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이 귓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자마자 전화 너머에서는 주형인의 욕설이 쏟아졌다."당신 평소 우빈이를 어떻게 가르치는 거야? 어떻게 가르쳤길래 우빈이가 윗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가족애며 우애는 하나도 몰라? 어떻게 자기만 장난감을 사고 형한테는 사주지 말라는 말을 하게 해."남편에게 한바탕 욕을 먹자 하예진도 화가 나 차갑게 대꾸했다."내가 평소에 어떻게 가르쳤냐고? 그게 우빈이 잘못이야? 너희 누나네 자식이 매번 우빈이 장난감 빼앗고 때리는데, 당신은 우빈이가 뭔 샌드백인 줄 알아? 이리저리 치이고도 조용하게?""분명 걔가 잘못한 건데, 아빠로서 자기 아들 편을 안 들어줄망정, 아들이 철이 없다고 혼을 내?우빈이 장난감을 전부 누나네 아들한테 다 양보해 주고, 걔가 우빈이를 때릴 때면 얌전히 다 맞고 있어야 직성이 풀려?""당신 누나네 아들은 그 부모들한테 하도 예쁨을 받아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우빈이를 괴롭히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눈이 멀기라도 한 거야, 그게 안 보여? 주형인, 우빈이야말로 당신 아들이야, 당신 친아들이라고! 걔는 당신 조카일 뿐인데 어떻게 뭐가 더 중요한지를 못 가려?"주형인은 하예정의 질책에 말문이 막혔다. 이내 주형인이 곧장 대답했다."당신이랑은 말이 안 통해,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 당신 우빈이 데리고 어디 가는 거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당신은 또 어딘데? 회사 아니지? 나도 당신 주변이 시끄러운 거 들려. 우빈이 분유도 다 떨어지고 기저귀도 떨어져 가길래 사러 가는 길이야. 아들은 나와 더치페이 안 했지? 나 혼자서 10개월을 품었으니 애 분윳값 정도는 당신이 내야 하지 않겠어? 지금 당장 돈 보내."그녀의 동생은 그녀에게 얻어내야 할 것은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하예진은 아들에게 분유를 사줄 돈은 있었지만, 이 아들은 주형인의 아들이기도 하니 주형인에게도 양육의 책임이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분윳값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매이랕이 돈 달란 얘기밖에 모르지? 내가 돈 찍어내는 것도
서현주는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주형인은 서현주가 자신의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불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과 함께하고 싶어 하기에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현주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오니 주형인은 더욱더 진심으로 빠져들었다.그는 서현주에게 더 많은 돈을 모으게 되면 새 차를 선물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그 말에 서현주는 감동하며 여러 번 입을 맞췄고 그는 기쁨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하예진은 더 말을 이으려 했지만 주형인은 이미 전화를 끊었고 이내 카톡으로 분윳값 25만 원을 이체했다.비록 50만 원을 받아내지 못하고 고작 25만 원에 그쳤지만 하예진은 그래도 주형인이 보낸 돈을 곧바로 받았다."왜 그래요? 오빠 부인이에요?"주형인이 전화를 받았을 때, 서현주는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그러다 주형인이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서현주는 와인 두 잔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왔다.오늘 밤의 서현주는 마치 부잣집 딸같은 차림새였다. 명품 드레스를 걸치니 원래도 젊고 예쁜 그녀는 더욱더 예뻐 보였다. 굴곡진 몸매는 주형인과 함께 모임에 나타나자 적잖은 남자들의 이목을 끌어 서현주는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몸매에 꽤나 자신 있었다.주형인은 그녀를 꾸미는 것에 기꺼이 돈을 썼다. 그녀에게 예쁜 이브닝드레스를 선물했을 뿐만 아니라 금목걸이와 귀걸이 한 쌍, 금팔찌 두 개를 선물 해, 전부 착용한 뒤 오늘 밤의 모임에 함께 참석했다.서현주는 자신이 비록 부잣집 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못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그 사람이야. 돈 달라고 전화 왔어. 내가 뭔 은행인 줄 알아, 하루 종일 돈돈 거려."주형인은 아내에게 25만 원을 보내 주면서도 기분 나빠하며 구시렁거렸다. 그는 하예정이 자신에게 분윳값을 요구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서현주는 와인은 주형인에게 건네며 물었다."두 사람 더치페이하는 거 아니었어요? 오빠 이제 집에 가서 밥 먹는 것도 아닌데, 무슨 염치로 돈
