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좋다면 우리 주말에 바닷가로 놀러 가자. 바다에서 직접 건진 싱싱한 해산물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전태윤이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제안했다."지금은 11월이잖아요.""관성의 11월은 해가 평소대로 뜨면 낮에는 여전히 더워서,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날씨야.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적당하니까."하예정은 배를 매만지며 말했다. "나중에요. 지금은 장담 못 해요, 주말에 갑자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전태윤은 응하고 가볍게 대답했다.수저를 치우고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향하는데 아내의 잔소리가 들려왔다."세제 너무 많이 쓰지 말아요. 싱크대 여기저기에 거품 잔뜩 늘어놓지 말고요."전태윤은 살짝 얼굴을 굳힐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십여 분 만에 전태윤은 설거지를 마쳤다.아까 전 냉장고를 열어본 탓에 안에 과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태윤은 그릇을 꺼내 씻은 뒤 여러 가지 과일들을 꺼냈다.전부 깨끗이 씻어 한입 크기로 잘라 그릇에 놓은 전태윤은 이쑤시개도 몇 개 챙겨 주방에서 나왔다."입가심으로 과일 좀 먹어."그는 과일 접시를 카운터에 올려놓았다."정말... 나를 배 터져 죽게 할 셈이에요?"전태윤은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치며 말했다. "배부르다 말만 하지 말고 차라리 밖에 나가서 산책하면서 소화나 시키지 그래?"관성 중학교 대문 앞 공간은 워낙 널찍한데다 길게 쭉 뻗은 2차선 도로와 강까지 있어 강변도로를 걸으며 산책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소화가 됐다.예고없이 훅 들어 온 전태윤의 스킨쉽에 흠칫 놀란 하예정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전태윤이 먼저 손을 거두었다.덕분에 하예정은 허공에 대고 헛손짓만 했다."좀 있다 나갈 거예요."하예정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았다. "오늘 저녁에는 회식 없어요?""원래는 있었지, 그런데 할머니가 하도 당신이랑 같이 밥을 먹으라고 시키셔서 어쩔 수 없이 회식을 취소했어."그러자 하예정은 슬쩍 눈치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
전태윤은 하예정의 핸드폰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핸드폰을 뺏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다행히 자제력이 강한 그는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다.괜히 사이가 또 나빠지는 수가 있었다.전태윤이 하예정의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쿵!"하예정은 '여보'라는 말에 놀라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줍다가 액정에 깨진 것을 발견하고 안타까워서 한마디 했다."2만 원이나 주고 산 핸드폰 케이스인데."전태윤이 하예정의 핸드폰을 건너 받아 살펴봤다. 확실이 액정은 심하게 깨져 있었다. 하예정이 핸드폰 케이스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본 전태윤이 말했다."내가 열 배로 배상해 줄게.""몇 개 더 보상해 주세요. 괜히 또 갑자기 여보라고 부르면 몇 번 더 깨버릴지도 모르니까요."그녀의 말에 입꼬리가 떨려온 전태윤은 조용히 하예정을 잠깐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예정, 우리 아직은 그래도 부부야."전태윤은 자기 아내에게 여보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전태윤의 손에서 핸드폰은 건너 받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계속해 보세요. 뭘 말하고 싶은데요? 지금부터 그냥 이름을 불러줘요. 저는 여보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여보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아요.""내가, 미안해."전태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는 자기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예정이 봤을 때, 전태윤의 얼굴은 학생들이 보면 도망을 갈 정도로 엄숙한 학교 주임 선생님 같다고 생각했다."그날 밤은 내가 충동적으로 너한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어. 다 내 잘못이야. 사과할게."하예정은 가만히 전태윤이 계속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하지만 전태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하예정을 쳐다보기만 했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추행한 것을 사과하려 했지만, 하예정과 김진우의 사이를 오해한 것을 사과하려는 마음이 없었다."저와 김진우는 결백해요."하예정은 이미 설명한 적이 있지만, 또
