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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내가 지금 그에게 말할게. 기다릴 필요 없어!""안 돼, 나 아직 돈 못 받았어!"“돈, 돈, 돈 돈밖에 몰라!”원유희는 화가 났다. “이참에 김씨네 감문을 벗어나면 모두가 다 기뻐하지 않겠어?” “엄마, 나는 김신걸과 더 이상 신체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요! 녹음은 그에게 줘요, 그가 우리한테 고마워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더 이상 어떤 협박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예전에 김씨 가문에 너무 많은 억울함을 당했기 때문에 당신이 김씨네를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라고 원수정이 말했다.원유희는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자 앞으로 가서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원수정은 즉시 소파 주위를 돌면서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지 않았다.원유희는 화가 나서 계속 숨을 헐떡이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원수정이휴대전화를 주지 않자 그녀는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유희야, 너 어디 가니? 저녁에 엄마랑 같이 밥 먹자!" 원수정이 뒤에서 소리쳤다.원유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빠른 속도로 도로로 내달렸렸다.그녀는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지체없이 김신걸을 만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녹음이 없어도 그 내용은 그녀가 이미 다 들렸다.김신걸은 그렇게 영리하니 틀림없이 판단할 수 있을 거야!진실을 밝히기만 하면 이후 더 이상 김신걸한테서 협박을 받을 필요가 없을것이다!너무 좋다!택시를 타고 드래곤 그룹에 도착해서 프론트에서 “김신걸을 만나겠습니다.”라고 말했다.프론트 에 있던 사람은 그녀를 알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고 바로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고건이 전화를 받았다, 김선생님이 김씨 그룹에서 돌아온 후 굉장히 저기압이여서 아무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이때 원유희가 오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과 틀림없다.하지만 김선생님이 누군가에게 회풀이 하는것도 괜찮은 생각이였다."그녀를 올라오게 해라."고건은 김신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후"김선생님, 원유희씨가 왔습니다.”원유희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심상치 않은 저압감과 함께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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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원유희는 그저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김신걸을 쳐다보았다. 그의 다부지고 건장한 몸은 숨 막히는 압박감을 주었고 완벽한 옆태는 차가운 분위기를 조성했다.어쨌든 그녀가 말한 일이 이미 김신걸의 기분에 영향을 준 이상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나 지금 볼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김신걸은 윤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원유희는 별수 없이 그냥 김신걸을 따라나섰고 윤설은 그런 원유희를 붙잡았지만 원유희는 그녀의 손을 바로 뿌리쳤다.윤설은 멍하니 원유희와 김신걸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고 엘리베이터 문은 그녀 앞에서 서서히 닫혔다.윤설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분노, 그리고 당황함이 마음속에 차갔다.‘무슨 상황이지? 원유희가 신걸씨를 찾아온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신걸씨가 쟤를 위해 나를 무시했다고? 이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야. 내가 용납하지 않겠어!”그사이 롤스로이스는 별장 입구에 도착했고 경호원들은 즉시 입구 주위를 다 막았다.이 상황을 본 원유희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쟤 설마 우리 엄마까지 해코지 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김신걸과 같이 성격이 괴벽한 사람이라면 또 말이 달라지긴 하는데…….’이것저것 걱정이 앞섰지만 원유희는 별수 없이 김신걸을 따라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 온 순간, 이게 웬걸 인가? 원수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김신걸의 표정은 무섭게 굳어졌고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원유희는 다급하게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엄마! 엄마! 나 위층에 가서 찾아볼게…….”“됐어.”김신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 있었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별장 안팎으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원유희 혼자서 찾는 것보다 더 효율이 있었고 몇 분 만에 다 끝났다.