서현주가 입을 열었다."아이는 두 사람 거니까 원래 반반씩 내야죠. 오빠는 잘못한 거 없어요."주형인은 당연히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주형인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관성 호텔은 역시 제일 고급진 호텔이기는 하네, 여기 모임의 와인은 우리가 평소 마시는 것보다 훨씬 좋네."서현주는 웃으며 대꾸했다."여기가 어딘데요. 오늘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다 작은 회사 대표거나 우리 같은 좀 잘나가는 직장인들 밖에 없어서 좀 아쉬워요. 성 대표님이나 전 대표님 같은 거물은 한 명도 없네요."그녀는 전 대표 같은 풍문에 휩싸인 사람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지난번에 우연히 마주치긴 했지만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 전 대표가 정말로 소문에서처럼 차갑고 차가운 데다 비범하게 잘생겼는지 알 길이 없었다."앞으로 전 대표나 성 대표 같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또 있을 거야."주형인은 서현주를 위로했다. 서현주보다 훨씬 아쉬운 건 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현주는 그저 그의 비서에 불과했고 잘나가는 직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였다.만약 전 대표 같은 사람과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전씨 그룹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오빠, 전 오빠도 앞으로 대단한 사장님이 되었으면 해요."서현주는 직장을 나와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 사장이 되는 주형인을 상상했다. 그때 하예진을 밀어내고 주형인의 아내가 된다면 그녀는 큰 회사의 사모님이 될 수 있었다.주형인은 그런 서현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내가 충분히 인맥을 쌓고 자금도 모으고 나면 내 회사를 차려야지."두 사람은 한참을 우스며 이야기를 나누다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서현주는 그런 주형인의 곁을 내내 지키고 있었고, 주형인이 다른 사람과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그녀도 간간히 의견을 냈다.서현주는 만약 오늘 밤에 이 자리에 온 게 하예진이었다면, 지금의 하예진 외모로는 분명
어떤 회사든 사장이 바뀌면 고위 임원들도 따라서 변했다.새로운 사장이라면 뭐가 됐든 자신의 심복을 키워야 했다.한 사장의 설명을 들은 주형인은 김진우에게 갑자기 호감이 생겨 한 사장에게 물었다."사장님, 저 진우 도련님이랑 잘 아는 사입니까? 혹시 저 줄 좀 대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씨 그룹 계열사도 IT산업이니 저희 회사와 협력할 기회가 많은데 딱 이어 줄 연이 모자랍니다."유진 테크는 한 사장이 일하고 있는 회사와도 협력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안면을 튼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한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제가 보기에 진우 도련님은 지금 하도 떠받들어져 귀찮아하는 것 같네요. 곧 있으면 자리를 찾아 앉을 테니 이리로 오면 제가 진우 도련님에게 주 사장님을 소개해 연을 맺어드리겠습니다."그 말에 화색이 된 주형인은 감격해하며 잔을 들어 올린 뒤 한 사장을 향해 말했다."한 사장님, 참 감사합니다."한 사장은 주형인과 잔을 살짝 부딪친 뒤 술을 마시고는 옆에 있는 서현주를 조금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주형인에게 말했다."오늘 서 비서 참 예쁘군요. 주 사장님, 참 미인복이 있으십니다.""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르시고 높은 연봉에 미인까지 곁에 두시다니,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습니다."주형인같이 비서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적지 않은 편이라 다들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있었다.그들 같은 사람은 접대가 필요할 때면, 아내가 대단한 능력자거나 부부 사이가 아주 좋아야만 아내를 데리고 모임에 나오지, 그렇지 않으면 보통은 비서나 애인을 데리고 참석했다.그것이 바로 전태윤과 성기현같이 진정한 재벌가 도련님들이 이런 모임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 그 바닥은 모임이 한 번 열리면 참석하는 빈객은 다 지위와 신분이 있는 사람이고 함께 하는 파트너는 다 자신의 아내였다.재벌가 사모님의 무리는 정실이 아니면 어울리기 몹시 힘들었다. 내연녀가 자리를 꿰찬 경우, 설령 재혼을 했다고 해도 재벌가 사모님들은 내연녀였던 사람과