전태윤이 한심하다는 말투로 말했다."너는 내 눈에서 사랑이 보이지 않아? 김진우가 너를 쳐다볼 때도 나와 같은 눈빛이었어. 나는 남자라서 남자를 잘 알아. 그 자식은 널 좋아해,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하예정은 그런 줄도 모르고 어리석게 김진우를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김진우는 하예정의 동생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하예정의 남자 친구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하예정이 전태윤 앞에서 계속 장난을 쳤지만, 전태윤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당신의 눈빛에 사랑이 들어있다고요? 살기밖에 안 보이는데요?"전태윤이 한숨을 내뱉었다.전태윤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의 연기가 서툴러서 그런가 보죠. 눈빛에 사랑이 들어있으려면 진심이 필요해요. 당신은 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당연히 제가 당신의 눈빛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지요."전태윤이 손을 들어 하예정의 함부로 움직이는 두 손을 내리쳤다."전태윤 씨.""뭐?""저, 음, 그러니까, 되게 키스하고 싶어요."전태윤은 얼굴을 굳힌 채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하예정이 또다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너무 잘생겼어요."하예정은 전태윤의 그 거친 키스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설마?전태윤을 좋아하게 된 것을 아니겠지?"싫으면 말고요. 얼른 가서 일이나 보세요. 저도 가게를 돌봐야 해요."하예정이 말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을 보는 척하면서 전태윤의 시선을 피했다.전태윤이 갑자기 두 손으로 힘 있게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 하예정을 잡아 일으키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기의 얇은 입술을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가져다 댔다.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면서 이 남자는 여자가 들이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의 강한 승부욕 때문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앗."하예정의 입술에 아픔이 몰려왔다.전태윤이 하예정의 입술을 물었다.피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픔이 몰려왔다.
전태윤의 표정은 이내 다시 차가워졌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카운터에서 걸어 나왔다.바로 서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진 하예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구는 전태윤의 모습에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자리에 앉은 하예정은 진상 친척들이 오기를 기다렸다.저렇게 자신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진상 친척들뿐이기 때문이었다.1분도 채 안 돼 하보배 부부가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그 뒤로 하예정의 큰아버지 두 명과 고모 두 명도 따라 들어왔다.하예정은 입꼬리가 씩 올렸다. 나름 올 사람들은 다 왔다.하보배 부부는 카운터에 앉아 있던 하예정을 보고 달려 들으려 했지만, 전태윤이 이를 막았다.전태윤은 훤칠했지만 유난히 차가운 성격이었다. 그곳에 서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고귀한 분위기에 냉랭한 기운을 퍼트리고 있으니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하보배 부부는 얼음처럼 차가운 전태윤의 태도에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당… 당신 뭐야? 간 떨어질 뻔했네!"하보배가 물었다.전태윤은 그를 흘겨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전태윤은 이런 인간 말종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여보, 혹시 이 사람 하예정 그 계집애 남편 아니야? 그… 전 뭐시기 있잖아."하보배의 아내는 하보배에게 귓속말로 물었다.하보배 부부도 마을 사람으로부터 하예정이 시집에 간 것만 들었지, 하예정의 남편은 본 적이 없었다.마을 사람의 말로는 하예정의 남편은 잘생겼지만, 성격은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눈빛은 날카로운 것이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설마 어디 무슨 조직 사람은 아니겠지?'하보배의 아내는 얼른 남편의 팔을 잡으며 남편 뒤로 숨었다.이때 하씨 집안의 장남인 하민성이 나와서 전태윤을 위아래로 훑고는 미소 지으며 공손하게 물었다."예정이 남편되시는 분이지요? 저는 예정이 큰아버지 되는 하민성입니다."하씨 집안 사람들을 힐끔 본 전태윤이 쌀쌀맞게 물었다."다 늦은 밤에, 온 가족이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겁니까? 제 아내