“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김신걸이 차가운 눈빛으로 원유희를 쏘아보자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내가 전화해 볼게…….”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원유희의 초조한 눈빛이 땅에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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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그녀의 손발은 밧줄에 감긴 채 속수무책으로 의자에 묶였다.텅 빈 방, 바람이 새는 창문, 밖의 하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바닥에는 비닐이 깔려 있어는 바 피를 볼 때 바닥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둔 것 같았다.이때 험상궂은 얼굴을 한 김영이 밖에서 들어왔다.원수정은 바로 반응하고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질렀다.“너 지금 날 납치한 거야?”김영은 손에 원수정의 핸드폰을 쥐고 말했다.“이 핸드폰 빼고 녹음 파일을 또 어디에다가 저장했어? 원유희 손에 있지?”“아니!”“난 정말 당신을 믿었어. 그래서 주식도 줬는데 녹음이 아직도 있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옛정을 생각해서 바로 놓아줄게.”원수정은 경고가 담긴 김영의 말을 듣자 그를 경계하면서 얘기했다.“내 핸드폰에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집에 도청기를 설치했거든. 그래서 너와 원유희의 대화를 모조리 다 듣게 되었고. 걔는 정말로 무슨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거 모르는 눈치던데 근데 모른다고 해서 걔 손에 파일이 없을 거라곤 장담 못하지!”“이건 또 무슨 논리야? 걔 손에 있는데 걔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내가 교활한 너희 모녀의 속임수에 또 당할 것 같아?”김영은 원수정이 녹음 파일을 전혀 몰랐던 원유희 휴대폰에 몰래 숨겼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저 핸드폰 안에 파일이 마지막이야.”원수정은 퉁명스레 얘기하며 손과 다리에 매달린 밧줄을 당겼다.“이거 풀어줘도 되지?”“안돼, 원유희를 불러서 걔 목에 칼을 대면 그땐 너도 사실대로 얘기하겠지, 아니야?”김영은 원수정의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유희에게 전화하지 마! 이 개자식아! 김영! 걔랑 상관없어!”하지만 김영은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고 계속 번호를 눌렀다.원유희가 거실에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이름을 보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로 받았다.“엄마 어디 갔어? 지금 어디야?”“원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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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쏜살같이 달려가던 차가 차츰 평온해지자 원유희는 일어나서 한쪽에 앉았다.폐쇄된 차 안엔 어색함과 저기압이 섞어져 있었다.원유희는 슬그머니 옆을 쳐다보았다. 김신걸의 시선은 차창 밖으로 향했고,그녀의 경솔함에 무관심한 듯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도 알렸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무시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아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고 봐야 했다.‘자기 할아버지가 자기 엄마를 죽였는데, 그럼 김신걸을 동정해서 위로해줘야 하는가? 아니다, 지금 내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뭔. 그리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암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면 쟤도 더 이상 날 괴롭히지 못하겠지! 나도 진정한 자유를 얻는 거야!’김영은 문 앞에 서서 멀리서 혼자 걸어오는 원유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숄더백을 메고 있었고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혼자 왔니?”김영이 묻자 원유희는 뒤쪽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저 빼고 또 누가 있겠어요? 혼자 오라고 하셨잖아요.”김영은 앞으로 나아가 원유희를 붙잡고 밧줄로 그녀의 손을 등 뒤로 묶었다.“지금 뭐 하는 거에요? 이러실 필요까진 없잖아요.”“당연히 이래야지!”김영은 그녀를 꽉 묶은 뒤 거칠게 밀어 넣었다.원유희는 반항하지 않았고 들어가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문밖 먼 곳을 훑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이 이미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들어가자 원유희는 의자에 묶여 있던 원수정을 발견하게 되었다.“엄마!”원유희가 막 걸어가려는데 김영이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원수정은 원유희가 온 것을 보고 다급하게 김영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야, 이 짐승보다도 못한 자식아! 유희를 풀어줘, 녹음이고 뭐고 저 아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지금은 알았잖아.”“녹음한 파일은 이미 다 지웠다고.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원수정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김영은 말 대신 칼을 꺼내 원유희에 목에 댔다.