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노을이 질 무렵, 신세희는 감옥 대문을 나섰다.그녀는 임시 보석으로 출소를 한 것이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휴가는 단 하루뿐이었다.그녀는 주소를 손에 꼭 쥔 채로 차에 올라탔다. 해가 다 진 후에야 그녀는 산 중턱에 위치한 낡은 별장 앞에 도착했다.문지기가 신세희를 별장 안으로 인도했다.별장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짙은 피비린내를 맡을 수가 있었다. 신세희가 미처 어둠에 적응하기도 전에 한 쌍의 팔뚝이 그녀를 단단히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이내, 뜨거운 숨결이 그녀를 덮치기 시작했다. “너구나? 게네들이 죽기 전에 즐기라고 보낸 아가씨?”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당신… 곧 죽어요?”“맞아! 나 손님으로 받은 거 후회하고 있는 거야?” 남자가 조용히 냉소했다.“후회 안 해요.” 신세희가 처량하게 대답했다.그녀에겐 후회할 여지가 남아있지 않았다.살려야 할 어머니의 목숨이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별장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어두웠다. 하지만 남자가 죽을 사람 같지 않다는 사실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두, 세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죽은 건가?신세희는 두려움에 떨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별장에서 도망쳤다.밤하늘에는 거센 비가 차갑게 내리고 있었고 그녀는 내내 비를 맞으며 임씨 저택으로 달려갔다.밤 열한 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임씨 저택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도 신세희는 저택 안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말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문 열어요! 빨리 문 열어요! 돈 줘요! 빨리요! 우리 엄마 살리러 가야 한단 말이에요…. 문 열어요! 문 열어요!”대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린 탓인지 신세희의 정신은 무척이나 흐릿했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반드시 정신을 차리고 부서져라 대문을 두드려야 했다. “문 열어요!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신세희는 꼬질꼬질한 옷소매를 만지작대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소경씨, 그 장난 재미없어요.”부소경이 냉소하며 엄숙하게 말했다. “나랑 결혼하는 거 당신의 오래된 계획 아니었나?”부소경의 차가운 눈빛이 칼날처럼 빠르게 신세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두 눈이 마주치자 신세희는 놀라움에 몸을 움찔대며 얼굴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턱을 단단히 잡으며 강압적으로 신세희의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볼수 있게 말이다.신세희는 그제야 선글라스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남자의 차갑고 날렵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소경은 무척이나 남자다웠다. 신의 편애를 받았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멋있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그의 정장은 무척이나 정교했다. 고가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신세희는 남자의 신분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그녀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낡다 못해 곰팡이가 낀 옷에, 흐트러진 머리, 꾀죄죄한 얼굴. 게다가 그녀는 며칠째 씻지 못했다.이런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러 간다고?신세희는 눈을 아래로 드리우며 조용히 말했다. “부소경씨, 지금 날 아무 남자나 잡고 늘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감옥에 있는 2년 동안 남자 한 번 못 만나봤다는 이유로?”부소경은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날카로웠고 또 유난히 냉정했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혐오가 또 한 층 더 심해졌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날 자극하는 방식으로 너에 대한 내 흥미를 일으키려고?”그는 말을 끝낸 후, 신세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비서에게 명령했다. “구청으로 가!”“나 좀 내려줘요! 나 당신 전혀 모른다고요!” 밀려오는 두려움에 신세희는 차에서 뛰어내리려 손잡이에 손을 댔다.부소경은 그녀의 손을 의자에 고정하고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너! 내 말 잘 들어, 죽고 싶으면 지금 당장
”뭐라고?” 부소경이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왔다.욕실에 있던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한 줄의 혈서만이 벽에 남아있었다. ‘부소경씨,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다시는 보지 말죠!’그녀의 혈서는 깔끔하고 날카로웠다. 죽어도 굴하지 않을 듯한 고집이 느껴지는 글이었다.부소경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설마 내가 뒷조사를 잘못한 건가?몇초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얼른 뒷산으로 가서 찾아봐!”자신의 어머니에게 여한을 남겨줄 수는 없었다.산에 가득 자란 가시덤불이 신세희의 옷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가시덤불 덕분에 그녀는 산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성하게 자란 가시덤불 아래에 숨어 비서의 눈을 피했다.어두운 밤, 신세희는 산의 반대편으로 넘어갔다.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또 임씨 저택으로 발길을 향했다.신세희의 모습이 임지강과 허영을 무척이나 당황하게 했다.“너… 너 어떻게 감옥에서 탈출한 거야?” 허영이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신세희가 비웃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사모님, 저 석방됐어요.”“그래도 우리 집에 오지 말았어야지. 몸에 냄새 나는 거 좀 봐, 누구 하나 질식하겠어. 얼른 꺼져!” 허영이 강한 기세로 신세희를 몰아붙였다.허영을 대꾸하는 것조차 너무 귀찮았던 신세희는 임지강을 보며 말했다. “임씨 아저씨, 당신네 집에서 제일 잘 알지 않나요? 그때 내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당신 나흘 전에 면회하러 와서는 주소 하나 주며 거기에 있는 남자랑 하룻밤만 보내고 오라고 했잖아요. 엄마 살릴 돈 주겠다면서. 그 남자랑 하룻밤은 이미 다 보냈는데… 우리 엄마는 그만 죽어버렸네요?”뭔가 켕기는 게 있는 듯 임지강이 소리를 질렀다. “사람마다 주어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거야. 나는 진심으로 너네 엄마 살리고 싶었어. 근데 너네 엄마가 너무 빨리 죽어버렸잖아. 그걸 내 탓이라고 할 수가 있나?”신세희는