하민성은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도 장난 아닌데 그 남편도 참 만만치 않았다.전태윤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하예정은 눈앞이 반짝였다. 우와, 지금 저 동작은 참 멋있었다.크흠, 지금은 존잘을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진지한 얼굴로 친정 사람들을 쳐다봤다."말해보시죠. 제 아내에게 튀어나오라고 하고는 뭘 하려고요? 머릿수 믿고 때리기라도 하시게? 아니면 머릿수 믿고 위협을 해서 당신네들 할머니 병원비 토해내게? 아니면 당신들 집값, 차비, 톨비까지 다 한 번 내게 하려고요?""하예정 저 성격에 우리가 때릴 수나 있어?"하보배의 아내인 정미숙은 하예정에게 따지려고 온 것이었다.아들 하지철의 구류 소식이 전해지자, 집안사람들은 하지철을 일단 보석시킨 뒤 다시 하예정에게 따지려고 했다.하지만 하지철의 보석 신청을 하러 갔을 때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하지철의 어머니는 분노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매우 급했다.아들 얼굴조차 못 본다니!다른 불량배들은 다 보석할 수 있는데 왜 하지철은 안된다는 거지? 하지철의 어머니는 하예정이 암암리에 농간을 부렸는지 의심했다.하예정과의 갈등에 하지철의 구속까지 더해서 갈등 상황은 더 심각해진 탓에 어른들은 결국 다 같이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다.전에는 아랫 세대가 나섰었다. 윗 어른인 그들은 기껏 해 봐야 하예정에게 전화나 거는 정도였다."예정아, 네가 우리 지철이를 신고했지? 넌 어쩜 그렇게 사람이 독하니? 지철이가 이제 몇 살이라고, 걔 아직 애야. 넌 지금 걔 일생을 망친 거야. 애가 지금 빨간 줄이 그였으니 애를 망친 거나 다름없다고!""누나가 돼서 사촌 동생를 좀 봐주지 않고 경찰까지 불러? 이 지독한 년,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따졌어야지!"화가 머리끝까지 난 하지철의 어머니는 전태윤이 무섭지 않았다.전태윤이 만만치 않아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그들을 다 때리기라도 할까 싶었다.하예정은 경찰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하보배는 곧바로 달려 나가 자신의 아내를 살폈다."여보, 괜찮아?"전태윤에게 질질 끌려 나와 바닥에 내팽개쳐진 정미숙은 비록 아프지는 않았지만 몰골이 처참했다. 마치 체면이 바닥에 처박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당신은 죽기라도 한 거야? 내 남편이기는 해? 아내가 이렇게 끌려 나오는데 말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도와줄 생각도 않고, 어떻게 내가 이렇게 끌려 나오는 걸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남편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정미숙은 일어나자마자 남편을 밀치더니 남편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아들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또 나를 내팽개치고, 이게 말이나 돼? 귀신은 눈이 멀었나, 저렇게 불효막심하고 악독한 사람 안 잡아가고!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하보배는 그들 남매 중에서 가장 어린 탓에 부모와 형, 누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마찬가지로 정미숙도 하보배와 결혼한 뒤 시댁에서 온갖 예쁨을 받으며 지냈었다. 비록 그 집들 중 하보배의 집이 제일 가난했지만, 그래도 형과 누나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지은 작은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하씨 집안으로 시집온 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지냈던 정미숙은 이런 치욕은 받아본 적이라고는 없어 곧바로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녀는 일불러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끈 뒤 하예정의 악행을 전부 다 토로할 생각이었다. 사람들에게 하예정이 얼마나 거만하고 삼촌과 고모와 작은 어머니에게 얼마나 막무가내로 나오는지 보여줄 심산이었다.부부로 산 세월이 긴 만큼, 하보배는 아내의 생각을 모를 리가 없었다.얼른 아내의 입을 막은 그는 버럭 화를 내며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소리를 지르긴 왜 질러? 다들 구경 오면 하예정의 체면이 깎일 것 같아? 우리 아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생각해 봐.""누가 정말로 사진이라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봐, 쪽팔리는 건 우리야. 겨우 실시간 검색어가 잠잠해져서 이제 좀 조용히 사나 싶었는데, 또다시 시끄러워지고 싶어?
