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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2577 챕터

제251화

저녁 퇴근 시간이 되자 소정남은 서류 뭉치를 들고 대표 사무실을 찾았다.전태윤은 고개를 들고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소정남이 자리에 앉자 전태윤이 무심하게 물었다."비서는 어디 가고 네가 왔어?""우리 비서가 임신했잖아. 왔다 갔다 하는 게 피곤할까 봐 내가 직접 왔지. 남편이 와이프 괴롭힌다고 나한테 뭐라고 하면 어떡해."소정남은 서류뭉치를 친구의 앞에 내밀었다."확인해 봤는데 별문제 없어. 사인만 하면 돼."서류를 내려놓은 소정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른 뒤, 느긋하게 물을 마시며 맞은편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전태윤은 참 잘생겼다. 매일 인상만 쓰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잘생긴 외모는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았다.이 외모지상주의의 시대에 그와 스쳤던 여자들은 대부분 그에게 빠져 잊지 못했다.하지만 예외인 여자도 있었다. 바로 그들의 대표 사모님이었다.소정남은 속으로 감탄했다. 하예정은 불과 한 달 사이에 전씨 그룹에서 가장 냉철하기로 소문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가장 중요한 건, 하예정 본인은 전태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거지?전태윤은 그녀에게 못 해준 것도 없었다. 그의 추종자들은 전태윤과 눈만 마주쳐도 며칠을 끙끙 앓아댔다. 성소현이 그러고 있지 않은가. 몇 년 동안 거절당하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해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많이 했는데도 하예정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소정남은 그게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뭘 봐."정수리에서 뜨거운 시선을 느낀 전태윤이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잘생겨서 좀 봤어. 전태윤, 너 진짜 잘생긴 거 알아? 성격이 거지 같아서 그렇지 네가 좀만 다정다감한 성격이었으면 사람들이 널 여자로 오해했을 거야. 너가 여자였으면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근데 네가 여자였으면 아마 나도 너한테 꼭 달라붙어서 결혼하자고 졸랐을걸."전태윤은 소정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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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같이 갈래?"전태윤이 가는 곳에는 그게 어디든 비싼 술이 소장돼 있었다."아니, 취할 것 같아서 싫어. 넌 취하면 챙겨줄 와이프라도 있지. 난 솔로잖아. 취해서 길바닥에 뻗어도 챙겨줄 사람 하나 없다고.""불쌍한 척하지 말고 너도 선봐서 결혼하면 되잖아."소정남이 까칠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너를 보니까 그냥 얌전하게 인연을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내가 뭐? 나 잘 지내거든?""그래, 그래. 잘 지내긴 하지. 요 며칠 너 얼굴이 펴진 적이 없는데 일하는 효율은 전보다 많이 상승했어. 그래서 부하직원들은 고생이지. 요 며칠 자발적으로 새벽까지 야근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전씨 그룹은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자기가 할 일만 마무리하면 야근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조기퇴근도 가능했다.하지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면 알아서 야근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날 일은 그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원칙이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의 냉전이 지속되면서 그가 기분이 안 좋다 보니 자연히 모든 정력을 업무에 쏟았다. 워낙 일 처리 속도가 빠른데 집중력까지 뛰어나다 보니 사흘이 걸릴 업무를 하루 안에 마무리해 버렸다.그러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그의 부하직원들이었다."조 비서는 요즘 바빠서 물 마실 시간도 없대."전태윤이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그래서 힘들대?"그룹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대표인 전태윤은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상사였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으면 가끔 소정남을 찾아 얘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소정남은 전태윤처럼 까칠하지도 않고 다정다감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소정남은 전태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고 둘이 절친이기도 했다.소정남에게 이야기하면 전태윤에게도 의견이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그건 아닌데 나도 보는 눈이 있잖아. 태윤아, 내 말 들어서 손해 볼 게 없다니까. 오늘은 선물 좀 사서 집에 가서 부인분이나 잘 달래줘."'