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새로 음식을 포장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하예정은 음식 두 가지와 공깃밥 2인분을 포장했다.음식값을 치른 그녀는 포장한 음식을 들고 식당을 나와 차로 향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또 울리기 시작했다.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전태윤이었다.김진우가 왔다가 바로 간 것도 그렇고 전태윤은 미심쩍은 기분을 떨칠 수 없어 결국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금방 갈게요."전태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예정은 한 마디 툭 내뱉더니 이내 전화를 끊었다.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아내에 전태윤은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의 화가 아직 덜 풀렸다는 걸 전태윤은 잘 알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화해한 척하지만 사실은 할머니의 개입으로 어쩔 수 없이 화해한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할머니의 체면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하예정은 확실히 금방 가게로 돌아왔다."음식 다 데웠어요? 그럼 이제 식사해요."포장해 온 음식을 들고 들어온 하예정은 카운터 안쪽에 앉아있는 전태윤을 보며 말했다."그래."그녀가 돌아오자 전태윤은 곧바로 카운터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수저를 챙겨왔고 다 데워진 음식들을 들고나왔다.하예정도 포장해 온 음식을 카운터에 두었고 전태윤은 음식이 있는 걸 보자 그녀에게 물었다."음식 따로 안 사 와도 된다 했잖아.""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게 익숙하지 안을까 봐 식당에서 음식 몇 개 시켰어요. 이 가게는 음식이 워낙 맛있어서 저도 자주 시켜 먹어요."자신을 위해 특별히 포장해 온 음식이라는 말에 전태윤의 눈빛이 그윽해졌다.두 부부는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생각하고 있었다.전태윤이 스스로를 바꿔가려고 노력하는 만큼 하예정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참, 방금전에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 나보고 매형이라던데."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밥을 떠주며 무심하게 한마디 건넸다. "당신 만나러 왔다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좀
"당신만 좋다면 우리 주말에 바닷가로 놀러 가자. 바다에서 직접 건진 싱싱한 해산물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전태윤이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제안했다."지금은 11월이잖아요.""관성의 11월은 해가 평소대로 뜨면 낮에는 여전히 더워서,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날씨야.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적당하니까."하예정은 배를 매만지며 말했다. "나중에요. 지금은 장담 못 해요, 주말에 갑자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전태윤은 응하고 가볍게 대답했다.수저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향하는데 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왔다."세제 너무 많이 쓰지 말아요. 싱크대 여기저기에 거품 잔뜩 늘어놓지 말고요."전태윤은 살짝 얼굴을 굳힐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십여 분 만에 전태윤은 설거지를 마쳤다.아까 전 냉장고를 열어본 탓에 안에 과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태윤은 그릇을 꺼내 씻은 뒤 여러 가지 과일들을 꺼냈다.전부 깨끗이 씻어 한입 크기로 잘라 그릇에 놓은 전태윤은 이쑤시개도 몇 개 챙겨 주방에서 나왔다."입가심으로 과일 좀 먹어."그는 과일 접시를 카운터에 올려놓았다."정말... 나를 배 터져 죽게 할 셈이에요?"전태윤은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치며 말했다. "배부르다 말만 하지 말고 차라리 밖에 나가서 산책하면서 소화나 시키지 그래?"관성 중학교 대문 앞 공간은 워낙 널찍한데다 길게 쭉 뻗은 2차선 도로와 강까지 있어 강변도로를 걸으며 산책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소화가 됐다.예고없이 훅 들어 온 전태윤의 스킨쉽에 흠칫 놀란 하예정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전태윤이 먼저 손을 거두었다.덕분에 하예정은 허공에 대고 헛손짓만 했다."좀 있다 나갈 거예요."하예정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았다. "오늘 저녁에는 회식 없어요?""원래는 있었지, 그런데 할머니가 하도 당신이랑 같이 밥을 먹으라고 시키셔서 어쩔 수 없이 회식을 취소했어."그러자 하예정은 슬쩍 눈치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