몇 년간 호사스럽게 지낸 터라 그들은 모두 살이 올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대는 통에 하예정 부부와 싸울 재주가 없었다. 게다가 하예정은 싸움을 배운 사람이기도 했다.정말 하예진은 동생을 어떻게 키운 건지, 무슨 생각으로 하예정에게 싸움을 배우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다행히 그들이 선견지명이 있어 셋째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가져와 보관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하예진 자매가 죄다 물 쓰듯 써버렸을 게 분명했다."하예정, 너 선 넘지 말아. 가서 우리 지철이 풀어주지 못 해? 똑똑히 말해두는데 우리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너 가만 안 둘 줄 알아! 네 남편이 있다고 내가 널 무서워할 줄 알아?"정미숙은 하예정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손을 다 씻은 전태윤이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자 정미숙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작아졌다.그녀는, 이 차갑고 말이 많지 않은 남자가 꽤 무섭기는 했다."하예정."하민성이 입을 열었다."뭐가 됐든, 먼저 손을 댄 건 잘못이야. 얼른 네 남편더러 작은 어머니에게 사과하라고 해. 그러면 우리가 어른으로서 더 따지지는 않을게.""삼촌도 폭력은 나쁘다는 걸 알고 있었군요. 하지철이 야심한 밤에 야구 배트를 든 양아치들 한 무리를 데리고 와서 제 앞길을 막고 차에서 내리라고 협박했을 때, 저 무서워죽는 줄 알았어요. 제가 차에서 내리니까 하지철이 또 먼저 저에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죠. 만약 제가 빠르게 피하지 못해서 야구 배트에 그대로 맞았다면, 삼촌, 제가 지금쯤 무슨 꼴이 되었을까요?"하예정이 무서워 죽을 뻔했다고 하는 말에 전태윤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지만 두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하예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하지철이 잘못했죠. 전 그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인데, 제게 무슨 잘못이 있어요? 그러는 삼촌들은 이 늦은 밤에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삼촌들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순간 할 말을 잃은 하민성이 잠시 벙져 있다가 말했다
"작은 어머니, 자, 얼른 감사 인사를 하세요. 좋기는 선물도 여럿 챙겨 오셔서 아들을 구해준 것에 크게 감사하세요."하예정의 말에 하씨 집안 어른들은 입꼬리가 덜덜 떨렸다.정미숙은 화가 치밀어 올라 핏줄이 툭 불거지더니 얼굴을 일그러트렸지만, 끝내 감히 손을 들지는 못했다.하예정이 폭력은 쓰지도 않은 채 집안 어른들의 말문을 막히게 한 것을 본 전태윤의 두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녀석, 대단하긴 하네!'"예정아."하예정의 큰고모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우린 네가 잘못했다고 한 게 아니야. 지철이가 잘못을 하긴 했지. 근데 너희는 사촌 남매잖니, 그래도 꽤 가까운 친인척이고 다 같은 가족인데 좀 싸우면 우리들끼리 해결하면 그만이었잖니. 우리한테 얘기했으면 우린 분명 지철이를 혼쭐냈을 거야. 이렇게 지철이를 경찰서까지 보낼 필요는 정말 없어.""우리도 지철이를 보석하려고 신청을 했는데 거절당했어. 혹시 네가 네 인맥한테 지철이가 못 나오게 얘기를 한 거니? 예정아, 네가 그때 일로 우리들을 미워하는 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지 않니, 성도 같고 뿌리도 같은데, 남이 우리 집안일에 끼게 하는 건 옳지 않아."그 말인즉슨, 하예정에게 무슨 일이든 다 뒷배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그 뒷배를 이용해 그들 가족을 억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하예정은 곧바로 손부터 나간 전태윤의 행동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과는 얌전히 말로 해 봤자 통하지가 않았다, 그들은 끝까지 그녀와 하지철은 사촌 동생이니, 하지철이 잘못을 했어도 신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은 차갑게 대꾸했다."매번 고모가 핏줄을 강조하고 한 가족이라고 강조할 때마다 전 웃음이 나오네요. 어쩐지 다들 호사를 누리면서 지낸다 했더니, 정말 뻔뻔하기도 하고, 부끄러움이란 모르는 것 같고, 비열하기도 하네요. 사람은 비열하면 무적이라더니, 다들 천하무적이세요.""제가 여러분들을 미워하는 걸 알면서도 제 앞에 와서 집안 어른이라도 가르치려고 드는 거예요? 부끄럽지도 않아
그와 동시에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는 하예진에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가족 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이씨 가문 댁 사람들은 점심부터 바삐 돌아쳤다.이씨 가문의 친척들도 도와주러 왔다.이은화가 집에서 연회를 마련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이씨 가문에서 약간의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평범한 친척이거나 이은화와의 관계가 멀어진 사람은 참석할 수 없다.이 때문에 많은 이씨 가문 친척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라고 했으면 평범한 친척들도 참석하도록 허락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설령 그들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왜 그들이 가족 연회에 참석할 수 없단 말인가!