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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신세희는 더 이상 발버둥 치는 것도 지친다는 듯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가라앉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요. 적어도 당신은 내 딸에게는 모질지 않으니까. 유리가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요. 이제 다른 생각은 안 할래요. 앞으로 평생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할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사실 그녀는 부소경이 어느 남자를 따르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거고 평생 부소경을 벗어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거라는 말이 하고 싶었다.

이제 다신 몸부림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너무 지쳤다. 몸도 마음도.

아무리 발악해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음이 자명한데 왜 굳이 발버둥 친단 말인가?

이렇게 그의 품에 안긴 채, 본능에 충실한 나쁜 여자가 되어 찰나의 행복을 쫓아 차차 자멸하는 삶을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품은 너무나도 단단하고 따뜻했다. 세찬 심장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신세희는 그의 품에서 이리저리 몸을 꼼지락거렸는데 마치 편안한 자세를 찾는 듯했다.

부소경은 가슴 속의 불길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차를 운전하던 엄선우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백미러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을 찌푸린 엄선우가 몹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부소경과 시선을 마주했다.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이가 썩을 것만 같았다.

"눈알 뽑아."

부소경이 으르렁거렸다.

"도련님, 무, 무슨 말씀이신지..."

"당장 네 눈알을 뽑아서 던져버리라고."

부소경이 다시 한번 살벌하게 말했다.

엄선우는 즉시 백미러에서 눈을 떼고 전방을 주시했다.

"저, 도련님, 제, 제 눈을 뽑으면 운전을 할 수가 없는데요. 그럼 두 분은 어떡하시려고요? 그럼, 먼저 두 분을 목적지까지 모신 다음 뽑아도 될까요?"

그는 전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여 애꿎은 신세희의 얼굴만 빨개졌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대로 가라앉기를 바라는 초연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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