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이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자마자 전화 너머에서는 주형인의 욕설이 쏟아졌다."당신 평소 우빈이를 어떻게 가르치는 거야? 어떻게 가르쳤길래 우빈이가 윗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가족애며 우애는 하나도 몰라? 어떻게 자기만 장난감을 사고 형한테는 사주지 말라는 말을 하게 해."남편에게 한바탕 욕을 먹자 하예진도 화가 나 차갑게 대꾸했다."내가 평소에 어떻게 가르쳤냐고? 그게 우빈이 잘못이야? 너희 누나네 자식이 매번 우빈이 장난감 빼앗고 때리는데, 당신은 우빈이가 뭔 샌드백인 줄 알아? 이리저리 치이고도 조용하게?""분명 걔가 잘못한 건데, 아빠로서 자기 아들 편을 안 들어줄망정, 아들이 철이 없다고 혼을 내?우빈이 장난감을 전부 누나네 아들한테 다 양보해 주고, 걔가 우빈이를 때릴 때면 얌전히 다 맞고 있어야 직성이 풀려?""당신 누나네 아들은 그 부모들한테 하도 예쁨을 받아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우빈이를 괴롭히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눈이 멀기라도 한 거야, 그게 안 보여? 주형인, 우빈이야말로 당신 아들이야, 당신 친아들이라고! 걔는 당신 조카일 뿐인데 어떻게 뭐가 더 중요한지를 못 가려?"주형인은 하예정의 질책에 말문이 막혔다. 이내 주형인이 곧장 대답했다."당신이랑은 말이 안 통해,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 당신 우빈이 데리고 어디 가는 거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당신은 또 어딘데? 회사 아니지? 나도 당신 주변이 시끄러운 거 들려. 우빈이 분유도 다 떨어지고 기저귀도 떨어져 가길래 사러 가는 길이야. 아들은 나와 더치페이 안 했지? 나 혼자서 10개월을 품었으니 애 분윳값 정도는 당신이 내야 하지 않겠어? 지금 당장 돈 보내."그녀의 동생은 그녀에게 얻어내야 할 것은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하예진은 아들에게 분유를 사줄 돈은 있었지만, 이 아들은 주형인의 아들이기도 하니 주형인에게도 양육의 책임이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분윳값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매이랕이 돈 달란 얘기밖에 모르지? 내가 돈 찍어내는 것도
서현주는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주형인은 서현주가 자신의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불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과 함께하고 싶어 하기에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현주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니 주형인은 더욱더 진심으로 빠져들었다.그는 서현주에게 더 많은 돈을 모으게 되면 새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그 말에 서현주는 감동하며 여러 번 입을 맞췄고 그는 기쁨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하예진은 더 말을 이으려 했지만 주형인은 이미 전화를 끊었고 이내 카톡으로 분윳값 25만 원을 이체했다.비록 50만 원을 받아내지 못하고 고작 25만 원에 그쳤지만 하예진은 그래도 주형인이 보낸 돈을 곧바로 받았다."왜 그래요? 오빠 부인이에요?"주형인이 전화를 받았을 때, 서현주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그러다 주형인이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서현주는 와인 두 잔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왔다.오늘 밤의 서현주는 마치 부잣집 딸같은 차림새였다. 명품 드레스를 걸치니 원래도 젊고 예쁜 그녀는 더욱더 예뻐 보였다. 굴곡진 몸매는 주형인과 함께 모임에 나타나자 적잖은 남자들의 이목을 끌어 서현주는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몸매에 꽤나 자신 있었다.주형인은 그녀를 꾸미는 것에 기꺼이 돈을 썼다. 그녀에게 예쁜 이브닝드레스를 선물했을 뿐만 아니라 금목걸이와 귀걸이 한 쌍, 금팔찌 두 개를 선물 해, 전부 착용한 뒤 오늘 밤의 모임에 함께 참석했다.서현주는 자신이 비록 부잣집 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못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그 사람이야. 돈 달라고 전화 왔어. 내가 뭔 은행인 줄 알아, 하루 종일 돈돈 거려."주형인은 아내에게 25만 원을 보내 주면서도 기분 나빠하며 구시렁거렸다. 그는 하예정이 자신에게 분윳값을 요구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서현주는 와인은 주형인에게 건네며 물었다."두 사람 더치페이하는 거 아니었어요? 오빠 이제 집에 가서 밥 먹는 것도 아닌데, 무슨 염치로 돈
