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지막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국진은 지금 원수정을 해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었다.김신걸은 김영을 향해 걸어갔다. 김영은 그의 무서운 기세에 얼굴이 파랗게 질려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신걸아, 지금 아버지한테 뭐 하는 짓이야……아!”그는 뒤쪽에 있는 계단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넘어져서 바닥에 뒹굴은 그의 모습은 엄청 가소로웠다.김신걸은 계단 위에 서서 높은 곳에서 그를 쳐다보았는데,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는 아주 평온한 목소리로 얘기했다.“통지를 내보내. 김씨 집안 어르신이 위독하다고. 그리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쭉 상중에 계시면 되고요.”김신걸은 이 말만 하고 돌아서서 떠나갔고 그의 경호원들도 우르르 따라서 갔다.김영은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말았다.‘아버지는 건강하시니 그렇게 빨리 죽진 않을 거야.’물론 김영의 생각 따윈 원유희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서둘러 원수정의 밧줄을 풀어주러 갔다.“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죠?”“난 괜찮아. 너야말로, 팔은 괜찮아?”“괜찮아요.”원수정은 손이 자유로워지자 딸의 팔을 살펴보며 말했다.“뭐가 괜찮아, 옷에 지금 피범벅인데.”원유희는 소매를 올리고 팔에 난 핏자국을 봤다.“전번에 다친 것 보단 낫네요. 적어도 봉합할 필요는 없겠어요. 그만 가요.”“잠깐만.”원수정은 김영에게 다가가 경멸하는 어조로 말했다.“김영, 아무리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 옛정을 생각하더라도 넌 그렇게 모질게 굴면 안 됐어. 네가 지금 이 지경까지 된 것도 다 너 혼자서 자처한 것이니 남 탓하진 마. 퉷!”이 말만 하고 원수정은 원유희를 끌고 나갔다.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원수정이 물었다.“김신걸 아까 그 말은 무슨 뜻이야? 인젠 우리를 놔주겠다는 뜻 아냐?”“아마도요.”“꼭 그래야지. 애초부터 이 일은 우리랑 상관없었잖아? 쟤도 직접 들었잖아,민혜령은 김 씨네 영감탱이가 죽였다는 것을.
훌륭한 외모,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 그리고 훤칠한 키와 철철 흘러나오는 귀티를 가진 김신걸은 옆에 있는 윤설을 압도했다.네티즌들은 댓글에서 이 사람은 누구냐고, 어떻게 연예인보다 더 잘생기고 더 분위기 있냐고 물었다.그러자 갑자기 한 무리의 빠순이들이 몰려들면서 그의 신상을 캐려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그가 바로 드래곤 그룹의 창업자이자 김풍그룹 창업주의 장손인 김신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원유희가 한참 댓글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웹페이지가 이상해지더니 뒤로가기하고 새로고침을 하니 아무것도 없어졌다. 영상은 물론이고 댓글도 모조리 없어졌다. 마치 한순간에 사라진 듯이 다 없어졌다.“뭘 봤어?”원수정이 물었다.“다 없어졌어요. 아마도 김신걸 쪽에서 다 차단해버린 것 같아요.”하긴 어느 언론사가 감히 인터넷에서 김신걸의 일을 지껄이겠는가? 자본의 힘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돈 한 푼이라도 쓸 필요 없이 그냥 전화 한 통에 일을 해결할 수 있다.“윤설이 아쉬워할 것 같네. 어쩌다가 김신걸과 같이 대중 앞에 서서 자기가 김신걸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자랑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저 지네 엄마랑 똑같아. 다 못됬어.”원수정는 경멸이 가득 차 있는 말투로 얘기했다.“그러지들 말든지. 걔는 상관하지 말아요.”“나도 알아. 걔네 모녀만 보면 구역질이 나고 그래. 그나저나 김풍 그룹에 있는 내 주식들은 유효한 거야?”“아직도 그거 생각하고 있어요?”“당연하지. 이래 봬도 내가 진실을 밝히는 데서 1등 공신이야.”“사고 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어요. 제가 돈 벌어서 엄마를 먹여 살릴 테니까.”원유희는 체념했다는 듯이 얘기했다.“정말?”이 얘기를 들은 원수정은 엄청 기뻤다.“엄마가 널 키운 보람이 있네. 근데 너 그 적은 월급으로 어떻게 나까지 먹여 살릴 수 있어?”원유희는 당황해서 순간 멈칫했다.“암튼 절대 굶기지 않을테니 걱정은 넣어 둬요.”“됐어,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 엄마가 능력이 있다면 굳이 네가 날 먹여 살릴 필요는