전태윤은 하예정의 핸드폰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핸드폰을 뺏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다행히 자제력이 강한 그는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다.괜히 사이가 또 나빠지는 수가 있었다.전태윤이 하예정의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쿵!"하예정은 '여보'라는 말에 놀라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줍다가 액정에 깨진 것을 발견하고 안타까워서 한마디 했다."2만 원이나 주고 산 핸드폰 케이스인데."전태윤이 하예정의 핸드폰을 건너 받아 살펴봤다. 확실이 액정은 심하게 깨져 있었다. 하예정이 핸드폰 케이스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본 전태윤이 말했다."내가 열 배로 배상해 줄게.""몇 개 더 보상해 주세요. 괜히 또 갑자기 여보라고 부르면 몇 번 더 깨버릴지도 모르니까요."그녀의 말에 입꼬리가 떨려온 전태윤은 조용히 하예정을 잠깐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예정, 우리 아직은 그래도 부부야."전태윤은 자기 아내에게 여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손에서 핸드폰은 건너 받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계속해 보세요. 뭘 말하고 싶은데요? 지금부터 그냥 이름을 불러줘요. 저는 여보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여보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아요.""내가, 미안해."전태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는 자기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예정이 봤을 때, 전태윤의 얼굴은 학생들이 보면 도망을 갈 정도로 엄숙한 학교 주임 선생님 같다고 생각했다."그날 밤은 내가 충동적으로 너한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어. 다 내 잘못이야. 사과할게."하예정은 가만히 전태윤이 계속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하지만 전태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하예정을 쳐다보기만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추행한 것을 사과하려 했지만, 하예정과 김진우의 사이를 오해한 것을 사과하려는 마음이 없었다."저와 김진우는 결백해요."하예정은 이미 설명한 적이 있지만, 또
전태윤이 한심하다는 말투로 말했다."너는 내 눈에서 사랑이 보이지 않아? 김진우가 너를 쳐다볼 때도 나와 같은 눈빛이었어. 나는 남자라서 남자를 잘 알아. 그 자식은 널 좋아해,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하예정은 그런 줄도 모르고 어리석게 김진우를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김진우는 하예정의 동생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하예정의 남자 친구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하예정이 전태윤 앞에서 계속 장난을 쳤지만, 전태윤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당신의 눈빛에 사랑이 들어있다고요? 살기밖에 안 보이는데요?"전태윤이 한숨을 내뱉었다.전태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연기가 서툴러서 그런가 보죠. 눈빛에 사랑이 들어있으려면 진심이 필요해요. 당신은 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당연히 제가 당신의 눈빛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요."전태윤이 손을 들어 하예정의 함부로 움직이는 두 손을 내리쳤다."전태윤 씨.""뭐?""저, 음, 그러니까, 되게 키스하고 싶어요."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하예정이 또다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너무 잘생겼어요."하예정은 전태윤의 그 거친 키스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설마?전태윤을 좋아하게 된 것을 아니겠지?"싫으면 말고요. 얼른 가서 일이나 보세요. 저도 가게를 돌봐야 해요."하예정이 말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을 보는 척하면서 전태윤의 시선을 피했다.전태윤이 갑자기 두 손으로 힘 있게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 하예정을 잡아 일으키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기의 얇은 입술을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가져다 댔다.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면서 이 남자는 여자가 들이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의 강한 승부욕 때문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앗."하예정의 입술에 아픔이 몰려왔다.전태윤이 하예정의 입술을 물었다.피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픔이 몰려왔다.
전태윤의 표정은 이내 다시 차가워졌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카운터에서 걸어 나왔다.바로 서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진 하예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구는 전태윤의 모습에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자리에 앉은 하예정은 진상 친척들이 오기를 기다렸다.저렇게 자신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진상 친척들뿐이기 때문이었다.1분도 채 안 돼 하보배 부부가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그 뒤로 하예정의 큰아버지 두 명과 고모 두 명도 따라 들어왔다.하예정은 입꼬리가 씩 올렸다. 나름 올 사람들은 다 왔다.하보배 부부는 카운터에 앉아 있던 하예정을 보고 달려 들으려 했지만, 전태윤이 이를 막았다.전태윤은 훤칠했지만 유난히 차가운 성격이었다. 그곳에 서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고귀한 분위기에 냉랭한 기운을 퍼트리고 있으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하보배 부부는 얼음처럼 차가운 전태윤의 태도에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당… 당신 뭐야? 간 떨어질 뻔했네!"하보배가 물었다.