영은 한걸음에 달려가서 아들을 품에 안았다.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조금 전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그녀는 다시는 친족을 잃은 아픔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저 멀쩡하게 여기 있잖아요? 매일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 준비를 하는 게 힘드실 것 같아서 아침을 사 왔어요.”임건우가 웃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임호진 일행의 얼굴에는 당황함과 공포가 서렸다.“이럴 수가! 이건 꿈일 거야!”“너 죽었잖아? 네가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어?”이성을 잃은 임호진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내가 죽어?”임건우는 우나영의 품에서 나와 임호진에게 다가갔다.마당에 덩그러니 놓인 관을 지날 때, 그는 손가락으로 관을 쓰다듬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임청을 비롯한 여자들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며칠 전, 손바닥으로 탁자 하나를 산산조각내던 임건우의 충격적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일반인인 그들이 그런 위력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유화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이 인간들, 아침부터 찾아와서 문을 부수고 마당에 관을 내려놓지 뭐야!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면서!”“그런 일이 있었어?”임건우는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임호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저번 일이 있은 뒤로 좀 얌전해지나 했더니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덤비네?”감미연은 다급히 달려와서 아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임건우, 허튼짓하지 마. 우린 그냥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도 가족이라고 관을 가져온 거야. 오해였다는 게 밝혀졌으니 이제 그만 가볼게.”말을 마친 그녀는 임호진을 부축
일을 마무리한 유화는 손을 털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오빠, 끝났어.”반면 우나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임건우에게 말했다.“건우야, 저러다 숨 막혀 죽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가벼운 응징 정도로 끝내. 정말 사람이라도 죽으면 큰일이야.”임건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그는 손가락으로 관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구멍을 뚫었다.“유화 너는 어머니 좀 돌봐줘. 나는 이 관짝을 돌려보내야겠으니까.”우나영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건우야, 나랑 같이 가.”유화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그… 그래요. 일단 아침부터 먹고 출발해도 늦지 않아요!”임씨 가문 저택.벤츠 한대가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임국과 가문 경호원들은 조심스럽게 임원중을 부축해서 차에서 내렸다.임원중은 중풍을 맞아 몸에 마비가 온 뒤로 홀로 일어서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다. 원래 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간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퇴원을 고집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안으로 들어간 임원중은 휠체어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미연이랑 수아 어디 갔어? 내가 오늘 퇴원하는데 며느리라는 것들이 나와 보지도 않아? 내가 병신이 됐다고 무시하는 거야?”임국은 다급히 노인을 달랬다.“아버지, 그런 거 아니에요.”“그런 거 아니면 뭔데?”“어젯밤에 건우가 사고로 죽었거든요. 호진이가 관을 하나 제작해서 그 집에 배달한다고 갔어요. 집사람이랑 제수씨도 따라갔고요.”“뭐라고?”임원중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슬픔은 전혀 찾아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노인네가 웃음을 터뜨렸다.“잘됐네. 잘 죽었어! 그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 드디어 죽었네. 그놈은 세상에 살아 있어 봐야 우리 가문 얼굴에 먹칠할 뿐이야. 그런 무능한 놈은 빨리 죽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우나영 그년은 어떻게 됐어? 아직도 숨이 붙어 있어?”임국이 식은땀을 훔치며 대답했다.“아직 살아 있
