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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신세희가 내뱉은 말로 룸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부소경이 밖에서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데 그 여자와 원한이 있는 것 같더라는 소문이 며칠 동안 운성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아마 저 여자가 그 당사자인 듯싶었다.

이 자리에 데려온 걸 보니 부소경이 오늘 제 친우들에게 무슨 선물이라도 주려는 건가 싶었다.

얼음장 같은 낯빛을 한 부소경이 신세희의 귓가에 대고 짓씹듯이 내뱉었다.

"그렇게 본인의 신분을 밝히지 못해서 안달 났어?"

신세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 뒤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이 자리까지 왔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부소경의 지시에 따르면 그만이었다.

"......"

부소경은 당장 신세희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오늘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네 명은 그와 생사를 함께한 형제였다.

당시 부소경은 부씨 집안에서 고립된 상태였다. 그는 집안의 고용인보다도 못 한 처지였으며 상속권조차 가질 수 없었다.

부씨 집안과 관련된 사업에 손을 댈 수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부씨 집안의 하인 노릇을 할 수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부씨 집안의 도련님이었으니까.

부성웅의 아들이었음에도 당장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었다. 얼마나 고달픈 삶이었을지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나중에 유배되듯이 해외로 쫓겨났을 때야 그는 비로소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가 외국에서 괜찮은 직업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부소경은 난생처음 그의 형제와도 같은 구경민을 사귀게 되었다.

두 사람은 함께 조직에 가입했고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부소경은 구경민의 목숨을 구한 적도 있었다. 하여 두 사람은 생사를 같이한 친구가 되었다.

후에 구경민은 귀국했지만 부소경은 여전히 외국에서 지냈다.

또 나중에 부소경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에게 배척받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정문재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정문재는 칼에 찔려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얼굴의 상처도 그때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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