부소경은 신세희를 한 달 동안 찾아다녔다.그는 신세희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신세희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VIP 룸에 이렇게 웨이터로 들어오다니.신세희를 너무 얕잡아 봤다.“부대표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함께 앉아 있던 레스토랑 매니저가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이 직원, 여기에 얼마나 있었어요?” 부소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매니저를 쳐다보았다.“한… 한 달이요.” 매니저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한 달!신세희가 부씨 저택에서 도망친 날이랑 딱 맞는 시간이었다.신세희는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판을 더 키우고 싶었던 거지.젠장!신세희는 억울하고도 화난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세상은 왜 이렇게 좁은 거야?“나, 당신이 무슨 말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이거 좀 놔요. 안 놓으면 신고할 거예요.” 그녀는 부소경에게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신세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그 모습에 겁에 질린 매니저는 신세희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원지민씨, 너무 건방지네요!”“원지민?” 부소경이 차갑게 웃었다. “감히 출소한 사실을 속이고 원지민으로 이름을 고쳐?”같은 시각, 홀을 담당하는 경리와 신세희에게 서빙을 부탁한 여직원도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 모두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신세희는 절망에 빠졌다.월급 받는 날이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되어버렸다.“왜 자꾸 날 물고 늘어지는 거예요! 왜!”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이 신세희의 눈시울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녀는 손목을 들어 부소경의 팔뚝을 깨물었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아픔에 부소경은 그대로 신세희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신세희는 발걸음을 돌리더니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녀는 다른 사람과 싸울 능력이 없었다. 그냥 이렇게 도망치는 수밖에.부소경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신세희가 레스토랑을 빠져나가
신세희의 등 뒤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이 아닌 부소경이었다.남자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낮고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마치 귀를 녹일 것만 같았다. “어머니 많이 아프셔. 휴식이 필요해. 고민 있으면 날 찾아오지 그랬어. 왜 어머니를 귀찮게 만들어?”신세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발걸음을 옮겼다.“아들, 결혼 얘기 세희랑 한번 잘 상의해봐. 세희한테 꼭 잘해줘야 해.” 등 뒤에서 하숙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남자는 하숙민의 말에 대답하며 병실의 문을 닫았다.부소경은 병실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신세희를 끌고 갔다.복도의 끝에 도착했을 때 그의 얼굴은 이미 차갑게 얼어있었다.남자는 신세희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며 그녀를 벽으로 밀쳤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너! 너 자꾸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 감히 우리 엄마 앞에 나타나?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우리 엄마가 사리 분별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좋을 텐데. 그럼 내가 사는 게 죽는 거보다도 더 못한 기분이 뭔지 느끼게 해줄 텐데!”신세희의 얼굴이 빨갛게 질렸다.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몰랐어요… 아주머니가… 당신 엄마인 거…”부소경이 왜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면서도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감옥에 있을 때 하숙민이 그랬었다. 출소하면 며느리 삼겠다고.아주머니가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았는데…남자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네 말을 믿을 거 같아? 계속 이렇게 내 앞에서 알짱대는거, 판 더 키우고 싶어서 그런거잖아. 아니면 그냥 부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 눌러앉고 싶은 건가?”아무런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그냥 이대로 목 졸라 죽이라고 해. 그럼 평생 배 속에 있는 아이랑 함께 있을 수 있겠다. 엄마랑도 더 빨리 만날 수 있고.얼마나 좋아.눈물이 눈가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남자는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