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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안 가고 뭐해?”원유희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집 문으로 갈 수 있어?”“안 돼.”화가 난 원유희는 그를 노려보았다.방금처럼 가기엔 아까 떨어질 뻔한 트라우마가 그대로 있었기에 불가능했다.“내가 누구 때문에 왔는데? 너희 집 문을 좀 빌리면 어때서? 뭐가 덧나냐고?”원유희는 정말로 방금처럼 가고 싶지 않았다.“나 방금 너를 구했어.”“…….”원유희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나 밥 안 먹었어.”눈을 감으며 얘기하는 김신걸은 유독 힘이 없어 보였다.원유희는 미간을 찌푸렸다.‘밥해달라는 거야 뭐야?’원유희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신걸은 자신을 일 시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방금과 같은 위험한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으면 그에게 밥을 해줘야 안전하게 문으로 떠날 수 있다.‘……그래, 집에 뭐 있어? 내가 해줄게.”원유희는 부엌에서 김신걸에게 밥을 해주기 시작했다. 냉장고엔 아무런 채소도 없어 사람을 시켜 신선한 음식 재료를 가져왔다. ‘신선한 음식 재료는 배달시킬 수 있으면서 왜 음식은 배달시키지 않냐고. 분명히 많은 사람이 제성에서 가장 권력이 있는 이 남자의 시중을 들고 싶어 할 텐데.’하지만 원유희는 문을 빌려준 값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이 왜 이곳에 집을 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집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그녀의 집의 주택구조와 똑같았다. 그저 인테리어 스타일이 완전 달랐을 뿐이다. 이쪽의 인테리어 스타일은 아주 아늑해 보였고 딱봐도 김신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히려……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스타일이었다.반시간 후, 세 가지 요리와 국을 만들어 식탁에 올렸다.김신걸이 별 얘기 없이 먹는 것을 보자 원유희가 물었다.“너 위병 때문이야?”김신걸은 말이 없었다.“괜찮은 것 같으니까 먼저 일어날게.”원유희는 더 이상 이곳에서 망신을 자처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좋은 점도 없었다.“내가 언제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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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달려가 그가 떠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왜 나보고 여기에 있으라는 건데? 난 돌아갈 거야.”“나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니 건드리지 마.”김신걸은 나른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 속에 숨긴 위협을 무시할 수 없었다.“내가 여기 있으면 기분이 더 나쁠 것 같지 않아?”원유희는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갔다.‘그렇게 자기를 싫어하고, 눈꼴 사납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라고 나와 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김신걸 그녀를 곁눈질하다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방으로 밀어 넣었다.“너…”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김신걸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고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가고 싶었지만, 어떻게 감히 떠날 수 있겠는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방에 있는 것은 아니다.안에서 들려오는 샤워 소리에 원유희는 마음이 편치 않아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밖에 나가자 그녀는 마치 걸어다니면 떠날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처럼 거실을 계속 돌아다녔다. 그리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사실 그녀는 반드시 돌아가서 해결할 일은 없었다. 그저 김신걸과 같은 공간에 있기 싫었을 뿐이다. 게다가, 지금의 김신길은 윤설의 약혼자인데, 그사이에 이렇게 끼어있는 건 경우에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꼭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물론 김신걸의 목적이 바로 이런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그의 꾀에 넘어갈 순 없었다!그녀는 거실에 있었고, 방 안의 김신걸은 30분이 넘더라도 나오지 않았다.‘김신걸이 어떻게 이렇게 오래 씻을 수 있어?’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방으로 갔다.문을 열고, 먼저 머리를 쑥 집어넣어 들었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심지어 샤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원유희는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자는 김신걸을 보고 기가 막혔다.‘너는 내가 떠날 수 없다고 굳게 믿는구나!’