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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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신유리는 하나를 듣고 열을 깨우치는 똑똑한 아이였다.아이는 유치원에서 누가 엄마를 욕하면 그 애에게 달려들어 항복할 때까지 패버리곤 했다.그러나 이번에 자기가 다른 아이와 싸웠더니 엄마는 선생님께 불려 가 혼났을 뿐만 아니라 많은 돈을 배상해야 했다.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신유리가 엄선우를 보며 말했다. "엄선우 아저씨, 앞으로는 날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마. 난 싫어. 그냥 잡종이 좋겠어. 자주 그렇게 불러서 딱히 듣기 싫은 것도 아니고, 이젠 애들도 안 때릴 거야."아이가 순수한 눈망울로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부소경과 엄선우의 낯빛이 점점 서늘해졌다.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던 신세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조금 뒤 감정을 추스른 엄선우가 조용히 말했다."공주님, 앞으로 다닐 유치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공주님이라고 부를 거야. 아무도 공주님을 괴롭히지 않을 거고. 알겠지?""어째서?""왜냐하면..." 엄선우가 흘끗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사실 이건 그녀에게 슬쩍 암시하는 말이었다."공주님 엄마 때문이지."신세희가 처연하게 웃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표정이었다."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요." 신세희가 말했다."뭐?" 이해하지 못한 부소경이 반문했고 엄선우도 의문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신세희가 옅게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유리 유치원이나 알아보죠."엄선우는 오전 내내 부소경과 신세희, 신유리 세 가족을 데리고 미리 후보로 봐두었던 유치원에 방문했다. 모두 집 근처에 있어 데려다주기 편리했다.그러나 막상 유리의 마음에 다는 곳은 없는 듯했다.엄선우가 알아본 곳은 모두 고급 사립 유치원이었다. 그곳에는 비록 놀 수 있는 것들은 많았지만 함께 어울릴만한 아이들은 몇몇 없고 아이마다 전담 교사가 한 명씩 배치되었는데 유리는 이 모든 게 퍽 낯선 눈치였다.아이는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치는 그런 것들 말이다.더 이상 방법이 없었던 엄선우가 부소경을 보며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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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신세희는 더 이상 발버둥 치는 것도 지친다는 듯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대로 가라앉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요. 적어도 당신은 내 딸에게는 모질지 않으니까. 유리가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요. 이제 다른 생각은 안 할래요. 앞으로 평생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사실 그녀는 부소경이 어느 남자를 따르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거고 평생 부소경을 벗어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거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이제 다신 몸부림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너무 지쳤다. 몸도 마음도.아무리 발악해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음이 자명한데 왜 굳이 발버둥 친단 말인가?이렇게 그의 품에 안긴 채, 본능에 충실한 나쁜 여자가 되어 찰나의 행복을 쫓아 차차 자멸하는 삶을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품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따뜻했다. 세찬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는 그의 품에서 이리저리 몸을 꼼지락거렸는데 마치 편안한 자세를 찾는 듯했다.부소경은 가슴 속의 불길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차를 운전하던 엄선우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백미러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얼굴을 찌푸린 엄선우가 몹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부소경과 시선을 마주했다.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이가 썩을 것만 같았다."눈알 뽑아."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도련님, 무, 무슨 말씀이신지...""당장 네 눈알을 뽑아서 던져버리라고."부소경이 다시 한번 살벌하게 말했다.엄선우는 즉시 백미러에서 눈을 떼고 전방을 주시했다."저, 도련님, 제, 제 눈을 뽑으면 운전을 할 수가 없는데요. 그럼 두 분은 어떡하시려고요? 그럼, 먼저 두 분을 목적지까지 모신 다음 뽑아도 될까요?"그는 전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여 애꿎은 신세희의 얼굴만 빨개졌다.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대로 가라앉기를 바라는 초연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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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이젠 상관없었다.유리가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살아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모두 상관없었다.스스로 납득한 신세희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부소경이 떠난 뒤 그녀는 커다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이리저리 뒹굴며 달콤한 잠에 빠졌다.더는 자고 싶지 않을 때까지 잠을 청한 신세희가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욕조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커다랬고 없는 게 없었는데 웬만한 고급 스파보다 훨씬 세련되었다. 신세희는 넓은 욕조에 홀로 기대도 보고 앉아도 보며 욕조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부드럽고 따뜻한 물을 한껏 즐겼다.이곳은 온천 같기도 했다.다시 노곤해진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이 순간을 만끽했다.