원유희는 일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화장실과 사무실을 갔다 왔다 하면서 회의실 쪽 복도에 인기척이 있는지 확인했다.열 번 정도 갔다 왔을까, 동료들한테서 요즘 건강에 이상 있냐는 질문까지 받았을 때 드디어 회의실 문 쪽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문이 열리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김신걸이 강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를 발견하자 원유희는 곧바로 뒤따라갔다.필경 김풍 그룹에서 대놓고 김신길을 찾아가 자기 일을 말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회사에서 이미 충분히 이목을 끌었으니까 더 이상 화제의 중심에 있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던 원유희는 몸을 돌려 다른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급히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고 초조하게 기다렸다.겨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는데, 원유희는 들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김명화에게 끌려 그의 사무실에 갔다.“뭐하는 거에요?”원유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 그녀는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명화는 또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할 얘기가 있으면 나중에 해요. 저 지금 바빠요.”“바쁘긴. 김신걸을 찾아가려고 하는 거 아냐?”김명화는 담담하게 얘기했다.속마음을 들킨 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맞는데요. 왜요? 절 말리시게요?”“왜 찾아가는데?”김명화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설마 우리 할아버지 일 때문인 건 아니지? 너 우리 할아버지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네? 전 아무것도 몰라요.”원유희는 시치미를 뗐다.“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큰아버지는 장례식 치르러 갔더니 직위까지 없어졌어. 얼마 전에 큰아버지가 절반의 주식을 너의 엄마한테 양도했던데. 이래도 너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나 그렇게 쉽게 속지는 않아.”김명화의 큰 몸집은 계속 원유희의 앞길을 막고 있었고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한 비킬 생각이 없어 보였다.“우리 엄마가
‘나를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겠지?’“너야말로 눈이 빠지도록 나를 기다리고 있던데,아니야?”이 말을 듣자 원유희는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아니 근데, 쟤는 계속 주주총회에 있었으면서 내가 두리번거린 거는 어떻게 알았대?”그녀는 곰곰이 생각할 겨를 도 없이 물어봤다.“괜찮아?”김신걸은 딱히 반갑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왜, 날 걱정해주러 온 거야?”원유희의 눈빛이 흔들렸다.“뭐, 필요하지 않다면 본론부터 얘기할게. 그 있잖아……내 신분을 회복시켜줄 수 있어?”“왜?”원유희는 모신걸의 '왜'라는 두 글자에 표정이 굳어졌다.“무슨 뜻이야? 이미 진실도 다 밝혀진 마당에 너희 어머니의 사망은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그 일은 나와 우리 엄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럼 당연히 우리를 놔주어야 되는 거 아냐?”“상관없다고?”김신걸의 독수리처럼 예리한 눈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당연하지! 너희……김영 그 사람이가 계속 우리 엄마한테 질척거렸고 우리 엄마는 그사람을 받아준 적이 없어. 이 일은 그 사람도 인정했잖아.”원유희는 급히 설명하려 했고 평정심을 잃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당신에게 이젠 나를 괴롭힐 명분 따위는 없어!”“근데 상대는 확실히 너희 어머니가 맞잖아?”김신걸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고 무거웠다.“이 세상의 일들은 네가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거 아니야.”“이게 어떻게 우리 엄마 탓일 수가 있어? 너 이렇게 억지를 부리면 안 돼!”원유희는 급해 죽을 것 같았다. ‘간신히 누명을 씻을 수 있는 희망을 보았는데 결국엔 아무 소용도 없다니?’“네 어머니는 우리 엄마가 죽인 것도 아니고 나와는 더 상관없어. 법적으론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우리가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없어!”“확실해?”김신걸은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의 작은 얼굴을 홱- 잡았다.“너희 어머니만 없으면