네가 며칠째 이러고 있으니 나도 힘들어 죽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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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주형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소정남은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네 처형은 결혼한 뒤에 너무 많이 바뀌었지. 주형인은 이제 직급이 높아졌으니 주위에 있는 아무 여자와 비겨도 다 처형보다 예쁘고 어리겠지. 그렇게 오래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네 처형이 못마땅해졌을 거야."전태윤은 차가운 표정에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처형이 왜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데? 다 남편을 사랑하니까 몸매가 변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준 거지. 아이가 생긴 뒤에는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게 자신이 아이를 챙기고 온 가족을 돌봤던 거야. 처형이 희생한 건 처형의 청춘과 미모라고."그도 처형의 결혼 전후 변화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적어도 다이어트를 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하지만 그게 주형인이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몰인정한 성격은 주형인의 속에 숨어 있었고 전에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제 출세를 해 직장에서도 잘 나가니 우쭐거리기 시작해 자신의 아내를 무시하는 것이었다.하예진의 지금 모습이 너무 별로라면 하예진에게 다이어트를 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예진은 아직도 주형인을 사랑하고 있으니, 사랑하는 남자가 다이어트를 권유한다면 하예진은 열심히 다이어트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주형인은 결혼 생활 내내 하예진을 억압하고 그녀를 질책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생활비도 더치페이를 하자고 했다.하예진에게 지금 직장이 없어 수입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그건 너의 말이 맞아. 정말로 인정이 있는 남자라면 아내가 100kg가 넘는다고 해도 마음이 변하지는 않겠지."일편단심인 남자는 아내가 못생겨지고 뚱뚱해졌다고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다.뭐가 됐든, 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질린 것이었다.어쩌면 그는 하예진을 일부러 살을 찌우고 살찐 하예진이 싫어졌다는 핑계로 바람을 피웠을지도 모른다."주형인이 모르게 움직여야 돼."소정남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한테 맡겨 놓고도 마음이 안 놓여? 일부러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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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형수님, 이게 다 뭐예요?"비릿한 해산물 냄새를 맡은 전혁진이 물었다."해산물이에요. 친구가 바닷가에 여행 다녀오면서 선물록 가져왔어요. 아주 신선하더라고요. 남편과 저는 다 못 먹으니까, 보내 드리는 거예요."할머니를 힐끔 쳐다본 전혁진은 그녀가 거절하지 않자 입을 뗐다."이렇게 많이요?"그들의 집에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해산물이다.하지만 형수님이 준 것이니 그래도 집으로 가져가야만 한다."할머니, 가족들에게 조금씩 다 드셔보시라고 하세요."하예정은 세심하게 모든 사람의 것을 그물주머니에 똑같이 나눠 담았고, 돌아가면 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저 꺼내 나눠주기만 하면 되었다."그래, 그러마."전씨 가문 할머니는 혁진이가 차에 해산물을 모두 싣는 것을 보고 나서야 차에 올라탔다. 그러면서 하예정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예정아, 조금 전에 내가 태윤이에게 문자를 보냈어. 같이 저녁 먹고 나서 다시 회사 가라고 했어.""지금 아마 오는 길일 거야. 태윤이와 같은 회사에 출근하는 혁진이도 이미 왔으니 너도 빨리 들어가서 저녁 준비해. 멀리 안 나와도 돼."하예정이 말했다."... 할머니, 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점심에 남은 반찬을 데워 먹을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저 혼자 먹을 양밖에 없단 말이에요."할머니가 말했다."지금 준비해도 충분해. 얼른 들어가서 준비하거라. 태윤이는 항상 늦게 퇴근하니까 반찬을 여러 가지 신경 써서 준비하고 배부르게 먹이도록 해."하예정은 할머니 앞이라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할머니를 배웅하고 나니, 서점에는 하예정 혼자만 남았다.전태윤에게 밥을 차려주기가 귀찮았던 그녀는 다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카톡을 열어보고 나서야 이미 그를 지웠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니, 그가 먼저 그녀를 지웠다.고민 끝에 하예정은 전태윤의 번호를 차단 목록에서 꺼냈다.처음으로 어두운 방에 갇혔던 번호는 끝끝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그리고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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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하예정은 차를 타고 떠났다. 