원유희는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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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원유희는 긴장한 목소리로 김신걸을 불렀다.“이봐, 약 먹어, 송욱이 위약을 가져왔어.”김신걸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아마도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원유희는 김신걸의 조각같은 얼굴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분명히 잘생긴 얼굴인데, 왜 계속 얼음처럼 차갑게 굴지?’하지만 잠든 사자라고 해도 사자는 여전히 사자였고 김신걸은 여전히 위험했다.원유희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따끈한 독약을 가져왔어.”그러자 김신걸은 눈을 떴다.“…….”원유희의 표정은 삽시에 굳어졌고 너무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정신없이 일어나 침대 머리맡을 가리켰다.“송욱이 위약을 가져왔어.”“독약이 아니라?”김신걸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원유희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얌전히 한쪽에 서 있었다.“아니……장난이었어.”김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앉아 머리맡에 있던 약을 들어 물도 마시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원유희는 자신의 건방진 말이 김신걸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화난 것 같지도 않았다.‘놀라 죽을 뻔했네. 어떻게 제대로 얘기할 때는 안 일어나다가 독약이라고 얘기하자마자 깨날 수가 있어?’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저기, 나 지금 가봐도 돼?”김신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었고 깊고 검은 눈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리 와.”원유희는 그녀와 침대 사이의 거리를 한번 다시 확인하고 긴장을 억누르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왜 그래…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에게 끌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잡았고 그녀는 갈고리에 걸린 물고기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김신걸은 시선을 그녀의 놀란 작은 얼굴에 돌렸다.“여기서 자고 가라고. 몇번을 더 얘기해야 해?”원유희는 막 말을 하려는데, 몸이 한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아…….”‘왜 여기서 자야 하는데? 그리고 왜 이 사람이랑 같이 자야 하는데?’원유희는 화가 나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저항했고, 누워서 눈을 감은 김신걸을 본 후, 용기가 싹 사라졌다.그녀는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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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그러다가 평소에 세쌍둥이를 안고 자는 버릇이 생각났다.‘김신걸을 세쌍둥이로 착각하고 안았을 거야.’그녀는 자신의 발이 김신걸의 긴 다리우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아직도 자는 김신걸을 슬쩍 보고, 천천히 김신걸의 품에서 나왔다. 침대에서 내려오느라 그녀는 땀이 송골송골 났고 발이 땅에 닿자마자 재빨리 도망쳤다. 문이 살짝 닫히는 소리에 김신걸의 깊은 검은 눈이 떠졌다원유희는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와서 도착한 후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쉬었다. 마치 도둑질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손에 넣자마자 허둥지둥 아파트를 빠져나갔고 차를 타고 나서야 핸드폰을 볼 겨를이 생겼다.그리고 윤설의 전화가 여러 통이나 온 것을 발견했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얘는 나한테 왜 전화한 거지? 아 맞다, 김신걸이가 밤새 돌아가지 않았으니, 윤설은 분명 여기저기서 사람을 찾았을 거야.’그때 김신걸은 핸드폰을 베란다에 있는 테이블에 놓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원유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행히도 윤설은 그 아파트에 찾아가지 않았다. 하마터면 정말로 불륜 현장을 들킬뻔했다.’시간을 보니 세 아이는 아직 학교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아침을 먹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원유희는 택시에 앉아서 힘없이 창문에 기댔다.‘정말 너무나도 재수 없어. 어떻게 집을 샀는데 김신걸의 이웃이 되어버릴 수 있지? 이 집 정말로 받아도 되는 걸까? 근데 사자마자 환불하면 좀 그렇겠지?’원유희는 센스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고 친아버지를 상대하더라도 눈치 있게 행동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안 들어갈 거니까 핑계 대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택시가 입구에 도착하자 원유희는 차에서 내렸다.단지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이 살던 건물로 뛰어갔다. 그러다 막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얼굴을 돌리자 바로 옆에 낯선 차가 보였고 차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윤설임을 확인했다.