"진우 도련님, 안녕하세요."주형인은 오른손을 내밀어 김진우와 악수했다.주형인과 악수한 김진우가 말했다."주 사장님 이름이 어쩐지 익숙한데요."어쩐지 주형인이라는 이름이 그는 귀에 익었다.주형인은 조금 놀라 대답했다."도련님께서 제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시다고요?"이 업계에서 어느새 이렇게 유명해졌을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김씨 가문 도련님이 그의 이름을 다 들어본 적이 있다니.김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확실히 조금 익숙하네요. 아마 누군가가 주 사장님의 이름을 말씀하는 걸 들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은 본 적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나네요."주형인은 얼른 자신의 명함을 꺼내 김진우에게 건네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 않습니까? 이건 제 명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김진우는 주형인의 명함을 받은 뒤 흘깃 보고는 챙겨 넣었다.그는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서현주를 흘깃 쳐다봤다. 비록 매혹적인 여자이긴 했지만 김진우는 그저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김진우의 눈에 제일 좋은 여자는 바로 그의 예정 누나밖에 없었다.하예정 말고 다른 사람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몇 사람은 김진우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다들 술을 마시며 기쁘게 일 이야기를 이어갔다.…...아이의 분유와 기저귀를 산 하예진은 아기용품점에서 나왔다. 분유는 아이 유모차에 놨지만 기저귀는 하도 많아 놓을 수가 없었다.점원이 다섯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고 하니 그녀는 다섯 개를 샀고 서비스로 온 하나까지 총 여섯 개나 샀다.아기 유모차는 화물차가 아니라 그렇게 많은 기저귀를 놓을 자리가 없었다.어쩔 수 없이 하예진은 다시 한번 주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주형인은 받지 않았다.하예진은 또 여러 번 다시 걸었고, 여섯 번째가 되어서야 통화는 연결됐다."하예진, 또 왜? 나 바쁜 거 몰라? 넌 내가 무슨 시장 바닥에 있는 줄 알아? 아무 때나 다 전화 받을 수 있게? 앞으로
"우빈아."길 중간으로 날아가 엎어진 분유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하예진은 황급히 달려가 아들을 안고는 잔뜩 긴장해서는 아들의 몸에 상처가 있지는 않은지 살피며 쉴 새 없이 물었다."우빈아, 어디 부딪친 거야? 어디 아픈 데는? 엄마한테 말해 봐.""엄마."주우빈은 그저 울기만 할 뿐 양손으로 하예정의 목을 꽉 안은 채 놓지를 않았다.다친 게 아니라, 그저 놀랐을 뿐이었다."퍽!"커다란 굉음이 울리자 하예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차 한 대가 길 중앙으로 날아간 분유통을 쳐서 날렸고 공교롭게도 분유통은 다시 그 차 앞 유리에 다시 쿵 떨어지는 소리였다. 분유통은 무게가 있는 데다 위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떨어진 탓에 차 앞 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그 차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주우빈은 더 깜짝 놀라 엄마의 목을 꽉 안고는 놓지 않았다.하예진은 그 차의 표식을 자세히 살폈다. 포르쉐였다!외제차였다!'이거, 수리비를 달라고 하지는 않겠지?'지난번에 실수로 마이바흐를 긁었을 때, 전태윤이 그 차주와 아는 사이였기에, 전태윤의 얼굴을 봐서 이동명은 일부분의 수리비만 받았었다.이번에 또 배상을 해야 한다면, 이제 더는 배상할 돈도 없었다.하예진은 두려움에 찬 눈으로 차주가 내리는 것을 쳐다봤다.거대하고 우람한 모습이 퍽 눈에 익었다.'저 사람, 이동명 씨 아닌가?'차주가 저 사람이라니?이건 너무 공교로운 거 아닌가?차에서 내린 이동명은 자신의 차 앞 유리를 살폈다. 또 바꾸게 생겼다.이미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분유통을 본 그는 길가에 엎어져 있는 하예진의 유모차와 바닥에 떨어진 기저귀와 분유통을 쳐다봤다. 대충 다 이해가 갔다.하예진을 본 이동명은 자신에게 재수가 옴 붙었다고 생각했다. 또 저 뚱뚱한 여자였다!그는 곧바로 돌아가 차에 탔다.하예진은 그가 차를 타고 떠나는 줄 알고 한시름을 놓고 있었는데, 이동명은 차를 갓길에 세우고 있었다.다시 차에서 내린 그는 그 분유통을 주워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넘어진 하에진의 차를 세워주고 분유통과 기저귀를 주워주