그들은 이은화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그러나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이은화가 알면 보복할까 봐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이은화는 평범한 친척들에게 낯선 사람보다 더 푸대접했기에 그들은 이은숙을 더 그리워했다.이은숙은 돌아가기 전에 누구에게나 등급을 매기지 않고 평등하게 대했다.가족 연회를 거행할 때면 이은숙은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전부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이은숙과 이은화는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일 처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났다.이은숙의 두 딸을 찾았다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사적으로 이씨 가문에 큰 이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화려한 집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물론 전부 이씨 가문의 신분 있는 사람들이다.그들은 이은화의 곁을 맴돌며 그녀에게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어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대표님, 군호 아저씨는 어디 가셨어요?”이때 이씨 가문의 친척 이연호가 무심결에 물어보았다.그는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참 동안 앉아 있었는데도 정군호를 보지 못해 이은화에게 물었다.이연호의 물음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모든 사람이 자신
“고빈 씨가 너무 한가해 보이는데 그에게 일을 많이 시키세요.”“맡길 수 있으면 진작에 맡겼어요. 고빈에게 못 맡기고 있는 건 그의 능력이 안 된다는 의미죠. 아직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를 넘기지 못하는 거예요.”고빈의 능력은 꽤 좋았다.그러나 고현에 비하면 그래도 좀 못했다.게다가 몇 년 동안 고씨 그룹을 고현에게 맡겼기 때문에 고현은 고빈보다 경험이 더 많았다.고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호영 씨가 고빈에게 일을 더 많이 주라고 한 사실을 고빈이가 알면 아마 미치고 팔짝 뛸걸요.”“제가 고빈 씨를 걱정할 때에요? 현이 씨가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너무 가슴이 아파요. 반면 고빈 씨는 매일 여성 지인들과 쇼핑하고 회식하면서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데요.”고현이 말을 건넸다.“저는 이미 익숙해졌어요. 언젠가 정말 제가 멈춰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습관이 안 될걸요. 저는 아마도 고생하는 팔자를 타고났나 봐요.”“예진 언니는 어디 있어요?”고현이 물었다.“하루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누나를 찾아갈까요? 아니면 누나를 먼저 이씨 가문으로 가라고 할까요? 우리가 여기에서 이씨 가문으로 떠날까요?”고현이 물었다.“언니와 약속된 거 아니었어요?”“약속했죠.”“그럼 약속한 대로 해요. 예진 언니가 호텔에서 괜히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호영 씨가 진작에 갈라져서 떠나자고 했으면 언니도 그토록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잖아요.”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가 함께 가면 예진 누나가 더 안전할 거로 생각했거든요.”“예진 언니가 감히 여기까지 오신 것으로 보면 아마도 마음의 준비를 다 했을 거예요. 언니를 구속할 필요는 없어요.”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구속하지 않았거든요. 이곳으로 처음 발을 들여놓으셨기에 저는 누나의 버팀목으로 되어주고 싶을 뿐이에요. 누나가 걱정하시지 않도록 말이죠. 그 늙은 여자는 마음이 모질고 손끝이 매서워서 누나가 그 늙은 여자를 건드리게 될까봐
고빈은 웃으며 자리를 떠나더니 다시 돌아와 잘생긴 전호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조심스레 물었다.“호영 씨, 정말 우리 엄마께 제 고자질 하실 생각은 아니죠?”“고빈 씨가 저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럴 리가 없죠.”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전호영은 고현이 화낼까 봐 걱정했고 고빈은 그의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할까 봐 걱정했다.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잔소리만으로도 고빈은 충분히 고통받을 것이다.지금 고진호 부부에게는 전호영이 보물이고 심지어 친아들인 고빈보다 더 귀한 존재였다.고빈은 고현 앞에서 자주 자신이 부모의 자식이 아니라고 투덜거렸다. 그의 부모님이 전호영을 그토록 좋아하시는 것으로 보면 그와 전호영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리고 고현에게 한 대 얻어맞곤 한다.고빈은 자신의 집에서 그의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만약 고빈이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온다면 고진호 부부 앞에서 그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그러다가 또 고빈은 자신이 여자 친구를 데려온다고 해도 집에서 여전히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고진호 부부의 주의력은 전호영으로부터 그들의 며느리에게로 옮겨갈 거니까.