그녀는 원유희가 도착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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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원유희의 낯빛이 안 좋아졌다.“아무런 근거도 없이 허위사실로 사람을 모함하려고? 이러고도 넌 네가 떳떳할거라고 생각해?”“내가 널 모함한다고? 그럼 어디 얘기해봐, 너 밤새 집에 안 돌아오고 어디서 뭐했는데?”윤설이 민혜령의 집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둘째치고, 설령 모른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이 그곳에 새 집을 샀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필경 그 집은 아버지가 사준 것이고 그녀가 알면 그또한 골치 아픈 일이었다.원유희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윤설의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렸고,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이름을 보고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그녀의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신걸씨, 어디 갔었어? 전화도 안 되고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 취했다고? 그럼 나한테 전화해서 클럽에 가서 돌봐달라고 해야지, 혼자 취하면 얼마나 괴로운데…….”원유희는 윤설의 부드럽고 걱정스러운 말투를 들으며 그녀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윤설이 전화를 한 틈을 타서 자기 집으로 달려가지 않았고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원유희는 윤설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집까지 찾아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윤설을 얼른 돌려보내려고했다.윤설은 전화를 마치고 원유희에게 다가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말해, 너 어젯밤 어디에 있었어?”“왜? 김신걸이 어디로 가는지 말 안 했어?”“술에 취해 클럽에 있다고 했어.”“그러면 된 거 아냐? 내가 어디에 가든지 너랑 상관없잖아.”원유희는 미친개처럼 짓는 윤설이 어이없었고 한편 속으론 김신걸의 말을 듣고 놀랐다.‘클럽 좋아하고 자빠졌네…….’“그가 있었던 클럽은 내가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김신걸이 아는 것은 둘째치고 아무것도 캐낼 수 없을 거야. 프라이버시를 엄청나게 잘 지켜주는 곳일 건데.”윤설은 바보가 아닌 이상 김신걸의 뒤를 캘 순 없었다.“그건 너희 둘 사이의 일이고 나랑은 상관없잖아. 내가 어디 가든지 너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어.”“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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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원유희는 얼굴이 싸늘해졌지만 돌아서서 세쌍둥이를 볼 땐 빙그레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유치원 가니? 스쿨버스 왔지? 얼른 가.”세쌍둥이는 짧은 다리로 힘들고 애타게 계단을 내려갔다.계단을 다 내려오자 홧김에 얼굴을 젖히고 윤설을 노려보았다“누구에여? 왜 언니를 때려여?”“나 이 사람 알아여. 그 솜치는 사람이야.”유담이가 얘기했다.윤설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이런 얄미운 애를 봤나? 감히 피아노 치는 고귀한 예술을 솜치기라고 해?’“여긴 아줌마를 환영하지 않아. 꺼져야 하는 사람은 아줌마야.”상우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윤설이 악독한 얘기를 뱉기 전에 원유희는 이모에게 말했다.“어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요. 저는 괜찮아요.”“네…….”이모는 아이를 돌봐야 하기에 세 아이를 데리고 갔다.성질이 가장 급한 조한이는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이쪽을 향해 험악하게 얘기했다.“거기 솜치는 사람! 나 너를 기억했숴! 감히 우리 누나를 괴롭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원유희는 아이들이 끌려가는 것을 보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연녀의 특기가 바로 사람을 현혹하는 거지. 저 나이 때 아직 세상을 모르는 애들은 바보나 다름없고. 어떻게 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원유희는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윤설, 너 정말 미친개구나, 사람만 보면 물어. 저런 아기들을 어떻게 욕할 수 있어?”“왜, 안타까워? 하긴, 넌 평생 아이를 못 낳으니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부러워하겠지. 물론 나와 신걸씨의 아이도 포함해서.”원유희는 그녀를 바라보며 옷깃을 힘껏 잡아당기더니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내 몸에 흔적이 있는지 보려고 이러는 거 아냐? 그래 보여주면 되잖아.”수상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원유희의 눈처럼 하얀 피부가 윤설의 눈을 아프게 했다.그리곤 윤설의 마음속에서 질투가 생기기 시작했다.‘김신걸이 미련을 갖는 것이 바로 이런 몸일까?’