전태윤은 그를 흘겨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전태윤은 이런 인간 말종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여보, 혹시 이 사람 하예정 그 계집애 남편 아니야? 그… 전 뭐시기 있잖아."하보배의 아내는 하보배에게 귓속말로 물었다.하보배 부부도 마을 사람으로부터 하예정이 시집에 간 것만 들었지, 하예정의 남편은 본 적이 없었다.마을 사람의 말로는 하예정의 남편은 잘생겼지만, 성격은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눈빛은 날카로운 것이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설마 어디 무슨 조직 사람은 아니겠지?'하보배의 아내는 얼른 남편의 팔을 잡으며 남편 뒤로 숨었다.이때 하씨 집안의 장남인 하민성이 나와서 전태윤을 위아래로 훑고는 미소 지으며 공손하게 물었다."예정이 남편되시는 분이지요? 저는 예정이 큰아버지 되는 하민성입니다."하씨 집안 사람들을 힐끔 본 전태윤이 쌀쌀맞게 물었다."다 늦은 밤에, 온 가족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겁니까? 제 아내
하민성은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도 장난 아닌데 그 남편도 참 만만치 않았다.전태윤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하예정은 눈앞이 반짝였다. 우와, 지금 저 동작은 참 멋있었다.크흠, 지금은 존잘을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진지한 얼굴로 친정 사람들을 쳐다봤다."말해보시죠. 제 아내에게 튀어나오라고 하고는 뭘 하려고요? 머릿수 믿고 때리기라도 하시게? 아니면 머릿수 믿고 위협을 해서 당신네들 할머니 병원비 토해내게? 아니면 당신들 집값, 차비, 톨비까지 다 한 번 내게 하려고요?""하예정 저 성격에 우리가 때릴 수나 있어?"하보배의 아내인 정미숙은 하예정에게 따지려고 온 것이었다.아들 하지철의 구류 소식이 전해지자, 집안사람들은 하지철을 일단 보석시킨 뒤 다시 하예정에게 따지려고 했다.하지만 하지철의 보석 신청을 하러 갔을 때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하지철의 어머니는 분노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매우 급했다.아들 얼굴조차 못 본다니!다른 불량배들은 다 보석할 수 있는데 왜 하지철은 안된다는 거지? 하지철의 어머니는 하예정이 암암리에 농간을 부렸는지 의심했다.하예정과의 갈등에 하지철의 구속까지 더해서 갈등 상황은 더 심각해진 탓에 어른들은 결국 다 같이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다.전에는 아랫 세대가 나섰었다. 윗 어른인 그들은 기껏 해 봐야 하예정에게 전화나 거는 정도였다."예정아, 네가 우리 지철이를 신고했지? 넌 어쩜 그렇게 사람이 독하니? 지철이가 이제 몇 살이라고, 걔 아직 애야. 넌 지금 걔 일생을 망친 거야. 애가 지금 빨간 줄이 그였으니 애를 망친 거나 다름없다고!""누나가 돼서 사촌 동생를 좀 봐주지 않고 경찰까지 불러? 이 지독한 년,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따졌어야지!"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지철의 어머니는 전태윤이 무섭지 않았다.전태윤이 만만치 않아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그들을 다 때리기라도 할까 싶었다.하예정은 경찰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하보배는 곧바로 달려 나가 자신의 아내를 살폈다."여보, 괜찮아?"전태윤에게 질질 끌려 나와 바닥에 내팽개쳐진 정미숙은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몰골이 처참했다. 마치 체면이 바닥에 처박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당신은 죽기라도 한 거야? 내 남편이기는 해? 아내가 이렇게 끌려 나오는데 말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도와줄 생각도 않고, 어떻게 내가 이렇게 끌려 나오는 걸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남편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정미숙은 일어나자마자 남편을 밀치더니 남편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아들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또 나를 내팽개치고, 이게 말이나 돼? 귀신은 눈이 멀었나, 저렇게 불효막심하고 악독한 사람 안 잡아가고!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하보배는 그들 남매 중에서 가장 어린 탓에 부모와 형, 누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마찬가지로 정미숙도 하보배와 결혼한 뒤 시댁에서 온갖 예쁨을 받으며 지냈었다. 비록 그 집들 중 하보배의 집이 제일 가난했지만, 그래도 형과 누나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지은 작은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하씨 집안으로 시집온 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지냈던 정미숙은 이런 치욕은 받아본 적이라고는 없어 곧바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녀는 일불러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끈 뒤 하예정의 악행을 전부 다 토로할 생각이었다. 사람들에게 하예정이 얼마나 거만하고 삼촌과 고모와 작은 어머니에게 얼마나 막무가내로 나오는지 보여줄 심산이었다.부부로 산 세월이 긴 만큼, 하보배는 아내의 생각을 모를 리가 없었다.얼른 아내의 입을 막은 그는 버럭 화를 내며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소리를 지르긴 왜 질러? 다들 구경 오면 하예정의 체면이 깎일 것 같아? 우리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생각해 봐.""누가 정말로 사진이라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봐, 쪽팔리는 건 우리야. 겨우 실시간 검색어가 잠잠해져서 이제 좀 조용히 사나 싶었는데, 또다시 시끄러워지고 싶어?