그 시각 임봉은 아침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사무실에 돌아온 그는 관을 들고 우나영의 집을 방문했을 아내와 아들을 떠올렸다.그는 형수인 우나영을 극도로 증오했다.임우진이 살아 있을 때, 우나영은 임씨 그룹 재무팀을 꽉 잡고 있었다. 임봉은 그녀의 밑에서 일했는데 어찌나 깐깐한지 회사 장부에 손대기조차 어려웠다.매번 뒤에서 무슨 짓을 했다가 들키는 날에는 사람들 앞에서 온갖 꾸중을 들었다. 임봉은 그때마다 수치심을 느꼈고 언젠가는 저 여자를 납치해서 이 수모를 돌려주겠다고 이를 갈았다.오늘 이사회 때문에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는 못내 아쉬웠다.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다.“이 자식이 무슨 일인데 전화를 안 받아? 설마 우나영 그년을 괴롭히느라 전화벨 소리도 못 들은 건가?”이때, 김수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검은색 정장에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요염한 몸짓으로 따뜻한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커피 드세요.”임봉은 커피잔에 손을 가져가는 대신,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호진이가 오늘 관을 제작해서 임건우 그놈 집에 가져갈 거야. 우나영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 궁금한데 같이 가볼까?”그러자 김수정도 생긋 미소를 지었다.“우나영이요? 좋죠!”김수정 역시 과거 우나영 눈치를 보며 일하던 직원 중 하나였다. 그녀에게 심한 자격지심을 느꼈던 김수정이었기에 우나영의 처참한 꼴을 볼 거라 생각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두 사람이 기분 좋게 회사를 나서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와! 큰일 났어!”“형님, 무슨 일인데 그래요?”“와보면 알아. 빨리 와!”임국은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는지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하지만 임봉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괜찮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는 둘째 형인 임국을 무능하고 호들갑을 떤다고 속으로 무시했다. 그래서 임우진이 임씨 가문 핏줄이
“대표님, 임건우는 무인이에요. 그것도 꽤 높은 경지까지 도달했죠. 지금은 화가 아주 많이 나 있을 거라 가면 위험해요. 제가 아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무인이거든요? 그 친구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그래!”김수정은 바로 대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생각을 빠르게 굴렸다. 임건우가 죽지 않았다면 그 약들은 분명 그의 손에 있을 것이니 빼앗아 오면 된다. 여씨 가문으로 가서 물건을 빼앗을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임건우 한 명이라면 상대할만하다고 생각했다.한편, 임씨 가문 저택.사람들이 관을 에워싸고 서 있었다.저택의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정부, 경비실 직원, 심지어 임선미와 그녀의 남편까지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왔다.임선미는 분노에 발을 구르며 우나영에게 따졌다.“우나영, 당신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은 관에 가둬? 당신이 그러고도 인간이야?”우나영은 전 시누이의 불호령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먼저 당신 가족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게 도리 아닌가? 당신 큰오빠와 내가 없었으면 당신이 지금과 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을 것 같아? G사 한정판 원피스에 P사 가방에, K사 액세서리까지! 몸에 걸친 것 만해도 수천만 원이야. 당신 능력으로 이것들을 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 이 모든 건 나와 당신 오빠가 피땀으로 이루어낸 거야! 그리고 당신 열아홉 살 때 게임에서 사귄 친구 만난다고 갔다가 다단계조직에 붙잡힌 적 있었잖아. 그때 누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신을 구해냈지? 당신 오빠 임우진 씨야. 그 사건으로 그 사람 등에 얼마나 많은 칼자국이 났는지 기억이나 해? 당신은 나한테 인간의 도리에 대해 운운할 자격이 없어!”임선미는 우나영의 논리적인 반박에 말문이 막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우나영은 임국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당신, 형제들 중에서 가장 능력이 떨어지고 무른 성격이라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지. 매번 우진 씨가 나타나서 도와줬던 거 기억 안
이게 무슨 상황인가?임봉은 도끼눈을 뜨고 유화를 쏘아보았다.“넌 또 뭐야? 무슨 자격으로 나랑 얘기하는 거지? 당장 꺼지지 못해?”그의 눈에 유화는 그저 예쁘기만 한 평범한 여자였다. 평소였다면 좀 데리고 놀아볼 생각이 들었겠지만 마누라와 아들이 관에 갇힌 상황에서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그는 달려가서 관뚜껑을 힘껏 밀었다.하지만 관뚜껑에 접착제라도 발랐는지 꿈쩍하지 않았다.이미 임건우가 관뚜껑에 대못을 박았기에 쉽게 열릴 리 없었다.“경호원 뭐 해? 다들 뭘 멍때리고 있어? 내가 주는 돈 받고 일하면서 이런 것 하나 해결하지 못해?”악에 받친 임봉이 연신 침을 튀기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이미 유화에게 호되게 당한 그들이었다.천사 같은 외모에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월 2백만 원 던져주고 일은 호되게 시키는 집주인보다 지금은 목숨이 더 중요했다.임봉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어떻게 된 거야? 다들 귀가 먹었어? 움직이지 않고 뭐해?”한 경호원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대표님, 저… 사직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어차피 저번 달 급여는 며칠 전에 받았으니…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친 그 경호원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듯 저택을 나섰다.임봉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남은 경호원들마저 사직 의사를 밝히더니 맨 먼저 나갔던 경호원처럼 저택을 나가버렸다.“이런 은혜도 모르는 것들이!”임봉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들이 임건우를 이 정도로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이때 김수정이 대머리에게 눈짓을 했다.대머리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관찰한 결과,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우나영만 금방 초급단계를 달성한 무인이었다. 하지만 그 실력은 형편없어서 한 주먹으로도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임