서현주가 입을 열었다."아이는 두 사람 거니까 원래 반반씩 내야죠. 오빠는 잘못한 거 없어요."주형인은 당연히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주형인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관성 호텔은 역시 제일 고급진 호텔이기는 하네, 여기 모임의 와인은 우리가 평소 마시는 것보다 훨씬 좋네."서현주는 웃으며 대꾸했다."여기가 어딘데요. 오늘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다 작은 회사 대표거나 우리 같은 좀 잘나가는 직장인들 밖에 없어서 좀 아쉬워요. 성 대표님이나 전 대표님 같은 거물은 한 명도 없네요."그녀는 전 대표 같은 풍문에 휩싸인 사람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지난번에 우연히 마주치긴 했지만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 전 대표가 정말로 소문에서처럼 차갑고 차가운 데다 비범하게 잘생겼는지 알 길이 없었다."앞으로 전 대표나 성 대표 같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또 있을 거야."주형인은 서현주를 위로했다. 서현주보다 훨씬 아쉬운 건 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현주는 그저 그의 비서에 불과했고 잘나가는 직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였다.만약 전 대표 같은 사람과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전씨 그룹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오빠, 전 오빠도 앞으로 대단한 사장님이 되었으면 해요."서현주는 직장을 나와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 사장이 되는 주형인을 상상했다. 그때 하예진을 밀어내고 주형인의 아내가 된다면 그녀는 큰 회사의 사모님이 될 수 있었다.주형인은 그런 서현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내가 충분히 인맥을 쌓고 자금도 모으고 나면 내 회사를 차려야지."두 사람은 한참을 우스며 이야기를 나누다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서현주는 그런 주형인의 곁을 내내 지키고 있었고, 주형인이 다른 사람과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녀도 간간히 의견을 냈다.서현주는 만약 오늘 밤에 이 자리에 온 게 하예진이었다면, 지금의 하예진 외모로는 분명
어떤 회사든 사장이 바뀌면 고위 임원들도 따라서 변했다.새로운 사장이라면 뭐가 됐든 자신의 심복을 키워야 했다.한 사장의 설명을 들은 주형인은 김진우에게 갑자기 호감이 생겨 한 사장에게 물었다."사장님, 저 진우 도련님이랑 잘 아는 사입니까? 혹시 저 줄 좀 대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씨 그룹 계열사도 IT산업이니 저희 회사와 협력할 기회가 많은데 딱 이어 줄 연이 모자랍니다."유진 테크는 한 사장이 일하고 있는 회사와도 협력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안면을 튼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한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진우 도련님은 지금 하도 떠받들어져 귀찮아하는 것 같네요. 곧 있으면 자리를 찾아 앉을 테니 이리로 오면 제가 진우 도련님에게 주 사장님을 소개해 연을 맺어드리겠습니다."그 말에 화색이 된 주형인은 감격해하며 잔을 들어 올린 뒤 한 사장을 향해 말했다."한 사장님, 참 감사합니다."한 사장은 주형인과 잔을 살짝 부딪친 뒤 술을 마시고는 옆에 있는 서현주를 조금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주형인에게 말했다."오늘 서 비서 참 예쁘군요. 주 사장님, 참 미인복이 있으십니다.""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르시고 높은 연봉에 미인까지 곁에 두시다니,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습니다."주형인같이 비서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 편이라 다들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있었다.그들 같은 사람은 접대가 필요할 때면, 아내가 대단한 능력자거나 부부 사이가 아주 좋아야만 아내를 데리고 모임에 나오지, 그렇지 않으면 보통은 비서나 애인을 데리고 참석했다.그것이 바로 전태윤과 성기현같이 진정한 재벌가 도련님들이 이런 모임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 그 바닥은 모임이 한 번 열리면 참석하는 빈객은 다 지위와 신분이 있는 사람이고 함께 하는 파트너는 다 자신의 아내였다.재벌가 사모님의 무리는 정실이 아니면 어울리기 몹시 힘들었다. 내연녀가 자리를 꿰찬 경우, 설령 재혼을 했다고 해도 재벌가 사모님들은 내연녀였던 사람과