몇 년간 호사스럽게 지낸 터라 그들은 모두 살이 올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대는 통에 하예정 부부와 싸울 재주가 없었다. 게다가 하예정은 싸움을 배운 사람이기도 했다.정말 하예진은 동생을 어떻게 키운 건지, 무슨 생각으로 하예정에게 싸움을 배우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다행히 그들이 선견지명이 있어 셋째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가져와 보관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하예진 자매가 죄다 물 쓰듯 써버렸을 게 분명했다."하예정, 너 선 넘지 말아. 가서 우리 지철이 풀어주지 못 해? 똑똑히 말해두는데 우리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너 가만 안 둘 줄 알아! 네 남편이 있다고 내가 널 무서워할 줄 알아?"정미숙은 하예정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손을 다 씻은 전태윤이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자 정미숙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작아졌다.그녀는, 이 차갑고 말이 많지 않은 남자가 꽤 무섭기는 했다."하예정."하민성이 입을 열었다."뭐가 됐든, 먼저 손을 댄 건 잘못이야. 얼른 네 남편더러 작은 어머니에게 사과하라고 해. 그러면 우리가 어른으로서 더 따지지는 않을게.""삼촌도 폭력은 나쁘다는 걸 알고 있었군요. 하지철이 야심한 밤에 야구 배트를 든 양아치들 한 무리를 데리고 와서 제 앞길을 막고 차에서 내리라고 협박했을 때, 저 무서워죽는 줄 알았어요. 제가 차에서 내리니까 하지철이 또 먼저 저에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죠. 만약 제가 빠르게 피하지 못해서 야구 배트에 그대로 맞았다면, 삼촌, 제가 지금쯤 무슨 꼴이 되었을까요?"하예정이 무서워 죽을 뻔했다고 하는 말에 전태윤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지만 두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하예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하지철이 잘못했죠. 전 그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인데, 제게 무슨 잘못이 있어요? 그러는 삼촌들은 이 늦은 밤에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삼촌들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순간 할 말을 잃은 하민성이 잠시 벙져 있다가 말했다
도아영은 하예정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하 대표님, 제 명함이에요. 만약 전이혁 씨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되면 여기 제 연락처로 전화 주세요. 전 일주일 정도 관성에 머물 예정이에요.”하예정은 명함을 받으며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아영 씨, 지금 어디 머물고 있어요?”“관성 호텔이요. 전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이더라고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관성 호텔은 관성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죠. 거기에 머물면 보안도 철저하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예요.”“아영 씨가 호텔에 머무는 동안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죠. 잠시 후 제가 호텔에 연락해 놓을게요.”도아영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하 대표님, 정말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제 숙박비 정도는 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도아영 역시 명문가 출신이었고, 그녀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이었다.“물론 아영 씨가 돈이 부족할까 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먼 길까지 찾아왔는데, 제가 주인으로서 손님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혹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시간이 되면 제가 아영 씨랑 같이 다닐 수 있어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만약 제가 바쁘면, 다른 분한테 부탁해서 아영 씨를 관성의 여러 맛집으로 안내하도록 할게요.”“관성에는 관광지가 별로 없어요. 있다고 해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곳이죠. 하지만 음식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요.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가게들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말한 맛집들은 관성의 젊은이들도 모르는 가게들이었다. 그녀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미식가로 전태윤과 결혼하기 전, 친구 심효진과 함께 관성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맛집을 탐방했었다. 그러기에 관성의 맛집 정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의 배려에 도아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제 호텔 비용은 하 대표님께 부담드릴 수 없어요. 안 그러면 제가 너무
전이혁은 누구보다 할머니께 효심이 지극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친형보다도 가문의 맏형을 먼저 찾을 정도로 전태윤을 존경했다.그리고 전태윤은 워낙 애처가였고, 동생들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는 또 아내에게 모든 걸 말했었다. 덕분에 하예정도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그러니 도아영도 실례를 무릅쓰고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하예정의 회사 직원들은 도아영을 하예정의 라이벌로 오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하예정 역시 처음에는 도아영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하예정은 처음에는 비서에게 차만 내오라고 했지만, 도아영의 목적을 알고는 다과와 과일을 추가로 준비하게 했다.그러나 도아영은 이런 차별적인 행동에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라도 똑같을 것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라이벌이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면, 예의상 물 한 잔은 줄 수 있어도 차와 다과까지 대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만나기만 해도 눈에서 불꽃이 튀는 라이벌인데, 도아영은 하예정이 솔직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예정을 찾아오기 전, 도아영은 이미 전씨 가문인지 어떤 가문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도 이런 명문가에 시집올 수 있다면 분명 행복했을 터였다.