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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몇 년간 호사스럽게 지낸 터라 그들은 모두 살이 올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대는 통에 하예정 부부와 싸울 재주가 없었다. 게다가 하예정은 싸움을 배운 사람이기도 했다.

정말 하예진은 동생을 어떻게 키운 건지, 무슨 생각으로 하예정에게 싸움을 배우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들이 선견지명이 있어 셋째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가져와 보관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하예진 자매가 죄다 물 쓰듯 써버렸을 게 분명했다.

"하예정, 너 선 넘지 말아. 가서 우리 지철이 풀어주지 못 해? 똑똑히 말해두는데 우리 아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너 가만 안 둘 줄 알아! 네 남편이 있다고 내가 널 무서워할 줄 알아?"

정미숙은 하예정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손을 다 씻은 전태윤이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쏘아보자 정미숙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작아졌다.

그녀는, 이 차갑고 말이 많지 않은 남자가 꽤 무섭기는 했다.

"하예정."

하민성이 입을 열었다.

"뭐가 됐든, 먼저 손을 댄 건 잘못이야. 얼른 네 남편더러 작은 어머니에게 사과하라고 해. 그러면 우리가 어른으로서 더 따지지는 않을게."

"삼촌도 폭력은 나쁘다는 걸 알고 있었군요. 하지철이 야심한 밤에 야구 배트를 든 양아치들 한 무리를 데리고 와서 제 앞길을 막고 차에서 내리라고 협박했을 때, 저 무서워죽는 줄 알았어요. 제가 차에서 내리니까 하지철이 또 먼저 저에게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죠. 만약 제가 빠르게 피하지 못해서 야구 배트에 그대로 맞았다면, 삼촌, 제가 지금쯤 무슨 꼴이 되었을까요?"

하예정이 무서워 죽을 뻔했다고 하는 말에 전태윤은 입꼬리가 살짝 떨렸지만 두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하예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철이 잘못했죠. 전 그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인데, 제게 무슨 잘못이 있어요? 그러는 삼촌들은 이 늦은 밤에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삼촌들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순간 할 말을 잃은 하민성이 잠시 벙져 있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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