"진우 도련님, 안녕하세요."주형인은 오른손을 내밀어 김진우와 악수했다.주형인과 악수한 김진우가 말했다."주 사장님 이름이 어쩐지 익숙한데요."어쩐지 주형인이라는 이름이 그는 귀에 익었다.주형인은 조금 놀라 대답했다."도련님께서 제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시다고요?"이 업계에서 어느새 이렇게 유명해졌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김씨 가문 도련님이 그의 이름을 다 들어본 적이 있다니.김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확실히 조금 익숙하네요. 아마 누군가가 주 사장님의 이름을 말씀하는 걸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은 본 적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나네요."주형인은 얼른 자신의 명함을 꺼내 김진우에게 건네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 않습니까? 이건 제 명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김진우는 주형인의 명함을 받은 뒤 흘깃 보고는 챙겨 넣었다.그는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서현주를 흘깃 쳐다봤다. 비록 매혹적인 여자이긴 했지만 김진우는 그저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김진우의 눈에 제일 좋은 여자는 바로 그의 예정 누나밖에 없었다.하예정 말고 다른 사람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몇 사람은 김진우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다들 술을 마시며 기쁘게 일 이야기를 이어갔다.…...아이의 분유와 기저귀를 산 하예진은 아기용품점에서 나왔다. 분유는 아이 유모차에 놨지만 기저귀는 하도 많아 놓을 수가 없었다.점원이 다섯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고 하니 그녀는 다섯 개를 샀고 서비스로 온 하나까지 총 여섯 개나 샀다.아기 유모차는 화물차가 아니라 그렇게 많은 기저귀를 놓을 자리가 없었다.어쩔 수 없이 하예진은 다시 한번 주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주형인은 받지 않았다.하예진은 또 여러 번 다시 걸었고, 여섯 번째가 되어서야 통화는 연결됐다."하예진, 또 왜? 나 바쁜 거 몰라? 넌 내가 무슨 시장 바닥에 있는 줄 알아? 아무 때나 다 전화 받을 수 있게? 앞으로
"우빈아."길 중간으로 날아가 엎어진 분유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하예진은 황급히 달려가 아들을 안고는 잔뜩 긴장해서는 아들의 몸에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살피며 쉴 새 없이 물었다."우빈아, 어디 부딪친 거야? 어디 아픈 데는? 엄마한테 말해 봐.""엄마."주우빈은 그저 울기만 할 뿐 양손으로 하예정의 목을 꽉 안은 채 놓지를 않았다.다친 게 아니라, 그저 놀랐을 뿐이었다."퍽!"커다란 굉음이 울리자 하예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차 한 대가 길 중앙으로 날아간 분유통을 쳐서 날렸고 공교롭게도 분유통은 다시 그 차 앞 유리에 다시 쿵 떨어지는 소리였다. 분유통은 무게가 있는 데다 위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떨어진 탓에 차 앞 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그 차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주우빈은 더 깜짝 놀라 엄마의 목을 꽉 안고는 놓지 않았다.하예진은 그 차의 표식을 자세히 살폈다. 포르쉐였다!외제차였다!'이거, 수리비를 달라고 하지는 않겠지?'지난번에 실수로 마이바흐를 긁었을 때, 전태윤이 그 차주와 아는 사이였기에, 전태윤의 얼굴을 봐서 이동명은 일부분의 수리비만 받았었다.이번에 또 배상을 해야 한다면, 이제 더는 배상할 돈도 없었다.하예진은 두려움에 찬 눈으로 차주가 내리는 것을 쳐다봤다.거대하고 우람한 모습이 퍽 눈에 익었다.'저 사람, 이동명 씨 아닌가?'차주가 저 사람이라니?이건 너무 공교로운 거 아닌가?차에서 내린 이동명은 자신의 차 앞 유리를 살폈다. 또 바꾸게 생겼다.이미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분유통을 본 그는 길가에 엎어져 있는 하예진의 유모차와 바닥에 떨어진 기저귀와 분유통을 쳐다봤다. 대충 다 이해가 갔다.하예진을 본 이동명은 자신에게 재수가 옴 붙었다고 생각했다. 또 저 뚱뚱한 여자였다!그는 곧바로 돌아가 차에 탔다.하예진은 그가 차를 타고 떠나는 줄 알고 한시름을 놓고 있었는데, 이동명은 차를 갓길에 세우고 있었다.다시 차에서 내린 그는 그 분유통을 주워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넘어진 하에진의 차를 세워주고 분유통과 기저귀를 주워주
이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예진을 쳐다봤다. 친구와 하예정은 결혼을 한 사이고, 이 뚱뚱한 여자는 친구의 처형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이동명은 하예진에게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이번에도 그녀는 고의가 아니었다.그에게도 과속한 책임이 있었다.이동명의 주시에 하예진은 속으로 잔뜩 겁을 먹어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막 입을 열려는데 이동명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많이 샀는데 당신 남편은 도와주러 오지도 않는 겁니까? 아니면 좀 적게 사든지요.""집과 조금 거리가 있을 뿐이라, 다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제 남편에게 전화해 봤는데 바빠서 데리러 올 새가 없다기에 하는 수 없이 혼자 가져가는 길이었고요. 그러다가 방금 전에 벽돌이 튀어나온 걸 보지 못해 부딪치는 바람에 유모차가 쓰러지고 분유통이 굴러떨어졌어요. 이동명 씨가 그걸 칠 줄은 몰랐어요."하예진은 작은 목소리로 해명했다."