하지만, 문제는 전이혁이었다. 도아영은 전이혁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이혁은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도아영을 갖고 노는 듯했다.“넷째 도련님은 가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요즘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요.”도아영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지금 도련님은 어디에 있어요?”하예정이 되려 도아영에게 전이혁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2주 전까지만 해도 해주시에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마 관성에 돌아갔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겠죠.”“그럼, 벌써 2주째 도련님을 못 만나고 있는 거예요?”도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이혁 씨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제가
그래서 도아영은 지금 전이혁에 대해 캐물으려고 하예정을 찾아온 건가?“도아영 씨는 지금 전이혁 씨와 어떤 관계죠?” 하예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아영은 한참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어떤 관계인지. 처음 전이혁 씨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전이혁 씨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다가가려고 하니 또 멀어지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었나 봐요.”“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게, 제가 거의 잊어버릴 때쯤이면 꼭 꽃이나 선물을 보내오고, 또 밥도 사주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일 때문에 힘들 때도 몰래 저를 도와줬더라고요.”“그런데 정작 제가 보답이라도 하려고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연락도 안 받고, 메시지에 답장도 없고...저한테 어디 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전 전이혁 씨 이름만 알았지, 따로 캐내지 않았더라면 전이혁 씨가 전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도아영의 말의 하예정은 무언가 눈치챈듯했다.‘이혁 도련님, 진짜...이거 완전 밀당이잖아.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다가가지 말든가.’사실, 전이혁은 할머의 뜻을 무시할 수 없어 마지못해 도아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러니 도아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도망을 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하예정은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전이혁은 분명 꿈속 그 여자를 찾아냈고, 지금은 과연 본인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할머니의 뜻을 따를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었다.‘이혁 도련님은 정말 도아영이 별로인 건가? 아니면 꿈속 여자에게 깊이 빠진 걸까? 아마 본인도 정작 어떤 마음인지 모르고 있겠지...’하지만 전이혁이 양다리를 걸친 느낌은 확실했다.‘하 대표님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 성격이 이래요. 궁금한 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도대체 전이혁 씨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요.”“그런데 막상 직접 찾아가 물
몇 분 정도 앉아 있던 성소현은 바쁘다는 핑계로 VIP룸을 떠나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어차피 예전의 하예정도 쉽게 괴롭힐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강해진 하예진이었기에 성소현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건달 몇 명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서지혜가 그들에게 차를 따라준 후 하예정은 그녀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말했다.비서가 나가자 하예정은 도아영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아영 씨, 이젠 찾아온 의도를 말해보세요.”도아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단지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단지 만나보고 싶었다고?’그녀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팬도 없었다.도아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문득 깨달은 하예정은 떠보듯 도아영에게 물었다.“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때문에 오신 거예요? 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이름은 뭐예요?”“전이혁이에요? 전우예요? 전창빈이에요?”그녀는 한 번에 도련님 세 명의 이름을 말했다.둘째 도련님은 기혼이고 셋째 도련님은 고현과 여행 중이다.두 도련님은 이미 임자가 있었다.바로 넷째 도련님부터 시작해서 하예정은 그들의 짝이 누구인지 모른다.여섯째 도련님의 반쪽이 선우민아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선우민아를 만난 적은 없었다.도아영은 선우민아가 아니기에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은 넷째 도련님 아니면 다섯째 도련님일 것이다.하예정의 말에 눈빛이 흔들린 도아영은 성실하게 대답했다.“이혁 씨요.”하예정은 바로 이해했다. 도아영은 할머니가 전이혁에 선택해 준 결혼 상대이다.할머니가 선택해 준 아내와 그가 꿈에서 본 여자는 같은 사람 아니기에 넷째 도련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선택해 준 여자랑 결혼하고 꿈에서 만난 여자와도 얽혀 있다면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이혼한 남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할머니를 찾아 항의한 적도 있었다.할머니는 만약 그가 꿈에서 본 여성을 찾은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