윤정이 원유희에게 집을 사주자마자 김신걸은 그 일을 발견했다. 원유희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싶었는데 김신걸의 집도 이곳에 있었으니까 가능했다.원유희는 귀신을 본 것처럼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못 본 척하고 소리 없이 떠나고 싶었는데 옆 베란다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원유희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김신걸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는데, 손에 있던 컵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는 몸이 완전히 풀린 상태로 있었고 머리는 처지고 눈이 감긴 채 얼굴은 창백했다.‘기절한 거 아니야?’원유희는 당연히 못 본 척하고 지날 수 없었다.그녀가 아무리 김신걸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해도, 그가 아이들의 친아버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하지만 바로 부를 수도 없었고 윤설에게 전화하는 건 더 말이 되지 않았다. 윤설은 그녀가 김신걸이 여기 있다는 것을 왜 알았는지 의심할 것이다!원유희가 번호를 알고 외부 유출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은 고선덕뿐이었기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해하던 차에 책상 위에 놓인 검은색 핸드폰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김신걸의 핸드폰이었다.원유희는 김신걸에게 전화를 걸었고, 쪼그리고 앉아 가드레일 뒤에 몸을 가리고 두 눈으로 옆의 움직임을 지켜봤다.핸드폰은 책상 위에서 진동하고 있었지만,김신걸을 깨우지 못했다.그리고 계속 진동하다가 미끄러운 테이블 때문에 폰은 땅에 툭 떨어졌다.“…….”원유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핸드폰이 박살 나면 내 책임인가? 짜증 나 죽겠네!”원유희는 가드레일을 사이에 두고 몸을 일으켰다.“김신걸! 김신걸!”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죽는 걸 지켜볼 수도 없고.’하지만 원유희는 구급차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김신걸처럼 성격이 괴벽한 사람이 구급차를 거절하면 어떡하는가? 그를 잘못 건드렸다가 재수 없게 되는 사람은 또 분명히 그녀가 될 것이다.원유희는 자신과 1미터 떨어진 베란다 가드레일을 봤다. 하지만 그녀는 고소공포증이 있었
“안 가고 뭐해?”원유희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집 문으로 갈 수 있어?”“안 돼.”화가 난 원유희는 그를 노려보았다.방금처럼 가기엔 아까 떨어질 뻔한 트라우마가 그대로 있었기에 불가능했다.“내가 누구 때문에 왔는데? 너희 집 문을 좀 빌리면 어때서? 뭐가 덧나냐고?”원유희는 정말로 방금처럼 가고 싶지 않았다.“나 방금 너를 구했어.”“…….”원유희는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다.“나 밥 안 먹었어.”눈을 감으며 얘기하는 김신걸은 유독 힘이 없어 보였다.원유희는 미간을 찌푸렸다.‘밥해달라는 거야 뭐야?’원유희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신걸은 자신을 일 시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방금과 같은 위험한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으면 그에게 밥을 해줘야 안전하게 문으로 떠날 수 있다.‘……그래, 집에 뭐 있어? 내가 해줄게.”원유희는 부엌에서 김신걸에게 밥을 해주기 시작했다. 냉장고엔 아무런 채소도 없어 사람을 시켜 신선한 음식 재료를 가져왔다. ‘신선한 음식 재료는 배달시킬 수 있으면서 왜 음식은 배달시키지 않냐고. 분명히 많은 사람이 제성에서 가장 권력이 있는 이 남자의 시중을 들고 싶어 할 텐데.’하지만 원유희는 문을 빌려준 값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이 왜 이곳에 집을 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집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그녀의 집의 주택구조와 똑같았다. 그저 인테리어 스타일이 완전 달랐을 뿐이다. 이쪽의 인테리어 스타일은 아주 아늑해 보였고 딱봐도 김신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히려……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스타일이었다.반시간 후, 세 가지 요리와 국을 만들어 식탁에 올렸다.김신걸이 별 얘기 없이 먹는 것을 보자 원유희가 물었다.“너 위병 때문이야?”김신걸은 말이 없었다.“괜찮은 것 같으니까 먼저 일어날게.”원유희는 더 이상 이곳에서 망신을 자처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좋은 점도 없었다.“내가 언제 널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달려가 그가 떠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왜 나보고 여기에 있으라는 건데? 난 돌아갈 거야.”“나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니 건드리지 마.”김신걸은 나른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 속에 숨긴 위협을 무시할 수 없었다.“내가 여기 있으면 기분이 더 나쁠 것 같지 않아?”원유희는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갔다.