그녀는 대표실에 있는 부소경이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부소경도 절대 엿보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자기 말대로 잘 쉬고 있는지 살피려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욕조에 삼십 분 동안 누워 있던 신세희가 온몸에 아롱진 물방울을 잔뜩 머금고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맨발로 카펫을 사뿐히 밟으며 침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가운도 입지 않고 타올로 물방울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신기한 장소를 구경하듯 서성이는 것이었다.한참 구경하던 그녀는 이내 그의 옷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제멋대로 품이 넓은 셔츠를 꺼낸 그녀가 자기 몸에 훌쩍 걸쳤다.대표실에서 이걸 지켜보던 부소경은 기가 차 웃음을 터뜨렸다.흰 셔츠와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하긴, 자신의 셔츠를 입은 그녀는 확실히 매력적이긴 했다. 부소경은 품이 넓은 셔츠를 걸친 그녀가 통유리로 된 발코니에 놓여있는 등나무 의자에 기대있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나른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그녀는 여유를 즐기는 얌전한 고양이 같았다.컴퓨터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부소경은 선뜻 카메라를 끄기가 망설여졌다.등나무 의자에 잠시 기댔던 신세희는 이내 다시 침대로 돌아가 셔츠 차림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점심이 되자 이씨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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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부소경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가 이를 갈며 반문했다."뭐라고?"이 여자는 정말이지 그의 화를 돋우는 재능을 타고난 게 틀림없었다.신세희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민 씨는 선비같이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더라고요. 그 사람의 지위도 당신 못지않을 텐데 날 싫어하지 않을까요?"부소경이 신세희의 목을 덥석 움켜쥐었다."본인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마!"그의 손에 잡힌 신세희는 말을 할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그저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이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부소경이 손을 뗀 뒤에도 신세희는 한참 기침하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이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네."부소경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드레스숍 직원이었다."대표님, 말씀하신 사이즈와 스타일로 준비한 상품들입니다. 이분...께서 착용하실 건가요?"직원이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신세희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지 듣지 않아도 훤했다. 부소경을 따라와 이곳에서 피팅하고 있었으니 아마 사람들은 자신을 사교계의 꽃쯤으로 여길 터였다.부소경은 대답 대신 직원에게 명령했다."갈아입혀요.""네, 대표님."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직원이 신세희에게 말했다."고객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신세희가 고분고분 직원을 따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어머, 고객님, 몸매가 너무 좋으시네요. 마르신 분인 줄 알았는데 체형도 적당하시고 볼륨감도 있으시고요."직원이 신세희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미처 예상치 못했던 터라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홍조가 깃들었다.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부끄러워하시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대표님께선 저희 가게를 자주 방문하시는 편이에요. 중요한 파티에 참석할 때면 계약서를 작성한 여배우들을 파트너로 데리고 가시거든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그분들의 드레스 비용을 지불하는 건 아니에요. 모두 계약금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6년 사이에 대표님께서 사전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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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그녀는 늘 무표정을 고수할 정도로 냉담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는 유독 자기 어머니 앞에서만 웃음을 보였다. 그녀가 웃을 때면 주변마저 달콤하고 말개지는 것 같았다. 마치 순수한 학생이라도 된 것처럼.그는 신세희의 냉담함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시간은 그런 상태라 이토록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몹시 매혹적이고 고아했다.그는 홀린 듯이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예뻐요?"신세희가 지나가듯이 물었다.지금까지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몸을 팔 거라고는, 이런 일에 종사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감옥에 수감된 2년 동안에도 그녀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었다.그녀는 그저 하숙민 아주머니에게서 열심히 건축 설계를 배웠을 뿐이었다.그러다 어느 날 감옥에서 나가게 된다면, 건축 설계로 생계를 유지하며 엄마를 잘 모시고 마음 맞는 남자친구도 사귀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막연히 바라기도 했다.그러나 인생은 결코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어쩌면 임지강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나 부소경에게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몸을 내어준 날부터, 자신은 몸을 팔게 될 운명으로 결정 난 걸지도 몰랐다.이왕 이렇게 됐으니 좀 더 전문가다워질 필요가 있었다.물기를 머금은 듯한 몽롱한 눈동자로 부소경을 바라보던 신세희가 다시 물었다."예뻐요?""당장 갈아입어."부소경이 말했다.신세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직원도 부소경의 행동이 의문스러웠다. 매우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상냥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대표님. 굳이 이 상품으로 하지 않으셔도 아마 원하시는 고객님이 계실 겁니다. 다른 걸로 바꿔오도록 하죠."직원은 그의 눈 밖에 날 생각이 없었다.다른 옷을 준비하라는 부소경의 말을 들은 그녀가 급히 걸음을 옮길 때 부소경이 다시 말했다."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군요.""