아무리 귀한 사위라도, 사위는 모두 다른 집 아들이 그들 고씨 가문의 딸을 데려가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들 고빈이 데려온 여자 친구는 앞으로 고씨 가문으로 시집갈 것이기 때문에 고진호 부부는 당연히 미래의 며느리를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고빈은 중얼거렸다.“너무 자만하지 마세요. 어쩌면 제가 여자 친구를 찾아 집에 데려가게 되면 우리 부모님은 호영 씨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물론 그럴 리가 없다.그는 아직 자신을 설레게 하고 독신 생활을 끝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을 뿐이다.급하지 않다.조급해해도 소용없다.고현은 모든 사람이 떠난 후에야 회의실에서 나왔다.“자기야.”전호영이 돈과 꽃을 들고 마중 나가면서 그의 멋진 얼굴로 활짝 웃었다.“자기라고
전호영은 큰 돈다발을 들고 고씨 그룹의 대형 회의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현은 아직 회의 중이었다.이 여자는 정말 전호영보다도 더 바쁘게 보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현은 매일 끝없는 회의와 끝없는 서류 처리, 그리고 끝없는 비즈니스를 이어가야만 했다.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밖은 어둠으로 뒤덮였지만, 고현은 여전히 회의 중이었다.저녁 바람은 유난히 쌀쌀했다.전호영이 외출할 때 고현이 그에게 기대게 하여 따뜻함을 느끼게 하려고 특별히 두꺼운 코트를 입었다.고현이 따뜻함이 필요 없는데도 말이다.10분이 지나자 회의실 문이 열렸고 회의에 참석한 고위층 인사들이 회의실 안에서 걸어 나왔다.나오자마자 큰 돈다발을 안고 있는 전호영을 본 사람들은 멈추어 서서 서로 대화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정중하게 전호영에게 안부를 물었다.“전 대표님.”“호영 도련님.”전호영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이 없는 장소에서는 전호영을 전 대표님으로 불렀다.그들이 멀리 간 후에야 작은 소리로 토론했다.“호영 도련님은 정말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성가시고 뻔뻔한 남자예요.”그들 회사의 젊고 냉랭한 고현은 전호영 때문에 삐뚤어지게 되었다.전호영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늘 하던 대로 뒤에서 그의 험담을 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고위층 인사들은 전호영 앞에서는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그를 욕했요.이때 고빈이 사람들 뒤에서 나와 전호영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전호영이 들고 있는 것이 큰 돈다발이라는 것을 똑똑히 본 후 재빨리 전호영의 앞으로 걸어가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 이렇게 큰 꽃다발을 안고 있다니, 고생이 많으시죠? 자, 제가 그 무게를 덜어드릴게요.”전호영은 옆으로 몸을 돌려 고빈이 내미는 손을 피하며 나머지 손으로 고빈의 손을 밀어냈다.“무겁지 않아요. 고빈 씨 형은요?”“우리 형은 아직도 안에 계세요. 이렇게 큰 돈다발이 안 무거울 리가 없어요. 저한테 주세요. 제가 안아 드릴게요
전호영이 말했다.“이따가 고씨 그룹으로 고현 씨를 만나러 가는데 그녀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우리 두 사람이 누나와 함께 가드릴게요. 오늘 밤 그 늙은 여자가 누나한테 손을 쓸 수 없다고 쳐요. 우리 두 사람이 오늘 따라가게 되면 앞으로 누나 혼자 이씨 가문으로 가게 된다고 해도 그 늙은 여자가 누나 배후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게 될 거에요. 누나를 강성에서 죽이려고 해도 잘 고려하게 될 거니까요. 우리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고현 씨 강성에서의 세력을 봐서라도 잘 고려해야 할거에요.”“고현 씨를 끌어들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고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평소 서로 비틀림 없이 잘 지내고 있던 사이일 텐데 우리와 이씨 가문의 사적인 때문에 고현 씨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전호영이 말려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예진의 여동생은 전호영의 큰형수였기 때문에 전호영이 아무 짓을 하지 않아도 이은화의 눈에는 그를 하예진의 편으로 여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건넸다.“뭐 어때서요? 고현 씨는 앞으로 제 아내로 될 사람이고 우리 전씨 가문의 셋째 사모님이자 우리 큰형수님과 동서지간으로 지낼 사람인데. 고현 씨가 아무 짓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녀가 우리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하예진은 그를 비웃었다.“아직 고현 씨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 못하셨으면서 벌써 호영 씨 아내라고 표현하시는 거예요? 정말 뻔뻔스럽네요. 제가 보기에 고현 씨는 호영 씨의 뻔뻔함에 속아 어쩔 수 없이 당신과 사귀고 있는 것 같아요.”전호영이 바로 그 뻔뻔하고 껌딱지처럼 미래의 아내에게 붙어있는 남자였다.전호영이 입을 열었다.“우리 큰형이 저에게 전수해 준 비결인데 미래 아내의 마음을 훔치려면 뻔뻔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별로 구애하지도 못한 채 사촌 동생들에게 아내 쫓는 경험을 전수해 주었다.“그럼 이렇게 결정해요. 저녁에 저와 고현 씨가 누나와 함께 이씨 가문으로 갈게요.”하예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현을 끌