애가 울고 있으니 당연히 애부터 달래야 해, 길에 떨어진 걸 주울 틈이 없었어요.""이동명 씨, 저 이번에는 진짜 고의가 아니에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정말로 수리비를 요구할 거라면 저 반만 내면 안 돼요? 제가 한 눈 팔아서 실수를 했다만 이동명 씨도 너무 빠른 속도로 운전을 했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이동명 씨에게도 책임이 있어요."그 말을 다 들은 이동명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지난번에는 전태윤이 그에게 전화를 했던 탓에 전태윤의 얼굴을 봐서 고작 180만 원의 수리비를 요구했던 것이다. 사실 그가 냈던 돈이 하예정보다 훨씬 많았다.그때 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만약 했었다면 아마 하예진에게 배상하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동명은 손을 뻗어 기저귀를 들었다.하예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기저귀를 전부 차에 실은 뒤 다시 돌아와 유모차를 미는 그를 쳐다봤다.이동명은 하예정을 보며 말했다."타요, 바래다줄게요."'이 뚱뚱한 여자 남편은 이 여자한테 잘해
하예진은 본능적으로 대꾸했다.그녀는 정말로 다른 생각은 없었다.첫째로, 그녀는 이미 망상을 할 나이가 지났고, 둘째로는 이미 결혼을 한 남편도 아이도 있는 사람인 데다 셋째로는 이미 결혼 전의 그 예쁜 미녀가 아니라 그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이기 때문이었다.이동명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배상금에 대해 이야기해보죠."하예진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예진은 지금 적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의 파손 정도는 딱 봐도 전보다 훨씬 심각해 보여, 수리비가 더 나올게 분명했다. 그녀에게 배상하라고 하면 아마 전재산을 다 내놔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또 주형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질책당할 게 분명했다.지난번에 유모차로 실수로 차를 긁었을 때도 조금 크게 긁혔다고 180만 원이나 들었다."집 어디예요?""광명 아파트요.""거긴 학군이 좋은 데잖아요. 안목이 좋네요, 행동력도 빠르고."지금 광명 아파트의 집은 다 팔리고 없었다."제 남편이 결혼 전에 산 집이에요. 지금은 매달 대출 갚고 있고요. 이동명 씨, 이번에는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요? 그… 제가 정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아니고, 배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전 가정주부인 데다 수입도 없고, 모아둔 돈도 얼마 없어서 아마, 배상금이 모자랄지도 몰라요.""혹시 다달이 나눠서 드려도 돼요?"하예진은 떠보듯 물었다."저 지금 열심히 일자리 찾고 있어요. 나중에 제가 일자리도 찾고 수입도 생기면, 무조건 전부 배상할게요."이동명은 운전하며 물었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이번에는 배상하지 않아도 돼요. 지난번에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한 건, 그저 앞으로 다닐 때 조심하라고 교훈을 주려던 것뿐이에요. 저런 유모차는 부딪치면 손해는 당신이 보는 거잖아요. 잊지마요, 저 차에는 당신 아들이 타고 있어요."어쩌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을 떠오른 하예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제가 보기엔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해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 이것 봐요, 이제 겨우 한 달 만에 제 차가 또
도아영은 하예정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하 대표님, 제 명함이에요. 만약 전이혁 씨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되면 여기 제 연락처로 전화 주세요. 전 일주일 정도 관성에 머물 예정이에요.”하예정은 명함을 받으며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아영 씨, 지금 어디 머물고 있어요?”“관성 호텔이요. 전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이더라고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관성 호텔은 관성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죠. 거기에 머물면 보안도 철저하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예요.”“아영 씨가 호텔에 머무는 동안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죠. 잠시 후 제가 호텔에 연락해 놓을게요.”