네? 무슨 말씀이신지...""다른 옷으로 준비하되, 이건 팔지 말고 따로 포장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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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피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피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더구나 이런 옷들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자 신세희는 더욱 피곤해졌다."힘들어?"부소경이 물었다.신세희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요."부소경이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골랐던 것들 모두 포장해줘요."속으로 쾌재를 부른 직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대려 주십시오."다시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본 그가 물었다."다른 옷들은 마음에 들어?"전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디자인들이었다. 세련되거나 청순한 것들 모두 그녀의 냉랭한 성격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선별했다.고개를 살짝 숙인 신세희가 말했다."상관없어요.""......"신세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입고 있잖아요. 많이 사는 건 낭비가 아닐까요."자신은 돈을 갚는 신세가 아니던가? 문득 드레스값도 갚아야 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하여 그녀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늘만 입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입을 일이 많을 테니까!"부소경이 언짢은 듯 언성을 높였다.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앞으로 시중들어야 할 남자가 적지 않을 터였다. 하루에 여러 명을 상대할 수도 있었으니 옷을 여러 벌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지.입을 꾹 다문 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에 이끌려 드레스숍을 나섰다. 뒤에서 상품을 준비하던 두 직원이 속닥거렸다."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대표님은 노련하신데 여자분은 좀 어리신 것 같아. 저렇게 청순하게 입으시니 더 어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한 20대 초반?""대표님 곁에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이 말을 듣게 된 신세희가 쓴웃음을 지었다.행복한 건가?사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아주 단순했다. 유리가 쑥쑥 자라고, 학교도 다니고, 서시언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 이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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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또한 지나치게 체면을 차리는 것 같기도 했다."경민아, 난 네가 불러서 나온 거다? 근데 소경이가 내 체면을 뭉개버릴까 봐 걱정돼. 걔가 얼마나 칼 같은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냐. 물론 나야 화해할 마음이 있다만, 걔가 날 용서하지 않으면 어떡하냐?"서른 살 남짓한 남자의 얼굴에는 가로로 긴 흉터가 나 있었다. 사나워 보이는 그의 옆자리에는 요염한 미인이 앉아 있었다."정문재."구경민이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너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닌데, 부소경이는 너는 고사하고, 예전부터 형제처럼 지내온 내 체면조차도 세워주지 않는 녀석이야. 사람이 좀 독하긴 한데 그렇다고 뒤에서 칼을 꽂는 인간은 아니야. 근데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네가 발목을 잡지 않았더라면 걔 어머니가 감옥에 갔겠어? 그분이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데 소경이가 어떻게 너랑 쉽게 화해할 수 있겠어?"정문재가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나도 걔네 형님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그때 부씨 집안 세력이 보통이었냐?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 집안 남서부 사업은 진작에 망했어. 나라고 무슨 방법이 있었겠어.""그럼 지금이라도 잘못을 순순히 인정해."구경민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문재야, 내가 네 죽은 형과 전우 사이라서 이 자리를 마련한 거야. 너희들이 화해하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어.""예예, 감사합니다, 형님!"정문재가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소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앉아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소경아."구경민이 반갑게 불렀다.그와 비슷한 또래의 두 남자도 웃으며 그에게 인사했다."소경아, 왔어?"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신세희의 손을 여전히 놓지 않았다. 신세희의 표정도 더없이 차분하고 고요했다.그녀가 입고 있는 미니드레스는 룸 안의 다른 여자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그녀들은 섹시하거나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반면 신세희는 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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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신세희가 내뱉은 말로 룸 안이 소란스러워졌다.부소경이 밖에서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데 그 여자와 원한이 있는 것 같더라는 소문이 며칠 동안 운성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아마 저 여자가 그 당사자인 듯싶었다.이 자리에 데려온 걸 보니 부소경이 오늘 제 친우들에게 무슨 선물이라도 주려는 건가 싶었다.얼음장 같은 낯빛을 한 부소경이 신세희의 귓가에 대고 짓씹듯이 내뱉었다."그렇게 본인의 신분을 밝히지 못해서 안달 났어?"신세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그 뒤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이 자리까지 왔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그저 부소경의 지시에 따르면 그만이었다."......"부소경은 당장 신세희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오늘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네 명은 그와 생사를 함께한 형제였다.