“아!”원수정은 놀라서 소리쳤다.“말해, 녹음한 거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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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원유희는 혼자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뿐만 아니라. 김영이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은 김신걸에게 알려줬다!“녹음본은……유희 핸드폰 안에 있어.”원수정은 켕기는 게 있는 듯이 말했다.자기가 짐작한 게 맞자 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원유희는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언제 넣으셨어요?”“저번에 밥 먹으러 나갔을 때, 네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했어.”원유희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냈더니 안에 저장된 녹음본을 보았다.원수정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열어보지 않았을 것이다.김영은 보자마자 바로 뺏으려 했지만 김신걸의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신걸아, 쟤네들 말을 믿지 마, 녹음이고 뭐고 다 조작된 거야!”김영은 다급하게 변명했다.“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해요.”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김신걸의 목소리가 넓은 공터에 울려 퍼졌고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원유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녹음을 켜자 원수정과 김영의 대화 내용이 조용한 공간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김신걸은 얼음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김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 지 오래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미 김신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황급히 해명했다. “신걸아, 난 그때 너희 할아버지를 막았어, 근데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어. 나도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어. 하지만 상대가 내 친아버지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나는 숨길 수밖에 없었어.”“숨기는 걸로 안 끝냈잖아요. 숨기고 저희 엄마랑 결혼하셨잖아요!”원유희는 그에게 살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저씨가 이러면 아저씨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다 피해를 주잖아요!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특히 저희 엄마랑 있었던 일은 더 상세히 얘기했으면 좋겠어요!”“그래. 난 결혼 전에 원수정 몸에 손을 댄 적이 없었어. 그래서 네 엄마를 배신한 적이 없었고 네 엄마가 온종일 소란을 피워서 내가 할 수 없이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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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그 마지막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국진은 지금 원수정을 해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었다.김신걸은 김영을 향해 걸어갔다. 김영은 그의 무서운 기세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신걸아, 지금 아버지한테 뭐 하는 짓이야……아!”그는 뒤쪽에 있는 계단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넘어져서 바닥에 뒹굴은 그의 모습은 엄청 가소로웠다.김신걸은 계단 위에 서서 높은 곳에서 그를 쳐다보았는데,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는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얘기했다.“통지를 내보내. 김씨 집안 어르신이 위독하다고. 그리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쭉 상중에 계시면 되고요.”김신걸은 이 말만 하고 돌아서서 떠나갔고 그의 경호원들도 우르르 따라서 갔다.김영은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말았다.‘아버지는 건강하시니 그렇게 빨리 죽진 않을 거야.’물론 김영의 생각 따윈 원유희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서둘러 원수정의 밧줄을 풀어주러 갔다.“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죠?”“난 괜찮아. 너야말로, 팔은 괜찮아?”“괜찮아요.”원수정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딸의 팔을 살펴보며 말했다.“뭐가 괜찮아, 옷에 지금 피범벅인데.”원유희는 소매를 올리고 팔에 난 핏자국을 봤다.“전번에 다친 것 보단 낫네요. 적어도 봉합할 필요는 없겠어요. 그만 가요.”“잠깐만.”원수정은 김영에게 다가가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김영, 아무리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 옛정을 생각하더라도 넌 그렇게 모질게 굴면 안 됐어. 네가 지금 이 지경까지 된 것도 다 너 혼자서 자처한 것이니 남 탓하진 마. 