도아영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하 대표님, 정말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제 숙박비 정도는 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도아영 역시 명문가 출신이었고, 그녀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이었다.“물론 아영 씨가 돈이 부족할까 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먼 길까지 찾아왔는데, 제가 주인으로서 손님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혹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시간이 되면 제가 아영 씨랑 같이 다닐 수 있어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만약 제가 바쁘면, 다른 분한테 부탁해서 아영 씨를 관성의 여러 맛집으로 안내하도록 할게요.”“관성에는 관광지가 별로 없어요. 있다고 해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곳이죠. 하지만 음식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요.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가게들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말한 맛집들은 관성의 젊은이들도 모르는 가게들이었다. 그녀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미식가로 전태윤과 결혼하기 전, 친구 심효진과 함께 관성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맛집을 탐방했었다. 그러기에 관성의 맛집 정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의 배려에 도아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제 호텔 비용은 하 대표님께 부담드릴 수 없어요. 안 그러면 제가 너무
전이혁은 누구보다 할머니께 효심이 지극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친형보다도 가문의 맏형을 먼저 찾을 정도로 전태윤을 존경했다.그리고 전태윤은 워낙 애처가였고, 동생들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는 또 아내에게 모든 걸 말했었다. 덕분에 하예정도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그러니 도아영도 실례를 무릅쓰고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하예정의 회사 직원들은 도아영을 하예정의 라이벌로 오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하예정 역시 처음에는 도아영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하예정은 처음에는 비서에게 차만 내오라고 했지만, 도아영의 목적을 알고는 다과와 과일을 추가로 준비하게 했다.그러나 도아영은 이런 차별적인 행동에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라도 똑같을 것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라이벌이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면, 예의상 물 한 잔은 줄 수 있어도 차와 다과까지 대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만나기만 해도 눈에서 불꽃이 튀는 라이벌인데, 도아영은 하예정이 솔직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예정을 찾아오기 전, 도아영은 이미 전씨 가문인지 어떤 가문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도 이런 명문가에 시집올 수 있다면 분명 행복했을 터였다.하지만, 문제는 전이혁이었다. 도아영은 전이혁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이혁은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도아영을 갖고 노는 듯했다.“넷째 도련님은 가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요즘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요.”도아영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지금 도련님은 어디에 있어요?”하예정이 되려 도아영에게 전이혁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2주 전까지만 해도 해주시에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마 관성에 돌아갔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겠죠.”“그럼, 벌써 2주째 도련님을 못 만나고 있는 거예요?”도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이혁 씨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제가