당시 부소경은 부씨 집안에서 고립된 상태였다. 그는 집안의 고용인보다도 못 한 처지였으며 상속권조차 가질 수 없었다.부씨 집안과 관련된 사업에 손을 댈 수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부씨 집안의 하인 노릇을 할 수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부씨 집안의 도련님이었으니까.부성웅의 아들이었음에도 당장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었다. 얼마나 고달픈 삶이었을지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나중에 유배되듯이 해외로 쫓겨났을 때야 그는 비로소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가 외국에서 괜찮은 직업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부소경은 난생처음 그의 형제와도 같은 구경민을 사귀게 되었다.두 사람은 함께 조직에 가입했고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부소경은 구경민의 목숨을 구한 적도 있었다. 하여 두 사람은 생사를 같이한 친구가 되었다.후에 구경민은 귀국했지만 부소경은 여전히 외국에서 지냈다.또 나중에 부소경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에게 배척받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정문재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정문재는 칼에 찔려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얼굴의 상처도 그때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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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그 사람들은 모두 그의 심복이었다.6년 전 부소경이 최후의 반격을 가하던 날 밤, 그가 부씨 가문의 모든 구성원을 거의 도륙 내다시피 했지만 F그룹은 미동도 없었고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하루아침에 F그룹의 주인이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남성은 물론 전국이 떠들썩해졌을 테지만 그가 부임한 첫날, F그룹에서 내로라하는 권력을 거머쥔 고위층 인사들은 마치 익숙하다는 듯 공손하게 그를 "부 대표님"이라 칭했다.부태성과 부성웅은 그가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부소경은 비록 F그룹에 몸담고 있지 않았지만 이미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가문의 기업은 사생아에게 절대 물려주지 않으며, 사생아는 어떠한 대우도 받지 못한다는 규칙이 산산이 깨졌다.부씨 가문의 씨를 말려버린 부소경은 겨우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큰엄마만을 살려두고 그들의 앞에서 평온하게 말했더랬다."난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사생아로 살기는 더더욱 싫었고요. 당신들이 날 태어나게 했으니 나도 내 배다른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겠습니다. 그게 싫었다면 낳지를 말았어야지요. 물론 당신들은 이미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후회하긴 너무 늦어버렸군요. 이젠 사생아를 낳지 않는 방법밖에 없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부태성과 부성웅은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그들은 바로 부소경의 존재를 인정했다. 부소경이 F그룹 최고 권력자임을 승인했으며 그를 부씨 집안의 명실상부한 자손으로 받아들였다.그가 이 모든 걸 이뤄낼 수 있었던 건 그의 잔인함과 통제력 덕도 있었지만 더 많이는 그의 인맥과도 관련이 있었다.모두 그더러 성정이 잔악무도해 혈육조차 봐주지 않는다며 손가락질했다.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그의 혈육 중에서도 그를 먼저 죽이려 들지 않았던 자가 없었다.형제들이 목숨을 걸고 부소경을 도운 덕분에 오늘의 영광과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 부소경의 친우들은 모두 특정 지역에서 권력을 장악한 거물들이었다.부소경은 이 나라의 핵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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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부소경이 표정을 잔뜩 구기고 있을 때 구경민은 하마터면 꺽꺽거리며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본인만큼 부소경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이도 드물었다.부씨 집안의 억압 속에서 보란 듯이 반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건 그가 결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었다.그들 형제가 함께 손을 잡고 몸집을 부풀렸다고는 하나 그 핵심은 여전히 부소경이었다.그런데 6년 동안 모두를 벌벌 떨게 했던 잔인한 사람에게 마침내 그의 고삐를 틀어쥘 만한 여인이 나타난 것이었다.구경민은 무표정한 신세희가 단 한마디로 부소경의 말문을 턱 막히게 했음을 똑똑히 보아냈다.부소경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구경민이 장난스레 응수했다."그렇군요, 세희 씨. 소경이가 여기로 데려올 만한 접대부라면 아주 대단한 사람이겠는 걸요.""어... 감사합니다?"구경민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저 여잔 대체 뭔데?"고개를 돌린 정문재가 옆자리의 구경민에게 대뜸 질문했다.구경민이 코웃음 쳤다.“뭐긴, 소경이가 단단히 감긴 모양이지."두 사람은 한가롭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부소경을 지켜보았다.사실 그들은 잔뜩 기대 중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소경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정문재였지만, 구경민과 장진혁이 그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확신이 서자 정작 지금은 부소경이 형제들 앞에서 어떤 추태를 보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남성에서 부소경은 권력의 상징으로 불렸으며 소문만으로도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그러나 생사고락을 함께한 형제들 앞에서는 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곤 했다.부소경의 추태를 잔뜩 기대하고 있을 때 마침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큰엄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부소경에게 있어서 그녀는 딱히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하숙민이 부성웅의 정부로 전락하게 된 건 큰엄마의 농간 때문이었다.그녀에 대한 감정은 증오로 점철되어 있었다.하지만 큰엄마는 늙었고 그녀의 세 아들도 연이어 세상을 등졌다. 만약 부소경이 자신의 권력으로 고통을 홀로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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