퉷!”이 말만 하고 원수정은 원유희를 끌고 나갔다.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원수정이 물었다.“김신걸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 인젠 우리를 놔주겠다는 뜻 아냐?”“아마도요.”“꼭 그래야지. 애초부터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었잖아? 쟤도 직접 들었잖아,민혜령은 김 씨네 영감탱이가 죽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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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훌륭한 외모,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 그리고 훤칠한 키와 철철 흘러나오는 귀티를 가진 김신걸은 옆에 있는 윤설을 압도했다.네티즌들은 댓글에서 이 사람은 누구냐고, 어떻게 연예인보다 더 잘생기고 더 분위기 있냐고 물었다.그러자 갑자기 한 무리의 빠순이들이 몰려들면서 그의 신상을 캐려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그가 바로 드래곤 그룹의 창업자이자 김풍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김신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원유희가 한참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웹페이지가 이상해지더니 뒤로가기하고 새로고침을 하니 아무것도 없어졌다. 영상은 물론이고 댓글도 모조리 없어졌다. 마치 한순간에 사라진 듯이 다 없어졌다.“뭘 봤어?”원수정이 물었다.“다 없어졌어요. 아마도 김신걸 쪽에서 다 차단해버린 것 같아요.”하긴 어느 언론사가 감히 인터넷에서 김신걸의 일을 지껄이겠는가? 자본의 힘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돈 한 푼이라도 쓸 필요 없이 그냥 전화 한 통에 일을 해결할 수 있다.“윤설이 아쉬워할 것 같네. 어쩌다가 김신걸과 같이 대중 앞에 서서 자기가 김신걸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자랑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저 지네 엄마랑 똑같아. 다 못됬어.”원수정는 경멸이 가득 차 있는 말투로 얘기했다.“그러지들 말든지. 걔는 상관하지 말아요.”“나도 알아. 걔네 모녀만 보면 구역질이 나고 그래. 그나저나 김풍 그룹에 있는 내 주식들은 유효한 거야?”“아직도 그거 생각하고 있어요?”“당연하지. 이래 봬도 내가 진실을 밝히는 데서 1등 공신이야.”“사고 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어요. 제가 돈 벌어서 엄마를 먹여 살릴 테니까.”원유희는 체념했다는 듯이 얘기했다.“정말?”이 얘기를 들은 원수정은 엄청 기뻤다.“엄마가 널 키운 보람이 있네. 근데 너 그 적은 월급으로 어떻게 나까지 먹여 살릴 수 있어?”원유희는 당황해서 순간 멈칫했다.“암튼 절대 굶기지 않을테니 걱정은 넣어 둬요.”“됐어,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엄마가 능력이 있다면 굳이 네가 날 먹여 살릴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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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원유희는 일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화장실과 사무실을 갔다 왔다 하면서 회의실 쪽 복도에 인기척이 있는지 확인했다.열 번 정도 갔다 왔을까, 동료들한테서 요즘 건강에 이상 있냐는 질문까지 받았을 때 드디어 회의실 문 쪽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문이 열리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김신걸이 강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를 발견하자 원유희는 곧바로 뒤따라갔다.필경 김풍 그룹에서 대놓고 김신길을 찾아가 자기 일을 말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회사에서 이미 충분히 이목을 끌었으니까 더 이상 화제의 중심에 있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던 원유희는 몸을 돌려 다른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급히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고 초조하게 기다렸다.겨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는데, 원유희는 들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김명화에게 끌려 그의 사무실에 갔다.“뭐하는 거에요?”원유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 그녀는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명화는 또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할 얘기가 있으면 나중에 해요. 저 지금 바빠요.”“바쁘긴. 김신걸을 찾아가려고 하는 거 아냐?”김명화는 담담하게 얘기했다.속마음을 들킨 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맞는데요. 왜요? 절 말리시게요?”“왜 찾아가는데?”김명화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설마 우리 할아버지 일 때문인 건 아니지? 너 우리 할아버지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네? 전 아무것도 몰라요.”원유희는 시치미를 뗐다.“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큰아버지는 장례식 치르러 갔더니 직위까지 없어졌어. 얼마 전에 큰아버지가 절반의 주식을 너의 엄마한테 양도했던데. 