강성의 업계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문을 나서려던 하예진은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길이 막혔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하예진은 이은화가 그녀를 조만간 찾아올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행동할 줄은 몰랐다.“무슨 일이세요?”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공손히 말했다.“예진 씨, 우리 대표님께서 오늘 저녁 연회에 예진 씨를 초대하시려고 해요. 부디 가셔서 저녁 식사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우리 대표님께서 예진 씨가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모두 한 가족이니 서로 다니면서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십니다.”“우리 대표님께서 이미 방을 깨끗이 정리하셨고 예진 씨가 그곳으로 이사 가셔서 묵으시라고 하세요. 이 대표님께서 모르시면 그만이지만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아신 이상 호텔에 묵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하루 호텔이 전씨 그룹 밑의 호텔인데도 말이다.하예진이 말을 이었다.“돌아가셔서 이 대표님께 제가 저녁에 식사하러 갈 수는 있지만 묵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하루 호텔에서 묵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을 방해하기 싫거든요.”이씨 가문은 이은화의 구역으로 그곳에서 이은화는 마치 고대 황제와 같은 독재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하예진을 개미 한 마리 죽이듯이 쉽게 죽일 수 있는 곳이다.만약 하예진이 이씨 가문으로 이사한다면 아마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를 얻을 수 없겠지만 호랑이가 너무 많으면 목숨이 더 소중한 법이다.목숨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하예진에게 전해야 할 말은 전한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하예진의 회답을 받고 돌아가 이은화에게 전하려 했다.경호원이 말을 건넸다.“돌아가서 대표님께 전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고 차를 몰고 하루 호텔을 떠났다.하예진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아래층에서 기다리세요. 호
“이틀만 있으면 용정이가 또 떠나는데, 이번이 지나면 설이 지나야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녀석을 이틀 더 놀게 하다가 보내고 싶어요.”전태윤과 소정남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용정은 아직 어려서 자신이 피맺힌 원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물론, 꼬마 용정은 사부님들이 왜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모두가 용정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녀석이 살해당하게 할 수도 없었다.용정은 반드시 자신을 보호할 충분할 능력을 갖추어야 했다.복수하는 일은 법에 맡겨야 할 것이다.용정이 어른이 되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면 그의 모든 원수를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남씨 가문의 이변을 겪으면서 그들도 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도리를 깨달았다.복수도 할 수 있고 인생을 망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지금 남씨 가문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남씨 가문의 모자를 다치게 한 사람들은 지금 법적 처벌을 받고 있다.두 어르신은 연세가 많아 감옥으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사는 게 고통스럽기만 할 것이다.차라리 죽으면 고통도 사라질 텐데...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매우 괴로웠다.그들에게는 오히려 최고의 복수였다.박 집사가 들어왔다.그는 전태윤의 곁으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큰 도련님, 노동명 씨께서 오셨어요.”“동명이가 왔다고요? 제가 마중 나갈게요.”전태윤은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박 집사가 계속해서 말했다.“노동명 씨의 경호원들도 따라왔어요. 노동명 씨는 지금 정원에서 우빈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고 계세요.”전태윤은 다시 자리에 앉아 예준성에게 말했다.“동명은 우빈이와 함께 있대요. 내버려 둬요.”예준성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노 대표님과 우빈의 어머니는 언제 결혼한대요?”“우리 처형은 이제 재혼을 거부하지 않아요. 두 사람은 지금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다만 동명이 건강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우리 처형이랑 결혼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요. 동명은 자