원유희는 손을 떼고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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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그런데도 윤설은 화가 많이 났다.윤설은 그 동네를 떠나 드래곤 그룹으로 갔고 김신걸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모든 것은 다 예전대로였고 김신걸도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 김신걸과 원유희가 동시에 사라진 것을 떠올릴 때마다 윤설의 마음은 매우 불편했고 마음속에 돌덩이를 하나 안고 있는 것 같았다.남편의 이상을 발견했는데도 하필이면 증거가 없어서 억지 부리며 발악하는 아내는 나중엔 남편의 미움만 살 것이다.그녀의 부모는 비록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금실이 좋은 부부였지만 그녀는 부모님 사이에 모순이 있고 심지어 잦은 모순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매번 싸우는 이유는 별것 없었고 딱 하나였다. 바로 엄마가 아버지에게 숨겨둔 여자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었다.윤정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술자리는 거절할 수 없었고 가끔 늦게 돌아오면 몸에서 화장품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장미선은 의심이 많은 여자였고 가정주부로서 그녀의 주의력은 남편과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을 느끼면 장미선은 엄청 신경을 쓰고 위협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윤정을 붙잡고 따지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턴 말다툼이 시작되는 것이다.윤설은 부모님의 말다툼을 많이 보았고 그만큼 경험과 교훈을 얻게 되었다.증거 없는 싸움은 영원히 쓸데없는 감정 소비에 불과했다. 특히 상대가 윤정보다도 더 권력을 쥐고 있는 김신걸이라면 더했다.‘정말로 김신걸과 억지를 부려 그의 반감을 사면 원유희같은 천한 계집애에게 기회주는 꼴로 된다. 아니,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어!’그래서 김신걸과 함께 아침을 먹은 후, 윤설은 한마디도 묻지 않고 떠났다.차 안에 있을 때, 그녀는 아침에 먹은 밥이 소화가 안 되었는지 속이 불편했고 따라서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어려웠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손예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원유희는 샤워를 한 후 서둘러 회사로 출근했다가 점심쯤에 손예인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뭐 때문에 연락했어?”“너랑 협력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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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김씨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김영은 상중에 있었다.김풍 그룹에서 김영의 모습이 사라지자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김덕배였다.그는 김명화의 사무실에 갈 때마다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딱 좋아. 우린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들끼리 이미 싸움이 붙었어.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면 안돼. 참, 너 원유희와 물어봤어? 너네 할아버지랑 큰아버지의 일은 꼭 원유희와 상관이 있을 거야:”“물어봤는데, 그냥 원수정이 욕심 때문이라던데요?”김명화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채 긴 다리를 꼬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마치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하지만 김덕배는 아주 초조해 났다.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였기에 그들에겐 작은 착오라도 용납할 순 없었다.김신걸의 약점을 잡으면 김풍 그룹의 권력쯤이야 그들은 손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덕배는 굳게 믿었다. 인간이라면 모두 다 약점이 있을 것이고 그건 김신걸도 예외는 아니었다.“넌 정말 원수정이 욕심때문이라고 생각해?”김덕배는 자기 아들이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했다.“알려줄게, 너희 큰아버지는 칼을 그의 목에 대서 협박하면 죽을지언정 절대 주식을 양도하지 않을 거야. 감정 같은 거는 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말로 아무것도 못 알아냈어?”“아니요.”김명화의 대답은 더 간단해졌다.이런 대답을 듣자 김덕배는 화가 났고 아무래도 이 일은 자기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명화를 믿을 순 없었다.“고선덕이 재무 총팀장으로 승진했던데 내가 아직 식사 대접을 안 했네. 뭐라도 줘서 관계를 맺어야 할 텐데…….”김덕배는 벌써 이런 궁리를 하고 있었다.퇴근 시간이 되었다. 아직 월말이 되지 않아 일이 바쁘지 않았다. 시간을 계속 지켜본 원유희는 칼퇴근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그녀는 고선덕의 매니저로서 잘하고 싶다는 자각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상사보다도 더 일찍 퇴근했다.몸을 일으키자마자 몸을 반쯤 내민 고선덕이 그녀를 불렀다.“잠깐만……내 사무실에 와봐.”