이래도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나 그렇게 쉽게 속지는 않아.”김명화의 큰 몸집은 계속 원유희의 앞길을 막고 있었고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한 비킬 생각이 없어 보였다.“우리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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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나를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겠지?’“너야말로 눈이 빠지도록 나를 기다리고 있던데,아니야?”이 말을 듣자 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아니 근데, 쟤는 계속 주주총회에 있었으면서 내가 두리번거린 거는 어떻게 알았대?”그녀는 곰곰이 생각할 겨를 도 없이 물어봤다.“괜찮아?”김신걸은 딱히 반갑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왜, 날 걱정해주러 온 거야?”원유희의 눈빛이 흔들렸다.“뭐, 필요하지 않다면 본론부터 얘기할게. 그 있잖아……내 신분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왜?”원유희는 모신걸의 '왜'라는 두 글자에 표정이 굳어졌다.“무슨 뜻이야? 이미 진실도 다 밝혀진 마당에 너희 어머니의 사망은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그 일은 나와 우리 엄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럼 당연히 우리를 놔주어야 되는 거 아냐?”“상관없다고?”김신걸의 독수리처럼 예리한 눈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당연하지! 너희……김영 그 사람이가 계속 우리 엄마한테 질척거렸고 우리 엄마는 그사람을 받아준 적이 없어. 이 일은 그 사람도 인정했잖아.”원유희는 급히 설명하려 했고 평정심을 잃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당신에게 이젠 나를 괴롭힐 명분 따위는 없어!”“근데 상대는 확실히 너희 어머니가 맞잖아?”김신걸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고 무거웠다.“이 세상의 일들은 네가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거 아니야.”“이게 어떻게 우리 엄마 탓일 수가 있어? 너 이렇게 억지를 부리면 안 돼!”원유희는 급해 죽을 것 같았다. ‘간신히 누명을 씻을 수 있는 희망을 보았는데 결국엔 아무 소용도 없다니?’“네 어머니는 우리 엄마가 죽인 것도 아니고 나와는 더 상관없어. 법적으론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우리가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없어!”“확실해?”김신걸은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의 작은 얼굴을 홱- 잡았다.“너희 어머니만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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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윤정이 원유희에게 집을 사주자마자 김신걸은 그 일을 발견했다. 원유희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싶었는데 김신걸의 집도 이곳에 있었으니까 가능했다.원유희는 귀신을 본 것처럼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못 본 척하고 소리 없이 떠나고 싶었는데 옆 베란다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김신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는데, 손에 있던 컵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는 몸이 완전히 풀린 상태로 있었고 머리는 처지고 눈이 감긴 채 얼굴은 창백했다.‘기절한 거 아니야?’원유희는 당연히 못 본 척하고 지날 수 없었다.그녀가 아무리 김신걸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해도, 그가 아이들의 친아버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하지만 바로 부를 수도 없었고 윤설에게 전화하는 건 더 말이 되지 않았다. 윤설은 그녀가 김신걸이 여기 있다는 것을 왜 알았는지 의심할 것이다!원유희가 번호를 알고 외부 유출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은 고선덕뿐이었기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해하던 차에 책상 위에 놓인 검은색 핸드폰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김신걸의 핸드폰이었다.원유희는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고, 쪼그리고 앉아 가드레일 뒤에 몸을 가리고 두 눈으로 옆의 움직임을 지켜봤다.핸드폰은 책상 위에서 진동하고 있었지만,김신걸을 깨우지 못했다.그리고 계속 진동하다가 미끄러운 테이블 때문에 폰은 땅에 툭 떨어졌다.“…….”원유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핸드폰이 박살 나면 내 책임인가? 짜증 나 죽겠네!”원유희는 가드레일을 사이에 두고 몸을 일으켰다.“김신걸! 김신걸!”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죽는 걸 지켜볼 수도 없고.’하지만 원유희는 구급차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처럼 성격이 괴벽한 사람이 구급차를 거절하면 어떡하는가? 그를 잘못 건드렸다가 재수 없게 되는 사람은 또 분명히 그녀가 될 것이다.원유희는 자신과 1미터 떨어진 베란다 가드레일을 봤다. 하지만 그녀는 고소공포증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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