대머리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함을 질렀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잔뜩 실망한 기색으로 대머리를 쏘아보았다. 오자마자 사람을 무시해서 실력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찮을 수가 있나!유화는 비소를 머금으며 얄밉게 말했다.“내가 누구냐고? 나 건우 오빠 침대나 데워주는 시종이야. 나 같은 시종과도 상대가 안 되면서 뭘 그렇게 잘난척했어? 당장 꺼져!”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던 유화가 갑자기 마녀로 돌변하더니 대머리의 귀뺨을 날려버렸다. 고개가 돌아간 대머리의 입에서 이빨 두 대가 튀어나왔다.대머리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피를 토했다.그는 김수정을 힐끗 바라보고는 잔뜩 기죽어서 도망치듯 자리를 뜨려 했다.“가도 된다는 말은 안 했는데?”느긋한 목소리가 대머리의 뒤통수에서 전해졌다.사람들의 시선이 연못가에서 고기나 감상하던 임건우에게 향했다.그는 냉랭한 눈빛으로 대머리를 노려보고 있었다.어젯밤 차량을 보내 그의 차 뒤꽁무니를 쫓던 자가 이자였다. 그 소동에 차가 다리에서 굴러떨어져서 하마터면 진짜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이대로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하지만 사람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죽일 수도 없었다.대머리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졌어.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임건우는 비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항복으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법이 왜 있어? 어젯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었어? 곱게 돌아가고 싶으면 네가 알아서 내공을 폐해버려!”대머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김수정마저 음침한 표정으로 임건우를 쏘아보았다.무인의 근본이 되는 내공을 폐하라니! 그러면 평생 몸 바쳐 수련한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된다.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대머리는 순간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임씨 저택 대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 대문만 나서면 아무리 유화라도 따라잡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가기엔 이미 늦었지!”임건우는 담담한 말과 함께 손바닥에 기를 끌어모았다.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번개 속성을 지닌 그의 원기가 대머
“약재 경매요? 임건우 씨가 잘못 봤겠죠. 저 약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그런 곳에 왜 갔겠어요? 약이 필요하면 병원에 가면 되지 뭐 하러 굳이 모르는 약을 찾아다니겠어요?”김 비서는 요행을 바라고 웃으며 발뺌했다.임건우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약은 함부로 먹으면 안 되고 길도 잘못 들면 안 되죠. 현명한 김 비서님이니 다른 사람들보다 보는 안목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길을 잘못 드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말을 마친 그는 임봉에게 시선을 돌렸다.“약속한 날짜까지 며칠 안 남았어요. 생각 잘하시길 바랄게요. 약속한 것을 내놓지 않으면 이 관 뚜껑, 영원히 열 생각하지 마세요.”임건우는 부드럽게 손을 관 뚜껑에 올렸다.그가 손에 조금 힘을 주자 관 뚜껑이 산산이 부서졌다.김수정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 역시 무인이었지만 임건우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스터급의 대머리가 전력을 다해도 이 정도의 파괴력은 안 나올 것이다.어린 나이에 벌써 현자급에 도달한 걸까?임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할 장면에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관에 갇혔던 일행은 뚜껑이 열리자 너도나도 먼저 나오겠다고 허우적거렸다. 이때, 감미연의 절망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아까부터 화장실을 참고 있던 그녀가 드디어 사고를 친 것이다.“세상에!”“이게 뭐예요! 역겨워 죽겠네!”밑에 깔려 있던 인간들이 비명을 질렀다.임건우 일행이 저택을 나서려던 순간, 갑자기 임원중의 눈이 돌아가더니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후… 후!”그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아버지, 왜 그러세요?”“저 놀래키지 마세요, 아버지!”“할아버지…”고개를 돌린 임건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심뇌혈관 질병이 발작을 일으킨 상황. 지금 당장 응급 처치를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유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늘도 노해서 벌을 내린 거죠.”하지만 우나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