‘그렇게 자기를 싫어하고, 눈꼴 사납다고 생각하면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라고 나와 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김신걸 그녀를 곁눈질하다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방으로 밀어 넣었다.“너…”원유희는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김신걸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고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가고 싶었지만, 어떻게 감히 떠날 수 있겠는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방에 있는 것은 아니다.안에서 들려오는 샤워 소리에 원유희는 마음이 편치 않아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밖에 나가자 그녀는 마치 걸어다니면 떠날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처럼 거실을 계속 돌아다녔다. 그리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사실 그녀는 반드시 돌아가서 해결할 일은 없었다. 그저 김신걸과 같은 공간에 있기 싫었을 뿐이다. 게다가, 지금의 김신길은 윤설의 약혼자인데, 그사이에 이렇게 끼어있는 건 경우에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꼭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물론 김신걸의 목적이 바로 이런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그의 꾀에 넘어갈 순 없었다!그녀는 거실에 있었고, 방 안의 김신걸은 30분이 넘더라도 나오지 않았다.‘김신걸이 어떻게 이렇게 오래 씻을 수 있어?’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방으로 갔다.문을 열고, 먼저 머리를 쑥 집어넣어 들었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심지어 샤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원유희는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자는 김신걸을 보고 기가 막혔다.‘너는 내가 떠날 수 없다고 굳게 믿는구나!’원유희는 김신
원유희는 긴장한 목소리로 김신걸을 불렀다.“이봐, 약 먹어, 송욱이 위약을 가져왔어.”김신걸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아마도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원유희는 김신걸의 조각같은 얼굴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분명히 잘생긴 얼굴인데, 왜 계속 얼음처럼 차갑게 굴지?’하지만 잠든 사자라고 해도 사자는 여전히 사자였고 김신걸은 여전히 위험했다.원유희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따끈한 독약을 가져왔어.”그러자 김신걸은 눈을 떴다.“…….”원유희의 표정은 삽시에 굳어졌고 너무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정신없이 일어나 침대 머리맡을 가리켰다.“송욱이 위약을 가져왔어.”“독약이 아니라?”김신걸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원유희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얌전히 한쪽에 서 있었다.“아니……장난이었어.”김신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앉아 머리맡에 있던 약을 들어 물도 마시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원유희는 자신의 건방진 말이 김신걸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화난 것 같지도 않았다.‘놀라 죽을 뻔했네. 어떻게 제대로 얘기할 때는 안 일어나다가 독약이라고 얘기하자마자 깨날 수가 있어?’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저기, 나 지금 가봐도 돼?”김신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있었고 깊고 검은 눈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리 와.”원유희는 그녀와 침대 사이의 거리를 한번 다시 확인하고 긴장을 억누르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왜 그래…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에게 끌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잡았고 그녀는 갈고리에 걸린 물고기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김신걸은 시선을 그녀의 놀란 작은 얼굴에 돌렸다.“여기서 자고 가라고. 몇번을 더 얘기해야 해?”원유희는 막 말을 하려는데, 몸이 한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아…….”‘왜 여기서 자야 하는데? 그리고 왜 이 사람이랑 같이 자야 하는데?’원유희는 화가 나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저항했고, 누워서 눈을 감은 김신걸을 본 후, 용기가 싹 사라졌다.그녀는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