예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지호 남매는 배불리 먹고 나면 두세 시간 동안 편히 잠을 잘 수 있다.모연정 일행이 집을 나선 뒤 그녀들이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전태윤은 그제야 예준성에게 말을 건넸다.“준성 씨, 누군가가 준성 씨 가족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면 용정을 노리고 있는 거죠.”예준성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소정남도 모르는 눈치였다.전태윤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정남이가 비밀스러운 남자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관성에 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준성 씨 가족들도 마침 용정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는데, 제 생각에는 이 두 가지 일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예준성은 예진 그룹의 대표이고 A 시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감히 예준성을 노려보는 사람이라면 우습게 보면 안 될 인물일 것이다.그들은 용정의 등 뒤에 토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용정은 피맺힌 원한을 짊어진 사람이다. 용정을 제외한 나머지 용정의 가족들은 전부 사살당했다.그 당시 가정부가 용정을 데리고 만성으로 도망갔다.용정의 가족들을 죽인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용정의 뒤를 쫓고 있었다.그러다가 모연정이 용정을 발견하게 되어 양자로 삼게 되었다. 모연정의 곁에는 많은 사람이 그녀를 보호해 주었기에 용정도 따라서 안전해졌다.가끔 용정이 A시에 돌아오게 되면 늙은 신의가 그의 곁을 지켜주곤 했다.늙은 신의 주변의 옛 친구들은 고집쟁이로 보이지만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아무도 그 영감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리고 용정에 대한 소식도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정의 행적은 우리가 잘 감추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들키게 된 거라면 아마도 여름방학 때 예정 씨가 우빈이랑 용정을 데리고 나가 놀 때 들켰을 거예요. 아니면 이번에 우리가 용정을 데리고 오는 것을 발견했을 수도 있고요.”예준성은 소정남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소 대표님, 그 남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성씨가 뭔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계세요?”소정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
심효진도 말을 건넸다.“그러니까. 낯선 사람이 오면 소씨 가문의 동의를 받아야 해?”소정남이 웃으면서 대답했다.“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 그냥 내 부하들이 전한 소식을 말해줬을 뿐이야.”일반적인 업계 거물들이 오면 소정남은 전태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민감한 시기였다.하예진이 강성으로 떠났다.그리고 오래전에 세상을 뜬 이경희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작은 딸로서 하예진의 친어머니이기도 했다.이씨 가문은 여러 재벌가에게 특별한 존재였다.그들은 모두 하예진이 강성으로 가게 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거물이 관성으로 오게 되었다. 아직 상대방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바삐 관성으로 왔다가 급하게 떠났기에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민감할 수도 있는 인물을 소정남에게 보고한 것이다.소지훈이 아직도 연성 쪽에서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성의 일은 전부 소정남이 맡고 있었다.하여 소씨 가문의 부하들도 무슨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소정남에게 보고했다.소정남이 처리할 수 없는 일만이 소지훈에게 알려주게 된다.“정남 씨, 강성에서 누군가가 왔다고 의심하고 계시는 거예요?”하예정이 갑자기 물었다.전태윤의 눈치를 보던 소정남은 전태윤이 말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하예정의 물음에 대답했다.“아직은 잘 몰라요. 우리가 그 사람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채 급히 왔다가 급히 돌아가는 바람에 상대방의 모양을 잘 파악하지 못했거든요. 우리 가문의 정보 시스템이 대단하지 못했더라면 그런 사람이 왔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제가 이씨 가문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이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씨 가문의 주인은 이 대표님인데 이 대표님은 이미 강성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우리는 그 신비한 중년 남자의 모양을 포착하지 못했어요.”소정남이 말은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 모녀를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다는 뜻이다.이씨 가문의 남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