전태윤은 하예정이 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게로 들어갔다. 널브러져 있는 예정이의 서류들을 본 전태윤은 어차피 봐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팬을 깨끗하게 씻은 뒤 물을 넣은 뒤 점심에 먹다 남은 요리를 넣고 데우기 시작했다.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그는 무심코 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해산물로 가득 차 있었다.전부 다 성소현이 보낸 것이었다.하예정에게 통이 큰 성소현은 차 한 대를 해산물로 가득 채워 선물했다.그것을 보니 하예정이 성소현에게 어떻게 자신의 환심을 살지 가르쳐 주었기에 성소현이 이렇게 많은 해산물을 선물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도 점심에 이 해산물로 적잖이 배를 채웠다…"예정 누나, 예정 누나."밖에서 김진우의 소리가 들렸다.전태윤은 얼른 가스레인지를 약불로 줄이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다른 이유는 없었다. 김진우는 그를 만난 적이 있으니, 김진우가 그를 보게 되면 하예정도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전태윤은 김진우가 자기 신분을 하예정이한테 말해주는 게 싫었다.가게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본 진우는 다시 몇 번을 불렀다.전태윤은 코를 막은 채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했다."누구세요? 예정이 지금 가게에 없는데 무슨 일이세요?"낯선 목소리에 김진우는 가게 앞에 세워진 현대차를 떠올리고는 하예정 남편이라고 생각했다.잠시 침묵한 김진우가 대답했다."예정이 누나 남편이신가요? 누나 어디 갔어요? 별로 큰일은 아니니 제가 누나한테 전화할게요."전태윤이 화장실에서 대답했다."아마 운전 중일 텐데 무슨 일인지 저한테 말씀하시면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김진우이 전태윤한테 사실대로 말할 리가 없었다.왜냐면 하예정에게 관성 호텔의 파티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물론 김씨 그룹이 관성 재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김진우는 아직도 회사일 배우는 중이라 아직은 작은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김진우가 빨리 재계에서 인맥을 넓혔으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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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전태윤은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화장실에서 나왔다.다행히 할머니가 다시 그를 불렀고, 할머니가 깔아준 멍석에 자존심을 내려놓았기에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김진우는 또 하예정과 단둘이 있을 뻔했다.김진우는 가게에서 나와 차를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하예정에게 전화를 했다.하예정은 이내 그의 전화를 받았다."진우야, 무슨 일이야?""예정 누나, 저녁 7시 반쯤 시간 괜찮아?" "무슨 일인데?"하예정은 대답 대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김진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저녁에 관성 호텔에서 모임이 있는데 누나도 알잖아, 나 여자친구 없는 거. 그래서 말인데 누나가 내 파트너로 같이 가주면 안 돼?"하예정은 바로 거절했다."효진이한테 부탁해 봐. 나는 시간이 안 돼. 남편이 가게에서 기다리거든."하예정은 김진우를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전태윤은 오해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는 하예정이 김진우로 갈아타려고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다.그녀에게 진짜로 그 마음이 있든 없든, 앞으로는 김진우와 단둘이 있는 것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았다. 단둘이 있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다.게다가 지난번에 김진우에게 밥을 살 때는 심효진도 자리에 있어 단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태윤은 그 광경을 보고 그녀와 김진우 사이에 무언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을 하니 그녀는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전태윤의 눈에, 그녀는 왜 다급하게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걸까?하예정이 남편을 거론하자 김진우는 속이 답답해졌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은 채 다시 애원했다."누나, 밥을 7시까지 먹진 않잖아? 부탁이야. 효진 누나도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안 된대.""꼭 파트너가 있어야 해? 밥을 7시까지 먹진 않지만 가게도 봐야 하고 또 난 남편이 있는 사람이잖아. 나는 너를 동생으로 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해를 할 거 아니야.""내가 너랑 같이 파티에 간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보겠어?"