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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피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피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런 옷들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자 신세희는 더욱 피곤해졌다.

"힘들어?"

부소경이 물었다.

신세희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부소경이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골랐던 것들 모두 포장해줘요."

속으로 쾌재를 부른 직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대려 주십시오."

다시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본 그가 물었다.

"다른 옷들은 마음에 들어?"

전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디자인들이었다. 세련되거나 청순한 것들 모두 그녀의 냉랭한 성격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선별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신세희가 말했다.

"상관없어요."

"......"

신세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입고 있잖아요. 많이 사는 건 낭비가 아닐까요."

자신은 돈을 갚는 신세가 아니던가? 문득 드레스값도 갚아야 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여 그녀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만 입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입을 일이 많을 테니까!"

부소경이 언짢은 듯 언성을 높였다.

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앞으로 시중들어야 할 남자가 적지 않을 터였다. 하루에 여러 명을 상대할 수도 있었으니 옷을 여러 벌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지.

입을 꾹 다문 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에 이끌려 드레스숍을 나섰다. 뒤에서 상품을 준비하던 두 직원이 속닥거렸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

"대표님은 노련하신데 여자분은 좀 어리신 것 같아. 저렇게 청순하게 입으시니 더 어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한 20대 초반?"

"대표님 곁에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말을 듣게 된 신세희가 쓴웃음을 지었다.

행복한 건가?

사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아주 단순했다. 유리가 쑥쑥 자라고, 학교도 다니고, 서시언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 이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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