이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예진을 쳐다봤다. 친구와 하예정은 결혼을 한 사이고, 이 뚱뚱한 여자는 친구의 처형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이동명은 하예진에게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이번에도 그녀는 고의가 아니었다.그에게도 과속한 책임이 있었다.이동명의 주시에 하예진은 속으로 잔뜩 겁을 먹어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막 입을 열려는데 이동명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많이 샀는데 당신 남편은 도와주러 오지도 않는 겁니까? 아니면 좀 적게 사든지요.""집과 조금 거리가 있을 뿐이라, 다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제 남편에게 전화해 봤는데 바빠서 데리러 올 새가 없다기에 하는 수 없이 혼자 가져가는 길이었고요. 그러다가 방금 전에 벽돌이 튀어나온 걸 보지 못해 부딪치는 바람에 유모차가 쓰러지고 분유통이 굴러떨어졌어요. 이동명 씨가 그걸 칠 줄은 몰랐어요."하예진은 작은 목소리로 해명했다."애가 울고 있으니 당연히 애부터 달래야 해, 길에 떨어진 걸 주울 틈이 없었어요.""이동명 씨, 저 이번에는 진짜 고의가 아니에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정말로 수리비를 요구할 거라면 저 반만 내면 안 돼요? 제가 한 눈 팔아서 실수를 했다만 이동명 씨도 너무 빠른 속도로 운전을 했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잖아요. 이동명 씨에게도 책임이 있어요."그 말을 다 들은 이동명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지난번에는 전태윤이 그에게 전화를 했던 탓에 전태윤의 얼굴을 봐서 고작 180만 원의 수리비를 요구했던 것이다. 사실 그가 냈던 돈이 하예정보다 훨씬 많았다.그때 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만약 했었다면 아마 하예진에게 배상하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동명은 손을 뻗어 기저귀를 들었다.하예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로 기저귀를 전부 차에 실은 뒤 다시 돌아와 유모차를 미는 그를 쳐다봤다.이동명은 하예정을 보며 말했다."타요, 바래다줄게요."'이 뚱뚱한 여자 남편은 이 여자한테 잘해
하예진은 본능적으로 대꾸했다.그녀는 정말로 다른 생각은 없었다.첫째로, 그녀는 이미 망상을 할 나이가 지났고, 둘째로는 이미 결혼을 한 남편도 아이도 있는 사람인 데다 셋째로는 이미 결혼 전의 그 예쁜 미녀가 아니라 그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이기 때문이었다.이동명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배상금에 대해 이야기해보죠."하예진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예진은 지금 적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의 파손 정도는 딱 봐도 전보다 훨씬 심각해 보여, 수리비가 더 나올게 분명했다. 그녀에게 배상하라고 하면 아마 전재산을 다 내놔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또 주형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질책당할 게 분명했다.지난번에 유모차로 실수로 차를 긁었을 때도 조금 크게 긁혔다고 180만 원이나 들었다."집 어디예요?""광명 아파트요.""거긴 학군이 좋은 데잖아요. 안목이 좋네요, 행동력도 빠르고."지금 광명 아파트의 집은 다 팔리고 없었다."제 남편이 결혼 전에 산 집이에요. 지금은 매달 대출 갚고 있고요. 이동명 씨, 이번에는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요? 그… 제가 정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도 아니고, 배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전 가정주부인 데다 수입도 없고, 모아둔 돈도 얼마 없어서 아마, 배상금이 모자랄지도 몰라요.""혹시 다달이 나눠서 드려도 돼요?"하예진은 떠보듯 물었다."저 지금 열심히 일자리 찾고 있어요. 나중에 제가 일자리도 찾고 수입도 생기면, 무조건 전부 배상할게요."이동명은 운전하며 물었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이번에는 배상하지 않아도 돼요. 지난번에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한 건, 그저 앞으로 다닐 때 조심하라고 교훈을 주려던 것뿐이에요. 저런 유모차는 부딪치면 손해는 당신이 보는 거잖아요. 잊지마요, 저 차에는 당신 아들이 타고 있어요."어쩌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을 떠오른 하예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제가 보기엔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해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 이것 봐요, 이제 겨우 한 달 만에 제 차가 또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