김진우는 하예정이 자신을 그저 동생으로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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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전태윤은 새로 음식을 포장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하예정은 음식 두 가지와 공깃밥 2인분을 포장했다.음식값을 치른 그녀는 포장한 음식을 들고 식당을 나와 차로 향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전태윤이었다.김진우가 왔다가 바로 간 것도 그렇고 전태윤은 미심쩍은 기분을 떨칠 수 없어 결국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금방 갈게요."전태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예정은 한 마디 툭 내뱉더니 이내 전화를 끊었다.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아내에 전태윤은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의 화가 아직 덜 풀렸다는 걸 전태윤은 잘 알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화해한 척하지만 사실은 할머니의 개입으로 어쩔 수 없이 화해한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할머니의 체면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하예정은 확실히 금방 가게로 돌아왔다."음식 다 데웠어요? 그럼 이제 식사해요."포장해 온 음식을 들고 들어온 하예정은 카운터 안쪽에 앉아있는 전태윤을 보며 말했다."그래."그녀가 돌아오자 전태윤은 곧바로 카운터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수저를 챙겨왔고 다 데워진 음식들을 들고나왔다.하예정도 포장해 온 음식을 카운터에 두었고 전태윤은 음식이 있는 걸 보자 그녀에게 물었다."음식 따로 안 사 와도 된다 했잖아.""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게 익숙하지 안을까 봐 식당에서 음식 몇 개 시켰어요. 이 가게는 음식이 워낙 맛있어서 저도 자주 시켜 먹어요."자신을 위해 특별히 포장해 온 음식이라는 말에 전태윤의 눈빛이 그윽해졌다.두 부부는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생각하고 있었다.전태윤이 스스로를 바꿔가려고 노력하는 만큼 하예정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참, 방금전에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 나보고 매형이라던데."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밥을 떠주며 무심하게 한마디 건넸다. "당신 만나러 왔다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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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당신만 좋다면 우리 주말에 바닷가로 놀러 가자. 바다에서 직접 건진 싱싱한 해산물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전태윤이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제안했다."지금은 11월이잖아요.""관성의 11월은 해가 평소대로 뜨면 낮에는 여전히 더워서,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날씨야.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적당하니까."하예정은 배를 매만지며 말했다. "나중에요. 지금은 장담 못 해요, 주말에 갑자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전태윤은 응하고 가볍게 대답했다.수저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향하는데 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왔다."세제 너무 많이 쓰지 말아요. 싱크대 여기저기에 거품 잔뜩 늘어놓지 말고요."전태윤은 살짝 얼굴을 굳힐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십여 분 만에 전태윤은 설거지를 마쳤다.아까 전 냉장고를 열어본 탓에 안에 과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태윤은 그릇을 꺼내 씻은 뒤 여러 가지 과일들을 꺼냈다.전부 깨끗이 씻어 한입 크기로 잘라 그릇에 놓은 전태윤은 이쑤시개도 몇 개 챙겨 주방에서 나왔다."입가심으로 과일 좀 먹어."그는 과일 접시를 카운터에 올려놓았다."정말... 나를 배 터져 죽게 할 셈이에요?"전태윤은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치며 말했다. "배부르다 말만 하지 말고 차라리 밖에 나가서 산책하면서 소화나 시키지 그래?"관성 중학교 대문 앞 공간은 워낙 널찍한데다 길게 쭉 뻗은 2차선 도로와 강까지 있어 강변도로를 걸으며 산책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소화가 됐다.예고없이 훅 들어 온 전태윤의 스킨쉽에 흠칫 놀란 하예정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전태윤이 먼저 손을 거두었다.덕분에 하예정은 허공에 대고 헛손짓만 했다."좀 있다 나갈 거예요."하예정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았다. "오늘 저녁에는 회식 없어요?""원래는 있었지, 그런데 할머니가 하도 당신이랑 같이 밥을 먹으라고 시키셔서 어쩔 수 없이 회식을 취소했어."그러자 하예정은 슬쩍 눈치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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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전태윤은 하예정의 핸드폰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핸드폰을 뺏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다행히 자제력이 강한 그는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다.