그래서 도아영은 지금 전이혁에 대해 캐물으려고 하예정을 찾아온 건가?“도아영 씨는 지금 전이혁 씨와 어떤 관계죠?” 하예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아영은 한참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어떤 관계인지. 처음 전이혁 씨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전이혁 씨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다가가려고 하니 또 멀어지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었나 봐요.”“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게, 제가 거의 잊어버릴 때쯤이면 꼭 꽃이나 선물을 보내오고, 또 밥도 사주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일 때문에 힘들 때도 몰래 저를 도와줬더라고요.”“그런데 정작 제가 보답이라도 하려고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연락도 안 받고, 메시지에 답장도 없고...저한테 어디 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전 전이혁 씨 이름만 알았지, 따로 캐내지 않았더라면 전이혁 씨가 전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도아영의 말의 하예정은 무언가 눈치챈듯했다.‘이혁 도련님, 진짜...이거 완전 밀당이잖아.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다가가지 말든가.’사실, 전이혁은 할머의 뜻을 무시할 수 없어 마지못해 도아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러니 도아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도망을 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하예정은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전이혁은 분명 꿈속 그 여자를 찾아냈고, 지금은 과연 본인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할머니의 뜻을 따를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었다.‘이혁 도련님은 정말 도아영이 별로인 건가? 아니면 꿈속 여자에게 깊이 빠진 걸까? 아마 본인도 정작 어떤 마음인지 모르고 있겠지...’하지만 전이혁이 양다리를 걸친 느낌은 확실했다.‘하 대표님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 성격이 이래요. 궁금한 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도대체 전이혁 씨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요.”“그런데 막상 직접 찾아가 물
몇 분 정도 앉아 있던 성소현은 바쁘다는 핑계로 VIP룸을 떠나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어차피 예전의 하예정도 쉽게 괴롭힐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강해진 하예진이었기에 성소현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건달 몇 명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서지혜가 그들에게 차를 따라준 후 하예정은 그녀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말했다.비서가 나가자 하예정은 도아영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아영 씨, 이젠 찾아온 의도를 말해보세요.”도아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단지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단지 만나보고 싶었다고?’그녀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팬도 없었다.도아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문득 깨달은 하예정은 떠보듯 도아영에게 물었다.“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때문에 오신 거예요? 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이름은 뭐예요?”“전이혁이에요? 전우예요? 전창빈이에요?”그녀는 한 번에 도련님 세 명의 이름을 말했다.둘째 도련님은 기혼이고 셋째 도련님은 고현과 여행 중이다.두 도련님은 이미 임자가 있었다.바로 넷째 도련님부터 시작해서 하예정은 그들의 짝이 누구인지 모른다.여섯째 도련님의 반쪽이 선우민아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선우민아를 만난 적은 없었다.도아영은 선우민아가 아니기에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은 넷째 도련님 아니면 다섯째 도련님일 것이다.하예정의 말에 눈빛이 흔들린 도아영은 성실하게 대답했다.“이혁 씨요.”하예정은 바로 이해했다. 도아영은 할머니가 전이혁에 선택해 준 결혼 상대이다.할머니가 선택해 준 아내와 그가 꿈에서 본 여자는 같은 사람 아니기에 넷째 도련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선택해 준 여자랑 결혼하고 꿈에서 만난 여자와도 얽혀 있다면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이혼한 남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할머니를 찾아 항의한 적도 있었다.할머니는 만약 그가 꿈에서 본 여성을 찾은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