‘설마 야근시키려는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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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아!”원유희는 문안으로 밀려들겠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주 큰 깨끗한 수영장이 있었고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뭐하는거에요?”“우리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김신걸이야?”“뭐라고요?”원유희는 얼굴을 찡그렸다.“제가 어떻게 알아요?”‘어떻게 바로 맞췄대?’“그럼 네가 아는 거 좀 물어볼게, 김영은 왜 절반이나 되는 주식을 원수정에게 줬어?”원유희는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아니, 댁의 아들도 날 찾아와서 묻고, 지금 또 저랑 묻고, 도대체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거예요? 말했잖아요, 우리 엄마가 김영에게 질척거리면서 가진 거라고요.”“명화를 속일 수 있어도 나까지 속일 생각을 버려, 알았어?”“저 정말 몰라요!”원유희는 짜증이 났다. 그러더니 점점 갈증이 심해져 갔고 몸은 뜨거워지고 있었다.‘취한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던 거? 왜 아닌 것 같지…….’“절 이만 보내줘요!”원유희는 문을 열려고 갔지만 김덕배는 그녀를 세게 뒤로 밀었다.온몸이 나른해진 원유희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랑 모순이 생기면 너한테 좋은 거 없잖아?”김덕배는 내려앉아 원유희를 보며 얘기했다.“그냥 말하는게 어때? 그럼 나도 더 이상 너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게."“모른다고요…….”원유희 눈앞의 시선이 점점 흐려졌다.  ‘취해도 입이 계속 무겁네? 그럼 아직 제대로 취하지 않았나 보지.’“말하기 싫으면 됐어 ,이따 빨리 룸으로 돌아가, 너희 팀장님이 걱정하시겠다.”김덕배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얘기하곤 문을 열고 나갔다. 원유희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 그리고 막 몸을 일으키려는데 비틀거리더니 다시 주저앉았다.  옆 수영장의 물은 잔잔한 거울과도 같았지만 자기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오히려 너무 더워 시원하게 수영장 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이상하다, 술만 마셨을 뿐인데 왜 입이 바짝바짝 마르지?’  원유희의 몸은 점점 끓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려는데 문이 열렸고 건방진 남자들이 여럿이 들어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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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원유희는 김명화의 힘을 빌려 물에서 나올 수 있었다. 몸의 힘을 모으긴 힘들었고 숨은 점점 가빠졌다.원유희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무리를 보고 김명화와 얘기했다.“혼자서 괜찮겠어요?”김명화는 그녀의 귀에 바짝 붙어 얘기했다.“남자의 능력을 의심해선 안 돼.”금방 가라앉았던 열기는 김명화에 의해 다시 불타기 시작했고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김명화는 그녀의 얼굴에 띤 홍조를 보고 멈칫하다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원유희는 허리에 있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럼 다 맡길게요.”그녀는 말을 마치자 고개도 돌리지 않고 탈의실로 갔다. 그리고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는데 밖에서 싸우는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김명화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원유희는 옷을 벗지 않았고 가운을 찾아 입었고 허리띠를 맬 때 손가락에 힘이 가지 않아서 아주 힘겹게 맸다. 원유희는 숨이 차서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그녀는 여기를 빨리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점점 급해 졌고 무서워 났다.가운을 입은 원유희는 탈의실을 나와 수영장 앞으로 걸어갔는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들은 일어나지 못하고 수영장에 빠진 남자들은 올라오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김명화의 싸움 실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김명화는 한 남자의 멱살을 잡고 뺨을 세게 때리고 있었는데, 너무 세게 때린 나머지 그 사람의 이목구비를 분간하기 어려웠고 얼굴도 피투성이가 되었다.원유희는 머물지 않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바로 가버렸다.눈앞의 길은 또렷하다가 또 모호해져서 온 세상이 다 뒤틀려지는 것 같았다.길도 찾지 못하고 고선덕도 안 보이자 원유희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안전하게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그녀는 지금 앞으로 나아가서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몸의 이런 반응을 단번에 알아챘다.술 취하면 절대 이런 반응이 아니었다.‘룸에서 그랬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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