괜히 사이가 또 나빠지는 수가 있었다.전태윤이 하예정의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쿵!"하예정은 '여보'라는 말에 놀라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줍다가 액정에 깨진 것을 발견하고 안타까워서 한마디 했다."2만 원이나 주고 산 핸드폰 케이스인데."전태윤이 하예정의 핸드폰을 건너 받아 살펴봤다. 확실이 액정은 심하게 깨져 있었다. 하예정이 핸드폰 케이스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본 전태윤이 말했다."내가 열 배로 배상해 줄게.""몇 개 더 보상해 주세요. 괜히 또 갑자기 여보라고 부르면 몇 번 더 깨버릴지도 모르니까요."그녀의 말에 입꼬리가 떨려온 전태윤은 조용히 하예정을 잠깐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예정, 우리 아직은 그래도 부부야."전태윤은 자기 아내에게 여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손에서 핸드폰은 건너 받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계속해 보세요. 뭘 말하고 싶은데요? 지금부터 그냥 이름을 불러줘요. 저는 여보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여보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아요.""내가, 미안해."전태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는 자기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예정이 봤을 때, 전태윤의 얼굴은 학생들이 보면 도망을 갈 정도로 엄숙한 학교 주임 선생님 같다고 생각했다."그날 밤은 내가 충동적으로 너한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어. 다 내 잘못이야. 사과할게."하예정은 가만히 전태윤이 계속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하지만 전태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하예정을 쳐다보기만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추행한 것을 사과하려 했지만, 하예정과 김진우의 사이를 오해한 것을 사과하려는 마음이 없었다."저와 김진우는 결백해요."하예정은 이미 설명한 적이 있지만,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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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전태윤이 한심하다는 말투로 말했다."너는 내 눈에서 사랑이 보이지 않아? 김진우가 너를 쳐다볼 때도 나와 같은 눈빛이었어. 나는 남자라서 남자를 잘 알아. 그 자식은 널 좋아해,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하예정은 그런 줄도 모르고 어리석게 김진우를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김진우는 하예정의 동생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하예정의 남자 친구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하예정이 전태윤 앞에서 계속 장난을 쳤지만, 전태윤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당신의 눈빛에 사랑이 들어있다고요? 살기밖에 안 보이는데요?"전태윤이 한숨을 내뱉었다.전태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연기가 서툴러서 그런가 보죠. 눈빛에 사랑이 들어있으려면 진심이 필요해요. 당신은 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당연히 제가 당신의 눈빛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요."전태윤이 손을 들어 하예정의 함부로 움직이는 두 손을 내리쳤다."전태윤 씨.""뭐?""저, 음, 그러니까, 되게 키스하고 싶어요."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하예정이 또다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너무 잘생겼어요."하예정은 전태윤의 그 거친 키스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설마?전태윤을 좋아하게 된 것을 아니겠지?"싫으면 말고요. 얼른 가서 일이나 보세요. 저도 가게를 돌봐야 해요."하예정이 말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을 보는 척하면서 전태윤의 시선을 피했다.전태윤이 갑자기 두 손으로 힘 있게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 하예정을 잡아 일으키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기의 얇은 입술을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가져다 댔다.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면서 이 남자는 여자가 들이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의 강한 승부욕 때문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앗."하예정의 입술에 아픔이 몰려왔다.전태윤이 하예정의 입술을 물었다.피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픔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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